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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라는 아이
라라 윌리엄슨 지음, 김안나 옮김 / 나무옆의자 / 2014년 11월
평점 :

어릴 적, 어른들의 세계를 보면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종종 있었다. 서로 사랑하기에 결혼했다지만 싸우는 부모님을 보며 대체 왜 사랑한다며 싸우는 것인지, 왜 나는 첫째로 태어나서 동생보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을 수 없는 것인지, 왜 어른들은 아이들의 생각은 들어보지도 않고 그들의 생각이 맞다고만 하는 것인지, 신호등을 파란 불이라 하며 하늘도 왜 파란색이라 하는지 등등, 어렸을 때의 나는 어른들이 이해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었으며 지금은 그러한 순간들이 점점 줄어들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선 아마도 동심을 잊고서는 어른들의 세계로 진입한 것 때문일 것이다.
<호프라는 아이>는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로서 호프가 원하는 소원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이지만 어느 순간 ‘닌자 그레이스’로 변해서 호프를 공격하기만 하는 그녀가 아주 멀리 떨어진 대학에 들어가 1년에 한 번만 볼 수 있기를 바라거나 호프의 개인 찰스 스캘리본즈가 매번 토하지 않길 바란다거나, 셜록 홈즈를 너무도 존경하던 그가 살았다던 베이커가 221b번지에 살거나 무엇보다도 4년만에 TV에서 본 아빠와의 재회를 너무도 기다리고 있다.
아빠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 사실, 아빠는 영원히 가버린 것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왜냐하면 일곱 살 때 나는 ‘영원히’가 일주일이라 한 달 동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나 잘못 알았던 것이다. 영원히는 ‘영원히’라는 의미였다. –본문
엄마와 싸운 후로 집을 나간 아빠는 아무 소식이 없다. 여덟 살 때 아빠로부터 생일 카드가 오기만을, 아홉 살이 되던 해 ‘아홉 살이 되는 건 괜찮은 일이야’라고 쓰인 카드가 오길. 그렇게 매년 호프는 아빠의 카드가 오길 바랐지만 실상 호프의 손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며 TV속의 아빠는 활기찬 모습을 하면서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하여 아빠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자신의 상황들을 알려주며 본격적으로 아빠를 찾기 위한 ‘바스커빌 작전’을 시행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호프는 누나와 함께 ‘라시헨 바흐 작전’도 감행하게 되는데 엄마의 새 남자친구인 빅 데이브에게 아내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다. 이렇게 2가지의 작전을 펼치는 동안 그는 아빠에게 또 다른 아들이 있다는 것과 누나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 조와의 관계 때문에 크리스토퍼와 점점 어긋나게 되는 등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호프의 앞을 가로막아 하나 둘 나타나게 된다.
“거기 있는 게 파파라치라면 큰일 날 거야. 이런 일은 불법이야. 미성년자를 염탐할 수는 없다고. 아무리 나의 아빠가 유명인이라고 해도 말이야.” 나의 아빠? 너의 아빠? 우리의 아빠? –본문
전전긍긍하며 조금씩 비밀을 파헤쳐가는 호프의 행보도 행보이지만 그 안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들을 보노라면 한편으로는 호프가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에게는 이 하나하나가 세상을 마주하게 되는 하나의 방법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눈물 한 줄이 뺨으로 흘러내린다. 이것이 아빠에게 하는 마지막 작별 인사라는 것을 알기에. 그렇다, 아빠는 내가 일곱 살일 때 계단에서 나에게 작별 인사를 했지만 나는 이제야 작별 인사를 할 기회를 가졌다. 그렇다고 내가 아빠를 잊을 거라는 말은 아니다. 나는 잊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아빠는 언제나 내 인생의 작은 퍼즐 조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본문
아빠와 함께하고 싶다는 아이의 소망은 결국 오래 이뤄지지는 못했지만 호프가 아빠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는데 데이브는 물론, 데이브의 아들이자 그의 친구인 크리스토퍼, 그리고 새로 생긴 가족들이 그의 주변에 함께하고 있다.
호프의 눈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와 그가 이 시간 동안에 아빠를 찾기 위해 벌이는 여정을 보노라면 작은 발걸음의 천진난만함에 빠져 보다가, 안쓰러워 고개를 갸웃하다가 또 어느 새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아이의 이름처럼, 앞으로의 날들에는 그의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들만이 가득하기를, 호프와 함께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기원해본다. |
What Maisie Knew / Henry James저
독서 기간 : 2014.11.22~11.23
by 아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