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힘 - 과거로부터 온 미래
강명관.강호영,고인석 외 지음 / 꿈결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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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아보고선 그 무게와 두께에 압도되고 말았다. 내 책장에 꽂혀 있는 그 어떤 책보다도 두꺼운 책. 덩그러니 올려놓고 아, 다 읽을 수 있을까? 라는 망설임과 이 정도도 읽어내지 못한다면 그렇게도 갈망하던 고전은 손도 대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하면서도 그 나름의 동기를 가지고 한 장씩 읽기 시작했다.

700페이지 안에 99권의 고전을 압축해 담아놓았다. 그간 고전에 대해 소개하는 책들을 종종 만나보기는 했으나 저자가 읽은 고전들 중 몇 가지를 추려서 그에 대한 내용들을 담아 놓은 것이 일반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 그대로 99권의 고전들에 대해서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 다른 책들과의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아마도 저자에게 700페이지라는 분량은 많은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700페이지 안에 99개의 고전에 대해 그저 줄거리 정도만 정리해 놓았겠지, 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보았던 두께에서 오던 압도를 떠나 줄거리만 정리 하기에도 부족한 페이지라고 생각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 안의 고전이 어떠한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일단 내가 먼저 읽은 책들을 중심으로 접근해서 보기 시작했다.

요새 들어 난해하다, 라고 생각하던 것이부조리에 대한 개념이었다. 시지프의 신화에서도 그렇고 이방인에서도 그렇고 부조리에 대해 인식하면서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들을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 라는 말들을 많이 접해보았지만 대체 부조리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이 바로 잡히지 않았다. 국어사전을 기반으로 해서 고전에 대해 해석해 놓은 것들을 찾아보면서도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안고 있던 찰나, 이 책 안의이방인에 대한 마주하면서 드디어 이해하고 싶었던부조리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인지하게 되었다.

카위가 이방인에서 취급한 주제는 이와 같은 삶의 부조리에 대한 통찰이며 고발이다. 부조리란 조리에 맞지 않는 것, 비합리적인 것, 즉 이성으로 파악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삶의 부조리, 그것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현대인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자기들이 얼마나 비이성적인 존재인지 처절하게 확인하며 절망했다. 전쟁과 같은 잔혹한 비인간적 범죄는 가치관의 혼란은 물론 기성의 윤리에 대한 회의를 초래했다. 문명의 이기인 과학과 기술은 대량살상 무기를 제조하는 데 사용된다. 부조리 사상은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본문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을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지, 작품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가령 파우스트의 경우 1부와 2부가 다른 듯 하지만, 1편의 경우 파우스트 개인의 욕망을 이루기 위한 모습들이라면 2부는 개인적 욕망을 넘어서 사회를 통해서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설명하면서 개인차원에서의 행복추구와 사회 차원에서의 공동체의 행복 추구 모두가 실패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기에 유사한 주제가 기반 되어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다.

이 작품이 세계문학의 고전주의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시문학으로 되어 있는 원어의 아름다움 때문일까? 아니면 인류가 파우스트처럼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고 욕망에 이끌려 앞만 향해 나아가다가는 끝없이 실수를 저지르고 패망할 것임을 미리 경고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파우스트처럼 새로운 실험을 계속해야만 발전한다는 가르침 때문일까? 이 작품은 아마도 그런 끝없는 질문을 제기하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낳는다. –본문

 많은 사람들이 읽어왔고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고전 앞에서 읽어야 해, 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실천하기에는 꽤나 깊은 도전의식이 필요하다. 논어, 소학, 대학 등 고전 시리즈를 구매한지 2개월이 넘도록 아직 그 표지조차 넘겨보지 않고 고스란히 책 탑을 쌓아 책상 위에 보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존재만으로도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긴 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구매해 놓았던 고전들이 이 책 안에 있는 것들이라, 이렇게 접근하면 되겠구나라는 안도감이 든다.

 아마 이 책이 없었더라면 나는 안나 카레니나를 그저 하나의 불륜을 소재로 한 소설로만 치부하고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안나와 레빈의 삶을 이야기를 통해서 개인의 이상과 사회적인 윤리가 충돌 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 , 쇠로 인해 인류가 발전했다는 그 결과가 아니라 어떻게 발전을 하게 되었는지를 배우기 위해 고전을 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배우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수 많은 고전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어느 출판사의 고전을 읽어보면 좋은지에 대한 조언과 저자가 독자들을 위해 남겨둔 1권의 고전을 찾아 보라는 미션까지 독자들을 위해 깊은 배려가 묻어 있기에 보는 내내 나만의 고전 목록을 다시 만들어 보리라는 동기부여를 한껏 얻어간다. 고전, 제목만 입력하면 줄거리부터 느낀점까지 대신 알려주는 웹 사이트의 정보 검색이 아닌 내가 읽고 내가 만들어가는 고전목록 리스트를 만들어 보게 하는, 그러면서 고전을 향하는 미숙한 독자들에게 든든한 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이 책이 든든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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