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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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도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동료들이 그를 추모하는 뜻에서 중세 문헌을 대학 도서관에 기증했다. -본문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서막에서도 알려주고 있다시피 그의 인생을 요약해서 바라본다면 그야말로 평범한 삶을 지내가 떠난 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의 처연한 이야기를 듣노라면, 그의 인생이 실패한 것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첫 눈에 반한 이디스와 결혼에 골인하기는 하지만 너무도 성향이 달랐던 그들은 말 그대로 한 집에 살고는 있으나 각기 다른 세계에 존재하고 있었으며 자신과 많은 부분이 비슷했던 딸 그레이스가 유년시절을 넘어가는 순간 자의와는 상관 없이 점점 변모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으며 결국 그레이스는 임신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과 함께 홀연히 그들의 곁을 떠나버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딸의 남편은 결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발된 전쟁으로 전장에 나가게 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결혼과 동시에 미망인의 삶을 살아야 했던 그레이스는 결국 아이는 시댁의 손에 맡긴 채 그녀는 점점 알코올에 빠져들고 있다. 그것이 그가 마지막에 바라본 딸의 모습이었으니 그의 삶을 들여다보노라면 그가 행복한 삶을 보냈다기 보다는 힘겨운 시간들을 지나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의 주위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질질 끌리듯이 흘러갔다. 그는 집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려고 했지만, 괴상한 강의 시간표 때문에 애매한 시간에만 집에 있을 수 있었으므로, 이디스의 빡빡한 일일 계획표와는 맞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자주 집에 있는 것에 아내가 신경질적이 될 만큼 동요해서 말문을 닫아버리거나 때로는 정말로 앓아눕기까지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집에 머무르는 동안 그레이스를 자주 볼 수도 없었따. 이디스가 딸의 일정을 세심하게 짜놓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이 나는 것은 저녁시간뿐인데, 스토너는 일주일에 나흘이나 늦은 시간에 저녁강의가 잡혀 있었다. 그래서 강의가 끝날 무렵이면 대게 그레이스는 잠들어 있었다. –본문

생의 유일한 사랑이라 믿었던 아내는 늘 지쳐있는 모습이었고 그가 하는 일들에 대해서 찬성하기 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의 삶을 끌고 나가기 위해 점차 변화되어 가고 있다. 이디스의 아버지인 호러스 보스트윅가 머천츠트러스트의 부실 경영으로 인한 부도를 맞게 되자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그 순간을 전후로 하여 이지스의 모습은 급변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버지의 사망 사건 전의 이지스가 사건 후의 그녀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 그녀의 모습들을 보면 스토너에게 현명한 아내이자 그레이스에게 좋은 어머니의 모습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수는 있었으니, 그가 오롯이 피어났던 순간은 캐서린을 마주했던 그 순간뿐 이었을까.  

그의 직장인 대학에서의 시간으로 눈을 돌려 보면, 작은 농가에서 태어난 그가 영문학 교수의 자리까지 올라 평생의 시간을 자신이 하고픈 공부를 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던 시간은 그로서는 더 할 나위 없이 흡족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보자면 로맥스나 핀치처럼 학장이 되거나 학과장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평생을 부교수의 자리에만 있었어야 했다는 점, 로맥스가 담당 교수였던 워커 학생에 너무도 다른 신념 때문에 그는 대부분의 시간들을 신임 교수와 같이 불합리한 시간표를 배정받아야 했던 점, 이로 인해 딸 그레이스와 함께 보낼 시간이 없었다는 점은 물론 가족과의 시간들도 점차 줄어들어야만 했으니 과연 그의 삶이 괜찮았다, 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기쁨 같은 것이 몰려왔다. 여름의 산들바람에 실려온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가.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것 없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 그의 의식 가장자리에 뭔가가 모이는 것이 어렴풋하게 느껴졌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좀 더 생생해지려고 힘을 모으고 있었지만, 그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원한다면 그들을 무시할 수도 있었다. 세상은 모든 시간이 그의 것이었다. –본문

평이하다 못해 남들보다 뒤쳐진 듯한 삶을 살았던 스토너를 보며 과연 그의 삶이 성공적인 삶이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나는 그의 삶에서 대체 무엇을 바랐던 것인가, 라는 생각이 다시금 스치게 된다. 세상에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자식은 모든 이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학에 들어가 승승장구하며 성장해 나가야만 하고, 늘 열정적인 사랑으로 충만한 가정의 모습이여야 그것이 바로 성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들 말이다. 내가, 아니 우리가, 세상이 그에게 당신은 남들보다 못한 삶을 살았소, 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는 그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가고자 했던 길을 단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는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 속 토끼처럼, 약삭빠르고 눈에 띄는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자신의 삶을 천천히, 세상이 알아주는지 여부에는 상관없이 마지막을 향해 진득하니 걸어오고 있었다.

 아마 그는 눈을 감는 순간 천상병 시인의 소풍의 마지막 구절처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를 외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러한 삶이었다면 우리의 수 많은 잣대를 넘어서서 그는 자신의 삶이 아름다웠다 말했을 것만 같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생을 마음 속에 꿈꾸고 있지만 대부분의 이들을 스토너와 같이 평이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정 스토너처럼 자신의 삶을 오롯이 살아왔더라면 우리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하여 나는, 스토너처럼 진득한 나의 삶을 살아봐야겠다는 다짐을 조용히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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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 김기창저


 

 

독서 기간 : 2015.01.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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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 사랑 누리과정 유아 인성동화 10
소중애 글.그림, 최혜영 감수 / 소담주니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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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동물들을 별 거리낌 없이 좋아하기에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든, 강아지든 함께 해왔던 것 같다. 한 집에서 함께 지내는 것에 대해서 별 다른 반대 없이 허락해주셨던 부모님 덕분에 지금까지도 같이 지내고 있는 것일 텐데 시간 날 때마다 강아지와 같이 산책을 나가보면 강아지를 보고 귀여워라고 하는 아이와 무서워라고 하는 아이, 때론 아무런 관심도 없이 스쳐지나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동물과의 만남에 대해서 별 다른 두려움 없이 그저 좋아하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싫어!>라는 책은 한 아이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게 된 강아지와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어느 날 길에서 만난 강아지는 아이를 계속 따라오게 되는데 자신의 강아지가 아닐뿐더러 별다른 관심이 없는 그 강아지가 자신을 따라 오는 것이 탐탁지 않은 아이는 계속해서 싫어!’ 라고 외치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어른들은 동물을 사랑해야 한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는 그저 눈물만 글썽일 뿐이다.

 


 그렇게 집까지 따라 온 강아지의 주인을 찾아주자는 명분으로 시작된 동거는 강아지에게 똘똘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예쁜 밥그릇을 주기도 옷도 입혀 주면서 아이는 점차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러한 마음을 알아 차렸는지 똘똘이도 꼬리를 살랑이며 아이와의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지금은 비록 하늘나라로 보낸 똘똘이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동안 똘똘이는 물론 아이도 역시 따스한 나날들을 보냈기에 그들의 마음 속에서만큼은 영원히 같이 하게 되지 않을까. 아이가 똘똘이에게 마음을 열었던 것처럼 똘똘이 역시도 아이에게 마음을 열어 함께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지긋이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게 된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에 대해, 많은 아이들이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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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언제나 행복할까요 / 앙드레 엘레저


 

 

독서 기간 : 201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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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텔러 1 - 스프링 문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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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지 소설을 처음 읽었던 것이 고등학생 때 친구의 권유로 <하얀 로냐프 강>을 읽은 것이었고 그 이후에 읽은 것이 20대 후반에 <트와일 라잇>을 읽은 것이었으니. 거즌 10년에 한 번씩 하나의 작품만을 접하고 있는 셈인데 그런 나에게 있어 <트와일라잇>은 판타지 소설의 마력에 빠져들게 한 것은 물론 그 안의 비슷한 인물들이 담긴 이야기들을 계속 찾아보게 하는 시발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니까 뱀파이어는 물론이거니와 트와일라잇 속의 늑대인간인 제이콥을 통해서 그들에 대해 알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은 이 <인디아나 텔러>까지 이어지게 되었으니, 제이콥이 제대로 각인 된 것은 틀림 없는 듯 하다.

 제이콥과 같이 강렬한, 그러면서도 한 여자에 대해서 지고지순한 모습을 기대하고서 펼친 이 소설 속의 인디아나 텔러는 바랐던 모습과는 상이한 모습의 늑대인간의 형태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늑대인간인 벤자민 텔러와 인간인 제시카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로, 늑대인간의 혈통보다는 인간의 혈통을 더 많이 안고 태어난 아이였던 것이다. 순수 늑대인간의 혈통인 루가루는 인간이 태어날 경우 종족보전을 위해 아이를 죽이는 것이 원칙이지만 시간을 거스르는 능력을 가지고 있던 제시카 덕분에 그는 여전히 살아 남아 있게 된다.

 여긴 왕국이야, 인디아나. 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군주니까 넌 황자 맞다고. , 물론 완멱한 왕자는 아니지. 넌 우리 종족이 아니니까. 그래도 왕자는 왕자야. 그러니까 세라피나를 조심해.”
 
이번에는 파리가 내 형 둥지를 틀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한동안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었다. 대체 왜 이제와서 하나같이 나를 놀라게 하는지 짜증스러웠다.
 
나는 찜찜한 기분으로 일을 마치고 샤워를 하러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에 무도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말 냄새를 풀풀 풍기며 무도회에 갈 수는 없었다. 루가루는 후각이 예민하니까. –본문

그러나 그의 탄생은 인간과 늑대인간 사이라는 금기에서 시작되었기에 그의 생존으로 인해 벤자민이 죽음으로 들어서야 했고 그로 인에 그의 엄마는 정신을 놓고서는 병원에 감금되게 된다. 그러니까 인디아나의 존재는 그들 가문에 있어서도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는데 어찌되었건 루가루가 아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는 어디서나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 맴돌아야 하는 그를 보면 서글퍼지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의 곁에 유모인 내니가 있었다는 것과 그런 내니가 인디아나에게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존재가 될 것이며 그의 엄마인 제시카와 같이 아크로노트가 될 것이라는 예언이 위안이 되어 과연 그가 그렇게 성장할 수 있을까? 라는 호기심이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할아버지인 칼 텔러가 루가루의 북아메리카의 루가루 최고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인디아나를 대하는 루가루 아이들의 모습을 그들과는 다른 이단으로만 바라보고 있는데, 늘 인디아나를 무시하고 따돌리던 그들이 성적으로는 그를 이길 수 없음을 알게 된 순간, 인디아나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는 사력을 다해 도망치게 되는데 그 길에서 늑대에게 물려 감염된 세미를 만나게 된다. 루가루 사이에서 인간이기에 따돌림을 받아야 했던 인디아나와 인간이였으나 감염되어 늑대가 된 악셀 브라운은 서로 친구가 되어 인디아나가 루가루 아이들 사이에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해 내게 된다.

 우리가 말해주지 않은 건 네가 무엇보다 우리 루가루 무리에 대한 충성심을 갖고 인간으로서의 시련을 겪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야. 우리는 네가 인간과 우리 늑대 중 누구를 더 사랑하는지 알아야 했어.”
 
나는 새파랗게 질렸다. 나는 카테리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눈에는 내가 인간을 선택하고 늑대를 배신했다고 보였을 것이다. 이제는 할아버지의 공포가 이해되었다. 나는 방금 할아버지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본문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인디아나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데, 인간과 사랑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절대 명제를 안고서 들어선 그 곳에서 그의 맹세는 카테리나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 산산이 무너지게 된다. 그러나 그는 카테리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없기에 그저 삭히고만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늑대인간과 사랑에 빠진 인간의 경우, 종족이 정해놓은 법칙에 의해 인간이 제거되기에 그녀에게 사랑을 드러내는 순간, 카테리나의 생명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자신의 마음을 표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은 언제나 그러하듯 인디아나의 집안과 경쟁 구도에 있던 타일러 브랜드켈 역시 카테리나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고 이 삼각 관계는 타일러가 인디아나를 구해주는 등 다양한 문제들이 얽히면서 그들만의 문제를 넘어 가문의 전쟁까지도 도래하게 된다.

 읽다 보면 어디선가 본듯한 기시감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이 책의 단점이 될 수도 있으나 그만큼 친숙하게 다가와 가독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게다. 어찌되었건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를 택하고 있기는 하나 들여다보면 우리네 인간의 모습과 비슷한 문제가 그들에게도 벌어지고 있기에 욕망이라는 그 꿈틀거리는 문제들을 바라보며 정신 없이 읽어 내려가게 된다. 과연 이 뒷이야기들은 어찌될지. 그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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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 스테파니 메이어저


 

 

독서 기간 : 2015.01.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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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과 짐 에디션 D(desire) 6
앙리 피에르 로셰 지음, 장소미 옮김 / 그책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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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에게 '사랑이 무엇이냐' 라고 묻는다면 그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듯 푸근해지며 늘 나를 빛나게 하는 것이라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정은 무엇인가'라고 또 다시 물어본다면 어려울 때면 그저 아무말 없이 쉬어갈 수 있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나의 버팀목이라 대답할 것이다. 얼마 깊이 있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오랜 시간을 지내온 것은 아니지만은 나에게 있어서 사랑과 우정은 어느 정도의 개념은 고착화 되있는 상태였는데 문제는 이 <짐과 줄>을 읽고 나서 대체 이 사랑과 우정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서 되짚어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사랑과 우정은 그 동안은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의 선을 너무도 쉬이 넘나들도 있었고 그러한 현상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들의 삶을 보면서 과연 이 흙탕물과 같은 순간, 어디서 눈을 뜨고 그들을 제대로 바라봐야 하는 것인지 혼란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면서도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는 것. 이 알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던 3시간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자유 분방한 독일인 줄과 호리호리하면서도 조용한 성격을 가진 짐은 마주한 순간부터 그 둘이 통한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고서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간다. 그들에게 있어서 우정의 선이 어디까지인가, 라는 질문은 세상에서 본 적 없는 것이라 쉬이 답할 수 없지만, 어찌되었건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만나는 여자들과 그녀들을 공유하는 그들의 일상은 그들만의 세상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루시에게 청혼을 하기 위해 짐과 함께 그녀의 고향에 찾아가게 되지만 루시에게 줄은 친구 이상의 감정은 아니다. 그저 이대로 멈추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인생이 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듯 오리려 루시는 짐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고 짐 또한 루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기에 줄의 청혼에 대해 단호하게 거절하는 그녀를 보며 줄은 짐에게 다음과 같은 부탁을 하게 된다.

", 루시가 날 원하지 않네. 이대로 그녀를 잃을까 봐, 그녀가 내 인생에서 완전히 떠나버릴까 봐 두려워. , 그녀를 사랑하게, 그녀와 결혼해, 내가 그녀를 계속 볼 수 있도록 해주게. 내 말은 자네가 혹시 그녀를 사랑한다면 내가 장애물이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거네." -본문

 이것이 그들의 우정이구나, 한 여자를 향한 연심이 이토록 깊어질 수 있구나, 라는 감탄도 잠시, 루시를 두고서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 그들이 마그다를 만나고 오딜을 만나다 카트린을 마주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여자를 공유하며 품는 줄과 짐의 이야기는 제 3세계를 마주한 듯이 생경한 느낌에 멍하게 된다.

 특히나 카트린과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에 이르게 되는데 그리스 여신 상의 우아한 웃음을 지고 있던 카트린에게 짐과 줄은 동시에 그녀를 마음에 담게 된다. 운명의 장난처럼 짐과 만나기로 했던 카트린의 약속이 어긋나게 되면서 줄의 오랜 숙원이었던 결혼을, 카트린과 하게 되는데 전쟁으로 인해서 3년간 연락이 끊켰던 짐에게 줄은 편지를 보내게 된다. 두 딸의 엄마가 된 카트린을 위해서 짐을 초대한 것인데, 이 초대의 이유는 바로 카트린에게 새로운 사랑을 전해주기 위해서인 것이다. 줄은 새로운 삶을 나아갈 그녀를 위해 이혼과 함께 카트린이 짐과 함께 지내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는데 짐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 카트린을 보면서도 줄은 그 분노나 질투도 없이 한결같이 글을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트린이 거실에서 기쁨으로 눈을 빛내며 짐을 맞았다. 전날의 계획적인 우롱은 아랑곳없다는 듯이! 그녀는 확신과 짐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을 되찾았다. 그 사랑이 모든 것을 정화하며 찬란하게 솟아올랐다. 그녀는 이것에 대해 소상히, 심지어 짐과 거리가 먼 사항들까지도 천재적인 말솜씨로 그럴 듯하게 늘어놓았다. -본문

 짐 사이에서 아이를 원했던 카트린은 결국 그 사이에 발생한 오해로 인해서 짐과의 생활마저도 청산하고서는 다시 줄에게 돌아가게 되는데, 이 오락가락한 관계 속에서 자유롭게 이 남자 저 남자를 떠도는 카트린을 오히려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모습이라 보는 내내 불안감이 엄습해 오게 된다.

 과연 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수 많은 관념과 선을 그리며 이것이 '사랑이자 우정이야'라고 말하며 주장하는 내가 맞는 것일까, 그들을 바라보며 도리도리 고개를 젓고 있는 것이 답인 걸까. 삼각관계에 대한 불멸의 고전이라 불리는 이 소설을 아직 내 안에 담기에는 아직 내 그릇이 턱없이 협소한 듯 하다. 아직 그들의 이야기는 어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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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 / 조세핀 하트저


 

 

독서 기간 : 201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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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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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1997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던 IMF 경제 위기 속에서도 그저 늘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던 나는 당시 누구랄 것도 없이 집안에 모아두었던 금을 모으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신기하다, 는 생각만을 했었다. 그 때는 어렸다는 핑계로 뉴스 속에 보이는 세상은 어른들의 것이라며 무관심했다면, 어른이 된 지금은 내가 아니여도 세상은 돌아간다는 핑계로 또 멀찍감치 떨어져 세상에 뒷짐지고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이 <디 마이너스>라는 소설은 동일 선상에서 지내왔던 10여년의 역사 속에서 당신을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으며, 그리하여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나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저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만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마치 그 시대를 지나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다는 듯 오늘을 살고 있지만 과연 나의 삶이 옳은 것인가, 에 대한 뒤늦을 반성과 함께 책을 읽어내려가게 된다.

 이야기는 진우의 청첩장을 받아든 박태의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제는 서른 두평의 집에서 아내와 다섯살이 된 딸과 평범한 삶을 지내고 있는 그에게 들린 진우의 청첩장은 파란했던 그의 20대는 물론 1990년와 2000년대의 시간으로 다시금 회기하게 하는 타임머신 같은 존재가 되어 태의 앞에 그 처절했던 시간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서울대에 입학한 태의는 잔디밭에서 선배들과 함께 신입생 환영회라는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 신입생에게 선배들은 노래를 권하고 있고 이를 거부하는 태의에게는 엉덩이로 이름쓰기라는 유치한 벌칙이 가해지게 되는데 건성으로 이름을 휘갈기며 있던 그에게 '마르크스'에 대해 묻는 현승 선배와 인문대학의 빛나는 별로 거론되는 미쥬는 그의 평범한 20대의 시간을 파란하게 만드는 거대한 축이 되어 그의 삶에 또 다른 포문을 열게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미쥬를 숭배했다.
 
줄자처럼 정확하고 유연한 그녀의 언어. 세계의 빈틈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그녀의 농담. 목젖을 흔들며 기분 좋은 공기의 떨림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웃음. 나는 그녀를 베끼고 싶었다. 그녀의 모든 것을 내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그녀를 소유함으로써 그녀가 했던 말의 뜻을 깨우쳤다.
 
무엇가를 좋아하는 것만이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인간은 가진 것을 내버리고 갖지 못한 것을 좇기도 한다. -본문

 그의 가슴 속에 박혀버린 미쥬를 따라 철학 연구 학회에 들어간 태의는 자연스레 '전국학생연대회의'라는 학생 운동에 함께하게 된다. 이곳을 통해서 공과대학의 거목이 될 것이라 주목받는 진우도, 미쥬의 남자친구인 대석과도 마주하게 되는데 그들에게 드리울 앞으로의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들은 서로의 논리를 가지고 심각한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그들 스스로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끊없는 고민을 하는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서울대에 떠돌고 있는 이른바 미친 남자가 태의의 눈에 띈 것은 그저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그는 살기 위해서 제 정신을 놓아버리고 자신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 믿게된 정신적 분소인 이 서울대에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는 그의 모습은 진실을 바라보려 했던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냉혹한 사회가 전해주는 경고였는지 모를 일이다. 물론 태의는 당시만 해도 이것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가던 그들의 삶을 한 순간에 변모시킨 일이 발생한 것은 바로 대우 자동차의 부도가 발생하게 된 시점이다.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이 이 모든 사태의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것은 물론 임금을 삭감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그러니까 사태를 만든 것을 머리에 앉아 있는 그들이지만 책임을 지워야 하는 이는 꼬리에 자리하고 있는 노동자들이었던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울분을 토하던 대석은 태의에게 이 일을 바로 잡을 것을 종용하게 되고 김우중 회장의 자택을 습격하는 일에 가담하게 되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던 빨간 패딩이 꼬리를 밟히게 되면서 그들의 무리를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진우와 나는 대공분싱릐 지하 복도까지 나란히 걸었다. 양옆에 형사 한 사람씩이 붙어 있었다. 빛은 희미하게 미쳤다. 열댓 걸음 간격으로 설치된 낡은 백열등의 덮개 안에는 하루살이의 시체들이 액체처럼 진득하게 고여 있었다. (중략)
 "
누가 먼저 풀려나든, 부모님 찾아뵙고 별일 없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주기로 하자."
 
옆에 붙어 있던 형사가 뒤통수를 찰싹 때리더니 진우를 질질 끌고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본문

 대학가에 불어닥친 학생 운동 긴급 소집령으로 인해 대석을 시작으로 해서 태의와 진우까지 대공분실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서 다음 누군가를 지목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진우는 끝까지 그 뒤를 이을 누군가를 지목하지 않고 버티고 있으며 그에 대한 처벌 마저도 월드컵 기간이라는 이유로 한참 후에 처리되는 것을 보노라면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에 대한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게 된다.

 곧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개최되는데 너 같은 놈들이 또 후배들 끌고 거리고 뛰쳐나와 활개치게 놔둘 수는 없지. 축제 기간 동안만 머리 식히고 나와라. 너만 처넣는 건 아니니까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진우가 기소된 실질적인 이유였다. 도로교통법 위반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도, 국가 보완법 위반도, 화염병 사용 등의 처벌에관한 법률 위반도 아니었다. 독재에 대항했기 때문도, 혁명을 계획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월드컵이 한국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세계인의 축제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본문

 그렇게 세상의 뜨거운 맛을 보았던 이들은 다시금 뿔뿔이 흩어져 그들의 자리를 찾아가게 된다. 태의는 군대를 갔고 미쥬는 헬싱키로 떠나고 진우와는 한참 만에 다시 마주하게 되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른 사건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 찬란했던 그들의 시간은 이제 과거라는 이름으로 역사 속에 고스란히 묻히게 된다.

 책의 마지막에 쓰여있는 '잃어버린 10'이라는 연보를 보노라면 참으로 수 많은 사건들이 지나왔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휘청거렸던 대한민국을 뜨겁게 바라보았던 당시의 20대의 청년들은 이제는 어느 새 사회에 물들어 평범한 30대의 삶을 보내고 있다. 낙제인 F는 면했지만 최악의 점수인 D-를 말하는 이야기를 보며 나는 치열하게라도 그들처럼 살아본 적이 있었던 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도서관에서 학점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대학생의 삶의 전부라 믿었던 나는 과연 사회 속에 있기는 했던 것인지. 소설이지만 너무도 생생한 이야기는 나를 향해 채찍을 건네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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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시선 / 조정래저


 

 

독서 기간 : 2015.01.15~01.1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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