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 개정판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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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타의에 의해 이 책을 읽었다면 나는 이방인 속 뫼르소를 보고 피도 눈물도 없는냉혈한이라며 비난하기에 급급했을 것이다.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전해 듣고도 별 다른 반응이 없었으며어제와 동일하게 똑같은 날인 듯 장례식을 치르는 그를 보면서. 그리고 나서 옛 직장 동료였던 여자를만나 코미디 영화를 보고 하루 밤의 정사를 나누고 그러다 어느 날 해변을 거닐다 아랍인을 총으로 살해하는, 그것도우발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담담히 몇 발의 권총을 쏘는 그를 보면서, 그렇게 막을 내리는 1부를 보면서 아니 아마도 보기도 전에 닫아버렸을 것이다.  


 오늘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라고시작하는 소설의 첫 마디를 보면서 그 동안 수많은 서평들이나 이방인에 대한 칼럼과 분석한 글들을 보며 이방인이라는 책이 이렇게 시작한다는 것을알고 있었지만, 눈 앞에 마주하게 된 뫼르소와의 첫 조우에서 여전히 대체 이게 무슨 반응이람, 이란 생각으로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무심하다는말 한마디로 그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도 부족했다. 과연 뫼르소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대체 이 작품은 어떠한 면에서 알베를 카뮈를 전세계적인 작가의 반열로 오르게 했다는 것인지에 대해 읽는 내내이방인, 뫼르소, 알베르 카뮈, 부조리 이 4개의 카테고리를 조합하고 이해하기 위해 계속 생각하고또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엄마의죽음에서도 별 다른 슬픔을 느끼지 않고 그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는 그를 보면서 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보통 사람이라면 소리 내어 울고 죽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의 시간과 그 일련의 과정들이 필요할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방인 속의 뫼르소는 어디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들을 나타내지 않았다.

 

 몇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도 나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내 자신이 운다는 사실을인식하지도 못하게 멍하니 계속해서 할머니의 죽음과 산 사람들 사이에서 장례 절차를 바라보고 있던 그 순간, 그리고그 모든 절차를 마치고 장례식장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나는 그 순간 배고픔을 느끼는 내 자신에 혐오감을 느끼며 그럼에도 밥알을 삼키고있는 나를 보면서 그 모습에 또 다시 울컥했었는데 뫼르소는 그 어디에서도 인간다운, 인간미 넘치는 그끄나풀조차 던져주지 않고 있었다.


 

 계속 이렇게 그에 대해 세상 속에 우리가 정해놓은 인간다움이라는 틀 안에서 그를 바라보면 그는 이방인을 넘어선 인간으로서의 지녀야만 하는덕목이 없는 미개한 자로밖에 보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나는 뫼르소처럼 생각하는 시각을 가져야만했다. 그가 생각하는 대로, 그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대로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나는 생각해보아야 했고 그렇기에 잠시 책을 던져버리고 훌훌 털어내어 이방인이 되어보고자 했다.



 시지프의신화 속에서 계속해서 바위를 산꼭대기로 올려야 하는 그 의미 없는 고된 노동 속에서도 그럼에도 그 안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기에 부조리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는 그 이야기를 뫼르소의 삶의 태도에도 대입해 보아야 했다.

 멍하니대체 그의 삶에 있어서 부조리란 무엇을 의미하는 가를 고민하던 찰나, 어느 순간 떠오르는 것을 죽음의도래를 지워버리고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을 사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진리를 알면서도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삶을 보면서 그는 죽음과 공존하는 오늘의 삶에 있어서 그 어떠한 것이든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고 보았다.  그 무엇도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가볍거나묵직하지도 않은, 그저 하나의 평행선상에서의 무수한 점들 중 하나 일 뿐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 엄마의 죽음과 그 이후 코미디 영화나 정사는 별개의 하나하나의 일들이었으며 아랍인의 살인사건이발생하기 까지는 자신 스스로가 자신의 삶에 대해 놓았다면 그 사건 이후 타인에 의해 자신의 삶이 결정되는 것들을 보면서 그는 또 다시 현상의 부조리에대해 깨닫게 된 것이다. 자신의 재판 과정에서 대변하는 것에 대해 귀찮다고 생각하고 그 과정들이 지루하게만느껴졌던 뫼르소에게 있어 오늘의 죽음은 중요치 않다. 어차피 언제건 오게 될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소설이 너무도 슬프게만 느껴졌다. 세상의다정한 무관심에 행복했으며 자신의 처형일자에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신이 떠나는 날이 외롭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그 마지막 순간을 읽으며 과연그는 진정으로 행복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라는 너무도 진리한 진실에 빠져있었던 뫼르소에게 삶은그저 죽음으로의 길로 가는 통로였을 뿐이었다. 우리 모두가 보이게 그는 낯설은 이방인이었지만, 매일을 아등바등하며 지내는 우리가 그에게 있어서는 모두 낯선 세계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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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저

 

 

독서 기간 : 2014.05.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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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진인의 땅이었다 - 우리 고대사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서
정형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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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에 배웠던 국사의 내용들을 되짚어 보면 역사의 의미부터 시작해서 구석기신석기를 넘어서 청동기 및 철기 시대를 지나 바야흐로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이 탄생되는 것을 배우게 되고 그렇게 삼국인 고구려백제신라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사실 이 책을 받아 든 순간까지고 나에게 고조선에 대한 별다른 기억들이 없다는 것 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렇다면 고조선의 역사에 대해서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무엇일까라며 대략적으로 찾아보려 해도 학생 때 보았던 교과서에는 생각보다 분량이 적은 내용만이 담겨 있었다분명 선조들의 귀중한 시간이자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온 우리의 5천여년의 찬란한 역사라는 것이 어찌하여 단절된 것처럼 공허하게 있는 것일까.

  저자는 단군 조선에서부터 삼국시대까지 진입하는 고대사를 진인을 통해서 역사를 마주하게 되는데 우리가 배운 바로는 단군은 기원전 2333년에 중국에 설립된 것으로 이 책에 따르면 중국 요서 지역에 기반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당시의 단군왕검사회는 15세기 갑작스런 기후 변화로 인해 붕괴하고 마는데 당시 남아 있던 단군의 후예들은 요하를 건너 동쪽으로 흘러들어와 지금의 한반도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이들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자 그들이 누구인가에 대해 묻는 진인의 답으로 진인들은 한반도에 자리를 잡으면서 구석기 시대의 고인돌을 전파해주었다고 한다.

 이렇게 홍산문화의 곰 부족과 공공족이 만나 탄생하게 된 단군신화의 후예가 바로 진인이며 진인들이 세운 한반도의 진국은 훗날 진한사로국과 신라로 이어졌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특히나 진인이 세운 신라인들은 단국의 직통 후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인데신라를 세운 박혁거세가 단군의 후예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이전에 마주할 수 없었던 것들이었지만 단군신화에서 진인진인에서 신라의 역사로 이어지는 이 뿌리에 대해서 제대로 가닥을 잡아가게 된다면 그 동안 끊켰던 우리의 역사를 바로 잡을 수도 있겠다라는 설렘이 들기 시작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는 1948 6월 제헌국회에서 탄생했다당시 제헌의원들은 나라 이름을 정하기 위해 여러 명칭을 놓고 토론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아 표결을 거쳐 대한민국을 나라 이름으로 정했다그 결과 건국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했다이 조항은 현행 헌법에도 그대로 계승되었다 –본문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것들 속에 이미 우리의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었고 그 안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들 역시 무수히 존재하고 있다진인의 존재 역시 지금에서야 처음 마주했다는 것에서 우리가 밝혀내야 할 것들이 더 많이 남아 있을 것이라 믿는데어마어마했던 시대를 호령했던 그들의 온전히 그려내야 지금의 우리도 떳떳해지지 않을까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찾아가야 할지이정표를 찾아낸 듯 하다. 

 

 

독서 기간 : 2014.06.0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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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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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선생의 책을 언제 처음 봤는지에 대한 기억은 어렴풋하지만 그 안의 내용들이 모두 따스히 내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기에 집에도 그녀의 책 몇 권이 책장에 꼽혀 있다.

잊고 지내다가도 다시금 마주하게 되면 정신없이 읽어내려갈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이야기를 이번 <다시, >이라는 책을 통해서 보게 되었는데 사실 장영희 선생의 글이라는 것을 알기도 전에 그저 표지 속의 그림을 보면서 무언가 새록새록하니 피어나는 새싹과 같은 느낌이라 손으로 그 질감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렇게 이 책을 안고 펼쳐보니 나의 촉이 아직은 살아있구나, 라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이제 책을 놓지 않으면 불안한 나날들을 느끼며 무엇이라도 읽으려는 습관을 들인지가 고작 1년 남짓이다. 그 동안에 겨우 소설이나, 에세이 등을 주로 하여 읽어왔으며 인문 분야도 조금씩 읽어보려 하고 있으나 그 와중에도 좀처럼 읽어내려가지 못하는 분야가 있었으니 바로 ''에 관한 책들이다.

학창시절부터 시, 하면 짧기는 하나 오히려 외워야 하는 것들이 많아 기피했었는데 음율이라든지 함축적 의미라든지에 대한 이야기로 빈틈없이 교과서를 빼곡히 채워야만 했던 기억들로 개인적으로 시와 장문의 글 중에 택하라면 장문의 글을 택할 정도였으니 개인적으로는 시와는 친해질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 속에 김영희 선생이 골라주신 이야기를 보게 되면 그것도 우리네 말로 원래 쓰여진 것이 아니라 영시에 대해서 어느 새 깊이 빠져서 읽고 있는 나를 보노라면 그녀가 왜 이 시들을 손수 골라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는지에 대해 어느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매월 시작하는 달마다 그녀는 짧은 이야기들로 서문을 시작하고 있다. 12 31일과 1 1일 사이에는 하루의 차이지만 새로운 의미를 갖게 하는 1월의 의미부터 봄을 기다리게 하는 3월의 이야기, '인생은 아름다워'를 외치게 하는 6월과 또 한번의 생을 마감하고 다시금 긴 겨울을 준비하는 10월까지, 매 월을 열고 있는 그녀의 단문들은 그 뒤에 담겨 있을 이야기들에 벌써부터 설레게 된다.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에 새색시가 시집와서 김장 서른 번만 담그면 할머니가 된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강단에 서서 신입생 서른 번만 맞이하면 학교를 떠나야 하는 노교수가 됩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 갈수록 1년이 정말 눈 깜짝할 새 지나갑니다. (중략)
꽃 피는 아름다운 봄을 영원히 볼 수는 없을진대, 너무 늦게, 이제야 그걸 깨닫습니다. 문든 다가오는 봄 속에 내가 숨 쉬며 살아 있다는 사실이 눈물겹도록 감사합니다. 올봄엔 정말 꼭 꽃구경 한번 나서 봐야겠습니다. -본문

누구나 그럴 것이다. 새 달력을 받아놓고 1월의 첫번째 장을 보면서 올해에는 수 많은 것들을 이루고 또 열심히 해보리라는 결심을 하기 마련인데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새해는 어느 새 익숙해진 올해가 되어버리고 그렇게 하루하루는 더디게 가는 듯 하지만 어느 새 뒤로 넘길 수 있는 달력의 장수가 얼마 남지 않아 버렸을 때, 올 한해는 무엇을 하며 이렇게 또 시간을 보내버린 것인가 하는 때 늦은 후회를 내뱉는 자신을 말이다. 작년에도 그랬고 제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에는 달라져야지, 하는 생각들은 했었지만 여전히 같은 나를 보면서 또 한숨만 쉬고 있을 즈음에 그녀는 나에게 말해주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안될 시간들이니 열심히 즐겨보라고 말이다.

 

처음에는 영시는 바라보지고 않고 한글로 번역되어 있는 것들만을 읽어내려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영어사전 어플을 켜놓고서 영시를 먼저 해석해놓고서 옆에 번역되어 있는 작품들을 읽어내려갔다.

수 많은 영시들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If I can.....>은 앞으로 도래할 나의 삶을 이렇게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이입시켜 마음을 따스하게 덥혀주는 듯 했다. 무엇을 위해 아등바등 살 것인가에 대한 갈 곳을 잃은 목적 의식은 덜어내고서 진정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상념에 빠져들게 하는데 오롯이 나를 위해서도 짧기만 했던 시간들을 놓아두고 조금 더 깊이 이 책과 함께 나를 돌이켜 보게 하는 시였다.

나와는 더 이상 관련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영시가 그녀의 이야기와 버무려 어느새 나의 이야기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보면서 내 안에도 이제는 하나의 씨앗이 싹틀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녀가 들려주는 영시와 삶의 의미는 한정되어 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다른 것들을 찾아볼 수 있는 주춧돌이 되기에 충분하기에 이 책을 마주함에 있어서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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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다시 읽는 청춘 영시 / 신동운저

독서 기간 : 201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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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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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이야라는 말로 시작된 말이 공기의 울림을 타고 퍼지는 순간, 그것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누군가 에게는 고이 간직하고 싶은 것들이 결괴 되는 순간, 비밀은 그 안에 담고 있던 고유의 빛을 잃고서는 그저 평범해 져버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찬란했던 빛이 수 많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서 전해지는 그 과정 속에서 비밀 속의 주인공이 누구냐에 대해서는 그리 중요치가 않다. 내가 그들을 직접적으로 아는 것보다는 그들과 나와의 연결고리가 건너 건너 알게 된 이들이라 해도 그들이 품고 있었던 행위 자체에 대한 비밀을 현재의 내가 안고 있다는 것에서 그것은 세상의 유일한 에피소드이자 흥미로운 것들이 되는 것이다.

 

소소한 풍경의 화자는 ㄱ이다.
 
ㄴ과 ㄷ의 이야기를 화자인 ㄱ에게서 듣는다. 이런 호칭이 혹 이상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단지 하나의 풍경이라면? 풍경1, 풍경2, 혹은 풍경3에 불과하다면? 김춘수 시인의 <>에 따르면, 누구의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불과하며, 이름을 물러주었을 때 그는 비로소 내게 와 이 된다. 우주적인 함의가 담긴 비유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그러므로 고쳐 묻는다. –본문

 그렇기에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의 이름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성과 이름이 아닌 ㄱ,남자1, , ㄷ이라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이름이 아닌 그들이 안고 있는 이야기이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 어떠한 사연이 담겨 있느냐는 것이 중요할 뿐이며 주인공들이 ㄱ이든 A, 세상 그 어떤 이름이든 상관 없이 그저 이 안의 사연을 담고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라는 것에서 그들은 이름이 아닌 이야기로 살아 있었고 그렇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1+1+1 3이 아니라 1이라는 덩어리가 되었을 때 그들은 가장 완벽한 구체를 만들어 완전체로 살고 있다. 물론 이것은 다분히 그들만의 시각에서 바라본 관점일 것이고 아직 나 역시도 그들이 관계에 대해서 100% 이해했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본능적으로 그들이 함께 있었던 그 순간이 가장 안정적인 때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에 그들이 아직까지 계속해서 하나의 덩어리로 있었더라면 이 이야기가 지금의 나에게 전해졌을까? 라는 질문을 해보게 되고 만약 그러했다면 이 이야기는 세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다시 셋으로 되어 이들이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 있다가 다시 인수분해 되 듯이 조각조각의 개체로 태어나기 시작하면서 그 틈 사이로 그들이 각자 품고 있었던 아픔들이 흘러 나오게 된다. 그저 ㄱ, , ㄷ으로 불렸던 초반에는 가벼이 그들의 관계를 마주하게 되었다면 하나 둘씩 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온 그 개인개인을 마주하게 되면서 그들은 ㄱ, , ㄷ이 아닌 그 하나의 형상이 되어 나에게 묵직한 이야기로 살점이 더해지고 그러다 보면 그들은 그 어떠한 이름보다도 각인되어 잔상을 남기게 된다.

 하나의 덩어리로 지기 전까지, 그들이 각자 안고 있었던 아픔은 선인장으로 표출되어 나타나는데 그저 선인장이라면 뾰족한 가시도 온 몸을 뒤덮고 있는 희한한 식물로만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다양한 사연을 안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처럼 선인장의 종류에도 그만큼의 숫자가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ㄱ의 인생에 ㄴ과 ㄷ이 나타나기 전까지, 그녀는 남자 1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둘이었지만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않았기에 사회적으로는 부부가 아닌 동거인으로서 함께한 그들은 결국 선인장에 대한 서로의 견해의 차이를 시작으로 사랑의 종지부를 찍게 되었고 그리하여 지금 ㄱ은 다시 혼자가 되어 남겨져 있다.

오해의 시작이다.

그는 오래전 아버지가 노조 사무실에서 들고 나왔다는 금호를 가리키며 요놈 아주 고집불통으로 생겨먹었어. 내게 적개심을 가진 것 같아 보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아버지의 유일한 동지가 그에겐 으로 보였던 셈인데, 그때도 나는 문제의 근원은 간파하지 못하고 다만 가슴을 에는 통증을 느꼈을 뿐이다.

오해의 확장이다. –본문

 처음 사랑이 시작할 때에만 해도 모든 것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흰 운동화를 시작으로 ㄱ과 남자1가 지내왔던 시간들이 하나 둘 중첩되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세상에 없을 인연이라 믿고 있었고 그렇게 시작한 사랑은 영원히 빛이 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한 반짝임도 잠시,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하나하나의 손짓이 그녀에게는 폭력으로 변모되어 전해졌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전혀 다른 형태로 전해지는 둘 사이는 다른 세계에 사는 이들처럼 융화될 수 없었고 그렇게 둘은 다시 각자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아버지에게 유일한 친구였던 선인장이 그녀의 얼굴에 박혀버린 것처럼 ㄱ의 인생에도 남자1은 굴러들어왔다가 아픔만을 남기고 떠나버렸다. 그렇게 혼자 사는 게 낫다, 라고 외치고 있던 그녀의 앞에 자신이 품고 있는 가시를 드러내지 않는 온즈카 난봉옥과 같은 선인장 ㄴ이 나타난다.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하고서는 더블팩을 벽에 세워두고 있던 ㄴ에게 ㄱ의 집에서 조금 더 내게 될 유예의 시간을 전해준 것은 다름 아닌 이었다. 마당에 을 파고 싶다는 그는 몇 달에 걸쳐서 똑같은 자세로 한 곳에서 땅을 파고 있었고 그 시간 속에서 ㄱ과 ㄴ은 하나가 되어간다. 물론 ㄱ과 ㄴ의 관계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묶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그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구속하거나 속박시키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ㄴ이 ㄱ과 함께 있었던 것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위한 시간 연장이었으며 그렇게 샘이 완성된 순간, 그는 홀연히 자신의 길을 가게 된다.

 고향 집 마당귀엔 작두샘이 있었어요.

철물점에 걸려 잇는 삽을 보았을 때 바로 그 작두샘이 떠올랐지요.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의 물길을 통하면 내가 버린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예요. 뭍으로 돌아가는 길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으니까요. 말하자면 작두샘의 기억이 내게 새로운 길을 예시해준 셈이었지요. –본문

ㄱ과 ㄴ 사이에서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으로 왜 둘이서만 그래라고 외치던 ㄷ도 어느 새 그들 사이에서 하나가 되어 있다. ㄷ이 있기에 ㄱ과 ㄴ과 ㄷ의 사이가 일반적인 사랑이 아니라 감히 말할 수 있게 된다. 서로를 원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애증이나 질투가 없이 그저 하나가 좋은 이들을 보면서 그 상황이 아닌 누구도 그들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있는 순간 가장 행복했다는 것의 반증은 영화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의 여주인공처럼, ㄷ은 ㄱ, ㄴ과 함께 생을 마감하려 거실에 연탄불을 올려놓은 장면에서였다. 물론 이 날의 에피소드는 실패로 돌아가게 되지만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ㄱ과 ㄴ, 그 누구도 ㄷ을 원망하기는커녕 ㄷ을 이해하고 있었으니 그들은 하나의 덩어리가 되면서 같은 생각을 꿈꾸고 있었던 것일 게다.

셋이 분리되고 나서야 그들은 서로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게 된다. 사실 그 전에는 알 필요조차 없었던 수 많은 정보들은 ㄱ, , ㄷ이라는 이름이 아닌 소설 우물의 저자이자 기타리스트이며 사씨의 딸이란 수식어로 이어지고 있었고 세상에 더 이상 그들이 함께 했던 하나의 덩어리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그들 하나하나를 밝혀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키워드는 그러라고 난 생각해. 이를테면 죽음이, 너희의 영혼을 최대한 순수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보는 거야. 그래야 너희들의 비정상적인, 이런 말을 쓰게 돼서 미안하다만, 비정상적 관계를 설명할 수 있게 돼. 남자2이 누이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더 오염된 것하고 같은 원리일거야. 고통이라고 해도 좋아. 남자 2은 죽음, 혹은 고통으로 오염된 반면, 너희는 그것으로 너희를 씻은 거지. 그렇게 씻고 나면 최적의 순수성으로 앞날을 내다보게 돼.” –본문

 ㄴ은 원래 자신이 꿈꾸던 세상에서 유영하고 있을 것이다. ㄷ은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현재를 거역할 수 없어 오늘을 살고 있고 ㄱ은 그 옛날 자신을 향해 드리웠던 따스했던 손을 찾아 이 모든 것을 털어놓으며 진정한 자신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남자와 사람의 차이가 사랑의 차이라고 말했던 ㄱ은 ㄴ과 ㄷ 모두 그녀의 남자라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터널을 지나온 지금 ㄱ은 남자와 문장을 동일한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손선생을 통해 전해진 이야기니 만큼 조만간 ㄱ의 문장이 다시 전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가 말하고 싶은 남자의 이야기는 또 어떠한 덩어리와 선인장을 안고 있을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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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 에쿠니 가오리저


 

 

독서 기간 : 201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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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유감 - 현직 부장판사가 말하는 법과 사람 그리고 정의
문유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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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결코 긍정의 대답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에 살고 있는 이들이라는 각인이 되어 있기도 하거니와 요새 종종 전해지는 판결의 결과들을 보면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판결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과연 그들은 누구의 편인가에 대해서 되물어 보게 되면서 그들은 우리의 편이 아닌 그들만의 세계에 산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한 개별적 존재의 자유와 생사까지도 좌우하는 판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는 인간이 벼랑 끝에서 만나는 가장 강력한 존재다. 각인 효과의 정점에 서 있는 직업이다. 판관들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철석같이 믿어도 마음을 추스르기 어려운 상황인데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속설이 실제의 법보다 더 강력하다고 느낀다면 어째야 하는가. 벼랑 끝에서 내가 필사적으로 움켜쥔 생명줄이, 썩은 동아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상상을 현실로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그런 상상들이 실감으로 느껴지는 현실이라서 판관들에 대한 신뢰의 색은 바래지고 마음은 더없이 무거운 상태였다. –본문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그들이기는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들 앞에 서면 움츠러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사는 동안 그들을 마주하지 않는 일이 좋겠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나의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에 법정에 서야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며 그런 순간 나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판사의 앞에 선다면 모두가 그에게서 좋은 결론을 얻어내길 바랄 것이다.

 그렇다. 그들은 재판장 안에서 가장 높은 피라미드의 위에서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이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움츠려들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인데 그런 판사라는 위치에 있는 그는 생각보다는 우리와 가깝게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그 거리감에 대한 장벽을 스스로 허물어 자신의 섣부른 말 실수 등에 대해서도 재판장 안에서 먼저 미안하다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판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범접할 수 없는 위용을 가진 사람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가 하는 일이 판결을 내리는 판사일 뿐이라는 마인드를 안고 있기에 그들에 대해 나름의 반감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그 틀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파산 면책에 대한 제도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통렬한 내용들이었다. 나의 부모님들도 당신들의 노후에 대한 대책보다도 마지막까지 사실 수 있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대출을 받았던 그 비용들을 갚기 위해서 매달 고군분투하시는 모습들이 애잔하게 느껴졌었는데 이렇게 매일을 열심히 사시는 이들도 있는 반면 하루아침에 빚이 면책이 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들으며 과연 이러한 제도가 있다면 그 누가 열심히 빚을 갚으려 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서는 넘긴 적이 있었다. 그야말로 나는 그저 이 제도의 겉면만을 그대로 바라보고서는 대체 이 제도가 왜 생겼는지 어떠한 취지로 생겨난 것인지에 대해서는 찾아볼 생각도 못하고 그저 아니꼽게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신용불량자 400만이 어떻고 하며 쉽게 숫자로 이야기하지만 그 한 명 한 명은 숫자가 아닌 피가 흐르는 사람이고, 가정이 있고, 부모형제가 있고 아이도 있습니다. 400만 명이 신용불량자라면 최소한 400만 가정이 빚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며, 그 중 상당수의 가정은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괴되어 아이들이 가정의 모호를 받지 못한 채 거친 세상에 던져지고 있는 것입니다. –본문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그들이 냉혈한과 같은 사람들이다, 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그의 이야기는 오히려 내가 그들보다 더 냉혹한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소수의 약자들을 위해서, 그러니까 트랜스젠더들의 인권에 대해 법적인 시스템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은 피의자들에 대한 판결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뇌의 시간들을 갖는 모습이나 그 누구도 하지 않던 비행청소년들에게 따끔한 훈계를 하는 것도 그들이었고 본드를 흡입하는 아이들을 방지하고자 직접 발로 뛰어 납품을 말아달라고 뛰어다니는 그들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토록 노력하고 있는 이들이 많았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범죄가 피해자에 미치는 고통에 대하여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범죄자에 대한 징역 1년이 엄한 벌인지 아닌지 역시 쉽게 말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물며 판사로서의 징역 1년의 무게도 함부로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것입니다. –본문

 전체를 100이라는 숫자로 표현 할 수 있다면 나는 고작 1~2를 보고서는 그 100을 안다는 듯이 표현하고 있었으며 그것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들이었는지에 대해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느끼게 된다.

사회적인 관심을 받는 사건에서 법리적인 이유로 일반 상식과는 다소 다를 수 있는 결론이 선고될 경우, 법이 그러니 당연한 일이라는 식으로 쉽게 생각하지 말고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생각이 들 만큼 친절하게, 표현도 심사숙고하여 왜 그럴 수 밖게 없는지 잘 설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상당수가 이런 문제에 대한 오해인데, 언론이나 대중들이 법에 무지하여 오해한다고 억울해할 것이 아니라, 법원이 먼저 오해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의무가 있는 것 아닐까요. 판결문의 독자를 상급심 법원이나 변호사라고 생각하지 말고 일반 국민들이라고 생각하면서 설득하려는 자세로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본문

 영원히 가까워질 수 없는 평행선 상의 거리 속에 있을 것만 같은 그들에 대해서 이 책을 읽고 나서 조금 더 따스한 온정을 느끼며 그들 역시 우리의 사회 속에 함께 있는 이들이라는 사실과 내가 알지 못하는 순간에도 이 사회를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들에서 안도감과 함께 이유 없이 그들에 대해 적대감을 가졌던 것들에 대한 마음을 스스로 녹여보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과 그들을 진실로 믿기에 기대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어찌되었건 함께 공존하는 시스템 속에서 공생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 대한 반감을 갖기 이전에 그들이 어떠한 일을 하고 있고 어떠한 생각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먼저 선행된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매끄럽게 굴러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그저 넘을 수 없는 턱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를 통해 그들에 대해 가까워진 지금, 아직 세상은 따스한 곳이라는 사실에 잔잔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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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한기택 / 한기택을 기억하는 사람들저


 

 

독서 기간 : 2014.05.29~05.3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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