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불멸의 신화
조정우 지음 / 세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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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영화의 모든 기록은 새로이 기록했다는 영화 <명량>을 보고 나서야 그 당시의 명량 해전이 얼마나 대단했던 것이었는지에 대한 실감을 하게 되었다. 물론 역사 교과서나 소설 등을 통해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오기는 했지만 실제 스크린을 통해서 그날의 명량 해전을 마주한 느낌은 뭐랄까. 그저 숫자 혹은 활자로만 알고 있었던 것들을 눈 앞에서 바라보며 실제 그 날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 있는 듯한 그 순간, 소름 끼칠 만큼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은 물론 이미 그 결말을 알고 있지만은 심장이 두근거려 보는 내내 가슴을 조리며 함께하고 있었다. 그렇게 영화관을 나와 일상을 보내는 틈틈이 이순신장군이 아니었더라면 과연 지금 우리는 이 모습 그대로 지내고 있었을까, 라는 질문들이 떠오르며 몇 번이고 도리질을 했는지 모르겠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고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시급한 것들이기에 어제를 돌아보는 일은 늘 나중에라는 핑계로 미뤄두기 마련이었다. 아마도 영화 명량이 아니었더라면 이순신 장군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나는 역사에 대해서 찾아봐야겠다는 시도조차 계속 내일로 미뤄 두고만 있었을 것이다.

 일전에 한 다큐멘터리에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을 본적이 있었는데 2323승을 거둔 그의 전략은 우리나라보다도 해외에서 더욱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리하여 외국에서는 이순신 장국의 전략들을 배우는 과목도 개설이 되었다는 것을 보았었는데, 우리는 잊고 있는 그날의 기록들을 우리보다도 외국에서 더욱 관심 갖고 있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경종을 울리게 한다. 이미 지나온 그날들은 역사라는 이름 안에 묻어 두는 것이 아닌 그날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었다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도 나는 이 책을 펼칠 수 밖에 없었다.

 조정우 작가의 <이순신 불멸의 신화>는 거북선 건조가 완료된 시점에서부터 이순신 장군이 타계한 노량해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한 편의 대서사시를 보는 듯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이순신 장군의 백성들을 지키고자 했던 간절한 마음은 물론 전투에 있어서 냉철한 그의 모습을 바로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

철갑을 씌운 저 육중한 거북선이 제대로 앞으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소.”
이억기가 남공심의 말에 동의하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서서히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거북선은 바다 가운데로 나가자 마치 나는 듯이 빠르게 물살을 가르며 질주했다. 수만의 군중들이 예상을 훨씬 뛰어 넘은 거북선의 속도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남공심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본문

 이순신 장군하면 거북선이 떠오르는 후대의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당시 거북선이 건조 되었을 당시만 해도 이 거북선은 생소한 외관은 물론 이전에는 시도해 본 적 없는 것이었기에 외려 근심어린 것이 아닐 수 없었나 보다. 그 안에 들어가는 원료의 수급은 물론 과연 이것이 전장에서 어떠한 활용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우려가 피어나고 있었는데 하지만 그 위엄은 곧 존재만으로도 힘을 주는 것은 물론 왜구에 있어서는 두려움에 떨게 했으니 거북선의 탄생과 함께 시작하는 이 소설의 등장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하기만 하다. 허나 이순신 장군인 이 거북선을 개발한 것으로 멈추지 않고 비격진천뢰, 신기전 등의 무기는 물론, 전투를 위한 계책들을 계속해서 펼쳐내고 있었으며 그 순간순간의 변화들을 쫓아가며 따라가는 동안 숨죽이며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조선시대의 모습을 보노라면 답답하기 그지 없는 순간들에 이미 지나온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한탄만이 흘러나온다. 왜군이 쳐들어오는 그 긴박한 순간 속에서 조정의 명을 받지 않았기에 출병을 해야 하는지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라던가, 요시라라는 인물이 귀순이라는 명분으로 이중간첩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 조차 그 한 인물의 이야기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들썩이는 것은 물론 당시의 선조가 조선이라는 나라의 왕으로서 행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그 당시의 정국이 얼마나 풍전등화와 같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답답하다 못해 참담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장군은 옥포해전부터 거북선이 출격하기 시작한 사천해전과, 배를 한 바퀴 회전시키는 기술을 보여줬던 당항포해전, 육지에서면 선보였던 학익진이라는 전술을 해상에 처음으로 도입했던 한산대첩 등 끊이질 않는 해전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함으로써 조선 해군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 수군은 일자진을 펼치며 왜군의 진영 앞으로 다가갔다. 200, 150, 100, 80, 70…. 조선의 함선이 일자진을 펼치며 점점 다가오자, 도도 다카토라가 다급하게 명을 내렸다.
 
사격 준비
!”
 
조선의 함선이 조총의 사정거리인 50보까지 다가오면 사격에 나설 참이었다. 승선해 있는 조총수 1000여 명이 조선의 함선을 향해 조총을 겨누는 순간이었다. 60보 거리에서 91척의 조선 함선이 일제히 멈추는 것이 아닌가! 왜병들은 어리둥절했다. 도도 다카토라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
 
조선놈들이 조총의 사정거리를 알고 있단 말인가!” –본문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이야기를 이순신 장군의 전투를 보며 다시금 깨닫게 되는데 매 전투마다 긴박했던 그 순간 그가 이끌어내는 전략들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라는 말 이외에 다른 것들을 덧붙일 수가 없게 된다. 긴박하다 못해 한 순간의 판단으로 자신을 포함한 수천의 수군과 그 뒤에 있는 수 만의 백성들의 목숨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매 순간 자신을 넘어선 무수한 기량을 펼쳐 매 전투에서 승리는 거머쥠으로써 조선을 지키는 것은 물론 왜군에게 있어서 그가 있는 동안 조선의 바다는 함부로 드나들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전하고 있다.

 이렇게 승승장구 하며 조선을 지키고 있는 그의 명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를 시기하는 세력들이 드러나게 된다. 전장 속에서 외부의 적을 물리치기도 버거운 시간 속에서 내부에서 서로를 공격하고 있는 모습이란. 자못 씁쓸하다 못해 안타까움만이 더해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이순신 장군은 백의 종군을 하게 되고 그의 어머니를 여의는 것과 동시에 이순신 장군이 그토록 지켜왔던 조선의 바다는 다시금 왜군의 손에 의해서 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내가 당시의 이순신 장군이었다면, 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후 겨우 돌아온 것이 이토록 가혹한 결과라면, 아마도 다시는 이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 누구를 위해 이 전락을 이겨내야 하는 것일까, 라며 모든 것을 놓고 유유히 떠나갔을 텐데 그는 그 순간마저도 원망이 아닌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었다.

 애초에 선조는 이순신이 이길 것을 기대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순신은 그 사실을 무인의 통찰력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이순신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임금을 원망하기보다는 상복을 입은 채 죽을 지 모르는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고 있었다. 이 당시, 부모님의 삼년상을 치르지 못하는 것은 불효였다. 이대로 죽는다면 불효자가 될 것이었다. 이순신은 눈물을 글썽인 채 저물어가는 하늘을 보며 기도했다.

 하늘이시여, 부디 저에게 이 나라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어머님의 삼년상을 치르고 죽을 수 있도록 인도하소서!’ –본문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그 명량해전을 지나 그가 마지막 고요히 잠든 노량해전까지 지나오다 보면 가히 그가 지나왔던 숨가빴던 전투가 가슴 깊이 새겨지게 된다. 23 23승이라는 믿을 수 없는 기록의 결과도 결과이지만 그가 매 전투 속에서 보여줬던 모습들은 승전보를 넘어서 어떻게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했는지에 대해서 경외심을 느끼게 한다.

 한 인간이자 조선의 장군이었던 그가 있었기에 조선의 바다는 여전히 우리의 품 안에 있는 것일게다. 이미 지나간 역사로만 묻어두기에는 그의 이야기들이 넘실거리는 이 책을 도저히 가만 둘 수가 없었다. 그래, 잊어서는 안될 우리의 역사이거늘. 이제서야 그 모습을 찾아본 나는 그저 송구하기만 할 따름이다. 그가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한참을 지난 지금에서야 그에게 감사함을 전해볼 뿐이다. 단편적인 그의 이름만을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이 아련함을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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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 김훈저


 

 

독서 기간 : 2014.09.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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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22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새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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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하다는 인간을, 이 안에서 마주한 그들의 모습은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태어나는 순간 축복 속에서, 모두가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지만 이 안에 마주한 그들의 모습은 과연 인간으로서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들이 떠오른다. 서로가 모두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만 전쟁이라는 비참한 상황 속에 서로를 위해 총과 칼을 겨누어야하고 한 명의 적군의 죽음은 아군에게는 승리에 도취되는 것을 느끼게 하는 이 아이러니 한 상황은 참혹함 속에 놓여있는 그 시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누가 누구를 속이는 그런 와중에 자신만의 행복을 쫓아 가는 이들을 보면서 인간은 선과 악을 알면서도 그것을 넘어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들을 보며 혀를 차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이들 모두는 허구가 아닌 우리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투영해서 만들어 놓은 것들이기에 그들을 보며 안쓰럽고 가련한 마음이 들면서 때로는 불편한 모습들을 마주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모습들을 마주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은 평화를 선사하는 아름다움과 힘으로 호흡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간은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서 이렇게 별이 총총한 가없는 하늘 아래 꼭 다투며 살아야 하는 걸까? 이 멋진 자연에서 마음속에 우너한과 복수심, 또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절명시키려는 욕심을 어떻게 품을 수 있는 걸까?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그 어떤 악한 것도 자연, 아름다움과 선의 가장 
직접적인 표현인 자연과 만나면 사라져 버려야 할 것만 같은데 본문

 과연 무엇을 위한 전쟁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두려움을 넘어서 어느 새 그곳에서는 죽음이 만연해 버린 모습이 전해지고 있다. 쉭쉭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터지는 포탄들 속에서 사람들의 죽음이 계속될 지 언정 어느새 그곳에서 익숙해진 군인들을 그 순간을 두려움보다는 즐기는 듯한 모습으로 보내고 있었다. “그래, 저들에게 겁을 주게라며 태연하게 말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이 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일까, 라는 생각에서부터 전쟁에 처음 나가게 된 소위는 그야말로 신나는 놀이에 함께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 와중에도 너무도 젊은 그 소위는 출정한다는 그 사실만으로 기뻐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되려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지 않았나, 젊다고!] 그가 저음의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 주제에 뭘 기뻐하나! 자주 출정하다 보면 기뻐할 수가 없어. 그중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부상을 당해. 그건 틀림없어. 오늘은 내가, 내일은 그가, 또 모레는 다른 누군가. 그런데 무엇 때문에 기뻐한단 말인가?] –본문

 전장에 오래 참관했던 대위가 말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는 이 모든 것들이 기뻐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것을 즉시하고 있었다. 이것은 땅따먹기 같은 즐거운 놀이가 아닌 그 누간가의 목숨을 거둬야지만 끝나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병사들이 두려움보다는 설렘을 안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처음에 포탄 소리와 총 소리를 듣게 된다면 다시금 그 소리가 울려 퍼지길 바라게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것은 마치 하늘에 울려 퍼지는 불꽃놀이처럼 느껴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곳에서 조금 만 더 있게 된다면 처참한 실상을 마주하게 된다. 진흙투성이 속에 함께 창궐하는 피와함께 부상자들이 하나 둘 늘어나게 되며 그 모습들을 마주한다면 다시금 잊을 수 없는 장면이 계속해서 머리 속을 떠오르게 될 것이다.

 전장에 대한 실상을 담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바보 이반>은 동화와 같은 구성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우리가 바보라고 규정 짓는 이반보다도 오히려 이반을 이용하기에만 급급하고 이반을 자신과는 다른 인간으로 취급하며 곁에 두는 것조차도 용납하지 못하는 주변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우리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니까 왜 안만들어 주겠다는 거냐고, 이 바보야]
[
왜냐하면 형 병사들이 사람들을 죽였으니까. 얼마 전에 내가 밭을 갈고 있는데 한 아낙이 울부짖으며 관을 끌고 가더라고. 누가 죽였느냐고 내가 물었지. 그랬더니 그 여자 말이, 전쟁터에서 세묜의 병사들이 남편을 죽였다는 거야. 난 병사들이 노래를 부를 줄 알았는데 사람을 죽였잖아. 더 이상은 안 만들어줘.] (중략)

[빼앗아 간 거지. 미하일네 집에는 암소가 있어서 그 집 아이들이 우유를 마실 수 있었어. 그런데 얼마 전에 그 집 아이들이 내게 와서는 우유를 달라는 거야. 내가 물었지. <너희 집 암소는 어디 가고?> 그랬더니 배불뚝이 따라스네 집사가 와서 엄마에게 금화 세 닢을 주고 암소를 가지고 가버려서 더 이상 마실게 없다는 거야. 난 금화를 가지고 놀려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에게서 암소를 빼았았잖아. 더 이상은 안 만들어줘.]-본문

 무수히 병사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무수한 황금을 채취할 수 있다면, 아마도 그자는 세계를 정복하려 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지난 역사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이반은 형들에게 그렇게 쉬이 세상을 탐닉하려는 모습에 더 이상은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의 땀으로 이 자신들의 것을 거둬들이라 주장하고 있다.

 단편들이라고는 하지만 그 안에는 꽤나 묵직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저 희화화된 그들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왠지 모르게 우리의 모습들이 오버랩 되어 계속 드러나게 된다. 아마도 이 안에는 그들의 이름을 한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기에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 라는 생각이 계속 드는 듯 하다. 다른 듯 하지만 닮은 우리가 어떤 모습인지. 이 책은 그 답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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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 이솝저

 

 

독서 기간 : 2014.09.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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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해줘, 레너드 피콕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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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들의 자살에 대한 소식이 하나 둘씩 들려오던 뉴스를 보며 아직 피어날 것이 한창인 아이들이 왜 저런 끔찍한 결말로 도달해야만 했을까, 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다. 물론 나는 그 학생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도 없이 그저 뉴스에서 처음 마주한 이 사회에 속해 있는 일개 어른 중 하나이지만 그 무수히 많은 어른 중 한 사람으로서 한 생명이 꺼져가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곤 한다.

 그래서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인 제너드 피콕의 자살을 예견하는 메시지를 보며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렇게 생을 마감해서는 안 된다,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넓고 깊단다, 라는 이야기를 읊조리며 그렇게 급하게 책을 읽어내려 갔다.

난 그냥 어른이 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알고 싶은 것 뿐이예요. 그게 다예요. 그래서 가장 우울해 보이는 어른이 출근하는 걸 따라가죠. –본문

고등학생 때 꽤나 멀리 학교를 다녔던 나는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더 일찍 전철을 타고 학교 갈 준비를 해야 했다. 이른바 러시아워 시간에 직장인들과 함께 출근을 해야만 했는데 전철에 자리하고 있는 직장인들 중 그 누구도 멀쩡히 눈을 떠서 가는 이들 없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정신 없이 잠든 그들을 보며 직장에 다니는 건 저렇게 힘든 걸까? 라는 생각을 해보곤 했었다. 고등학생인 나로서는 대학에 가고 번듯한 직장만 잡으면 모든 것이 완벽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내가 실제 마주한 세상은 제너드가 마주한 대로 의문투성이일 수 밖에 없는 어른들의 삶이었다.

 18번째 생일을 맞이한 제너드 피콕. 그는 부모님의 사랑도 그렇다고 친구들의 사랑도 받지 못하는 외톨이이다. 생일이라는 것만으로도 은근히 기대되는 그날의 시작이 제너드에게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작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할아버지가 제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로부터 획득한 권총으로 예전의 단짝이었던 애셔 빌을 죽이고 자살하려는 계획으로 그의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듣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 계획을 하고 잇는 제너드는 다행이도 폭주하는 전차 같은 느낌이 아닌 제발 단 한 명이라도 자신에게 생일 축하해라는 말을 전해준다면 이 모든 계획을 순순히 포기할 의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그는 이 세상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 누구라도 알아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지금까지의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네 명의 인물들을 찾아가 그들에게 선물을 하나씩 전해주고 있다. 그러니까 그는 자신의 존재를 마지막으로 알아주길 바라며 그들을 찾아가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상황을 알지 못하는 그들은 제너드의 이런 행동이 당혹스럽게만 다가온다.

한때 유명한 음악가였던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고 너무도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제너드의 어머니는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삶을 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니까 제너드는 부모로부터 어떠한 전화도 받지 못한 채 쓸쓸하지만 그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하나 씩 선물을 배달하고 있다.

보가트 영화를 보며 제너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월트 할아버지. 그는 제너드에게 있어 유대감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인물이었다. 그런 그에게 제너드는 영화 속 주인공이 썼을 법한 모자를 선물하게 된다. 또한 제너드에게 유일한 휴식과 같은 시간을 전해주었던 바백에게 할아버지가 남겨준 학자금을 전해주는데 애셔에게 당하고 있을 때 도와준 것은 물론 바이올린 선율로 헝클어진 그의 마음을 다독여 줬기에 제너드는 그에게 이 돈을 전하는 것이 합당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나름 설렘 가득한 첫사랑이 있었으니 바로 로렌이다. 그녀와의 첫 키스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제너드는 그녀에게 이미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은 십자가를 전한 후 그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죽은 시인의 사회 속 선생님과 같았던 실버맨을 찾아가 할아버지가 건네 준 훈장을 전하게 되는데 무언가 심상치 않은 그 모습을 보고 그는 규정에 어긋나지만 전화번호를 건네게 된다.

아마도 그건 오직 아이들만 깨닫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황홀경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날 밤 수백 명의 어른들이 술을 마시고 도박하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지만, 분명 그들 중 누구도 애셔와 나처럼 황홀한 느낌은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아마 그래서 어른들이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하고, 마약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스스로 빛나지 않으니까

어쩌면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그런 능력을 잃어버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애셔는 확실히 그렇게 돼 버렸다. –본문

 단 한 명의 손길이라도 있었더라면 제너드 피콕이 이런 어마어마한 계획을 세우진 않았을 것이다. 영원한 친구가 되기로 했던 애셔가 돌아서 오히려 그에게 적이 되어버린 순간, 제너드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것이 세상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는 그 암담함이 제너드를 이러한 궁지로 몰아넣었으리라. 이 엄청난 계획의 결말도 결말이지만 이와 같은 아이들이 더 이상은 발생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햄릿의 대사를 모두 외우고 그 안의 인물들의 마음을 모두 읽을 줄 알았던 아름다운 아이가 이 세상 속에 계속해서 빛날 수 있도록 이제 어른들이 그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 시간이여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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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 김려령저

 


 

 

독서 기간 : 2014.09.19~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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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딸들
랜디 수전 마이어스 지음, 홍성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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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덮고 나서 내가 무언가 답을 얻길 원했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객관식 문제를 풀 듯 이러한 상황에서의 답은 이것이다, 라는 결론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겨 결국 마지막 페이지까지 도달하긴 했지만 마지막에 얻은 것은 그저 계속해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었다.

 얼마 전 <제이컵을 위하여>라는 소설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소설은 어찌 보면 이 소설과 대조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살인마인 자신의 아들을 끝까지 변호하다가 결국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때 제이컵의 어머니가 선택했던 모습을 보며 그것이 자신이 아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하는 질문을 계속 되뇌게 했는데 이 <살인자의 딸들>은 살인자를 부모로 둔, 그러니까 살인자의 아이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서 살아가야 하는 자식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 둘의 비슷하지만 상대적인 모습들을 이 책을 통해 비춰보고 싶었고 그리하여 결국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안락하다거나 혹은 여느 드라마 속의 단란한 가정은 아니지만 메리와 룰루에게도 부모님의 아래 함께하는 집이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과거형으로만 그들의 기억 속에 아련한 기억의 조각으로 남겨져 있을 뿐이고 지금 그 아이들에게 남겨진 것은 살인자의 딸들이라는 주홍글씨뿐이다.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던 그들의 엄마 셀레스트는 다름아닌 그들의 아빠에 의해 살해 당하게 되는데 그 다급했던 현장에 있던 룰루는 윗집의 티니 아줌마에게 구원 요청을 하러 가는 사이에 이 모든 사건은 발생해 버리게 된다. 게다가 그녀의 동생 메리마저도 가슴에 상처를 얻게 되었으니, 아빠가 오면 절대 문을 열면 안 된다라는 말을 어긴 대가로 어린 룰루가 받아야 하는 상처와 고통은 너무도 큰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날 이후 메리는 병원 침대에 홀로 남겨져 있어야 했으며 룰루는 외할머니 댁에 머물게 되지만 그 누구도 이들 자매에 따스한 손길로 보듬어 주는 이들이 없었다. 물론 그 주변 이들도 이 모든 상황이 갑작스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자신의 아끼던 딸을 잃게 된 루비 할머니와 갑작스레 동생을 잃은 실리 이모와 한 순간에 살인자로 감옥에 가게 된 아들을 두게 된 젤다 할머니. 그리고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른 채 남겨져 버린 두 아이들. 이 모든 것은 그들을 감싼 모든 이들을 공황상태로 몰아 넣었으며 그리하여 이 가족은 서로를 마주하지 않은 채 외면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으며 그리하여 이 자매는 혈혈단신 그 누구의 딸들도 아닌 버려진 아이들마냥 보육원에 남겨져야만 했다.

 내가 집에 있었다면 아빠는 나도 해쳤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메리와 엄마를 해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숨지 않았더라면.
 
아무튼 그건 내 잘못이었다. 내가 아빠를 집 안으로 들였으니까
.
 
아빠는 지금 힘들어
?”
 
나는 손끝으로 팔에 그만이라고 적으며 눈물을 참았다. “무척 힘들어. 지금 구치소에 있어.” (중략
)
 
엄마도 아빠랑 구치소에 있어?” 메리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 
 
동생에게 사실대로 말하는 건 동생을 때리는 것만큼 비열한 짓 같았지만, 동시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엄마는 다쳤어. 아주 심하게. 엄만 죽었어.” –본문

 자신이 아니었으면 엄마가 세상을 떠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며 메리 또한 다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 이렇게 보육원 생활을 하며 매 순간 날카롭게 눈을 치켜 뜨고 있어야 하는 경우도 없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유약한 메리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평범한 10대를 보냈을 것이다. 모든 비극이 나로서 비롯되었다는 압박감은 룰루를 평생 따라다니고 있었으며 오롯이 혼자 남은 메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과 또 이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양가적 감정은 룰루를 평생 따라다니게 된다.

그러면서 언니는 내 상처 자국을 손으로 만졌다. “너 머리가 이상한 거 아니야? 도애체 왜 가는 거야?”
 
할머니가 원하니까
.’
 
아빠에겐 내가 필요하니까
.’
 
내가 가지 않으면 아빠가 어떻게 할 것 같아, 언니
?’
 
나는 내가 가서 아빠를 기쁘게 해 주지 않으면 상황이 훨씬 더 나빠질까 두렵다는 걸 어떻게 언니한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언니는 그런 일에 관해선 걱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 –본문

그와 반대로 피해자로 남겨진 메리는 여전히 그날의 아빠를 잊을 수가 없다. 자신을 향해 칼을 내리 꽂던 아빠는 대체 무엇을 위해 그날의 일들을 감행한 것일까. 이 모든 것을 당시 너무 어렸던 메리가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메리는 그 순간의 것들을 기억하고 있다. 두렵기도 하고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메리는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지만 그 어렸던 나이에도 메리는 자신을 끔찍하게 아끼던 아빠를 매주 찾아가지 않으면 언젠가 언니인 룰루가 아빠로부터 위험에 빠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빠를 찾아가고 있다. 그러니까 이 자매는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혈육인 서로를 각자의 방식으로 지키고 있었고 그 방식은 서로에게 이해를 받고 여부를 떠나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그들 스스로 할 수 있는 방어막이었던 셈이다.  

 그녀들의 할머니는 물론 그들의 유일한 이모인 실라는 그 아이들을 마주한 순간 동생인 셀레스트가 떠오른다며 그들이 보육원에 있는 동안 단 한번도 찾아오지 않는다. 세상에 홀로 내동댕이 쳐진 듯한 이 상황 속에서 룰루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메리와 함께 이 곳을 벗어나는 것이었으며 그 유일한 동아줄은 당시 보육원에 봉사를 나오던 코헨 부인을 통해 그들을 그 보육원을 벗어나게 되지만 그것이 그녀들의 상처를 치유해주지 않는다. 단지 가족과 가족이 아닌 사람과의 관계를 인지하게 하는 나날들로만 변모하게 될 뿐이다.

 우리는 과거의 덫에 걸려 있었다. 마흔한 살과 서른 여섯 살인데도 오래전에 끝난 부모의 전쟁에 갇힌 죄수들이었고, 여전히 악몽 같은 기억에 갇혀 있었고, 은밀한 시선을 주고 받았고, 사람들에게 알린 비밀과 숨긴 비밀이 스치듯 지나갔다. –본문

 이 소설은 메리와 룰루의 시각을 각각 보여주며 그녀들의 유년시절, 10, 20,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헨리 부부의 아래서 비로소 벗어날 꿈을 꾸던 룰루는 의과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이제는 어엿한 두 딸의 엄마이자 가정의 주인공이 된 그녀는 아직까지도 지난 상처에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도 모를 두려움을 안고 있었으며 그 두려움을 인식이라도 하듯, 그녀의 큰딸인 카산드라는 이상 증후를 보이게 된다. 그럼에도 무언가 틀을 갖추어 살고 있는 룰루와는 달리 메리는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때는 마약에 손을 대고 술에 취해 있던 그녀는 현재 자신과 같은 이들을 돕는 치료사로 활동하고 있으나 여전히 유부남 퀸과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녀를 유일하게 감싸주려 하는 남자와의 관계는 흐지부지되고 있다. 여전히 언니인 룰루의 곁에 있어야만 자신의 존재가 인정된다 생각하는 그녀 역시도 아직 불완전한 상태였다.

 사건은 갑작스레 발생하게 된다. 그녀들이 몇 십 년 동안 꾹꾹 봉해 놓았던 금기된 비밀이 한 순간에, 모든 곳을 통해 발설되게 된다. 결국 그녀들은 어떻게 되더라도 벗어날 수 없는 살인자의 딸들이라는 것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며 그 동안 그녀들이 안고 있었던 문제인, 아버지에 대한 허심탄회 한 마음과 그들을 버렸던 이들에 대한 분노에 대한 문제를 즉시하며 그녀들을 다시 내일을 준비하려 하고 있다.

아빠는 내게서 너무 많은 걸 앗아 갔다. 엄마와 가족을 빼앗아 갔다. 내가 원하던 삶은 상상 속먼 곳에 있었지만 나는 지금 아빠의 집에서 내 눈동자와 똑 같은 아빠의 눈동자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나는 두려움도, 떠날 용기도 없었다. 언젠가는 조카들이 외할아버지를 만나려 할 것이고 아이들을 데려간다 해도 언니의 마음속엔 분노가 응어리져 있을 것이었다. (중략)

엄마 유품을 모두 집으로 가져오겠다고 말했어. 너와 날 위해서. 우린 준비가 됐고 이제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야. –본문

이제 드디어 그녀들은 스스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들 안에는 살인마의 피가 흐를 것이라는 모든 이들의 시선에 벗어나기 위해서 그 누구보다도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도, 자신들의 이름을 남기지 않기 위해 남편의 성을 따를 수 있는 결혼식 날에 가장 행복한 선물을 받았다며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도 아닌 오롯이 메리와 룰루만이 마지막에 남겨져 있다. 그들의 아버지의 죄는 그녀들이 살아가는 동안 지워지지 않을 것이었지만 이제서야 비로소 그녀들은 그 주홍글씨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그래, 확실하게 이제부터 그녀들은 다른 삶을 살 거야, 하는 식의 이야기는 없지만 나에게 그녀들의 마지막은 그렇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마주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얽히고 설킨 그녀들의 삶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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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컵을 위하여 / 월리엄 랜데이저

 


 

 

독서 기간 : 2014.09.20~09.2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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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꺼내 보는 아버지의 편지
마크 웨버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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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얼마 전 힐링캠프에 출연했던 신애라씨는 일기를 쓰며 자신의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으며 이것이 자신이 세상을 떠났을 때 아이들에게 전해줄 이야기라는 보면서 과연 그 안에는 얼마나 따스한 이야기들은 물론 때론 냉철한 시선으로 본 엄마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당연히 곁에 있기에 내일도, 아주 먼 미래에도 부모님이 함께 계실 것이라 생각하지만 우리 모두 그 시간은 한정적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기에 그저 그 사실이 아련하기만 한대, 이 책의 주인공인 마크 웨버에게는 그 사실은 더욱 통탄스러웠을 것이다. 그의 몸에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암세포가 퍼져 있었고 그에게는 아직 어린 세 아들과 아내가 있었으며 이제부터 조금 더 그들의 삶을 행복하게 보내리라는 다짐을 한 순간 그에게 이런 청천벽력과 같은 일들이 밀려들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머리 속으로 그려 보아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답을 구할 수 없을 것만 그 순간에 마크 웨버는 자신의 몸에 잠식하고 있는 암세포와 싸우는 것은 물론 평생을 통해 아이들에게 들려주려 했던 이야기들을 이 안에 고스란히 담아 놓고 있었다.

군복을 입고 있을 때 혹은 전동기계를 어깨에 메고 나뭇가지를 자르고 있을 때 얼핏 천하무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솔직히 이 아빠는 죽어가고 있단다. 그래서 너희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줄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중략)

매슈의 말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아빠 스스로 얻어낸 거야. 그러니 나의 이야기는 너희가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본보기가 아니란다. 무수한 수의 경로 가운데 한 가지 예에 불과해.

너희는 어느 길을 가야 할까? –본문

그 역시도 오랜 시간, 아이들의 곁에서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때론 다투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웃고 떠드는 일상을 자연스레 생각했지만 앞으로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될지 확언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그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그러니까 아이들이 그를 통해서 듣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현재 지금의 모습까지를 빠짐없이 담아 놓고 있었는데, 어쩌면 다시 없을 기회가 될 이 한 줄 한 줄의 이야기 안에는 그의 애잔함이 스며들어 있다.

그저 점검 차 들렀던 병원에서 암세포가 너무 많이 이전되어 있기에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아 이제서야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들을 보내보려 했던 그에게 들려온 이 비보 앞에서 그는 담담하게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먼저 전해주고 있었고 그렇게 시작된 그의 이야기는 유년시절의 기억부터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할머니가 휠체어와 안락의자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15년 동안 봤어요. 이렇게 고통스러운 삶을 매일 살아갈 수 있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게 뭐예요?”
 
할머니는 웃지도 대답하지도 않았어. 그저 움직일 수 있는 쪽팔을 들어 주워 벽을 가리켰지. 거실의 사방 벽에는 200개가 넘는 사진 액자가 빼곡히 걸려 있었단다. 할머니의 자식들과 그 모든 결혼식, 서른 명이 넘는 손자들, 그 손자들의 결혼식 그리고 증손자들의 사진까지 말이야. 할머니에게는 편안한 길이라는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았지만, 고난과 도전의 중압감과 채찍을 견디는 의미를 스스로 찾아내셨던 거지. –본문

그가 보기에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저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던 할머니의 삶은 도무지 견뎌낼 수 없는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하루 정도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는 시간이 좋겠지만 무려 15년이 넘는 세월을 그저 우두커니 있어야만 한다니. 도무지 내 것이 될 일 없기를 바라는 그 모습을 오랜 시간 살아오신 할머니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견디는 법을 체득하고 계셨고 그 기저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그렇게 어느 새 그 역시도 병원에서 환자의 모습으로 아이들을 마주해야 하는 그 순간이 도래했을 때에도 견디기 힘든 일들이 늘어가는 와중에도 냉철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어떻게 아이들의 엄마인 아내를 만나게 되었는지, 그가 참전했던 전쟁의 순간 속에서 그가 마주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아내에게 자신이 잘못했던 것들을 무엇이었는지 등 그가 지내왔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앞으로 그가 볼 수 없을 그 순간들, 그러니까 아이들이 장성해서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그 속에서 또 하나의 가장이 되어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그 순간들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가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이라크에 참전하게 되면서 먹어야만 했던 파리가 가득한 양고기를 마주하면서도 벗어나고 싶었던 그 순간을 지내왔던 법이라든가 엄마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달려와 왜 싸우는지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그때 다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읊조리는 그의 모습은 강인하면서도 그래서 더 서글프게 느껴지는 듯 하다.

너희가 슬퍼할 때나 화가 났을 때, 아빠가 웃겨주던 때를 기억하니? 내가 너희 입을 열려고 애쓰면 너희는 웃음이나 미소가 새어 나오지 않게 입을 꼭꼭 막고는 했지. 너희는 웃지 않으려고 했어. 다들 울게 놔두는 게 훨씬 더 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구나. 하지만 웃게 놔둘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번 보렴. –본문

인생이 그의 뜻대로 되지 않듯, 그의 아이들도 그가 겪었던 마주치지 않길 바라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 힘겨운 순간, 그는 언제나 아이들의 버팀목이 되어 뒤에서 묵묵히 자리하고 싶었을 테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기만 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는 눈물을 흘리는 대신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남겨질 모든 이들을 위해 그의 인생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더 이상 그의 환한 웃음을 볼 수는 없겠지만 그의 따스한 이야기는 언제든지 마주할 수 있다는 것에서 아이들은 물론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위안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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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 편집부저

 


 

 

독서 기간 : 2014.09.16~09.1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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