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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사춘기 - 서른 넘어 찾아오는 뒤늦은 사춘기
김승기 지음 / 마젠타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아이와 어른의 과도기적 시기에 찾아오는 사춘기. 어른이 되어가기 위한 변화들이 찾아오면서 자신이 누구인가에서부터 이전과는 다르게 격동적인 감정 변화가 일어나는 때이니만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불리게 된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시기에 겪는 이 ‘사춘기’라는 기간이 오직 그들에게만 드러나지만은 않는 다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사춘기는 초등학교 6학년 때였던 것 같다. 모든 것에 불만이 가득했던 그 때의 내 모습을 돌이켜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는 동안 내내 엄마와의 말다툼으로 시작되었다. 무엇이 그토록 싫었던 것인지, 그 때의 나는 가시를 바짝 세운 고슴도치 마냥 그 누구도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어떻게 사춘기를 지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왔다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느낌으로 오직 기억 속에만 어슴푸레 남겨진 그 때가 다시 한 번 그 고개를 들어 내 인생에 드러내고 있었으니 그 때가 바야흐로 2년 전 즈음, 서른을 코 앞에 앞두고 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방황의 시간이라 일컫는 사춘기를 지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때만큼이나, 아니 이미 과거의 시간이라 비교 자체가 불가하겠지만 체감하기에는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녀석이 내 마음의 균열을 비집고 그 실체를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무언가 불안하기는 하지만 대체 내가 왜 이러는 것인지, 무엇이 그토록 요동치게 하는지도 모르고 있던 나에게 ‘어른들의 사춘기’라는 이 책은 어른이지만 여전히 내 안에 어린 아이가 살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그러니까 ‘아직 너는 너의 사춘기를 제대로 보내지를 못한 모양이구나.’ 라며 지금의 내가 오류투성이인 어른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다.
정신분석적으로 보면, 지금 우리가 느끼며 경험하는 많은 것, 그것은 결코 지금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느꼈던 것을 반복하는 것이고 재 경험일 뿐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어떤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그 시점으로 퇴행하여 그때처럼 그 상황을 똑같이 겪게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과거는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할 수 있다. –본문
사람들은 꿈을 꾸고 그것에 대해 미래를 예언하거나 어떠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이 악몽을 꾸며 식은땀이 흥건하여 잠에서 깬 이후면 어김없이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우리의 옛 조상들은 꿈을 사고 팔기도 했으니, 꿈이란 단순히 잠들어 있는 동안의 현상이 아니라 우리에게 있어 그 이상의 의미가 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꿈이란 무의식의 창으로서 우리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한다.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의식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의식 중 내가 실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의 10% 남짓 정도이며 나머지 90% 가량의 것들은 의식을 제외한 모든 것을 일컫는 비의식의 세상으로 이는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무의식의 상태는 꿈이라는 통로를 통해 우리에게 자신의 감춰진 진면모를 보이게 되는데 정제되지 않은, 진솔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계기로 미래에 대한 계시보다는 현재 혹은 과거에 있어서의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가족이란 저마다의 욕망이 얽히고설킨 위험한 화약고다. 그래서 정신의학자 이사도르 프롬은 “가족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신이 내린 최악의 발명품”이라고까지 말하지 않았던가. –본문
가족은 혈연으로 엮어져 있는 관계라고는 하나 그 안의 부부라는 관계를 보게 되면 오롯이 타인이었던 사람이 혼인에 의해 맺어지게 된, 타인과 타인과의 결합에서 시작되는 하나의 조직이 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발생하게 되는 개인의 문제들을 보노라면 이러한 가족 관계 내에서 발생했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일들이 중첩되면서 발현하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가족이 탄생하기 위한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결혼의 시점에서부터 보자면, 남녀가 서로 원하는 결혼 조건이란 것은 그 자신들이 속해 있던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던 콤플렉스에 대한 것들을 무의식적으로 조합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내 모습은 지금의 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내가 그 동안 지내왔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외향적으로는 어른이라고는 하나 그 안에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내가 앉아 있는 오늘.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히 아파하고 어린 시절의 나를 다독여 외향만큼이나 내향적으로도 동일한 시간의 흐름이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방어나 회피가 아닌 나를 마주하며 그 고통의 구간을 지나야만 비로소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으며 진정한 나를 되찾아야만 그 뒤의 나의 가정도, 나의 아이들 모두 비로소 그 자연의 빛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