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셰프 샘 킴의 소울 푸드
샘 킴 지음 / 담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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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타 셰프 샘 킴의 소울푸드, 셰프! 하며 당차게 대답하던 공효진과 음식들 앞에서는 버럭 소리를 지르지만 그 나름대로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선균의이야기가 닮긴 드라마 파스타. 한 커플의 달달한 사랑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들이 만드는 맛있는 이야기가있어 더욱 즐겁게 본 드라마 중 하나였다.

이선균의부드러운 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와 같은 느낌이라면 통통 튀는 공효진은 토마토 소스가 듬뿍 담긴 파스타 같은 느낌으로 둘이서함께 만드는 드라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만난 느낌이었다.

그저하나의 드라마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드라마의 실제 주인공이 이 책의 주인공 샘 킴 셰프이란다. 드라마의실제 주인공이 있었다는 사실에 기대감이 부풀었던 것이 첫 번째라면 그가 바로 내가 즐겨보던 샘과 레이먼의 쿠킹타임이란 프로그램의 셰프였다는 사실이었다.

언제나그가 만드는 음식들을 보며, 어쩜 저렇게 쉽고도 간단하게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짐 없으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절제 있는 움직임 속에서 그의 손길이 닿을 때 마다 우리가흔히 볼 수 있었던 재료들은 맛있고 멋진 음식으로 재 탄생되어 접시 위에 담겨있었다.

누구에게나소울푸드라는 것은 존재 할 것이다. 향수 어린 음식, 먹고나면 힘이 나는 음식들에 우리가 소울 푸드라는 이름을 명명하여 부른 것이야 요 근래의 일이겠지만 누구나 그런 음식들은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먹을 게 없었던 시절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된장찌개 하나만으로도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는 엄마나, 할머니가 부뚜막 앞에서 뚝딱 만들어 주신 간장 계란 비빔밥이 잊을 수 없다 말씀하시는 아빠나 우리 모두에게는잊지 못하는 음식이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모두의만류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의 소신과 믿음 하나만으로 일식을 버리고 양식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그의 도전적이지만 무모한 시도를 옆에서 지켜보았다면 나 역시 그를 만류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이들의 우려를 발판 삼아 그 스스로를롤 모델로 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세상에 다시 등장하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이 성공이라는 탄탄대로만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가는 길이옳다는 믿음 하나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지금은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위험한 밤 거리를 재 충전의 시간으로 보내왔던 그 어렵던 시절과 셰프가 되어 그가 피클 때문에 겪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까지그는 그가 걸어왔던 길목에서의 모든 음식들에 대해 그의 모든 진심을 담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유명한셰프이기에 그의 소울 푸드는 무엇일까?가 그를 대하며 갖게 하는 첫 번째 궁금증이었다면 이 하나의 질문에수 많은 답을 해주며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주는 맛있는 이야기는 그 어디서 만난 요리보다 따뜻함을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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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베이컨시 세트 - 전2권
조앤 K. 롤링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수첩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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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 K. 롤링의 신작. 해리포터에 이은 그녀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해리포터를 뛰어넘는 역작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조앤 K. 롤링이라고 하면 자연스레 해리포터가 떠오르게 되는데 해리포터를 뛰어넘는 그 누가 나타나는 것일까? 라는 가슴 설레이는 떨림과 호기심으로 5년만의 신작을 마주하게 되었다.

해리포터가 어린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집필했다면 이번 캐주얼 베이컨시라는 작품은 어른을 위한 소설이라고 한다. 이미 해리포터만으로도 그녀의 이야기에 푹 매료됐는데 이제는 해리포터와 함께 성장한 독자들을 위한 이야기라니. 대체 어떤 내용일까 부터 시작해서 제목부터 그 궁금증은 증폭되어 빠르게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캐주얼 베이컨시는 임시 공석이란 의미라고 한다. 평범하고 조용한 마을의 자치의원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그 직위에 공석으로 남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무언가의 부재는 작은 마을을 급작스럽게 변화시키고 그 안에서는 수많은 이해관계에 얽힘에 따라 갈등의 폭풍이 휘몰아친다. 단 한 사람의 부재가 이토록 많은 것들을 드러내는 것일까 라는 생각에 빠져 있을 즈음, 하나의 부재가 가지고 온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던 혹은 우리 주변에 산재되어 있었으나 그 간 드러내거나 관심 갖지 않은 것들에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 넘쳐흐르고 있었다.

해리포터가 판타지의 세상에서 마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면 가상의 마을인 패그포트는 어디선가에서 봄직한 이야기를 가지고 도드라지진 않지만 차분하면서도 세심하게 그녀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마법보다는 신비롭거다 환상적이지는 않지만 그 안에는 너무나 닮은 우리의 현재가 패그포트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씁쓸하면서도 그래서 더욱 집중해서 그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빈부격차, 세대 간 혹은 가족안의 갈등, 마약, 성범죄 등이 없는 평화로운 패크포트를 되려 기대됐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눈을 감아버린다고 우리의 문제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녀의 새롭고도 어딘가 닮아있는, 끊이지 않는 어두움 굴레의 속박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우리는 어떻게 이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할지. 누군가 대신 해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손으로 풀어야 하는 것이기에, 그녀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맞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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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중국의 종말 - 우리의 일자리와 경제구조를 바꿔놓을 중국의 변화 키워드 10
숀 레인 지음, 이은경 옮김, 박한진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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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종말이라. 책 제목만으로도 섬뜩한 예고가 아닐 수 없다. 신문이나 뉴스를 보아도 위안화에 대한 소식이 심심치 않게 중요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종말이라니. 이 무슨 가당치 않은 문구인가 라는 생각과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이토록 심오하면서도 아찔한 제목을 택한 것일까 란 반신반의로 시작 된 상회는 그 어디에서도 알 수 없었던 숨겨진 중국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하자원보다 풍부한 인간이라는 자원을 밑바탕으로 승승장구 성장해 온 중국은 전 세계의 제조 업체들의 값싼 제조기지로서 진열대의 수 많은 제품을 Made in China로 가득 채우고 중국에는 그로 인해 전 세계의 제조업체들의 주요지가 되었다.

 저렴한 인건비와 드넓은 지대를 기반으로 수 많은 제조업체들을 유혹하던 중국은 더 이상 달콤한 곳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급상승하는 인건비와 거품의 폭탄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부동산 가격을 보노라면 이미 진출해 있는 업체들마저 혀를 차며 두 손들고 나와야만 하는 실정이다.

 , 여기까지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중국의 현실이다. 값싼 제조기지로서의 역할을 상실했기에 더 이상 중국은 매력적이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으로 언젠가 그들의 성장도 멈출 것이라는 막연한 예상 혹은 바람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중국은 내가 알고 있던 것 그 이상으로 무시무시한 나라이며 그 안에 드러내지 않은 내공을 가득 품고 있는 여전히 미지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급속도로 빠른 경제성장으로 미국을 뛰어 넘는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지금도 충분히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아직까지도 내겐 중국은 성장중인, 아직은 우리보다는 부족한 나라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중국산을 보면 왠지 저렴하기만 하지만 튼실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편견과 OEM제품만을 만들어내는 가공의 제국이라는 인식뿐이었지만 내가 믿고 있는 중국은 이미 그들의 과거였다.

중국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최대 시장 혹은 최대 시장 중 하나가 될것이다. 중국을 더 이상 신흥시장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이는 중국의 진정한 힘을 과소평가하는 말이다. 그 대신 서구시장과 똑같이 중요한 변화하는 시장으로 보아야 한다. –P245

 우리가 믿고 싶은 중국의 가치가 중반을 조금 넘어선 정도라면 이미 중국은 스스로 충분히 자신들의 가치를 알고 그에 대한 톡톡한 대가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어마어마한 인구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넘쳐 나고 있으며 양성 평등의 기반이 점차 자리 잡고 있었으며 언론 통제를 통해 그들이 영원히 중국 안에만 사는 중국이 아니라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만큼 세계 곳곳으로 그들의 저력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성장의 놀라운 속도와 규모에 대해 들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중국을 과거의 중국으로 남아주길 바랐는가 보다. 이 책 속에 살아있는 중국을 보면서 이토록 그 동안의 관념이 출렁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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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 있어줘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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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보는 동안 또 얼마나 가슴이 아려올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될지. 스스로에게 생채기를 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아이처럼 비쳐질 지언 정 왠지 모르게 나는 이 책을 읽어야만 할 것 같았다.

《가시고기》의 조창인 작가의 새로운 소설이래, 보면서 또 눈물이 나긴 하겠지만 보고 싶어서 라며 슬픈 소설을 읽겠다는 나의 의지와 읽는 내내 그 안의 슬픔에 풍덩 빠져 버릴까 염려하던 사랑하던 이의 걱정 어린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손에 넣은 지 4시간만에 독파했다.

우려했던 것처럼, 가시고기를 읽을 때만큼의 눈물은 쏟아져 내리지는 않았다. 이전에 가시고기를 읽었을 때는 표면적인 슬픔만을 읽을 줄 알던 나였다면 지금의 나는 그만큼이나 삶의 무게를 알게 된 탓일지도 모르겠다. 단지 눈물로만 그들의 이야기를 쉬이 흘려 보낼 수가 없었다. 눈물의 양으로 슬픔의 깊이를 논하자면 가시고기가 더 깊다 하겠지만 살아만 있어줘이 작품이 그의 어느 작품보다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애격의 작품이라 감히 이야기 하려 한다.

삶이 원하는 대로 그렇게만 흘러가 주면 얼마나 좋으련만,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온 내가 보아도 그것은 그저 바람일 뿐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 소설 속의 그 누구에게도 왜 이토록 서로 가슴 아픈 일들을 만든 게냐고 그들을 원망할 수 없었다. 치기 어린 단순한 감정만으로 그들의 삶을 논하기에는 그들 스스로의 가지고 있던 각기 사랑의 행태가 가진 삶의 타당성이 충만했기 때문이다.

베일에 쌓인 베스트셀러 작가 은재, 그는 작가로서 널리 이름을 알렸지만 실상 그의 인생은 타인들이 꿈꾸는 크리스탈 같이 영롱한 삶이 아니었다. 그가 살아 남아야만 하는 이유를 남겨주고 먼저 떠나 버린 인희를 평생 가슴에 안고 그토록 사랑했던 인희와 자신의 사이에서 태어난 해나를 곁에 두고도 그는 고작 그들의 그림자로 만족하여 오늘을 살고 있다.

자신의 딸이 태어난 줄도 몰랐던 그는 해나가 태어났을 때 아이의 이름도 지어줄 수도 아이가 자라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해나의 엄마가 삶의 작별을 고한 1년 후 바로 그 날 자신의 딸인 해나가 스스로 다리 위에서 몸을 내던져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비로소 그는 해나의 앞에 나타난다. 해나 부모님의 친구라는 명분이지만 자신의 핏줄을 지키기 위한 아빠의 마지막 간절함으로, 해나에게는 키다리 아저씨로 말이다.

해나가 울먹이며 말했다.

고마워요, 마지막까지 엄마와 함께 있어줘서……”

그는 어둠이 밀려오는 하늘과 그녀의 묘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인희야. , 살고 싶네. 조금만 더 살아서, 해나 곁에 있고 싶네. 가족이란 걸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잖아 나는.

내 아이가 태어났는데 이름도 지어주지도 못했고, 품에 안아보지도 못했고, 아빠 대신 아저씨로 불려야 했고….... 그러니까 조금만 더 산다고 지나친 욕심은 아닐 거야. –P356

죽음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만난 아빠와 딸이지만 은재와 해나가 죽음에 대하는 태도만큼은 너무나도 다르다. 은재는 인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철저히 통제하여 오롯이 글로만 인희에 대한 마음을 넌지시 전달하며 하루 하루를 연명해 왔다. 죽지 못해 살아온 그가 딸인 해나를 마주하고부터는 해나와의 시간의 중첩을 위해서, 악착같이 내일이라는 생명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삶과 죽음의 그 어느 즈음이 오늘이라는 시간이라면 이미 은재가 놓인 오늘의 지표는 죽음의 문턱이지만 그에게는 그 문턱 앞에서라도 해나와 함께할 수 있기에 그리고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그 일념 하나로 죽음에 처절하게 대항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사실을 알리 없는 해나는 자신이 아직도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부인하여 하루빨리 죽음이 도래하기 만을 바라고 있다.

어디서부터 이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얽혀 버린 것일까. 서로에게 살아야 하는 의미로 남고자 맹세했던 은재와 인희의 학창시절에서부터 그 시간들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기호의 반란 아닌 반란까지. 은재와 기호의 그들 나름대로의 사랑 방식과 그 중심에 서 있던 인희와 해나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부터 풀어야지 그들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었던 것 일까.

결혼을 약속했던 은재와 인희 사이에 불의의 사고가 없었더라면, 그 당시 사고를 감내하기 위해 은재가 그러한 희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니면 그들의 사랑을 알고 있던 기호가 은재를 포기했더라면 그들 모두는 지금 웃고 있었을까? 그리고 해나는 자신이 모든 불행을 안고 있는 외톨이라는 굴레는 벗어나서 20대의 천진난만한 모습만을 가지고 살았을까?

그의 손가락을 펼쳐 그 사이에 자신의 손가락을 낀다. 엄마가 살아있다면 제일 해보고 싶다던 손깍지.

엄마한테 가서 말해줘요. 당신의 딸이 당신 대신 손깍지를 해줘서 좋았다고. 아주 좋았다고….”

그의 눈귀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린다.

그리고 또 해나의 말도 전해줘요. 해나가 아저씨 때문에 좋았다고요. 아주 좋았다고요.”-P375

그 모든 물음들을 뒤로하고 뒤틀어져 버린 현실들로 남겨진 오해가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넘어 그리움이란 화석으로 버린 그들은 만약에, 라는 질문 대신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고 있었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인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딸이 혼자서 헤쳐 나아가야 하는 앞날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자신이 아빠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다만 살아만 달라는 당부를 하고 홀연히 떠난 인재와 인재가 세상에 사라진 것이라 믿은 그 이후부터 오롯이 그를 대신 할 수 있는 딸, 해나에게 혹여 기호의 눈엣가시가 될까 엄마의 마음을 다 표현 할 수 없었던 인희. 인희만을 바라보며 지냈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없었던 기호까지 그들 하나 하나를 다 헤아릴 수는 없다지만 그들 모두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는 것 하나만은 자명했다.

그들로부터 각기 다른 사랑을 전달 받은 해나는 이제 홀로서기를 하려 한다. 이전처럼 죽음만은 쫓던 한 소녀가 아니라 그녀 스스로가 누군가의 간절한 사랑의 결정체라는 것을 알았기에 넘어진다고 해도 이전처럼 외롭지도 누군가를 탓하며 미움으로 가득한 시간들을 보내지도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해나의 바람대로 아빠처럼 멋진 남자친구를 만날 것이고 한 가정의 주인이 되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지를 그리고 그들이 해나에게 바랐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찬미 이모가 해나에게 언젠가 진실을 이야기 해 줄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고 그려보는 해나는 어떠한 모습이든 간에 방긋 웃고 있을 것이다. 그 모두의 바람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아직도 외롭다. 아직도 힘들고, 아직도 두렵다. 아직도 해나의 내부 어딘가에 깃든 어두운 그림자를 찾아내곤 한다.

 그러나 해나는 알고 있다. 그때마다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그때마다 어디를 바라봐야 하고 그때마다 누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가 죽어가며, 안간힘을 내며, 필사적을 썼던 한 자 한 자.

 겨우겨우 검지를 움직여 가며 쓰고 또 썼던, 해나를 향한 그의 마지막 소원.

 넘어질 때마다 해나를 다시 일으키는 그의 간절한 외침

 . . . .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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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소리나는 이야기 - PD수첩 해고작가 정재홍의 진실탐사 12년
정재홍 지음 / 미다스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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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대한 외압이 있을 때는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한다. 어릴 적 TV에 나오는 내용들이나 신문 지상의 기사들은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고 믿었었다. TV에서 자주 보는 사람들이 이야기 하니까, 기자들이 쓴 내용이니까 당연히 그것이 맞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인가부터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진실을 조작하여 조작된 진실이 사실로 치부되는 현실이 무섭게만 느껴졌다. 내가 알고 있던 진실의 틀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를 구분할 수 없기에 보이는 것 모든 것들에 대해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모두가 이것이 사실이라고 이야기 할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오래 된 CF의 문구처럼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의 프로그램 중 하나가 PD 수첩이다.

국민의 알 권리 그 하나를 위해서 그 누가 요구하지도 떠밀지도 않은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수 많은 외압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 하나만을 찾기 위하여 나간다. 오죽하면 신문사, 잡지사, 뉴스 및 검찰 등에 제보로도 알려지지 못한 내용들을 PD수첩을 마지막 희망의 끈으로 하여 제보자들이 어려운 발걸음을 했으니 말이다.

왜곡보다는 조금 더 과장하여 시청자로 하여금 실제의 내용이 더 눈에 띄게 하는 것은 어느 방송에서나 쉽사리 찾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예능이 아닌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시도 조차 죄악이라는 한 번의 꾸짖음이 정재홍 작가의 신념을 다 잡는 계기가 되었다. 그 한 번의 사건은 재미있는 작가를 추구하던 그를 우리시대의 진정한 목격자로 재탄생 하게 된 것이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돈에 현혹되지 않는 집념의 작가들은 그들은 어느 순간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다. 진실을 말하는 그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금하는 이들은 대체 무엇이 두렵기에 작가와 PD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인걸까.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민의 알 권리라는 조항의 국민은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사는 세상에 이러한 면이 아직도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 씁쓸하긴 하지만,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일들에 당당히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고마움을 느낄 뿐이다. 어서 빨리 그들이 원래 그들의 자리에서 그들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날이 도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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