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사춘기 - 서른 넘어 찾아오는 뒤늦은 사춘기
김승기 지음 / 마젠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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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어른의 과도기적 시기에 찾아오는 사춘기. 어른이 되어가기 위한 변화들이 찾아오면서 자신이 누구인가에서부터 이전과는 다르게 격동적인 감정 변화가 일어나는 때이니만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불리게 된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시기에 겪는 이 사춘기라는 기간이 오직 그들에게만 드러나지만은 않는 다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사춘기는 초등학교 6학년 때였던 것 같다. 모든 것에 불만이 가득했던 그 때의 내 모습을 돌이켜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는 동안 내내 엄마와의 말다툼으로 시작되었다. 무엇이 그토록 싫었던 것인지, 그 때의 나는 가시를 바짝 세운 고슴도치 마냥 그 누구도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어떻게 사춘기를 지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왔다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느낌으로 오직 기억 속에만 어슴푸레 남겨진 그 때가 다시 한 번 그 고개를 들어 내 인생에 드러내고 있었으니 그 때가 바야흐로 2년 전 즈음, 서른을 코 앞에 앞두고 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방황의 시간이라 일컫는 사춘기를 지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때만큼이나, 아니 이미 과거의 시간이라 비교 자체가 불가하겠지만 체감하기에는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녀석이 내 마음의 균열을 비집고 그 실체를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무언가 불안하기는 하지만 대체 내가 왜 이러는 것인지, 무엇이 그토록 요동치게 하는지도 모르고 있던 나에게 어른들의 사춘기라는 이 책은 어른이지만 여전히 내 안에 어린 아이가 살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그러니까 아직 너는 너의 사춘기를 제대로 보내지를 못한 모양이구나.’ 라며 지금의 내가 오류투성이인 어른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다.

 정신분석적으로 보면, 지금 우리가 느끼며 경험하는 많은 것, 그것은 결코 지금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느꼈던 것을 반복하는 것이고 재 경험일 뿐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어떤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그 시점으로 퇴행하여 그때처럼 그 상황을 똑같이 겪게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과거는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할 수 있다. –본문

 사람들은 꿈을 꾸고 그것에 대해 미래를 예언하거나 어떠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이 악몽을 꾸며 식은땀이 흥건하여 잠에서 깬 이후면 어김없이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우리의 옛 조상들은 꿈을 사고 팔기도 했으니, 꿈이란 단순히 잠들어 있는 동안의 현상이 아니라 우리에게 있어 그 이상의 의미가 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꿈이란 무의식의 창으로서 우리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한다.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의식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의식 중 내가 실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의 10% 남짓 정도이며 나머지 90% 가량의 것들은 의식을 제외한 모든 것을 일컫는 비의식의 세상으로 이는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무의식의 상태는 꿈이라는 통로를 통해 우리에게 자신의 감춰진 진면모를 보이게 되는데 정제되지 않은, 진솔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계기로 미래에 대한 계시보다는 현재 혹은 과거에 있어서의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가족이란 저마다의 욕망이 얽히고설킨 위험한 화약고다. 그래서 정신의학자 이사도르 프롬은 가족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신이 내린 최악의 발명품이라고까지 말하지 않았던가. –본문

가족은 혈연으로 엮어져 있는 관계라고는 하나 그 안의 부부라는 관계를 보게 되면 오롯이 타인이었던 사람이 혼인에 의해 맺어지게 된, 타인과 타인과의 결합에서 시작되는 하나의 조직이 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발생하게 되는 개인의 문제들을 보노라면 이러한 가족 관계 내에서 발생했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일들이 중첩되면서 발현하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가족이 탄생하기 위한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결혼의 시점에서부터 보자면, 남녀가 서로 원하는 결혼 조건이란 것은 그 자신들이 속해 있던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던 콤플렉스에 대한 것들을 무의식적으로 조합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내 모습은 지금의 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내가 그 동안 지내왔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외향적으로는 어른이라고는 하나 그 안에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내가 앉아 있는 오늘.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히 아파하고 어린 시절의 나를 다독여 외향만큼이나 내향적으로도 동일한 시간의 흐름이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방어나 회피가 아닌 나를 마주하며 그 고통의 구간을 지나야만 비로소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으며 진정한 나를 되찾아야만 그 뒤의 나의 가정도, 나의 아이들 모두 비로소 그 자연의 빛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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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당신도 깨닫게 될 이야기 - 내 인생을 바꾼 성찰의 순간들
엘리자베스 길버트 외 119명 지음, 래리 스미스 엮음, 박지니.이지연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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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나이를 하나씩 얻음에 따라 이전에는 결코 이해할 수 없던 것들을 이해하고 깨닫는 과정인 듯 하다. 학창시절에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 공부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들을 때면 또 다시 잔소리가 반복되는구나, 어서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대체 이 공부라는 것이 무엇이 쉽다는 것인지, 나는 그저 어른들의 세계를 부러워하기만 했다. 자신이 선택한 일을 하며 돈을 벌고 그 만큼 또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그 자유로움. 그 당시만 해도 자유에 대한 대가인 책임이란 것이 얼마나 무거우며 오롯이 혼자 견뎌내야 하는 것인지. 뻐꾸기 둥지 안의 새끼였던 나는 자의가 아닌 제도화 된 시스템에 있는 것에만 불만을 토로하고 그 때만 누릴 수 있었던 행복을 그 당시에는 알지도 못했다.

사회에 나오고 난 뒤에야 내가 누렸던 학창시절들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이었는지를,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공부가 가장 쉽다는 것들이 어떤 말들이었는지를 그토록 고대하던 어른들의 세계에 진입한 이후에나 깨닫게 된 것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그들이 깨달았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고 있다. 누구의 인생이든 자신의 삶에 있어 전환점이 되는 것들이 있기에, 그리고 인생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았기에 이 한 권 의 책 안에 만난 사람들의 담담한 글들이 크게 다가왔다.

그 누구도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판단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에, 직접 가보아야만 깨달을 수 있는 길들은 간접적으로나마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종군기자의 이야기서부터 가족을 잃은 아픈 이야기. 어린 시절 피부의 색깔만으로 사람의 계급이 나뉘는 것들을 경험한 것들. 끊이지 않는 이야기를 보면서 세상에 수 많은 사람들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에 또 푹 빠져 보았던 것 같다.

담백하지만 가볍지 많은 안은 이야기들, 논픽션이 아닌 픽션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으면서도 나와는 다른 또 다른 인생을 이토록 쉽게 만나볼 수 있기에 그들 인생의 고찰을 쉬이 넘겨준 그들의 진심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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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공간 - 남자는 가끔 행복한 혼자를 꿈꾼다
이문희.박정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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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위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는 책을 보며 남자친구가 물었다.

 당신이 이 책을 왜 읽으려는 거야?”

 남자의 공간이라는 제목도 제목이겠지만, 어떠한 것을 알고 싶기에 이 책을 읽으려 하냐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당시 그에게 내가 했던 대답은 아빠에 대해서도 이해해 보고 싶고, 당신도 알고 싶어서.’였다. 삼십 여 년을 가족이란 이름 하에 함께 지냈던 우리 가족 중 유일한 남자였던 아빠와 한 평생의 반려자로서 함께 하고자 하는 남자친구. 모두 남자라는 공통분모로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과연 나는 그들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또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단지 내 주변의 남자뿐만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골방에 들어가려 하는 보통 남자들의 심리가 자못 궁금하기도 했으며 그들의 공간을 몰래 엿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도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근본적인 이유는 내 곁의 남자, 그 두 사람에 대해 좀 더 알고 이해하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서문에서도 언급했듯이 단지 남자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 생각된다. 상담자들이 남자이고 그 상담 내용을 기반으로 인간의 심리에 대해 기록해 놓은 것이지만 비단 남자만이 가지는 문제가 아닌 그 안에 나의 문제들도 종종 마주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남자의 공간이란 제목이 선택된 이유는 그 무엇보다 남자들의 입장에서 남자들의 이해하고 그들 스스로도 모르는 대한민국의 남자를 가감 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다. 남자로서의 강인함을 나타내는 이 말을 들여다 보면 우리나라의 남자들에게 요구되는 남성상을 알 수 있는데 그 어디에서도 감정을 드러냄 없이 남자로서 굳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인간으로서의 감정에 치우치기 보다는 남자라는 직위에 맞는, 남자라는 가면을 벗어나지 않는 삶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이 암묵적인 요구에 그들은 자신의 눈물 조차도 함부로 흘릴 수 없게 하고 있다.

 페르조나를 외적인격이라고 칭한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칼 융은 어쨌든 남자는 남자가 되는 일을, 여자는 여자가 되는 일을 완수해야 한다.” 라고 말하여 인격형성 및 인간관계에서의 페르조나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본문

 가면이라는 의미의 페르조나.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자신의 위치에 맞게 행동하라는 사회가 주는 무언의 압박 속에서 살고 있다. 아빠의 페르조나, 상사의 페르조나, 남편의 페르조나 등 타인에게 보며지는 페르조나에 집중하다 보면 실제로 그 안에 내가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페르조나의 재앙이라고 하는데 가면과의 과한 동일시로 인해서 내가 아닌 페르조나만 남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페르조나만 존재하는 세계는 내가 없는 세계로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을 시에는 페르조나는 잠시 내려두고 나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자신 만의 공간인데 물질적인 공간이든 자신 내부의 공간이든 어느 곳이든 상관 없이 혼자만의 독립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남에게 보여주는 내가 나를 지배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반가웠던 것은 며칠 동안 칼 융의 심리학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져 그 해석본이라도 구하고 싶었던 차에 페르조나를 벗어나는 방법에 있어 그의 주장을 이곳에서 다시 만난 것이었다.

융이 말하는 전체성은 무의식과 의식의 통합을 이야기 하지만 이는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정신적인 문제라는 것은 자기로부터의 소외와 단절에서 비롯되는데 이러한 단절은 우리가 전체로서 자기로 살지 못하고 의식적인 부분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무의식과 의식이 분리되어 대립하게 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정신적인 문제를 말하는 것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융은 개성화가 삶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의식과 무의식이 조화로운 균형이 잡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이러한 상태에 도달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 무엇보다 매 순간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페르조나 안의 나를 이해해야만 무의식과 의식의 통합으로 내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싫어도 좋은 듯이 웃고 도움이 필요할 때면 기꺼이 그들을 돕고 누군가에게 양보하는 등 나의 삶에 있어서 내가 가진 사회적 페르조나와 그 이외의 또 다른 가면이 내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수용전념치료를 통해 인식의 변화를 연구한 스티븐 헤이즈는 우리가 이제까지 줄곧 사용해 왔던 효과도 없는이 방식을 모래늪의 비유를 통해 설명한다. (중략) 즉 고통을 피하려는 우리들의 방식은 이제 더 이상 효과적이지도 치유적이지도 않다. 고통을 피하려는 우리들의 방식은 이제 더 이상 효과적이지도 치유적이지도 않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역설적인 답을 가지고 있다. ‘피하기보다는 맞서기’ ‘외면하기보다는 경험하기이다. ‘기꺼이 경험하기가 바로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본문

  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 속의 남자들 이야기를 보면서 그 안에서 나의 문제를 인지하고 문제를 들추어 내고 진정한 나를 마주하게 되며 어느 샌가 스스로 툭 털고 일어설 수 있는 나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고통이 파도 치며 몰아오는 동안에 억압하며 나를 드러내지 않거나 혹은 타인에게 이 모든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 아닌 고통을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것. 즉 고통을 느끼지 않으려 하는 장치들을 잠시 놓아두는 그 용기가 필요함을 알려주고 있다. 한 순간의 술이나 쇼핑 등으로 문제를 잠깐 동안 잊을 수는 있겠지만 진정한 나의 심리적 문제를 외면한 채로는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들을 알고 싶다는 바람으로 시작한 독서의 여정 동안 오히려 그 안에 나를 찾아가는 길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는 것만으로도 나뿐만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는데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에 이 독서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기에는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반증하듯 이 책이 실존하는 씁쓸한 것도 사실이지만 비켜 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누구든지 그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탄성력이 부여해 주는 이 책이 있다는 것이 또 다행스러우면서도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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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칼 구스타프 융 지음, 김세영 옮김 / 부글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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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책을 몇 년 전 구입해 놓고 장식용 인형처럼 책장 안에 고이 모셔두고는 오랜 동안 먼지만 쌓아 두며 언젠가는 나의 것이 될 수 있겠지 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영화 채널에서 데인저러스 메소드란 영화를 보며 프로이트 뿐만 아니라 융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프로이트와 융, 그리고 그녀. 라는 부제를 가진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는 삼각관계의 중심에 있는 슈필라인을 중심으로 환자와 의사에서 연인관계로 발전되며 그 안에 프로이트와 융 사이의 관계 역시 함께 그리고 있다. 프로이트가 고안해 낸 정신분석 치료법으로 융의 첫 환자였던 슈필라인의 치료하며 그 둘은 가까워지게 되고 융의 도움으로 그녀는 후에 아동 정신분석의가 된다.

영화에서는 프로이트와 융에 영감을 준 뮤즈인 슈필라인과의 관계에 중점을 뒀지만 그 세 명의 주인공 중에 유독이나 융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한때는 프로이트를 멘토와도 같은 존재로 그의 의학에 대한 지식을 따르던 그는 프로이트의 개념을 뒤집게 된다. 시작은 그로부터 했으나 결론은 너무도 다른, 마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보는 듯 했다.

얇은 책의 두께와 넓은 행간을 보며 170여 페이지 정도는 단 몇 시간이면 일독할 수 있을 것이라 자만했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생각은 깊은 오만이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단 10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이었다.

한 페이지를 읽고 다음페이지로 넘어가서는 다시 앞의 페이지로 돌아와서 읽었던 부분을 읽고 또 읽고. 그리고도 혹시 내가 놓친 부분은 없는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그를 원망하면서도 한 걸음에라도 달려가 물어보고 싶어졌다. 과연 내가 지금 이해하고 읽어 내려가는 것이 당신이 생각하던 내용이 맞는지, 이 부분은 어떠한 것을 말하는 지를, 구할 수만 있다면 이 책의 해석본을 구해다 읽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라는 그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무엇에 대한 것과 개인을 어떻게 만들었다는 것인지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모두 규명해야만 했다. 읽은 바를 제대로 이해 했다면 융은 개인이 집단이라는 틀 안에서 깨어날 것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냉전을 바라보았던 융은 그 안에서 대중이라는 힘 안에 그 만의 인격을 가진 한 개인으로서 살아 남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평균의 함정. 우리는 실 생활에서도 이러한 것들을 종종 보게 된다. 표준편차가 고려하지 않은 평균은 그 차제를 일반화 함으로써 또 다른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평균을 기준으로 실존하는 양 끝 값은 평균이라는 이름 하에 깎이고 더해지면서 실제가 사라지게 되고 또 실존하지 않을 수도 있는 평균이라는 값이 마치 실존하는 양 일반화 하는 것이다.

한 개인은 모두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이므로 심리치료사가 한 환자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할 때에는 그 개인은 이전의 데이터의 숫자들과 같이 무한히 복제되는 하나의 단위로 보아 판단해야 하지만 그 환자를 개인적으로 이해하고자 할 때에는 이러한 데이터가 아닌 독특한 한 명의 환자로 보아야 한다고 주창하는 것이 바로 이 평균의 함정이라 할 수 있다.

집단화가 가중될수록 개인의 책임을 줄어들고 그 책임은 집단으로 전가시킴으로 개인은 사회의 부품화가 되고 이로 인해 실제 개인은 자신의 삶에 있어서 진정한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빼앗기게 되는데 이러한 집단화 속에서 개인을 지키기 위해 평형추로서 이용되는 것이 종교이다.종교는 개인이 직면하고 있는 집단화의 유혹 안에서 지원군의 역할로서 개인의 주체화에 도움을 주지만 실상은 그 단계에서 또 다른 권위를 알려주게 된다. 신과 개인의 관계가 아닌 개인의 의지가 집단 심리에 굴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리를 위하여 자신의 판단력과 결정 능력을 잃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에게 종교는 더 이상 종교가 아닌 신념이 되어버린다.

독재국가와 종파적인 종교는 동일하게 공동체사상을 강조하는데 이는 공산주의의 근본적인 이상이다. 0이라는 숫자에 아무리 많은 0을 더해도 1이 될 수 없듯이 하나의 공동체의 가치는 그 안의 개개인들의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수준을 뛰어 넘지 못하고 대중을 조직화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도구일 뿐인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 안에서는 개인들의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즉 이 공동체는 주인공의 자리는 빠져있기에 개인적인 접촉을 통해서만 변화는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종교와 개인의 문제를 미국과 유럽 모두 물질적이고 집단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온전한 인간을 표현하고 이해하는 개별적인 인간이 만물의 척도이자 세상의 중심이라는 사상은 없이 그저 평균화된 인간을 표방하고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

이는 집단으로 되어 있을 때에는 어떠한 방향성이나 힘을 가지고는 있지만 실제 그 안의 개인들에게는 무가치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모습으로 우리 모두는 보통의 사람이 이 땅과 하늘과 바다의 주인이고 보통 사람이 국가의 역사적 운명을 가른다고 하지만 실제 그러한 보통 사람의 존재에 대해 현실은 그렇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단이나 종교를 제외한 인간 한 개인을 바라보면 아직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잘 모르고 있다. 모든 것이 베일에 쌓여 있는 비밀의 화원처럼 더 이상 다가가서는 안 되는 경외의 장벽이라는 편견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고 본다.

개인의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기에도 버거울 만큼 개인의 의식이 황폐해진 것은 본능의 상실로 이는 인간의 삶이 시작된 이래로부터 인간의 마음의 발달에 있다. 의식이 주관적 것에 반대로 무의식은 객관적이면서도 개인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것으로서 이러한 내면은 인간의 마음 발달에 따른 그림자 안의 자신을 찾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집단 안에 뭉뚱그려지는 개인이 아닌 진정한 개인으로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읽는 내내 과연 이게 맞는 것일까? 라는 의문만을 남겨주는 융. 대체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이 무엇이었는지 진정 한 달음에 달려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담은 채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 권의 책을 이해하기에 너무도 방대한 세상의 지식을 끌어와야 한 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세계를 오롯이 한 권의 책으로 쉽게 탐하려 했던 나의 오만함도 다시금 생각해 보는 책이다.

집단 안에서 사라지는 내가 아니라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서, 쉽지 않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다시 통독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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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고전 : 동양문학편 - 서울대 선정 동서고전 200선 세상의 모든 고전
반덕진 엮음 / 가람기획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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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인가 출퇴근 하는 길에 있는 서점에꽤나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있는 책 한 권이 눈에 밟혔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꽃으로 얼굴을가리고 있는 여자의 모습에서 어떠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어느 날인가 그 동안의망설임을 뒤로 하고 단숨에 집어 왔다. 처음 만나보는 작가일뿐더러 어떠한 장르인지에 대한 정보도 없었지만많은 사람들이 읽어왔다는 것에 대한 믿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은 가독성은 분명 있었지만 그다지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었기에 다 읽고 나서 왠지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선택하고 읽었던 책에 배신 아닌 배신을 당한 이후 그에 대한 충격이 꽤나 오래 지속됐다. 베스트셀러를읽고 그들과 같은 감동을 읽어내지 못하는 것은 그들과 동일한 이해의 코드가 없는 것일까 혹은 그 만큼의 감성이 없는 것일까 하는 자책감마저 드는것이 너무 많이 읽히는 책보다는 나에게 잘 맞는 책을 보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에 베스트 셀러에 대한 거리감을 두게 되었다.

그렇게베스트셀러에 대한 거리감을 두고 있던 찰나에 또 한 번의 장벽을 만났으니 곁에 있던 사람이 나의 편독에 대한 걱정과 충고였다.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되었던 나에게 있어서 고전이라는 장벽은 두텁고 언젠가는 넘어야 하는 산이기는 하나그 산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산보다도 넘기 힘든, 두려움의 존재였다. 고전을 읽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세상을 엮어 모든 것을 집대성한 칼럼을 만들어 내는 그를 보면서 경이로움을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나는 이 거대한 성을 넘을 수 있을까? 에 대한 무한한 두려움만 키워 나가고있었다.

살아서꼭 읽어야 하는 고전의 목록들을 업데이트 하면서도 언제나 목록 안에만 담아두고서는 는 실제 그것들을 만나보려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그 나날속에서 세상이 모든 고전이라는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위시리스트에 목록 가득 작성해 놓고서는차마 구매는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던 찰나에 단 권으로 만날 수 있는 고전이라니. 제목만으로도 단숨에손에 넣고 싶은 책이었다.

수이전부터천일야화까지 45편의 고전이 담겨있다. 고전의 원본이 고스란히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저자나 시대상과 함께 책에 대한 배경지식을 10페이지 남짓으로 정리해 놓고있다. 편식하는 아이에게 몸에 좋으니 무조건 먹어라, 가아닌 그 음식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맛보기를 보여주는 식의 느낌이랄까? 장벽 앞에서 어찌할 바를모르던 내게 그 벽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높지 많은 안다는 것과 그 안에 달콤한 세상이 또 있다는 듯이 유혹의 손길이 넘실거린다.

고전이란, 특정 시대와 특정 공간을 초월하여 오랫동안 가치를 인정받아 온 책을 일컫는다.한 번 즈음 들어봤음 직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그 안에 어떠한 이야기들이담겨 있는지에 대해 들려주며 내 스스로 그 고전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하고 있다. 45권의 스토리텔링과그 이외의 155권의 목록. 그간 내가 만들어 놓은 두꺼운장벽을 이 책과 내 사람의 도움으로 하나하나 깨 보아야겠다.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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