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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라이닝 플레이북 - 사랑으로 받은 상처, 사랑으로 치유하라!
매튜 퀵 지음, 정윤희.유향란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 모든 구름의 뒤에는 빛이 있다는 말처럼 책을 덮는 순간,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을 때 사랑 때문에 마음이 고장 났을 때, 당신에게 보내는 달콤한 위로! 라며 띠지의 넘실대는 유혹에 순식간에 빠져들었으며 구름 뒤의 시간들을 알기에 이 두 남녀의 이야기에 금새 동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인생은 고달픈 거예요 팻. 아이들도 인생이 매우 험난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워야지요.”
“왜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을 연민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자기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이해할 테고, 각자 자기 마음에 어떤 화학작용이 소용돌이 치느냐에 따라 인생이란 여정이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테니까요. “ –본문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말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며 그 행복이라는 찬란한 빛만이 우리를 조명할 것 같은 순간에도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며 어둠이 드리우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첫사랑을 아련히 기억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가 되긴 한다. 단 한번도 먹구름이 드리우는 적 없이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세상의 모든 행복으로 함께 하는 느낌이었을 테니, 그 무엇이 더 필요했을까. 아마도 이별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모두의 첫사랑은 햇살 따스한 봄날의 화창함만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이 소설은 따스한 봄날이라기 보다는 언제고 도래할지 모르는 한 줄기 빛을 기다리며 깜깜한 긴 터널 속에서 시작하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그 어떤 소설보다 오히려 주인공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다시, 여야만 하는 순간이 있기에, 한 번쯤은 그러한 시간들을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아내의 외도에 대한 배신과 그 화로 인해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 팻.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상상을 하지 않았을까? 너무 아파서 차라리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만 싶은데 어찌해서 해리 현상이 왜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것인지, 할 수만 있다면 영화 이터널 선샤인처럼 의학 기술을 힘을 빌어서라도 지워버리고 싶은데 할 수 없어 매일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인지.
어쩌면 그 힘든 시간을 지나와야만 어른이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이토록 어른이 되는 것이 힘든 것이라면 마냥 어린아이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 순간을 통째로 덜어 타임 워프를 하고 싶다는 그 바람들을 몸소 실천해 주는 자화상이 팻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아내를 기다리며 매일 운동을 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는 그를 보며, 멍청하긴! 미련해! 라는 생각보다도 아련함이 먼저 밀려들었다.
인정할건 인정해요. 우린 둘 다 현실에서 움켜쥐고 있는 것을 놓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사람들이란 걸. –본문
자신 때문에 남편이 세상을 떠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티파니. 그렇기에 그녀의 일상 겉으로 보았을 때는 별 문제 없었지만 그녀의 내면에서는 그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했을 때 그 사랑이 떠나버렸기 때문인지 그녀는 인스턴트식 사랑에만 집착하고 있다. 더 깊이 빠져들기 전에 떠나고 다시 다른 사람을 찾고. 책을 읽는 동안에는 티파니야 말로 팻의 실버라이닝이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서는 과연 이것이 일방적인 관계였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당신이 필요해요 –본문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는 것은 타인을 세워두고 실제는 나에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처럼 그녀는 팻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행동들이 결국엔 그녀 자신을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인생은 기분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실제 인생은 안 좋게 끝나는 경우도 많다고. 우리 결혼처럼 말이야. 팻, 당신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 주고 싶어. 문학은 이런 현실을 기록하려고 노력하지. 그걸 통해 어려운 현실을 씩씩하게 버텨 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거야. –본문
그래, 인생은 언제나 달콤하지 만은 않다. 어느 드라마의 대사처럼 초콜릿 상자 속에 어느 초콜릿을 먹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안에 달콤한 가나슈가 들어있을지 럼주가 들어있을지는 겉으로 보아서는 알 수가 없다. 달달함만을 생각하고 한 입에 털어놓은 초콜릿에서 럼주가 흘러나와 코끝을 짜릿하게 맴돌다 해도 그 시간마저도 어느 순간 지나갈 것이다. 다행인 것은 우리 모두에게 이 초콜릿 상자가 하나씩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함께 그 맛을 나눌 수도, 그 상자 속 초콜릿에 대해 이야기 하며 서로를 이해할 수도 있으니. 다행이다, 라는 안도감이 든다. 상처가 있다는 것은 그 만큼 타인의 상처 또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사회는 여전히 따뜻함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구름 뒤의 빛이 있고 그 실버라이닝을 보며 한 걸을 또 나아가면 되고 혼자일 것만 같은 순간에도 나와 닮은 사람들이 무수히 존재하고 있으며 이미 이 길을 지나갔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위안을 건네는 이 책을 통해 실버라이닝의 힘을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