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 입문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살림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프로이트나 융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아들러의 이름을 마주한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심지어 심리학의 대가 중 한 명이라는 그에 대해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으니, 내가 알고 있던 심리학은 아직 접해보지 못한 것이 더 많았음에도 나는 그 세상이 전부인줄만 알고 있었던 셈이다. 심리학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안의 용어들이나 현상에 대해 설명한 내용들을 보노라면 머리를 굴려가며 이렇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 것이구나, 라며 머리의 회로를 모두 이용해야만 이해할 수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와는 달리 아들러의 이야기는 너무도 쉽게 읽혀 진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해서 과연 그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함으로써 그 동안 내가 살아왔던 시간들에 대해서 되짚어보고 다르게 바라보게 하는 책이었는데 일생에 한번은 아들러를 만나라, 라는 부제에 대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하는, 그리하여 지인들에게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당신은 언제나 부모나 선생님들로부터 인생에서 무언가에 도달해야만 한다고 배웠다. 또한 삼촌이나 할아버지처럼 성공해야만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거기에서 당신은 무엇을 깨달았는가? 그렇다. 교육은 무엇인가를 성취하라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다. 진짜 교육은 당신이 어린 시절부터 아무도 모방하지 않고 언제든 당신 자신으로 있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게 진짜 교육이다. –본문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알려주려 한다. 삶의 지혜는 물론이거니와 학교 생활이나 교우관계, 식탁에서의 예절 등 다양한 것들을 일러주고 그것을 아이들이 따라 하기를 바라며 잘할 때는 칭찬을, 그에 미치지 못하거나 어긋나는 모습을 보일 때에는 그에 맞는 훈육을 하는 것을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다.

어른은 아이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고 교육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필요한 것이 있다. 분명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다른 동물에 비하여 꽤 오랫동안 부모의 보호를 받는다. 태어나기 전에도 보호가 필요하고 태어난 후에도 부모의 보호는 절실하다. 문제는 부모의 보호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뒤에도 아이가 부모의 보호를 요구하고 자립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의존하려 한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수직적으로 생각하는 데 길들여진 아이는 부모의 칭찬만을 기대하며 의존하기 때문이다. –본문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라는 말처럼 칭찬을 하며 격려하고 어떠한 행동을 교정하는데 있어서 탁월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아들러는 칭찬은 상하 관계라는 기반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기에 칭찬이 아닌 응원을 해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는 수직관계를 벗어나 동등한 관계에서 바라볼 것을 종용하고 있는데 그것은 어른과 아이 사이의 관계라 해도 달라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수직관계를 오랜 동안 빠져있던 아이들은 그 관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계속해서 종속 관계 안에 자리하고 있으려 하고 있기에 스스로의 객체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음을 시사하며 칭찬을 멀리해야 함을 독려하고 있다.

아들러가 보기에 열등 콤플렉스는 진실이 아니다. 정말 아이가 카드놀이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젊을 때 결혼을 해서 인생이 꼬이는 것도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수행해야 할 인생의 과제 앞에서 그것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로 열등 콤플렉스를 끄집어 낸다.
 
그런데 그런 구실은 대부분 주변 사람들이 그런 이유라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도록 만들기만 할 뿐이다. 너무 가난했다거나, 부모님이 사이가 아주 안 좋았다거나, 이런 이유들을 들으면 사람들은 그로 인해 어떤 사람이 방황하게 되는 것을 상당 부분 인정해준다. 그러나 아들러가 보기에 그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구실을 통해 타인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러는 그와 같은 구실을 인생의 거짓말이라고 불렀다. (중략)

만약 어떤 경험에 의해서 사람들이 똑같은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그리고 그 이외의 삶은 우리 인간이 선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순간부터 우리를 지금과는 다른 삶으로 이끌어주는 교육이나 육아, 치료는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본문

뿐만 아니라 과거의 어떠한 상처 때문에 예를 들어서 학창시절 왕따를 경험했다거나, 어린 시절 집안이 어려웠기 때문에 학업을 계속 할 수 없었다든지, 그 당시의 일들로 인해 현재가 위축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트라우마가 있다, 라고 이야기를 한다. 유년시절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지만 그 안에는 상처받은 아이가 자리하고 있기에 과거의 끈에 묶여 현재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말하는데 아들러는 이러한 과거의 역습에 대해서 인생의 거짓말이라는 칭하며 과거는 더 이상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있다. 내 스스로 현재에 대한 면죄부를 위해 끄집어 오는 것이 과거의 어떠한 사건인데 그 사건의 발생으로 인해 현재의 내가 정상적일 수 없다는 것을 핑계로 주변이들에게도 그것이 마치 정당화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주변마저도 속이는 이 거짓말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평생을 그 굴레 안에서 우리를 스스로 가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그는 이야기하고 있다. 모두가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해도 결과는 다르게 나타나듯이 트라우마라는 이르므로 그 문제들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 모습이 충분이 괜찮고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더 이상 과거의 문제가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앞에는 지금 관계하는 한 사람밖에 없다. 전 세계나 전 인류가 아니다. 바로 내 눈앞의 이 사람과의 관계를 벗어나 전 인류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전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할지, 그들을 어떻게 도울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사람과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낫게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결국에는 전 인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본문

불필요한 불가사리를 바다로 되돌려 보내기 해변에 널려있는 불가사리를 던지던 한 남자의 이야기처럼, 이 모든 것이 부질 없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바다로 돌아간 불가사리는 또 다시 그들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처럼 아들러는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려는 목적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변화했다면 그는 충분하다 말했다고 한다. 단 한 명의 쉰들러가 수 많은 유태인들의 목숨을 구한 것처럼 이 책을 통해 아들러를 만난 이들이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바뀌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쉬우면서도 즐겁게, 그러면서도 그 안에 이전에는 마주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낯설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오는 아들러의 이야기들을 자주 찾아볼 것 같다.    

 

 

아르's 추천목록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김혜남저


 

 

독서 기간 : 2015.02.10~02.11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