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담은 배 - 제129회 나오키상 수상작
무라야마 유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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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면서 찰리 채플린의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아마도 미즈시마 가를 그저 곁에서 바라보고 있었다면 나는 그들이 평범한 하나의 가족이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까. 나의 삶은 고단함과 아픔으로 가득하지만 다른 사람의 삶에는 어찌 그리 따스한 햇살만이 가득한지, 그러한 모습들을 보노라면 초라해지는 나의 삶이 서글프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동경하는 누군가의 삶에도 고개를 내밀어 들여다보면 그 나름의 문제들이 파리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고로 찰리 채플린의 이야기처럼 누구라도 그들의 삶을 살아보지 않는 이상 그 삶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미즈시마 가를 마주하기 전에 <별을 담은 배>라는 제목에서 이 책의 이야기가 참으로 유려한 이야기들만이 담긴 것이라 내심 기대했었다. 실상 그 안에는 그들 각자의 아픔이 담긴 별들, 그러니까 가족 구성원들 나름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고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각자의 별이 되어 빛나고 있던 이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줄기로 모아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별은 담은 배>라는 제목은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벗어날 수 없는 구성원들의 하나하나를 집중하여 조명하고 있었고 그렇게 각자의 군도가 다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뭉쳐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고울 줄은 몰랐어.” 항아리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살짝살짝 만져본다. “하지만 정말 잔인한 의식이다.” 사에가 말했다. 
“죽은 사람의 뼈를 가족이 주워야 하다니.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지.”“단념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아키라가 그렇게 대꾸하자, 둘은 꼭 닮은 얼굴을 들었다
.
“뼈까지 줍고 나면 단념하지 않을 수 없잖아. 본문

 이 가족의 이야기를 하려면 어디서부터 꺼내야 하는 것일까. 시즈코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시게유키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제2차 세계대전의 참전병이 되어 이름 모들 이들을 향해 총칼을 휘둘러야만 했던 그 시간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여있기는 하나 뿔뿔이 제각기 흩어져서 살고 있었던 이들은 시즈코의 죽음을 통해서 다시 한 자리로 모이게 된다.

 어린 시절의 아픔이 있던 사에는 아키라를 통해서 그 아픔을 치유 받게 된다. 아키라는 자신의 어머니였던 하루요의 죽음 이후 가정부로 들어온 시즈코의 딸인 사에는 그저 그녀의 딸로만 알고 있었고 그것은 사에가 바라본 아키라 역시 그저 주인집의 아들로만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드러난 현실은 이복 남매였으며 이 사건의 발단은 아키라를 떠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이 집안에서 유일하게 시게유키와 시즈코의 자식이라 믿었던 미키는 아키라가 떠나는 순간 사에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고 시게유키와 시즈코를 연결하기 위한 유일한 존재라 믿었던 자신의 자리가 유일하지 않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현재 비뚤어진 만남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집안의 가장인 미쓰구는 중년의 나이이지만 무엇 하나 안정되었다기 보다는 불안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자신의 딸이나 마찬가지인 마나미와의 불륜이 자행되고 있었고 미쓰구의 딸인 사토미는 그녀 나름대로 자신이 가고 싶은 길과 부모님이 원하는 길 사이에서의 거리감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고 이러한 문제는 그녀의 학교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 모든 사태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시게유키는 그의 마지막 세대인 사토미를 위안하면서 그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게 되는데 끝과 처음이 연결되는 이 장면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요한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고향 말을 한 죄,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쓴 죄, 자신은 개가 아니라고 외친 죄. 그런 죄로 미주가 죽임을 당한 것이 바로 엊그제 일 같기만 한데.
그녀가 죽은 후 시게유키는 오래도록 자신을 책망하고 후회했다. 그녀가 무심결에 ‘아이고’란 말을 내뱉었을 때 가차 없이 혼을 냈어야 했다. 진짜 이름도 묻지 말았어야 했다
.
자신과 있을 때만이란 어중간한 동정을 한 것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아닐까. 그녀가 애써 잠재우려 했던 것을 들쑤셔 그런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 –본문

 참혹했던 전쟁은 한 소년을 괴물로 변모시켰다. 어린 시절 전쟁에 참전해야만 했던 시게유키는 그 곳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 동물이며 자신이 살기 위해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잔혹한 살인 병기가 되어야만 했던 그 곳에서 그는 야에코, 그러니까 일본인 위안부로 끌려온 강미주를 마주하게 된다. 시게유키와 야에코가 그들의 바람대로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주변의 환경들과는 무관하게 그들이 이뤄졌더라면 이 가문의 역사는 달라 졌을까. 나와는 상관 없는 일본의 어느 한 가정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그 이야기 속에 우리의 역사가 함께 담겨 있기에 쉬이 넘어갈 수가 없게 된다.

 각 개인들이 가지고 있던 이야기가 하나의 배로 모이면서 전해지는 깊은 이야기들은 한 가족을 넘어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행복이라 말할 수 없는 행복도 있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보며 산다는 것이 모두 이러한 느낌일까, 라는 자문을 해본다. 특히나 일본인 위안군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 하고 있는 그들에게도 세상을 왜곡하지 않고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마주했기에 먹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위안을 받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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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던트》 / 카우이 하트 헤밍스저


 

 

독서 기간 : 2014.06.0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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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임금 잔혹사 - 그들은 어떻게 조선의 왕이 되었는가
조민기 지음 / 책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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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에는 그저 조선의 임금들이 하기고 있었던 잔혹했던 면들을 드러내는 책이려니 하고 생각했었다. 금상의 얼굴에까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에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기에 더욱 삼엄함 무언가가 느껴지는 와중에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잔혹한 임금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임금이라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만 했던 잔혹했던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은 총 4개의 테마로 나뉘어 왕으로 선택된 남자’,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왕으로 태어난 남자’, ‘왕이 되지 못한 남자 의 구성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구성 안에는 3~5명의 왕들의 이야기를 담아 놓고 있다.

 조선시대의 성군이라 불리며 한글을 창조하신 세종은 대왕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레 따라붙는 왕 중 한 분이다. 조선의 4대 임금으로 자리했던 그는 사실 왕위 계승자가 아니었으며 그 자리를 차지하는 대에도 인고의 시간들을 넘어 후대의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피 바람이 불던 왕자의 난을 지나고 나서야 역사에 기리 남을 성군으로 추앙 되고 있는 그이지만 그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존재하고 있었다.

 세종은 자신의 아버지인 태종이, 어머니 원경왕후의 친정과 자신의 처가인 소헌왕후의 친정까지 몰락시키는 것을 지켜보며 자라왔다. 그런데 자신의 자신 세대에서도 되풀이 된 근친 살해의 비극은 세종에게 말할 수 없는 불행이었을 것이다. 이런 불행한 가정하는 완벽한 군주 세종대왕이 아닌 인간 세종이 짊어진 약점이었다. –본문

 임금이라는 조선 최고의 권력자인 그들이 마냥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다기 보다는 그들의 손 안에 쥐어야 하는 권력의 힘만큼이나 따르는 고통들이 어마어마했던 것들을 보면서 과연 왕이라는 자리가 그들에게는 행복했을까, 라는 생각들도 들게 된다.

 특히나 시대에 편승하지 못했던 왕들은 내세에 그들이 했던 행태들마저도 모두 좋지 못한 쪽으로 전해지는 것이 안타깝다, 라는 생각이 들곤 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광해군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 책 안의 미완으로 사라진 성군의 영혼, 광해군을 가장 집중해서 읽어 내려갔다.

 연산군과 마찬가지로 광해군에 대해서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제작되었는데 작년엔가 보았던 <광해, 왕이 된 남자> 속의 광해군은 이전에 내가 알고 있던 광해군의 모습이 아니었다. 적자도 아니었지만 임금에게 인정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노력을 하면 할수록 되려 미움을 받기만 했던 외로웠던 왕이 그가 아닐까, 라는 생각들을 해보았는데 모든 면에서 우수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의미에서는 왕위의 후보인 다른 이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기에 형제뿐만 아니라 주변의 종친들에게까지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던 그는 늘 외로웠을 것만 같다.

결국 광해군의 노력은 통했다. 적진의 한가운데서 고통을 함께하며 이겨내고자 격려하는 젊은 세자의 모습은 왕실이, 조정이, 그리고 조선이 아직 건재함을 상징했다. 조선 역사상 이토록 험난한 시기에 세자가 된 사람도 없었고, 백성와 이토록 가까웠던 세자도 아무도 없었다. 노숙조차 마다하지 않고 가장 험하고 가장 낮은 곳을 찾는 광해군을 보며 병사들과 백성들은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찾았다. –본문

 당시 선조의 재위 기간이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세자 책봉이 미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신하들은 선조에게 세자 책봉을 서두르라는 요청을 드리고 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왕을 위한 충언이라기 보다는 그들 각자의 계산기를 두드리며 어떻게 해야만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내세가 정해질지에 따라 머리를 쓰는 모습들을 보노라면 권력의 참 모습은 이런 것인가, 회의감도 들기도 한다. 그러던 와중 터진 임진왜란 속에서 자신의 안전만을 도모하여 전쟁을 회피하려던 아버지 선조와는 달리 전쟁 속의 분조를 이끌어 백성들과 함께 하는 그의 모습을 보노라면 그가 이런 왕이 진정한 왕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후대의 우리가 보기에는 그의 선택들이 옳은 것일 수 있었으나 당시 성리학이 지배하고 있던 조선의 시대에서는 실리주의 외교가 아닌 사대주의를 종용하고 있었고 자신들과 뜻을 같이 하지 않던 광해군은 더 이상 신하들에게 필요치 않는 왕으로 전락해버린다. 비변사를 통해서 그토록 당부했던 실리주의의 원칙은 제 멋대로의 행보로 전락하며 결국은 반정까지 도모하게 되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과연 광해군이 이라는 호칭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자아냈다.

 조선의 폭군이었던 연산군은 너무도 평안했던, 모든 것을 가진 자였지만 그 평온함이 오히려 연산군을 잠식해가는 것을 보면서 역사라는 것이 그저 하나의 톱니바퀴만이 열심히 돌아간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연산군이 여색을 밝히는 임금이라 전국의 기생과 미녀 수백 명을 강제 징발했다는 기록은 연산군이 폐위된 후의 편파적인 기록이다. 만약 연산군이 제안대군이나 월산대군처럼 왕위에 욕심을 갖는 대신 풍류에 집중하는 일을 사명으로 주어졌다면 그는 꽤 괜찮은 종친으로 이름을 남겼을지 모른다. 만약 예술을 즐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았더라면 연산군은 행복한 삶을 살았을도 모른다. –본문

 사랑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역사에서도 타이밍, 그러니까 조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책을 읽는 내내 깨닫게 된다. 피 끓는 20대를 보내며 폭군이 되었던 연산군에게 정치를 혐오하게 하지 않을 시간들이 있었더라면 그의 역사도 달라 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안으며 책을 읽어내려 간다.

 이미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릴 수는 없으나 동일한 시간들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다르게 기록되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기에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 과연 진실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과 또 다른 시각에서의 역사를 바라보는 일들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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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나 / 이덕일저 

 

 

독서 기간 : 2014.06.07~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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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 기쁘게 살아낸 나의 일 년
수전 스펜서-웬델 & 브렛 위터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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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에 대해서 막연하게 그려보기는 하지만 나를 비롯한 내 주변인들에게는 그 안타까울 날들이 도래하지 않기를 바라기에 그 끝은 언제나 뿌옇게만 보이곤 한다. 사람의 힘으로 될 수 없는 것들이라고는 하지만 언제나 내가 속한 우리 안에서는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드려짐에 따라 그 먹먹한 이별의 순간이 오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은 살아있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소망일 것이다.

이 책 속의 주인공인 수전 스펜서 역시도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편의 아내로서 평범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에게 오늘은 어제와 같이 주어진 평범한 나날이지만 그 안에는 가족들이 주는 따스한 순간들이 있었고 그러한 순간들은 오늘을 넘어 내일, 모레, 글피까지도 계속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아니, 이것은 믿음이라기 보다는 그저 당연히 그러할 것이라는 당위적인 문제였고 그녀에게 내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러기에 그녀는 아직 할 일들이 너무 많았고 아직은 가야 할 날들이 많은 엄마이자 아내였던 것이다.

 그렇게 매일을 평범하게 지내고 있던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갑작스런 병마였으며 어찌해볼 도리도 없이 그 병은 그녀의 삶을 좀먹고 있었다. 아직은 몇 십 년은 남았을 것이라 믿었던 그녀의 마지막이 이제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녀는 좌절보다도 남아있는 시간들을 그녀의 가족과 주변사람들과 어떻게 보내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이 책은 무한한 슬픔만이 담긴 것이 아닌 그런 아련한 순간 속에서도 피어나는 먹먹하지만 아름다움을 느낄 수가 있다.

 이 책은 질병과 절망에 대한 책이 아니다. 내 멋진 마지막 한 해의 기록이다.
 
내 자식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려주고, 비극을 맞닥뜨리고도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는 선물이다.
 
기쁘게.
 
두려움 없이.
 
루 게릭이 운이 좋다고 느꼈다면 나도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래야 했다. –본문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만약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 남아있는 그 시간들을 최선을 다해서 보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당장 내일이 될지 몇 십 년 후의 내일이 될지는 모르지만, 태어나는 순간 모두들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나는 또 하루를 허비하듯이 보내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나의 마지막은 아직 한참 남았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 텐데 갑작스레 루게릭에 걸린 수전을 보면서 나는 나의 하루하루를 곱씹어 보게 되었다.  

분명 두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왜 자신이 이 병에 걸렸어야만 했는지 한탄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 안에서 끌어 오르는 분노와 두려움이 자신을 잠식하도록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었고 그것은 그 어떤 눈물보다도 아련하게 다가왔다.

병에 걸린 뒤 나는 밤마다 생각에 잠겨 누워 있곤 했다. 이를 어쩌지. 그 사진을 찾을 수 있는사람은 나밖에 없고. 그것을 정리해서 라벨을 붙일 수 있는 사람도 더더욱 나밖에 없다. 아이들의 사진첩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직 나 밖에는.
 
당장 해야 한다.
 
지금 당장. 수전, 아직 할 수 있을 때.
 
나는 진단을 받은 뒤 여행과 더불어 사진첩 만들기도 버킷리스트에 올려두었다. 세상 밖으로 나가는 여행이 아닌.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여행. –본문

별거 아니라고 느꼈었던 일상 속에서 그녀를 따라가며 보내게 되는 하루하루는 너무도 특별한 순간들을 함께 하는 기분이었다. 분명 나에게도 있었을 시간이고 때론 너무 일상적이라 별다른 감흥 없이 흘러 보냈을 순간들을 그녀의 곁에서 마주하게 되는 순간 매 순간이 놓쳐서는 안될 반짝이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과는 물론 주변 지인들과도 함께 오두막에서 지내는 이야기서부터 여행을 떠나는 순간순간들을 보면서 분명 이 전에도 그녀의 삶 안에 있었을 모습들이었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그녀와 그녀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의 끈끈한 우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으며 그래서 왜 하필 이러한 병마가 이들에게 도래한 것인지에 대해 그들을 대신해서 원망을 해보기도 한다. 아무리 원망을 한다고 해도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기적은 일어나지 않지만 그들이 함께 해 나가는 순간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찬란한 기적과도 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내게는 오늘이 있다. 내게는 더 줄 것이 남았다. 끝이 다가오지만 나는 절망하지 않는다.
 
내 아이들이 훌륭한 보살핌을 받을 것을 알기에 내 마음은 더 없이 평화롭다. , 스테퍼니, 낸시가 아이들의 정원을 가꾸고 아이들의 영혼을 돌봐줄 것이다. (중략)
 
나는 당신을, 내 아이들을, 우리가 즐기고 발견한 추억 전부를 두고 간다. . –본문

 그녀와의 시간을 앞으로 더 그려볼 수는 없지만 그녀가 남기고 간 이 책 안에서 수전은 잠들지 않고 영원히 깨어있을 것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그것은 아마도 그녀 주변에 있었던 무한한 사랑 때문이었을 것이다. 눈물이 핑그르르 도는 부분들이 몇 번 있었지만 그녀는 아마도 모든 독자들을 향해 웃고 있을 것만 같다. 자신을 세상과의 작별을 고한 것이 아니라 이 안에서 계속 함께 하고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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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복과 나비 / 장 도미니크 보비저


 

 

독서 기간 : 2014.06.05~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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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서민 지음, 지승호 인터뷰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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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띠지 속에 있는 서민이라는 저자의 얼굴을 보면서도 나는 이 분의 얼굴이 생경하기만 했다꽤나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는 책 소개 글의 내용을 보면서도그가 현재 기생충학을 가르치는 교수라는 사실도 낯설었으며 기생충학이 있다는 사실마저도 신기하게 느껴졌으니그야말로 나는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는 백지 상태로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한 번의 결혼 실패에 대해서 물론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기에 일방적인 그의 의견에 치중해야 들어야 하는 그의 결혼 생활을 마주하게 되면서 그 뿐만 아니라 그의 전 부인이었던 그녀 역시도 힘든 시간들을 지내왔다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누가 잘하고 잘못하고를 논하기 보다는 이 안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다른 무엇보다도 결혼 적령기라는 숫자 안에 허덕이기 보다는 진정 나의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결혼이구나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불행한 결혼이 많은 이유는 결혼 적령기라는 것이 있어서 사람을 옭아매기 때문인 것 같아요사람이 이때 안 하면 못 한다는 생각 때문에 급하니까 대충 하는 것 아니겠어요결혼 적령기라는 말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죠 본문

   그의 개인적인 시간들을 지나서 의대를 전공했던 학부생을 넘어 그가 기생충학을 전공하게 된 연유와 현재 그가 하고 있는 일들을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것을 보노라면 그가 얼마나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과 즐거움을 안고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금새 이해하게 된다개인적으로 기생충이라고 하면 구태여 세상에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며 지저분하다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그가 말하는 기생충은 미워하기 보다는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기생충은 같이 공존하면서 이만큼만 주면 여기서 잘 살겠다’ 이런 거고바이러스는 우리가 널 다 먹겠다’ 이렇게 기본이 안 되어 있는 미개하고 진화상에도 밑바닥에 있는 애들이죠기생충이 정말 착하다는 증거가 오랫동안 약을 먹어왔는데도 전혀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겁니다회충약만 해도 벌써 30년 정도 먹어왔어요그런데도 회충은 지금도 최충약 한 알에 죽습니다이런 애둘이 없죠. –본문

 교수이기 이전에 의과대에 몸을 담았던 이이기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카더라 뉴스를 통해서 전달되고 있는 잘못된 의학상식들에 대해서도 꼬집으면서 톡소포자층에 대한 고양이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라든지 독일과 우리나라의 의료 혜택에 대한 이야기든지제약회사들의 횡포 등에 대해서도 일반인들이 콕 집어서 이야기 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해서 가감 없이 들려주고 있었다특히나 우리나라의 제약업계가 신약을 잘 개발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조언들을 들려주고 있다.

논문에도 열중하고 있지만 이전에 그가 책 블로거로서 유명했다는 야기를 들으며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공통적인 모습들을 발견하며 더욱 그가 친근하게 느껴진다책을 마주하게 되면서 그의 인생 역시도 달라졌다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가 전공하고 있다는 기생충학은 무엇인지그가 걸어오는 길 동안에 그에게 영향을 미쳤던 책들이나 일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마주하면 할수록 서민이라는 사람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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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열전 / 서민저


 

 

독서 기간 : 2014.06.0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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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2 : 자연 명승 편 - 김학범 교수와 함께 떠나는 국내 최초 자연유산 순례기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2
김학범 지음 / 김영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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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우리명승기행>이라는 제목을 마주하면서 명승이라는 단어가 생경하게만 다가온다. 국보, 보물, 문화재라는 단어로는 익숙하지만 명승이라니. 책의 목록을 보면서 경치 좋은 관광지로만 알고 있는 곳들이 명승인 곳이 꽤나 많았으며 이러한 명승이 문화재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면서 그야말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아름다운 경관이 있는 곳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곳들이 명승이었다니. 나와 같이 명승이라는 곳에 대해서 지나치고 있었던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책의 초반에 명승의 의미부터 그 동안 잘 모르고 지나쳤던 곳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명승은 국가 지정 문화재의 한 종목으로서, 사적이나 천연 기념물과 같이 동등한 법적 위상을 지니고 있는 문화재다. 이러한 사실을 국민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계도하고 홍보하는 일은 현재의 상황에서 매우 중요하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교육은 물론, 언론과 공공행정을 통해서 국민 모두에게 전파되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본문

 그저 아름다운 곳을 걸어보며 느끼고 그러한 곳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 전부인줄 만 알았던 나에게 저자는 그저 느끼는 것이 알아가는 것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명소에 대해서 배워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면서 그저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명소를 어떻게 읽고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문화는 문명이라는 물질명사에 대응하는 추상명사다. 문화는 물리적이지 않고 가시적이지 않으며 그 실체가 만져지지 않는 대상이다. 그래서 문화는 보는 것이 아니고 보이는 것이며, ‘읽는 것이 아니고 읽히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경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관이라는 텍스트에 담겨 있는 문화적 기호의 독해, 경관 읽기가 필요하다. –본문

 

순천만을 돌아다니면서도 그곳이 아름다운 관광지이자 습지 공원이 있는 곳으로만 알고 있었지 명승이라는 사실은 하루 종일을 돌아다니면서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갈대 숲 길을 걸어가면서 보이는 짱뚱어나 작은 게들을 보면서 이 뻘 안에 이토록 많은 생명체가 산다는 것에 대한 경이로움만을 느꼈을 뿐 그 어떠한 정보도 없이 그저 순천만을 거닐고 온 셈이었다.

두 번의 방문 동안 순천만은 도보로 걸어서 탐방하기도 하고 배를 타고서도 체험을 해보았으니 나름대로는 순천만에 대해 안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마주하게 된 순천만은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으며 그 동안 나는 그저 순천만의 겉 모습만을 보고서는 모든 것을 안다, 라고 자만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갈대 군락은 바닥이 아직 개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 많으며, 개펄의 가장자리에서 차츰 육화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갈대밭은 바다와 인접한 개펄 주변에 약 5.4km의 규모로 형성된 고 밀도의 갈대 단일 군락이다. 하천이 직강화되면서 토사의 유입량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습지 면적이 늘어나면서 생긴 것이다. –본문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관광지로 유명한 곳 이외의 생소한 곳들도 있었는데 쇠소깍이 그 중 하나였다. 제주도도 올해에 처음 가본 나로서는 서귀포 쪽은 제대로 돌아보지도 못했거니와 쇠소깍이라는 명칭마저도 낯설었는데 이름 안에 명소의 내용이 모두 담겨 있었다.

쇠소깍이란 효돈이라는 마을 이름의 옛말인 쇠돈의 와 웅덩이를 나타내는 ’, 그리고 을 의미하는 접미사 을 조합한 지명이다. 소 모양으로 생긴 하천 웅덩이의 끝정도로 해설할 수 있다. 하효마을에서는 이곳을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따라서 쇠소깍은 누운 소를 닮은 못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

아마도 다른 여행 책자에서 이 쇠소깍을 보았다면 그저 언젠가는 여행해봐야 할 명소로만 메모해 놨을 것이다. 이번 여름이든 내년 여름이든 여름 휴가 기간 동안에 찾아볼 곳으로만 봤을 테지만 이 책 안에서 쇠소깍을 마주하고 나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물론 이곳이 오래도록 보존 될 수 있도록 지켜야겠다, 라는 마음이 먼저 들게 된다.

그저 관광지가 아닌 명소로서 바라본 우리나라의 곳곳은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의미를 다시금 깨달으며 명소에 대한 탐방과 보존에 대해서 계속해서 안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이 책의 시리즈가 계속 되길 바라본다

 

아르's 추천목록

 

『우리 명승기행: 역사문화 명승 편』 / 김학범저

 

 

 

독서 기간 : 2014.06.0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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