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하다는 인간을, 이 안에서 마주한 그들의 모습은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태어나는 순간 축복 속에서, 모두가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지만 이 안에 마주한 그들의 모습은 과연 인간으로서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들이 떠오른다. 서로가 모두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만 전쟁이라는 비참한 상황 속에 서로를 위해 총과 칼을 겨누어야하고 한 명의 적군의 죽음은 아군에게는 승리에 도취되는 것을 느끼게 하는 이 아이러니 한 상황은 참혹함 속에 놓여있는 그 시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누가 누구를 속이는 그런 와중에 자신만의 행복을 쫓아 가는 이들을 보면서 인간은 선과 악을 알면서도 그것을 넘어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들을 보며 혀를 차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이들 모두는 허구가 아닌 우리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투영해서 만들어 놓은 것들이기에 그들을 보며 안쓰럽고 가련한 마음이 들면서 때로는 불편한 모습들을 마주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모습들을 마주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은 평화를 선사하는 아름다움과 힘으로 호흡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간은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서 이렇게 별이 총총한 가없는 하늘 아래 꼭 다투며 살아야 하는 걸까? 이 멋진 자연에서 마음속에 우너한과 복수심, 또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절명시키려는 욕심을 어떻게 품을 수 있는 걸까?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그 어떤 악한 것도 자연, 아름다움과 선의 가장 직접적인 표현인 자연과 만나면 사라져 버려야 할 것만 같은데 –본문
과연 무엇을 위한 전쟁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두려움을 넘어서 어느 새 그곳에서는 죽음이 만연해 버린 모습이 전해지고 있다. 쉭쉭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터지는 포탄들 속에서 사람들의 죽음이 계속될 지 언정 어느새 그곳에서 익숙해진 군인들을 그 순간을 두려움보다는 즐기는 듯한 모습으로 보내고 있었다. “그래, 저들에게 겁을 주게”라며 태연하게 말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이 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일까, 라는 생각에서부터 전쟁에 처음 나가게 된 소위는 그야말로 신나는 놀이에 함께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 와중에도 너무도 젊은 그 소위는 출정한다는 그 사실만으로 기뻐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되려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지 않았나, 젊다고!] 그가 저음의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 주제에 뭘 기뻐하나! 자주 출정하다 보면 기뻐할 수가 없어. 그중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부상을 당해. 그건 틀림없어. 오늘은 내가, 내일은 그가, 또 모레는 다른 누군가. 그런데 무엇 때문에 기뻐한단 말인가?] –본문
전장에 오래 참관했던 대위가 말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는 이 모든 것들이 기뻐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것을 즉시하고 있었다. 이것은 땅따먹기 같은 즐거운 놀이가 아닌 그 누간가의 목숨을 거둬야지만 끝나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병사들이 두려움보다는 설렘을 안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처음에 포탄 소리와 총 소리를 듣게 된다면 다시금 그 소리가 울려 퍼지길 바라게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것은 마치 하늘에 울려 퍼지는 불꽃놀이처럼 느껴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곳에서 조금 만 더 있게 된다면 처참한 실상을 마주하게 된다. 진흙투성이 속에 함께 창궐하는 피와함께 부상자들이 하나 둘 늘어나게 되며 그 모습들을 마주한다면 다시금 잊을 수 없는 장면이 계속해서 머리 속을 떠오르게 될 것이다.
전장에 대한 실상을 담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바보 이반>은 동화와 같은 구성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우리가 바보라고 규정 짓는 이반보다도 오히려 이반을 이용하기에만 급급하고 이반을 자신과는 다른 인간으로 취급하며 곁에 두는 것조차도 용납하지 못하는 주변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우리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니까 왜 안만들어 주겠다는 거냐고, 이 바보야] [왜냐하면 형 병사들이 사람들을 죽였으니까. 얼마 전에 내가 밭을 갈고 있는데 한 아낙이 울부짖으며 관을 끌고 가더라고. 누가 죽였느냐고 내가 물었지. 그랬더니 그 여자 말이, 전쟁터에서 세묜의 병사들이 남편을 죽였다는 거야. 난 병사들이 노래를 부를 줄 알았는데 사람을 죽였잖아. 더 이상은 안 만들어줘.] (중략)
[빼앗아 간 거지. 미하일네 집에는 암소가 있어서 그 집 아이들이 우유를 마실 수 있었어. 그런데 얼마 전에 그 집 아이들이 내게 와서는 우유를 달라는 거야. 내가 물었지. <너희 집 암소는 어디 가고?> 그랬더니 배불뚝이 따라스네 집사가 와서 엄마에게 금화 세 닢을 주고 암소를 가지고 가버려서 더 이상 마실게 없다는 거야. 난 금화를 가지고 놀려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에게서 암소를 빼았았잖아. 더 이상은 안 만들어줘.]-본문
무수히 병사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무수한 황금을 채취할 수 있다면, 아마도 그자는 세계를 정복하려 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지난 역사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이반은 형들에게 그렇게 쉬이 세상을 탐닉하려는 모습에 더 이상은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의 땀으로 이 자신들의 것을 거둬들이라 주장하고 있다.
단편들이라고는 하지만 그 안에는 꽤나 묵직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저 희화화된 그들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왠지 모르게 우리의 모습들이 오버랩 되어 계속 드러나게 된다. 아마도 이 안에는 그들의 이름을 한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기에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 라는 생각이 계속 드는 듯 하다. 다른 듯 하지만 닮은 우리가 어떤 모습인지. 이 책은 그 답을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