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의자에 기대어 하염없이 울고 있는 여자와 그녀를 뒤 돌아서 낙담한 채 서 있는 남자가 그려진 표지를 보면서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번 작품 안에서 무엇을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 라는 호기심을 안고서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무언가 감당할 수 없을 만한 사연을 지녔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30여년의 시간을 두고서 과거가 현재의 그들을 향해 시퍼런 칼날을 휘두르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으며 과연 내가 한나였더라면,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라는 말을 계속 되뇌며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한나, 라는 자신의 이름보다도 베트남전 반대운동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교수 아버지와 화가로서 이름을 널리 떨치고 있는 어머니의 그늘에 있는 그녀는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부러운 배경을 안고 있는 행운아겠지만 실제 그녀 스스로는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것은 물론 그들에게 인정받으려 하고 있었지만 실제 돌아오는 것은 날카로운 직설들이었다.

저는 절대 결혼 같은 건 안 할래요
대학생활을 시작하기 직전 내가 엄마에게 선언하듯 내뱉은 말이었다. 엄마가 특유의 독설을 아빠에게 퍼붓고 난 직후였다. 엄마의 독설은 아빠가 자리를 피하고 나서도 계속 이어졌다. 아빠가 위층 서재로 올라가 음악을 크게 틀었고, 엄마는 그 음악소리 때문에 아무리 독설을 퍼부어봐야 허사라는 걸 깨닫고 제풀에 입을 다물었다. –본문

이 관계 속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빠르게 그녀만의 삶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있는 자리 안에서는 도무지 결혼에 대한 따스함을 느낄 수 없었던 그녀였지만 이 곳을 벗어나야만 그녀는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에 의대생 댄을 만난 후 빠르게 결혼까지 서두르게 된다. 그렇게 댄과 함께 하며 펠헴으로 이동하게 되고 점점 바빠지는 댄과 펠헴에서 쳇바퀴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한나는 다시금 자신이 속한 이 세계가 또 다시 자신을 압박하는 것을 알게 되지만 제프리의 존재가 있기에 그녀는 그 곳에서의 삶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그렇게 특별한 일이라곤 없는 펠헴에서의 나날 속에 훗날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일이 발생하게 되는데 저슨의 등장은 그녀의 삶에 있어서 며칠 동안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것을 넘어 몇 십 년 후 그녀의 삶을 통째로 흔드는 계기가 된다. 물론 당시의 그녀는 현재의 자신 앞에 있는 이 문제만이 사라지길 바라며 매일매일을 숨죽여 지내왔으며 그 결과 2003년의 그녀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도 완벽한 것처럼 보인다.

의사로서 입지를 다져온 댄, 변호사로 성장한 제프리, 펀드회사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는 리지까지. 현재 한나가 속해 있는 가정은 그 누가 보아도 부러워할 만한 곳에 살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리는 일이 발생하게 되니 그것은 바로 리지의 실종사건이다. 어느 날 사라져 버린 딸의 흔적들을 찾아 가다 보면 가족이자 어머니이기에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막연한 믿음은 점차 흔들리게 되고 게다가 그녀의 삶에 다시는 등장하지 않길 바랐던 저슨과의 일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지금까지 그녀가 지켜왔던 모든 것들이 한 순간의 물거품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인생이란 일상의 사이사이로 섬광처럼 번쩍이다가 지나가는 순간에 불과했다. 불행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설레는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나 오늘 하루를 도 즐겁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하루하루를 그저 순탄하게 지낼 수 있기만 바랐다. 물론 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어느 정도 간직해 왔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려고 애써왔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다.’ –본문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그 순간까지 한나는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 남편과 아들 모두 돌아서 버린 그 순간, 그리고 세상 모든 이들이 그녀를 손가락질 하고 있는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날 자신의 잘못을 즉시하고 마주하려 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순간 서있는 것도 버겁게만 느껴질 그 때임에도 굳건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그녀를 보며 과연 나는 그럴 수 있을까, 하는 경외심을 가져본다.

앞으로 그녀가 어디로 나아갈지 모르겠지만 그녀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길을 향해 오르는 프랑스로의 여정은 지금보다는 빛이 나지 않을까. 더 이상 날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그 순간 도약을 하려 하는 그녀의 몸짓이 아련하면서도 응원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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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데이즈 / 더글라스 케네디저


독서 기간 : 2014.11.17~11.2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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