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 앞에서는 언제나 무릎을 꿇게 된다 - 천양희, 시인의 채근담
천양희 지음 / 모루와정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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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대세라고 이야기들 하는 요즘을 바라보면 모두들 너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터라 잠시도 쉬어갈 틈이 없는 듯 하다.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24시간 내에 경쟁이라는 끝없는 사각링 링에 던져져서는 살아남기 위해서 고군분투해야만 하기에 초등학생부터 직장인들까지, 아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급박한 하루를 따라가기가 바쁠 것이다.

 

 젊을 때 혜성처럼 나타났다 빨리 사라지는 것보다 나이 들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일생을 살 수 있다면 그것처럼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잘 끝맺는 것도 없다. 앎의 가치는 단순히 아는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앎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있다. –본문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저자인 천양희씨는 현재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너무도 느린, 느리다 못해 도태되어 보이기까지 한다. 남들과 비교해서 달팽이보다도 느릿한 세월을 더디게 지나온 자신의 상황이 답답하기도 하련만, 그는 18년만에 첫 번째 시집을 내놓으며 그 어떠한 불평 불만도 없었다. 채근담을 만나 배웠던 지성과 행동의 일치를 실현시키며 남들의 눈에는 비록 늦깍이일지 모르나 그는 오래 기다린 사람에게 오는 기회를 실감하며 18년만의 도래한 첫 탈고의 기쁨을 더욱 달콤히 만끽하고 있다.

 

저자의 그 정신이 오롯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어서인지, 사실 책 자체의 두께나 그 안의 내용은 그리 많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빨리 읽어야지하고 페이지를 휘리릭 넘기는 순간 그 안의 내용은 그저 글자로만 남아있었다. 분명 읽었는대도 불구하고 아무런 내용이 머리 속에 남아 있지 않아 당황하면서 앞 페이지로 돌아가기를 몇 차례 한 결과, 천천히 음미하면서 책을 읽어 내려가야만 그 안의 문구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고 생각들이 두둥실 떠올라 내 안으로 스며드는 기분이 들었다.

 

수평선을 한번 바라보라, 수평선을 보다 보면 수평한 것의 평등함을 알게 되고, 넓은 것이 높이와 깊이를 다 포용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물결이 바다를 물보라 치게 하듯 실패가 삶을 굽이치게 하지만, 파도가 바다를 깨우듯이 실패가 삶을 깨우기도 한다. –본문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구이다. 텔레비전 스크린 속으로 혹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 가끔은 실제로 수평선을 마주하면서도 나는 단 한번도 그 안의 광활한 세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저 바다에 왔구나, 일상에서 해방되었구나, 라는 생각에만 빠져 그 순간의 광경만 눈에 담기 급급했는데 그는 수평선 안에서 삶의 또 다른 진리 하나를 꼬집어 낸다. 바다의 수심을 제 각각이고 수 많은 암석들이 있음에도 넓은 바다를 두고서는 그들 모두 평화로운 하나가 되는 것이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흔들리는 새장처럼 우리는 생활 속에 매달려 새장처럼 흔들린다. 마음이 새처럼 자유롭지 못하면 몸은 닫힌 새장과 같다. –본문

 

 책을 읽으며 나만의 시간을 갖고 여유를 가져보자던 처음의 생각과는 다르게 자꾸 속도를 내지 못하여 안달하는 내 모습을 보며 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집어 들기 시작한 책 안에서 또 다시 울타리를 만들어 종종거리고 있는 나를 마주하는 순간, 참 어쩜 이렇게도 내 스스로를 곤혹스럽게 해야만 오늘을 살고 있다고만 느끼는 것인지, 미련스러울 정도로 이 생활을 반복하고 있는 내가 안타까울 뿐이었다.

 새장을 치는 것도 새장 속에 갇히는 것도 순전히 내가 만드는 허상에 불과하다. 과연 언제쯤 자유로이 모든 것을 놓고서 유영할 수 있을는지. 아직도 바둥거리는 나를 보면 저자가 말하는 꿈꾸며 허상 속에 사는 것이 아닌 도전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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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라이닝 플레이북 - 사랑으로 받은 상처, 사랑으로 치유하라!
매튜 퀵 지음, 정윤희.유향란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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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 모든 구름의 뒤에는 빛이 있다는 말처럼 책을 덮는 순간,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을 때 사랑 때문에 마음이 고장 났을 때, 당신에게 보내는 달콤한 위로! 라며 띠지의 넘실대는 유혹에 순식간에 빠져들었으며 구름 뒤의 시간들을 알기에 이 두 남녀의 이야기에 금새 동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인생은 고달픈 거예요 팻. 아이들도 인생이 매우 험난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워야지요.”

왜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을 연민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자기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이해할 테고, 각자 자기 마음에 어떤 화학작용이 소용돌이 치느냐에 따라 인생이란 여정이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테니까요. “ –본문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말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며 그 행복이라는 찬란한 빛만이 우리를 조명할 것 같은 순간에도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며 어둠이 드리우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첫사랑을 아련히 기억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가 되긴 한다. 단 한번도 먹구름이 드리우는 적 없이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세상의 모든 행복으로 함께 하는 느낌이었을 테니, 그 무엇이 더 필요했을까. 아마도 이별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모두의 첫사랑은 햇살 따스한 봄날의 화창함만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이 소설은 따스한 봄날이라기 보다는 언제고 도래할지 모르는 한 줄기 빛을 기다리며 깜깜한 긴 터널 속에서 시작하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그 어떤 소설보다 오히려 주인공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다시, 여야만 하는 순간이 있기에, 한 번쯤은 그러한 시간들을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아내의 외도에 대한 배신과 그 화로 인해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 팻.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상상을 하지 않았을까? 너무 아파서 차라리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만 싶은데 어찌해서 해리 현상이 왜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것인지, 할 수만 있다면 영화 이터널 선샤인처럼 의학 기술을 힘을 빌어서라도 지워버리고 싶은데 할 수 없어 매일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인지.

어쩌면 그 힘든 시간을 지나와야만 어른이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이토록 어른이 되는 것이 힘든 것이라면 마냥 어린아이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 순간을 통째로 덜어 타임 워프를 하고 싶다는 그 바람들을 몸소 실천해 주는 자화상이 팻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아내를 기다리며 매일 운동을 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는 그를 보며, 멍청하긴! 미련해! 라는 생각보다도 아련함이 먼저 밀려들었다.

인정할건 인정해요. 우린 둘 다 현실에서 움켜쥐고 있는 것을 놓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사람들이란 걸. –본문

자신 때문에 남편이 세상을 떠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티파니. 그렇기에 그녀의 일상 겉으로 보았을 때는 별 문제 없었지만 그녀의 내면에서는 그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했을 때 그 사랑이 떠나버렸기 때문인지 그녀는 인스턴트식 사랑에만 집착하고 있다. 더 깊이 빠져들기 전에 떠나고 다시 다른 사람을 찾고. 책을 읽는 동안에는 티파니야 말로 팻의 실버라이닝이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서는 과연 이것이 일방적인 관계였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당신이 필요해요 본문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는 것은 타인을 세워두고 실제는 나에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처럼 그녀는 팻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행동들이 결국엔 그녀 자신을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인생은 기분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실제 인생은 안 좋게 끝나는 경우도 많다고. 우리 결혼처럼 말이야. , 당신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 주고 싶어. 문학은 이런 현실을 기록하려고 노력하지. 그걸 통해 어려운 현실을 씩씩하게 버텨 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거야. –본문

그래, 인생은 언제나 달콤하지 만은 않다. 어느 드라마의 대사처럼 초콜릿 상자 속에 어느 초콜릿을 먹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안에 달콤한 가나슈가 들어있을지 럼주가 들어있을지는 겉으로 보아서는 알 수가 없다. 달달함만을 생각하고 한 입에 털어놓은 초콜릿에서 럼주가 흘러나와 코끝을 짜릿하게 맴돌다 해도 그 시간마저도 어느 순간 지나갈 것이다. 다행인 것은 우리 모두에게 이 초콜릿 상자가 하나씩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함께 그 맛을 나눌 수도, 그 상자 속 초콜릿에 대해 이야기 하며 서로를 이해할 수도 있으니. 다행이다, 라는 안도감이 든다. 상처가 있다는 것은 그 만큼 타인의 상처 또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사회는 여전히 따뜻함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구름 뒤의 빛이 있고 그 실버라이닝을 보며 한 걸을 또 나아가면 되고 혼자일 것만 같은 순간에도 나와 닮은 사람들이 무수히 존재하고 있으며 이미 이 길을 지나갔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위안을 건네는 이 책을 통해 실버라이닝의 힘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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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클래식 보물창고 18
알베르 카뮈 지음,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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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타의에 의해 이 책을 읽었다면 나는 이방인 속 뫼르소를 보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라며 비난하기에 급급했을 것이다.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전해 듣고도 별 다른 반응이 없었으며 어제와 동일하게 똑같은 날인 듯 장례식을 치르는 그를 보면서. 그리고 나서 옛 직장 동료였던 여자를 만나 코미디 영화를 보고 하루 밤의 정사를 나누고 그러다 어느 날 해변을 거닐다 아랍인을 총으로 살해하는, 그것도 우발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담담히 몇 발의 권총을 쏘는 그를 보면서, 그렇게 막을 내리는 1부를 보면서 아니 아마도 보기도 전에 닫아버렸을 것이다.

 나는 두 시에 버스를 탔다. 날씨는 무더웠다. 나는 늘 그러듯이 셀레스트네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식당 사람들은 모두 몹시 마음 아파했고, 셀레스트는 "어머니는 오직 한 분뿐인데."라고 말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들은 문까지 따라 나와 배웅했다. -본문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라고 시작하는 소설의 첫 마디를 보면서 그 동안 수많은 서평들이나 이방인에 대한 칼럼과 분석한 글들을 보며 이방인이라는 책이 이렇게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눈 앞에 마주하게 된 뫼르소와의 첫 조우에서 여전히 대체 이게 무슨 반응이람, 이란 생각으로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올해 양로원에 거의 오지 않은 데는 그런 이유도 약간 있었다. 버스 타고 가서 표를 사고 두 시간 걸려 여기 오는 노력은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내 일요일은 잡아먹기 때문이기도 했다. -본문

 무심하다는 말 한마디로 그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도 부족했다. 과연 뫼르소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대체 이 작품은 어떠한 면에서 알베를 카뮈를 전세계적인 작가의 반열로 오르게 했다는 것인지에 대해 읽는 내내 이방인, 뫼르소, 알베르 카뮈, 부조리 이 4개의 카테고리를 조합하고 이해하기 위해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들판에 가 본 지 오래된 나는 엄마 장례식이 아니었다면 산보를 하면서 아주 즐거웠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본문

 엄마의 죽음에서도 별 다른 슬픔을 느끼지 않고 그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는 그를 보면서 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보통 사람이라면 소리 내어 울고 죽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의 시간과 그 일련의 과정들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방인 속의 뫼르소는 어디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들을 나타내지 않았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도 나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내 자신이 운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하게 멍하니 계속해서 할머니의 죽음과 산 사람들 사이에서 장례 절차를 바라보고 있던 그 순간, 그리고 그 모든 절차를 마치고 장례식장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나는 그 순간 배고픔을 느끼는 내 자신에 혐오감을 느끼며 그럼에도 밥알을 삼키고 있는 나를 보면서 그 모습에 또 다시 울컥했었는데 뫼르소는 그 어디에서도 인간다운, 인간미 넘치는 그 끄나풀조차 던져주지 않고 있었다.

 나는 내 이마에서 태양이 심벌즈처럼 울려 대는 것밖에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희미하게, 여전히 내 바로 앞에 있는 칼에서 분출되는 번쩍이는 양날 외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 불타는 검이 내 속눈썹을 물어뜯고 고통스런 내 눈을 후벼 대는 것 같았다. 나의 온 존재가 긴장했고, 내 손은 권총을 꽉 쥐었다. 방아쇠가 굴복했고, 내 손은 권총 자루의 반들반들한 배에 닿았다. 바로 거기서, 메마르면서도 귀를 멍하게 하는 소음 속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본문

 계속 이렇게 그에 대해 세상 속에 우리가 정해놓은 인간다움이라는 틀 안에서 그를 바라보면 그는 이방인을 넘어선 인간으로서의 지녀야만 하는 덕목이 없는 미개한 자로밖에 보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나는 뫼르소처럼 생각하는 시각을 가져야만 했다. 그가 생각하는 대로, 그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대로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나는 생각해보아야 했고 그렇기에 잠시 책을 던져버리고 훌훌 털어내어 이방인이 되어보고자 했다.

  그리고 여전히 최악의 가정을 취했다. 나의 항소가 기각된다는 가정이었다. "그래, 그럼 난 죽게 되겠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일찍, 그건 분명했다. 하지만 인생은 살아 볼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사실 나는 서른 살에 죽든 별로 중요치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당연히 다른 남자들과 다른 여자들이 살아 있을테고, 수천 년동안 그럴테니까. 요컨대 그보다 더 명백한 것은 없다. 그게 지금이건 20년 후이건 간에 죽게 되는 사람은 여전히 나였다. (중략) 사람이 죽게되는 마당에 어떻게, 언제, 이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그러므로, 나는 내 항소의 기각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본문

 시지프의 신화 속에서 계속해서 바위를 산꼭대기로 올려야 하는 그 의미 없는 고된 노동 속에서도 그럼에도 그 안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기에 부조리에 대해 이해 할 수 있다는 그 이야기를 뫼르소의 삶의 태도에도 대입해 보아야 했다.

 멍하니 대체 그의 삶에 있어서 부조리란 무엇을 의미하는 가를 고민하던 찰나, 어느 순간 떠오르는 것을 죽음의 도래를 지워버리고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을 사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진리를 알면서도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삶을 보면서 그는 죽음과 공존하는 오늘의 삶에 있어서 그 어떠한 것이든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고 보았다.  그 무엇도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가볍거나 묵직하지도 않은, 그저 하나의 평행선상에서의 무수한 점들 중 하나 일 뿐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 엄마의 죽음과 그 이후 코미디 영화나 정사는 별개의 하나하나의 일들이었으며 아랍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까지는 자신 스스로가 자신의 삶에 대해 놓았다면 그 사건 이후 타인에 의해 자신의 삶이 결정되는 것들을 보면서 그는 또 다시 현상의 부조리에 대해 깨닫게 된 것이다. 자신의 재판 과정에서 대변하는 것에 대해 귀찮다고 생각하고 그 과정들이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뫼르소에게 있어 오늘의 죽음은 중요치 않다. 어차피 언제건 오게 될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소설이 너무도 슬프게만 느껴졌다.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에 행복했으며 자신의 처형일자에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신이 떠나는 날이 외롭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그 마지막 순간을 읽으며 과연 그는 진정으로 행복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라는 너무도 진리한 진실에 빠져있었던 뫼르소에게 삶은 그저 죽음으로의 길로 가는 통로였을 뿐이었다. 우리 모두가 보이게 그는 낯설은 이방인이었지만, 매일을 아등바등하며 지내는 우리가 그에게 있어서는 모두 낯선 세계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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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경제학
야자와 사이언스 연구소 지음, 신은주 옮김 / 김영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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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탔던 그들의 말하는 경제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세상을 바꾼 경제학을 펼친 첫 번째 페이지에서 노벨 경제학상의 알지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고서는 살짝 당황했다. 그 해의 혹은 그 전까지 경제분야에 공로를 펼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노벨 경제학상, 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 미국 중앙은행 의장을 역임했던 앨런 그린스펀은 노벨상을 받을 수가 없단다. 그 이유인즉 슨 자연과학 분야의 노벨상과 경제학상은 실존 경제를 얼마나 잘 이끌었나, 가 아닌 이론적으로 보았을 때 얼마만큼의 공헌을 했는지에 따라 수상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라는데, 이론과 실제를 분리해서 보는 듯한 시각에 갸우뚱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한 이유가 있겠지, 라는 생각에 계속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학부 시절에 들었던 경제원론 덕분인지 어디선가 들어봤던 내용이구나, 라는 생각에 호기심을 갖고 보게 되었다.

과거 프리드먼은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면 디플레이션과 싸울 수가 있다"라고 비유하면서 통화량이 가장 중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나 당시 많은 경제학자들은 케인스주의에 충실했기 때문에 화폐가 경제활동에 주는 영향력을 경시했다. 케인스는 경제를 관리하는 금융정책, 다시 말하면 통화 공급량을 변경한다고 해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본문

케인스와 프리드먼의 내용은 아마도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내용일 수 밖게 없다. 통화정책을 중요시 했던 프리드먼과 불완전 고용으로 인해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불안정한 시장 경제를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케인스의 주창은 지금까지도 각 국가에서 끊임없이 거론되고 실제 사용하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3차 양적 완화를 위해 미국 및 유럽 전역에서 뛰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어느 한 사람의 주장만이 세계 경제에 불어 닥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아닌, 세상은 하나의 이론대로만 굴러가는 것이 아니기에 복합적으로 모든 것들을 판단해야 하며 그러므로 경제라는 것은 단 하나의 요소만을 가지고 볼 수 없다는 것을 또 한번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행동경제학'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간 배워왔던 경제학에서의 전제는 경제학에 참여하는 인간이라면 언제나 합리적이고 행동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감정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이득이라고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는 이기적인 인간으로서 내가 배웠던 경제학은 이러한, 매우 합리적인 인간을 전제로 하여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현금분할 의사결정게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100원이라는 이득만 있으면 타인이 주는 돈을 받아야만 하고 그것이 바로 경제학에서 말하고 있는 호모에코노미쿠스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이러한 게임에 참여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전체 금액의 30% 이상이 되어야만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돈일지라도 그것에 만족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합리성은 인간이라는 에이전트에 대한 비현실적인 개념이다. 우리는 인간이 이 합리성의 이성에서 얼마나 옆길로 벗어났는지를 보여주었지만 인간이 비합리적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인간은 사려분별을 할 수 있는 신중한 에이전트이다." -본문

무엇보다도 행동경제학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이것이 경제학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닌 심리학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논리라는 것이다. 하기야 모든 것이 인간이 실제 실행하는 것이니 경제라는 것도 인간의 심리를 제대로 알고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바라기는 하지만 그 이상으로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현상에 대해 '손실회피'라는 심리를 발견하였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품의 가치를 더 크게 평가하려는 '소유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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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힘 - 과거로부터 온 미래
강명관.강호영,고인석 외 지음 / 꿈결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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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아보고선 그 무게와 두께에 압도되고 말았다. 내 책장에 꽂혀 있는 그 어떤 책보다도 두꺼운 책. 덩그러니 올려놓고 아, 다 읽을 수 있을까? 라는 망설임과 이 정도도 읽어내지 못한다면 그렇게도 갈망하던 고전은 손도 대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하면서도 그 나름의 동기를 가지고 한 장씩 읽기 시작했다.

700페이지 안에 99권의 고전을 압축해 담아놓았다. 그간 고전에 대해 소개하는 책들을 종종 만나보기는 했으나 저자가 읽은 고전들 중 몇 가지를 추려서 그에 대한 내용들을 담아 놓은 것이 일반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 그대로 99권의 고전들에 대해서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 다른 책들과의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아마도 저자에게 700페이지라는 분량은 많은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700페이지 안에 99개의 고전에 대해 그저 줄거리 정도만 정리해 놓았겠지, 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보았던 두께에서 오던 압도를 떠나 줄거리만 정리 하기에도 부족한 페이지라고 생각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 안의 고전이 어떠한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일단 내가 먼저 읽은 책들을 중심으로 접근해서 보기 시작했다.

요새 들어 난해하다, 라고 생각하던 것이부조리에 대한 개념이었다. 시지프의 신화에서도 그렇고 이방인에서도 그렇고 부조리에 대해 인식하면서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들을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 라는 말들을 많이 접해보았지만 대체 부조리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이 바로 잡히지 않았다. 국어사전을 기반으로 해서 고전에 대해 해석해 놓은 것들을 찾아보면서도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안고 있던 찰나, 이 책 안의이방인에 대한 마주하면서 드디어 이해하고 싶었던부조리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인지하게 되었다.

카위가 이방인에서 취급한 주제는 이와 같은 삶의 부조리에 대한 통찰이며 고발이다. 부조리란 조리에 맞지 않는 것, 비합리적인 것, 즉 이성으로 파악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삶의 부조리, 그것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현대인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자기들이 얼마나 비이성적인 존재인지 처절하게 확인하며 절망했다. 전쟁과 같은 잔혹한 비인간적 범죄는 가치관의 혼란은 물론 기성의 윤리에 대한 회의를 초래했다. 문명의 이기인 과학과 기술은 대량살상 무기를 제조하는 데 사용된다. 부조리 사상은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본문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을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지, 작품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가령 파우스트의 경우 1부와 2부가 다른 듯 하지만, 1편의 경우 파우스트 개인의 욕망을 이루기 위한 모습들이라면 2부는 개인적 욕망을 넘어서 사회를 통해서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설명하면서 개인차원에서의 행복추구와 사회 차원에서의 공동체의 행복 추구 모두가 실패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기에 유사한 주제가 기반 되어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다.

이 작품이 세계문학의 고전주의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시문학으로 되어 있는 원어의 아름다움 때문일까? 아니면 인류가 파우스트처럼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고 욕망에 이끌려 앞만 향해 나아가다가는 끝없이 실수를 저지르고 패망할 것임을 미리 경고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파우스트처럼 새로운 실험을 계속해야만 발전한다는 가르침 때문일까? 이 작품은 아마도 그런 끝없는 질문을 제기하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낳는다. –본문

 많은 사람들이 읽어왔고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고전 앞에서 읽어야 해, 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실천하기에는 꽤나 깊은 도전의식이 필요하다. 논어, 소학, 대학 등 고전 시리즈를 구매한지 2개월이 넘도록 아직 그 표지조차 넘겨보지 않고 고스란히 책 탑을 쌓아 책상 위에 보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존재만으로도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긴 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구매해 놓았던 고전들이 이 책 안에 있는 것들이라, 이렇게 접근하면 되겠구나라는 안도감이 든다.

 아마 이 책이 없었더라면 나는 안나 카레니나를 그저 하나의 불륜을 소재로 한 소설로만 치부하고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안나와 레빈의 삶을 이야기를 통해서 개인의 이상과 사회적인 윤리가 충돌 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 , 쇠로 인해 인류가 발전했다는 그 결과가 아니라 어떻게 발전을 하게 되었는지를 배우기 위해 고전을 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배우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수 많은 고전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어느 출판사의 고전을 읽어보면 좋은지에 대한 조언과 저자가 독자들을 위해 남겨둔 1권의 고전을 찾아 보라는 미션까지 독자들을 위해 깊은 배려가 묻어 있기에 보는 내내 나만의 고전 목록을 다시 만들어 보리라는 동기부여를 한껏 얻어간다. 고전, 제목만 입력하면 줄거리부터 느낀점까지 대신 알려주는 웹 사이트의 정보 검색이 아닌 내가 읽고 내가 만들어가는 고전목록 리스트를 만들어 보게 하는, 그러면서 고전을 향하는 미숙한 독자들에게 든든한 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이 책이 든든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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