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간 - 일러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호세 무뇨스 그림 / 미메시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알베르 카뮈의 이야기를 책으로 처음 접한 것은 <이방인>이었으나 <시지프스 신화>는 책으로 마주하기 이전부터 그 내용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어찌되었건 이방인으로 시작된 그와의 조우는 희한하게도 거듭하면 할 수록 과연 나는 카뮈를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구심으로 키워져갔고 그래서 매번 다시 그의 이야기를 마주하곤 하지만 늘 책을 덮을 때면 이전과는 또 다른 그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금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고자 하던 나로서는 이 <일러스트 최초의 인간>은 그를 향한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기회로 보였고 그리하여 냉큼 그의 손을 잡았으며 그를 향한 물음표들이 조금씩은 줄어들 수 있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마흔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인해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된 카뮈가 마지막 그 순간을 거슬러 6개월 전부터 모든 것을 담아 그리려고 했다는 이 <최초의 인간>은 카뮈 스스로 그의 모든 것들 담으려 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물론 그가 원하는 대로 그의 모든 것을 담아 놓기 전에 미완성으로 남아버린 안타까운 작품이기는 하나, 그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 그 자신에 대해서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는 것에서 이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들의 시초이자 마지막으로 자리한 것에서 카뮈를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어봐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노벨 문학상을 탄 그이지만 그의 원고를 읽을 수 없는 어머니를 보면서 그는 어떠한 상념들이 스쳐지나갔을까. 작가로서 더할 나위 할 수 없는 영광을 누리고는 있으나 그 순간을 오롯이 함께 누릴 수 없었던 그 순간 그에게 드리워진 현실은 오히려 모든 것을 얻었지만 허망하게 느껴졌을 지 모를 일이다. 어머니로부터 전장에서 전사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아마도 그는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이 현재의 자신을 찾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는 이 여정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의 이름과 그 연대에서 몸을 뗄 수가 없었다. 저 묘석 밑에 남은 것은 재와 먼지 뿐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기이하고 말 없는 생명으로 다시 살아난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또 다시 아버지를 버려 둔 채, 사람들이 그를 던져 넣고 나서 그래도 방치했던 저 끝도 없는 고독을 오늘밤에도 여전히 따르도록 남겨 둔 채 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본문

이미 자신의 나이를 훌쩍 넘어버린 아버지의 묘지 앞에서, 자신보다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그 젊은 청년이 바로 자신의 아버지였다는 것은 아마도 직접 그 상황에 있어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그저 가늠해볼 수 밖에 없는 순간일 것이다. 아버지이지만 아버지라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자신보다 어린 어느 청년을 잃어버린 기분. 그것은 형언할 수 없는 또 다른 슬픔으로 그에게 젖어들고 있다.

열여섯 살이 되어도 스무살이 되어도 아무도 그에게 말을 해주지 않았고 그는 혼자서 배우고 혼자서 있는 힘을 다하여 잠재적 능력만을 지닌 채 자라고 혼자서 자신의 윤리와 진실을 발견해 내고 마침내 인간으로 태어난 다음 이번에는 더욱 어려운 탄생이라고 할, 타인들과 여자들에게로 또 새로이 눈뜨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 고장에서 태어나 뿌리도 신앙도 없이 살아가는 법을 하나씩하나씩 배우려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이 결정적인 익명성으로 변한 나머지 자신들이 이 땅위에 왔다가 간 단 하나의 거룩한 흔적인 지금 공동묘지 안에서 어둠에 덮여 가는 저 명문을 읽을 수도 없는 묘석들마저 없어져 버릴 위험이있는 오늘, 모두 다함께 다른 사람들의 존재에 눈뜨며 새로이 태어나는 법을, 자신들보다 먼저 이 땅위를 거쳐갔고 이제는 종족과 운명의 동지임을 인정해야 마땅할, 지금은 제거되고 없는 정복자들의 저 엄청난 무리들에 눈뜨며 새로이 태어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되듯이. –본문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넘어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했떤 당시의 사회상을 보노라면 수 많은 개인들은 자신들의 홀로 내린 뿌리를 기반으로 인해 살아남아야만 했다. 그것은 카뮈가 당면했던 모습과도 너무나 비슷한 것들이었으며 그렇게 자크가 홀로서기를 위해서 바등거리며 살아왔듯이 카뮈는 그를 통해서 홀로서기를 하고 있던 모든 이들을 '최초의 인간'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완성 작품이기에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이전의 다른 작품들보다도 좀 더 진솔한 카뮈를 마주하게 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확언을 들을수는 없지만 그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그를 마주할 수 있는 이 시간이 그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또 다른 하나의 숙제가 주는 설렘이 주어진 것이라 생각되기에 앞으로 몇 번 더 읽어보며 또 다른 길을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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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 알베르 카뮈저

독서 기간 : 2014.11.18~11.2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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