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띠지 속에 있는 ‘서민’이라는 저자의 얼굴을 보면서도 나는 이 분의 얼굴이 생경하기만 했다. 꽤나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는 책 소개 글의 내용을 보면서도, 그가 현재 기생충학을 가르치는 교수라는 사실도 낯설었으며 ‘기생충학’이 있다는 사실마저도 신기하게 느껴졌으니, 그야말로 나는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는 백지 상태로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한 번의 결혼 실패에 대해서 물론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기에 일방적인 그의 의견에 치중해야 들어야 하는 그의 결혼 생활을 마주하게 되면서 그 뿐만 아니라 그의 전 부인이었던 그녀 역시도 힘든 시간들을 지내왔다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를 논하기 보다는 이 안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다른 무엇보다도 결혼 적령기라는 숫자 안에 허덕이기 보다는 진정 나의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결혼이구나, 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불행한 결혼이 많은 이유는 결혼 적령기라는 것이 있어서 사람을 옭아매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람이 이때 안 하면 못 한다는 생각 때문에 급하니까 대충 하는 것 아니겠어요? 결혼 적령기라는 말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죠 –본문
그의 개인적인 시간들을 지나서 의대를 전공했던 학부생을 넘어 그가 기생충학을 전공하게 된 연유와 현재 그가 하고 있는 일들을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것을 보노라면 그가 얼마나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과 즐거움을 안고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금새 이해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기생충이라고 하면 구태여 세상에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며 지저분하다, 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그가 말하는 기생충은 미워하기 보다는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기생충은 같이 공존하면서 ‘이만큼만 주면 여기서 잘 살겠다’ 이런 거고, 바이러스는 ‘우리가 널 다 먹겠다’ 이렇게 기본이 안 되어 있는 미개하고 진화상에도 밑바닥에 있는 애들이죠. 기생충이 정말 착하다는 증거가 오랫동안 약을 먹어왔는데도 전혀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회충약만 해도 벌써 30년 정도 먹어왔어요. 그런데도 회충은 지금도 최충약 한 알에 죽습니다. 이런 애둘이 없죠. –본문
교수이기 이전에 의과대에 몸을 담았던 이이기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카더라 뉴스’를 통해서 전달되고 있는 잘못된 의학상식들에 대해서도 꼬집으면서 톡소포자층에 대한 고양이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라든지 독일과 우리나라의 의료 혜택에 대한 이야기든지, 제약회사들의 횡포 등에 대해서도 일반인들이 콕 집어서 이야기 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해서 가감 없이 들려주고 있었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제약업계가 신약을 잘 개발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조언들을 들려주고 있다.
논문에도 열중하고 있지만 이전에 그가 책 블로거로서 유명했다는 야기를 들으며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공통적인 모습들을 발견하며 더욱 그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책을 마주하게 되면서 그의 인생 역시도 달라졌다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가 전공하고 있다는 기생충학은 무엇인지, 그가 걸어오는 길 동안에 그에게 영향을 미쳤던 책들이나 일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마주하면 할수록 서민이라는 사람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