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 입문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살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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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이트나 융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아들러의 이름을 마주한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심지어 심리학의 대가 중 한 명이라는 그에 대해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으니, 내가 알고 있던 심리학은 아직 접해보지 못한 것이 더 많았음에도 나는 그 세상이 전부인줄만 알고 있었던 셈이다. 심리학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안의 용어들이나 현상에 대해 설명한 내용들을 보노라면 머리를 굴려가며 이렇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 것이구나, 라며 머리의 회로를 모두 이용해야만 이해할 수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와는 달리 아들러의 이야기는 너무도 쉽게 읽혀 진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해서 과연 그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함으로써 그 동안 내가 살아왔던 시간들에 대해서 되짚어보고 다르게 바라보게 하는 책이었는데 일생에 한번은 아들러를 만나라, 라는 부제에 대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하는, 그리하여 지인들에게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당신은 언제나 부모나 선생님들로부터 인생에서 무언가에 도달해야만 한다고 배웠다. 또한 삼촌이나 할아버지처럼 성공해야만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거기에서 당신은 무엇을 깨달았는가? 그렇다. 교육은 무엇인가를 성취하라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다. 진짜 교육은 당신이 어린 시절부터 아무도 모방하지 않고 언제든 당신 자신으로 있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게 진짜 교육이다. –본문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알려주려 한다. 삶의 지혜는 물론이거니와 학교 생활이나 교우관계, 식탁에서의 예절 등 다양한 것들을 일러주고 그것을 아이들이 따라 하기를 바라며 잘할 때는 칭찬을, 그에 미치지 못하거나 어긋나는 모습을 보일 때에는 그에 맞는 훈육을 하는 것을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다.

어른은 아이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고 교육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필요한 것이 있다. 분명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다른 동물에 비하여 꽤 오랫동안 부모의 보호를 받는다. 태어나기 전에도 보호가 필요하고 태어난 후에도 부모의 보호는 절실하다. 문제는 부모의 보호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뒤에도 아이가 부모의 보호를 요구하고 자립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의존하려 한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수직적으로 생각하는 데 길들여진 아이는 부모의 칭찬만을 기대하며 의존하기 때문이다. –본문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라는 말처럼 칭찬을 하며 격려하고 어떠한 행동을 교정하는데 있어서 탁월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아들러는 칭찬은 상하 관계라는 기반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기에 칭찬이 아닌 응원을 해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는 수직관계를 벗어나 동등한 관계에서 바라볼 것을 종용하고 있는데 그것은 어른과 아이 사이의 관계라 해도 달라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수직관계를 오랜 동안 빠져있던 아이들은 그 관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계속해서 종속 관계 안에 자리하고 있으려 하고 있기에 스스로의 객체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음을 시사하며 칭찬을 멀리해야 함을 독려하고 있다.

아들러가 보기에 열등 콤플렉스는 진실이 아니다. 정말 아이가 카드놀이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젊을 때 결혼을 해서 인생이 꼬이는 것도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수행해야 할 인생의 과제 앞에서 그것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로 열등 콤플렉스를 끄집어 낸다.
 
그런데 그런 구실은 대부분 주변 사람들이 그런 이유라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도록 만들기만 할 뿐이다. 너무 가난했다거나, 부모님이 사이가 아주 안 좋았다거나, 이런 이유들을 들으면 사람들은 그로 인해 어떤 사람이 방황하게 되는 것을 상당 부분 인정해준다. 그러나 아들러가 보기에 그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구실을 통해 타인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러는 그와 같은 구실을 인생의 거짓말이라고 불렀다. (중략)

만약 어떤 경험에 의해서 사람들이 똑같은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그리고 그 이외의 삶은 우리 인간이 선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순간부터 우리를 지금과는 다른 삶으로 이끌어주는 교육이나 육아, 치료는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본문

뿐만 아니라 과거의 어떠한 상처 때문에 예를 들어서 학창시절 왕따를 경험했다거나, 어린 시절 집안이 어려웠기 때문에 학업을 계속 할 수 없었다든지, 그 당시의 일들로 인해 현재가 위축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트라우마가 있다, 라고 이야기를 한다. 유년시절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지만 그 안에는 상처받은 아이가 자리하고 있기에 과거의 끈에 묶여 현재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말하는데 아들러는 이러한 과거의 역습에 대해서 인생의 거짓말이라는 칭하며 과거는 더 이상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있다. 내 스스로 현재에 대한 면죄부를 위해 끄집어 오는 것이 과거의 어떠한 사건인데 그 사건의 발생으로 인해 현재의 내가 정상적일 수 없다는 것을 핑계로 주변이들에게도 그것이 마치 정당화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주변마저도 속이는 이 거짓말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평생을 그 굴레 안에서 우리를 스스로 가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그는 이야기하고 있다. 모두가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해도 결과는 다르게 나타나듯이 트라우마라는 이르므로 그 문제들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 모습이 충분이 괜찮고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더 이상 과거의 문제가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앞에는 지금 관계하는 한 사람밖에 없다. 전 세계나 전 인류가 아니다. 바로 내 눈앞의 이 사람과의 관계를 벗어나 전 인류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전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할지, 그들을 어떻게 도울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사람과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낫게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결국에는 전 인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본문

불필요한 불가사리를 바다로 되돌려 보내기 해변에 널려있는 불가사리를 던지던 한 남자의 이야기처럼, 이 모든 것이 부질 없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바다로 돌아간 불가사리는 또 다시 그들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처럼 아들러는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려는 목적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변화했다면 그는 충분하다 말했다고 한다. 단 한 명의 쉰들러가 수 많은 유태인들의 목숨을 구한 것처럼 이 책을 통해 아들러를 만난 이들이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바뀌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쉬우면서도 즐겁게, 그러면서도 그 안에 이전에는 마주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낯설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오는 아들러의 이야기들을 자주 찾아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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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김혜남저


 

 

독서 기간 : 2015.02.1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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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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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라는 이름을 들었다면 신명나게 춤을 춰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름만으로도 유쾌함을 전해주는 그는 자신의 이 이름으로 수 많은 이들을 웃게 해주기는커녕 그의 이름을 숨기고 타인의 이름으로 살아야만 했다. 20여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그의 삼촌인 라무나 소우로, 한 때는 그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모디브 디알로라는 이름으로, 마지막으로 만난 그는 조나스란 이름으로 살고 있었는데 그가 자신의 이름인 삼바를 숨기고 타인의 이름으로 살아야만 했던 이유는 그는 초대받지 못한 사람이자, 프랑스에 거주할 수 있는 증서인 체류증을 받지 못한 이주자. 그러니까 불법 체류자인 삼바는 그의 이름으로 프랑스에서 살 수 없는 유령 같은 존재이다.

 이미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동안에 세금도 내고 자신의 이름으로   나름의 소일거리를 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언젠가는 고국으로 금의환향할 그날을 위해 서다. 자신만을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와 누이들을 위해서. 물론 그가 프랑스에 있는 동안 아프리카인이 아닌 프랑스인으로 보이기 위한 위장과 함께 누군가의 얼굴을 몇 초 이상 빤히 바라볼 수 없는 등 불편이 있기는 했지만 삼바는 그전까지만 해도 별다른 불편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어머니의 부름으로 잠시 프랑스를 떠날 결심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난 프랑스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었어. 자유, 혁명, 문화, 인권의 나라요. 난 나도 모르게 그것에 애착을 갖고 있었어요. 프랑스가 그 이미지에 못 미치면, 난 부끄러워요. (중략)

 이건 전쟁이야. 넌 숨어야 해. 저항해야 해. 상반된 생각을 가진 두 개의 진영이 있어. 인권의 나라 프랑스와 곰팡이가 슨 눅눅한 프랑스. 이건 전쟁이야. 우린 불리한 진영에 속해 있어. –본문

똑같은 프랑스 하늘 아래, 어제와 똑같은 공간 안에 삼바는 자리하고 있지만 그만은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될 존재로 전락해 버린 지금, 모든 것들이 그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 크라드에 끌려들어간 순간 그는 자신이 이 나라에서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었으며 다행히 이 모든 절차 상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지한 당국이 그 스스로 이 나라를 떠날 것을 종용하고 있지만 그는 그의 집 안에 자라고 있던 자그마한 버섯처럼, 그늘에서나마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종종거리고 있다.   

 위선. 그는 함께 쓰레기를 분류하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공식적으로는 채용이 안 되는 그들이 비공식적으로 프랑스 경제 전체가 돌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쓰기 편하고,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했다. 그들은 지하 프랑스에서 거리를 청소하고, 쓰레기를 분류하고,노인네의 똥을 닦아주고, 밤에 사무실 바닥을 청소했다. 낮이 되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갈 수 있게, 마치 때, 노쇠, 쓰레기 같은 건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마치 그들 자체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본문

 

그에게는 꿈이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가 평온한 집 아래서 젊은 아가씨와 함께 남은 여생을 보내보려는 소박한 꿈을 말이다. 힘든 나날이기는 했지만 그렇기에 빛 조차 들어오지 않던 지하에서 라무나와 함께 있었던 시간들도 이겨내고 있었고 타인의 삶으로 살아야 하는 것조차 감내하고 있었으며 그라시외즈를 만나면서 이 척박한 삶 속에서 설렘 가득한 시간들을 보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넘실거렸다. 그러나 그에게 전해지는 현실은 이 땅 위에서 그는 살아서는 안될 존재였으며 언제나 다른 누군가로 쉬이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한때는 그라시외즈를 가졌던 조나스를 동경하기도 했지만 어찌되었건 그에게 있어서는 이 모든 것들이 삼바에게는 가질 수 없는, 그러니까 그는 아등바등 하루를 열심히 살아도 가질 수 없는 잡히지 않는 희망이었던 것이다.

 이 나라에서 그의 삶은 현실로 볼 수 없었다. 그는 오로지 부정적으로만 정의 되었다. 그에게는 신분증이 <없다>. 그는 프랑스인이 <아니다>. 그는 백인이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되고 싶어하는 것의 부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거울이기도 했다. 그를 보면 프랑스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알 수 있었다. –본문

 그 누가 그에게 웰컴, 이라는 단어를 전해줬을까. 이제는 삼바라는 이름으로도 살아갈 수 없는 그의 앞날에, 그럼에도 그는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주 노동자들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는 있으면서도 그들이 사회의 악을 유발하듯이 바라보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우리 역시도 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이방인들을 철저하게 배척하고서 그들과 우리는 다르다는 잣대를 명확하게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한때는 이름 없이 이 나라를 떠도는 그들을 그저 그들의 나라로 보내는 것이 유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에게 삼바는 과연 그것이 최선의 것들인지를 묻고 있다. 프랑스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변해가고 있고, 앞으로 우리는 변해 가야 할지. 과연 우리는 삼바에게만 돌을 던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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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 / 카람진, 푸슈킨저


 

 

독서 기간 : 2015.02.0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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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3 - 작은 시도로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스몰 빅의 놀라운 힘, 완결편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로버트 치알디니 외 지음, 김은령.김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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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시도가 가져오는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어오기는 했다만 그 실체, 그러니까 방법들에 대해서는 명확한 무엇이라 확신할 만한 것들은 모르고 있던 나로서는 그것이 있다는 것만을 짐작할 뿐 그 주변만을 맴돌며 방법이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두리뭉실하게 넘기곤 했었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폭풍우가 일어날 수 있다는 나비효과와 같은 일이 우리의 일상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과연 그렇다면 그 효과는 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에 대한 의구심을 안고서 이 책을 마주하는 나에게 저자는 매 일상 안에서 마주하는 순간순간의 기회가 앞으로의 일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무궁무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사례들을 통해 전해주고 있었다.  

 최근 신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활발하게 일하고 있는 제약 회사의 영업사원이 기존 제품을 오랫동안 처방해온 고객을 만난 상황을 생각해보자. 효과나 안정성 측면에서 더 나은 신제품이 아닌 기존의 경쟁사 제품을 처방하고 있는 의사에게 이렇게 묻는다. “선생님, 왜 우리 제품이 아니라 그 제품을 선호하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이 질문은 잘못되었다. (중략)
 
선생님, 그 제품을 사용해오면서 좀 더 개선되었으면 하는 것이 있었는지요?”라고 물은 뒤, 고객이 아쉬워하는 점을 잘 들어두었다가 신제품의 장점과 연결 지어 설명하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본문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해야 할지 아니면 저렇게 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우리는 지금이 선택이 훗날 어떠한 결과로 도래하게 될지에 대해서 알지 못한 채 그저 지금의 시간들을 흘러 보내고 있다. 위의 제약 회사 영업회사의 경우도 누구나 왜 타사 제품에 대해 더 선호하고 있는지에 대해 묻게 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타사 제품에 대한 좋은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불편했던 점을 상기시키게 함으로써 그 제품에 대한 선호도를 무의식 중에 낮추며 동시에 타사의 제품에 대해 부족했던 점을 어필하며 자사의 제품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게 하는 것인데 그야말로 잠깐의 말 한마디가 너무도 다른 결과를 끌어올 수 있다는 것에서, 그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기회들을 놓쳤던 것인가, 란 생각에 일순간 아득함이 밀려온다.

회사에서 시간 엄수를 강조하고 업무 효율성을 증진시켜야 하는 임원은 회의를 늦게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직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만약 직원들이 시간을 어기는 경우가 너무 자주 일어나고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 임원의 메시지는 늘 시간에 맞춰 도착하는 직원의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해야 한다. 반면 직원들이 약속에 늦는 것을 별로 대단치 않게 생각한다면 늦게 오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해야 한다. -본문

 의식하지 않고 있지만 대중의 의견에 따라 움직이려 하는 모습들을 기반으로 하여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이들에게 동네의 주민들의 몇 %는 이미 세금을 납부했다는 문구 하나만으로 세금 납부를 독려한다든가, 자신과 동일한 이름의 또 다른 이가 투표에 참여했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설문조사의 결과는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남들과 비슷하게 가려는 움직임 외에 남들과 다르게 하려는 움직임도 있을 수 있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설득하려는 대상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알고 그 이후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관계를 오래 이어온 사람들이 서로에게 악의 없는 거짓말을 하거나 솔직하고 진솔한 대화를 피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있다. 중요한 관계를 보호하고 싶어 하는 맥락에서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오래된 관계를 유지하려다 오히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희석되기도 한다. 관계가 오래되면 어떤 영역에서는 더 현명해지지만, 그 현명함이 꼭 관계를 넓혀주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이라도 지속적으로 솔직한 교류를 이어오지 못했다면 상대의 선호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본문

 가장 기억에 이야기는 오래된 지인 혹은 동료라고 해서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오히려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 기회들을 스스로 박탈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는데, 곁에 오래 머문 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는 이 막연한 믿음이 오히려 서로에 대해 묻지 않고 그러려니, 한 채 머물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동료를 묶어서 한 팀으로 하기 보다는 경력자와 신입자를 한데 묶어서 팀으로 활동하는 것이 시너지효과가 더 잘 일어난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신입자는 경력자를 통해서 그 동안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고 경력자는 신입자의 눈을 통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1 2조의 조합이 탄생되게 되는 것이다.

 52가지의 설득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는 책에 대해서, 가격은 없지만 이 책에 대해 꼭 필요한 이라면, 한 가지의 설득에 대한 내용에 지불한 비용을 생각하면 이 책값에 대해서 더 많은 돈을 흔쾌히 지불하게 될 것이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조삼모사와 같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당연히 그의 이야기대로 나는 따라가고 있다.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전해주어야 할 기부금의 액수에 대해 묻는다면 전체 금액에 대해서 묻는 것이 아닌 한 개인에게 기부할 금액을 물어보는 것이 더 많은 기부금을 모을 수 있는 셈이다. 전체보다는 하나에 있어서 우리는 그 비용은 별로 크지 않게 생각하니 말이다.

 한 번의 날갯짓이 과연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가 무한한 느낌표로 다가오게 된다. 그 동안 이렇게 말했다면 더 좋았겠구나, 라는 반성과 함께 앞으로는 이렇게 말하면 더 좋겠구나, 라는 깨달음을 계속해서 전해주는 이 책을 틈틈이 옆에 두고 다시 꺼내 봐야 할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이토록 간단한 것들이었다니. 비밀을 알고 나면 쉬이 보일 세상의 전과 후는 너무도 다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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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힘 / 커트 모텐슨저


 

 

독서 기간 : 2015.02.06~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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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보
플로랑 샤부에 지음, 최유정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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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도쿄산보>란 책에 대해서 어떻게 정의를 해야 할까. 도쿄 여행에 관한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서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행에 관한 에세이도 아니고, 도쿄란 곳을 여행하는데 있어서 가이드가 되어 주는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쿄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이 책은 이전에는 만나 본적 없던 독특한 느낌의 에세이로 프랑스 인의 눈에 비친 도쿄의 모습을 그린 것인데 그가 바라본 도쿄를 오롯이 옮겨 놓았다기 보다는 그의 눈에 투과되고 그의 생각들이 조합되면서 오롯이 그의 눈에 비친 도쿄가 펼쳐지고 있고 그 생경하면서도 낯선 풍경은 어디서도 본적 없는 도쿄를 전해주고 있다.

일본에는 별다른 벌레가 없을 것만 같던 나의 상상은 그의 신랄한 그림 속에서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다양한 벌레는 그의 거처를 침투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노라면 도쿄에 이런 일이, 라며 절로 입이 벌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쥐도 나타난다고 하니. 나의 상상속의 도쿄과 실제의 도쿄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특히나 그의 눈에 비친 도쿄의 모습은 새록 새록한 모습인데 아기자기한 모습들도 있어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이 책 안에서 도무지 웃음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그의 눈에 비친 일본 아이돌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었다. 그의 눈에 비친 아이돌이 이러한 모습이었다니. 맙소사, 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의 자전거를 보고 까탈스럽게 대하던 경찰들도, 시장 안의 널려있는 생선들도 이제는 그의 기억 속에 추억으로 남게 되었을 이 이야기들이 이렇게 그림으로 남아 있으니 그에게는 도쿄의 기억이 언제나 오늘처럼 남아있을 것 같다. 물론 나에게는 그의 기억이기에 어렴풋하게 전해져 여전히 흐릿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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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꿈맛 / 허안나저


 

 

독서 기간 : 2015.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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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의 마지막 춤
파비오 스타시 지음, 임희연 옮김 / 가치창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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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의 이름은 종종 들어왔지만 그의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서 보게 된 것은 영상 예술의 이해라는 교양 과목을 들으면서였다. 흑백 영화이자 무성영화를 처음 마주한 나로서는 그 영화 자체를 본다는 것이 생경하면서도 그 안의 주인공이 찰리 채플린이라는 사실이 마냥 신기하게 바라보았는데, 무표정한 듯 하면서도 무심한 그가 보여주는 몸짓들에 피식 웃을 수 밖에 없는, 그의 노련한 몸짓은 소리가 없어도 사람들을 끌어 당기기에 충분했다.

펑퍼짐한 바지에 중절모를 쓰고, 큰 구두를 신고 움직이는 그를 보노라면 마치 무대 위의 마리오네트 같은 느낌인데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줬던 그의 삶 역시도 언제나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 찼을 것만 같은데, 실상 그의 삶을 들여다 보고 나면 그야말로 비극이 따로 없는 삶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란 그의 이야기는 그가 살아온 시간들을 압축하여 말해주고 있는 것인데 홀로 세상에 남겨진 어린 아들에게 전해주는 그의 목소리는 더 없이 서글프면서도 초연하게 전해지고 있다.

19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한 점쟁이 말에 따르면, 난 평생 운이 넘치게 살다가, 6년 전 성탄절에 폐렴으로 이미 죽을 운명이었다.
 
년 전부터 성탄절마다 사신이 나를 찾아왔어. 내 앞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지. 그럼 난 방랑자 의상을 입고, 예전에 연기했던 극 중 한 장면을 선보이지. 사신이 웃으면, 나를 이듬해까지 살게 해줘. 그게 우리의 계약이지. 사신을 계속해서 즐겁게 하는 한, 난 죽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내 실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최근에 난 인정해야 했지. 사신이 나랑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아니었다면, 그 노파를 미소조차 짓게 하지 못했을 거야. 같은 연령대만이 공감할 수 있는, 세월이라는 희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거지. -본문

 세상을 떠나기 6년 전부터 어린 아들에게 전해줄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는 찰리 채플린의 이야기는 그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그가 어떻게 현재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그 시간 속에서 그가 느끼고 배웠던 것들을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들에게 그의 삶을 오롯이 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써 내려간 이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그의 아들에게는 잘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난해함으로만 전달되면서 머리를 갸웃거리게 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실제의 경험인지 아니면 꿈인지 모를 이야기가 함께 섞여 있기에 그가 하는 이야기들이 두리뭉실한 느낌으로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되었건 그가 그의 어머니를 대신해서 무대 위에 오른 순간부터 그의 삶은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그의 삶으로 그를 안내하고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가 시네마토그래프에 알게 되면서 그가 어떻게 스크린 속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 그 스크린 속에서 무표정한 듯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수 많은 몸짓들을 그가 누구에게 배워오게 되었는지 등 자세한 이야기가 이 안에 담겨져 있다.

내 이야기는 음정이 어긋난 낡은 자동 피아노처럼 네게는 무의미하고 지루하게 연주될 거야. 이런 방법으로 계속해서 끊임없이 말한다면, 오늘 저녁, 사신은 나를 데리고 가겠지. 하지만 추억이라는 것은 언제나 열 일을 제쳐놓고서라도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내 삶의 일 순위였지. –본문

 무대 위에서, 스크린 안에서 늘 완벽하게 보였던 그조차도 사랑에 있어서는 애송이에 불과했기에 그가 헤티에게 했던 청혼의 모습은 평범함을 넘어 소박함마저 느껴지게 된다. 그러나 이 프로포즈의 시작과 아이의 탄생. 그 평이한 삶의 연속을 바랐던 그에게 전해지는 것은 다시금 삐걱거리는 일들의 연속이었고 계속된 유랑은 정착을 떠나 다시금 몰락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뉴욕에 들어섰을 때, 그는 자신의 무대만큼은 확실하게 채워지기를 바랐으며 때론 엉뚱하기도 했던 그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 놓으며 자기 스스로를 세우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가고 있었다. 책의 초반에 보여지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도 왼손잡이인 그에게 맞게 개조한 것이었으니, 세상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게 변화시키고 있었다.

 승승장구하던 그의 앞날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었으니 화재로 인해 스튜디오는 무너져 내렸고 차량마저 도난 당한 그날 그는 두 번째 아내로부터 이혼이라는 파경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이러한 일들은 수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고 그로 하여금 그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야 했음에도 굳게 입을 다물게 된다. 자신을 믿지 않는 세상에게 그의 읊조림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라는 것을 그는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들이 내 어린 시절을 기억해 달라고 요청할 때마다 나는 매번 고통을 느꼈어. 왜냐하면 날 바라보는 기자들의 얼굴에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측은하고 동정 어린 미소를 보았거든. 그럴 때마다 나는 분노로 피가 끓어올랐어. 내 고통과 시련 속에는 매혹적이거나 낭만적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이런 종류의 질문 앞에서 늘 자신감이 없을 수 밖에. 그들이 숨기는 것을 내가 알게 될까 두려웠어. –본문

 시작과 끝이 없는 영화가 없는 것처럼 그의 이야기도 결국은 끝을 향해 가게 된다. 왜 영화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물음의 답은 얻지 못했지만 그는 사신과의 내기 속에서 얻어낸 6년이란 시간 속에 아들에게 들려줄 그의 이야기를 원 없이 전해줬을까. 그의 아들에게는 아련하고 그를 사랑했던 이들에게는 다시 없을 추억과 같은 이 책이 나에게는 여전히 난해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조금이나마 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이 고된 독서가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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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 / 찰리 채플린저


 

 

독서 기간 : 2015.02.06~02.0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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