돈이 자라는 곳 그리고 거품의 본질
가렛 가렛트 지음, 박성준.박설원 옮김 / 레디셋고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뉴욕의 금융과 증권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Wall streets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그곳에 가면 왠지 모르게 세상의 중심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것만 같았다. 뉴욕이라는 곳에 대한 이미지도 있지만 월가라고 불리우는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산고장이라 할 수 있는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를 것만 같았다. 

 그 설렘 하나만으로 찾아갔던 Wall street는 너무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그 안의 체제처럼이나 거리마저도 급물살을 느낄 수 있었다. 거리 어디서도 여행자가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한발 물러서서 여유롭게 기다려주는 것이 미국인들의 모습이었다면 월가에서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그 찰나의 순간 조차도 누군가의 쫓김을 받는 듯이 그들은 Wall street를 거닐고 있었고 한국인들보다도 더 긴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바로 월가에 대한 나의 기억이다. 

 그 기억이 3~4년 전의 것이었으니 현재의 그곳이 얼마나 달라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더 긴박해지면 긴박해졌지 느슨해지지는 않았을 그곳의 풍경의 시간을 되돌려 100여년 전의 월가를 마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을 통해서이다. 

 당시의 월가는 지금도 여전히 세계 경제의 중심지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늘 그래왔듯이 그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돈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던 곳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으나 뭐랄까, 살짝 허당의 느낌이 드는 것이 100여년 전 월가의 느낌이다. 

 그저 수고했다는 인사와 같이 간단한 말을 주고받은 것뿐인데,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둘 만의 고급 정보라든지 비밀스러운 내용이 담긴 대화를 담긴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금융권에도 종종 나타난다. 증권사에 가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말끔한 옷차림의 금융권 종사자들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고, 은행의 PB센터에 들어서면 화려한 내부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위압감을 느끼게 된다. -본문
 

 무언가 그들만의 세계가 가득할 것만 같은 이 월가의 내부속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우리가 그동안 쉬이 마주할 수 있는 인물들이기 보다는 그들 만의 이름을 안고 있는 자들이었는데 불길한 자부터 시작해서 은행장, 조종자, 의뢰인, 트레이더, 투명인간에서 늑대까지, 이 월가에 함께하고 있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 

 무언가 특별한 이들의 교집합인 월가 안에 있는 사람들은 대체 어떠한 사람들인가, 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이 일렁거리고 있을때 100여년 전 그들은 작은 종이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세상을 움직이고 있었다. 문제는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보다는 습관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Zero sum game은 이곳에서도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는데 일명 불길한 자의 그늘에 드러서는 순간 이유도 모른 채 서서히 나락의 길을 가고 있었다. 

 불행을 몰고 다니는 사람은 다른 모든 사라들이 좋아하는 덕분에 평판도 좋고, 적극적으로 추천을 받지만 항상 한 가지 의문점을 꼬리표처럼 붙이고 다닌다. 딱히 설명할 수 없지만 그가 성공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그를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는 정직하고 기민하여 장점이란 장점은 다 갖추지만 성공한 적이 없을 뿐이다. 아아! 그가 성공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그의 모든 장점들에 저주를 내린다. -본문 

 월스트리트를 지배하고 있을 것만 같은 은행장과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투자자들은 그를 통해서 어떠한 이야기들이라도 얻어보기 위해 작은 실마리라도 잡으려 안간힘을 쓸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를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인사들만 나누는 것만으로 그들의 만남은 끝이 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의뢰인들은 시장을 움직이는 자가 누구인지도 모른채 브로커가 의도하는대로 그의 파도 안에서 유영을 하며 너울치게 된다. 그러니까 그는 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의 파도타기 선수가 아니라 바다 속에 떠다니는 수 많은 해파리와 같은 존재일 뿐인 것이다. 파도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고 마는, 의지 없이 그저 흘러 다니는 해파리떼와 같은 의뢰인은 브로커의 손 안에서만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브로커는 물론 투기꾼들 사이에서도 발생하게 되는데 '누군가가 주식을 판다'라는 소식을 들었지만 과연 그 '누구'가 누구인지에 대해 영원히 모른 채 그저 당하고만 있는 것이다. 

 "그건 망상이야. 이 사무실에 유니온 퍼시픽 주가 얼마나 있어?"
 "
잔고에는 전혀 없을 것 같은데."

 브로커가 말했다.
 "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주식 중개 회사에는 유니온 퍼시픽도, 레딩도, 철강주는 물론이고 인기 주식들은 하나도 없단 말이야. 분명 누군가가 주식을 팔려고 하는데 그 판다는 주식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단 말이지. 그 주식은 나한테도 없고, 자네한테도 없고, 자네 고객 중에도 전혀 없는데.... 그러니까 파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한테서 샀다는 거지." -본문
 

 심지어 이 월가에 있는 이들보다도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 그러니까 그들의 가정 안에 함께 있는 부인이 오히려 더 표면적인 감이 뛰어났던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읽어 내려갈 때는 피식하는 웃음이 나면서 그들이 과연 월가의 주인은 누구였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3에서 10포인트를 깨면 주식을 팔 적기라고 생각해요. 나는 시장이 상승할 거라고 생각해요."
 "
왜지?"
 "
대폭 하락한 다음에는 언제나 상승하지 않나요?"
 "
여보세요 여사님, 여사님께서는 본일 일에나 신경 쓰시고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이제 그만 합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시장은 상승했다. -본문
 

 그렇게 1부의 이야기를 지나 2부는 '신용'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신용이라는 것은 지금의 우리 사회에 있어서도 만연해 있는 단어가 아닐 수가 없는데 끊임없이 개개인의 신용 평가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러한 신용을 창출하는 것은 개개인이나 국가도 아닌 바로 은행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예전의 금을 대신 보관해주고 있었다는 이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는 신용의 탄생은 1이라는 신용이 어떻게 10으로 변모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일련의 과정들을 보여주고 있다. 

 수 많은 사람들에게 이 신용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좋은 의미일 수도 있다. 이것이 별 다른 문제가 없었을 시, 자금이 부족했던 다른 나라의 이들에게 피와 같은 자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유동성이 거품이었다는 진실이 드러내게 되면서 서서히 그 거품을 들어내는 순간 1에서 10으로 변모했던 현실은 1만큼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10만큼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기에 거품의 붕괴는 그에 연계되어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을 같이 붕괴시키게 되는 것이다 . 

 하지만 뉴욕 은행이 지방 은행으로부터 빌린 신용을 다른 곳에 다시 빌려 줬다는 기억하면, 그 뉴욕 은행은 빌려 주었다면 투기꾼들이 신용을 회수해야 한다. 만약 뉴욕 은행이 신용을 증권거래소의 브로커들에게 빌려 주었고 브로커들이 투기꾼들에게 빌려 주었다면 투기꾼들이 신용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신용이 유래된 전국 수천개의 지방 은행들이 동시에 뉴욕 은행들에게 신용 회수를 요청하고, 증권거래소에 신용을 제공한 뉴욕 은행들이 모두 동시에 신용이 회수되기를 요청한다고 생각해보라. -본문 

 그 누구도 쉬이 마주할 수 없었던 월스트리트의 내면과 함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신용의 거품까지도 배우게 되면서 이전의 막연했던 내용들이 한번에 정리되는 느낌이다. 한 세기를 건너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흐름들을 연결해 읽다보면 지금의 우리가 있는 곳의 모습들도 하나 둘 이해되어 가기 시작한다. 

 

아르's 추천목록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  EBS 자본주의 제작팀저


 

 

독서 기간 : 2014.05.31~06.01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