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디로 가는가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박규호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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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에카트르 박사는 유럽 전역에서 꽤나 인기 많은 스타 정신과 의사이자 또한 스스로를 코미디언이라 칭하는 모두를 유쾌하게 하는 사라이라고 한다.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를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또한 오랜 동안 베스트 셀러였으며 괴짜 의사에 의해 괴짜스러운 어투로 쓰여졌다는 서론에 대체 사랑에 대해 얼마나 괴짜스러운 관점에서 써 내려 갔을 지에 대해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예전에 한 동엔 수 많은 사람들이 읽어왔던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다는 남녀의 이야기에 대해 그는 결단코 남성과 여성은 다른 행성에서 온 것이 아니라 지구라는 이 행성에 정착한 것이 맞다 주창하고 있다. 이러한 제목의 책의 내용이 나오게 된 것은 다른 행성에서 왔기 때문에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더라도 다른 행성에서 온 것 마냥 동떨어진 생각을 하기 때문에 붙여 진 것이라며 이 책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그가 그 동안 만나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신랄하게 드러내면서도 그 안에 위트와 그러면서도 그 안에 깊이를 담아 이야기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읽으며 재밌었던 점은 그가 실제로 진행했던 실험에 나 스스로도 직접 참여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파트너 선택은 문제를 선택하는 것이라는 어느 컨설턴트의 말처럼 페이지 안에 담겨진 지금껏 들어서 가장 행복했던 말과 가장 최악의 카드가 함께 어울어져 있는 장면을 보노라면 처음의 시작은 사랑이었을 두 사람이 어찌하다 이렇게 까지 된 것인지 라며 안타까움을 넘어 피식하며 웃게 만든다.

 

 이렇게 싸우고 있는 커플들을 15분만 들여다 보면 그 커플의 존속 여부에 대해서도 가늠해 볼 수 도 있다고 하니, 그가 그 동안 쌓아온 내공에 대해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

 

 여자에게 있어 식사가 남자에게 있어서 섹스와 동일하다는 그 기반을 설명하는 그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섹스라는 그 단어가 주는 왠지 숨겨야만 할 것 같은 그 부끄러운 이야기들이 어느 새 자연스레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다.

 

 남자와 여자만의 사랑으로 국한 되는 것이 아닌 이 지구상에 남녀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알아야만 하는, 아니 알기 보다는 알아두면 좋을 그 총체적인 관계들에 대해 그는 꽤나 즐거운 퍼즐 맞추기 게임을 통해 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남자친구 혹은 남편이 멍하니 있는 동안, 무슨 생각해!? 라고 급습하며 던지는 여자친구 혹은 아내의 질문에, 아무 생각도 안해! 라고 대답할 때, 이 말을 여자들이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단순한 것 같지만 대체 알 수 없었던 남자들에 대해 속속들이 보여진다. 그 동안 미화되었던 남자들의 이야기에 질렸다면, 한 번 읽어보라 말하고 싶다. 그 동안 답답해하며 지나왔던 날들이 한 순간에 확 풀리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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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읽는다 지식의 비타민 5
지식활동가그룹21 엮음 / 문화발전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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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존의 위인전과는 다르게 테마별로 각색되어 있다는 이 책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책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집안 한 켠에 가득했던 위인전 전편은 장식품마냥 책장을 자리잡고 있었음에도 그 어느 한 권의 책도 제대로 읽기 보다는 재빠르게 일독하고 지나가는 것들이 다였기에 이 책을 통해서 어릴 때 다 채우지 못했던 위인들의 이야기에 대해서 고스란히 다 얻어가고 싶었다.

 표지를 지나 서문을 읽는 동안, 링컨의 일대기를 간략히 요약해 놓은 무수한 실패의 기록들을 읽으면서 현재 우리가 링컨의 업적에 대해 칭송하며 그를 위인이라고 불리우기까지 특별할 것만 같던 그의 삶의 이면에 드리워진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통해 링컨 또한 평범한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남았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기억하는 링컨은 실패를 무수히 했던 링컨이 아니듯이 현재의 결과에 굴복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도 또 일어나서 앞으로 달렸던 한 인간으로서의 링컨을 만날 수 있었기에 그래, 이러한 내용이라면 내가 찾던 바로 그 책이겠구나, 라며 안도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 위대한 위인들 중에 틀림없이 인생의 스승이 될 만한 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이야기 대로, 그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지 10여분만에 앞에서의 그 안도감은 산산이 부서지고 대체 이 책을 왜 읽고 있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 쓰여진 것인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만이 점차 쌓이기 시작했다.

 드뷔시의 너무도 당당한 불륜을 자행하는 모습, 야구가 끝나면 변함없이 여자에게 달려갔단 베이브 루스, 로리타 콤플렉스에 빠져 매번 어린 여자들을 탐하였던 찰리 채플린, 아내가 빨리 죽어 수 많은 여자들을 취하고자 했던 하이든,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아이를 집에 들여서는 평생을 그 아이의 말썽 때문에 힘들어 했음에도 동성애에 때문에 그를 평생 안고 있었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함에 따라 그와 비슷한 남자들과 사랑에 빠졌다는 코코까지.

대체 나는 어느 대목에서 웃어야 하고 가슴이 따듯해지는 뜨거운 열정을 배울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다음에 넘어가면 괜찮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하며 끊임없는 자기 최면으로 넘기면서 계속되는 실소 터지는 이야기들에서 읽는 동안 탄식만 하게 되었다.

이 두꺼운 책 안에서 읽으며 그럼에도 몇 명의 위인들에 대해 그 진실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불의에 대해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피카소와 자신의 무지에 대해 인식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 언중유골을 유머로 승화시킨 테레사 수녀 등 손으로 꼽아도 채 10가지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소크라테스는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 일인지. 무엇이 진리인지에 대해서는 나도 그들을 알 수가 없다. 모르는 건 똑 같은 거지. 그런데도 그들은 아는 체를 하고 있어. 그런데 나는 내가 답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그렇다면 나는 나의 무지를 알고 있는 셈이다. 이 점세어는 내가 그들보다 지혜롭다고 할 수 있겠군.” –p174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위인들의 뒷이야기, 그러니까 문란했던 그들의 사생활을 알고 싶었다면 읽어보라 하겠다. 수 많은 페이지를 넘기고서야 겨우 만날 수 있는 한 두 가지의 이야기들을 마주하고자 스트레스 받으며 읽었던 나 같은 사람은 한 명이면 족하니 말이다.

나치가 파리를 점령하던 시대의 일화다. 파리에 있던 피카소의 아틀리에에 검열을 위해 방문한 독일 대사가 게르니카를 발견하고 화가에게 물었다.

이걸 당신이 그렸소?”

이 질문에 피카소는 이렇게 딱 잘라 말했다.

아니, 너희들이 그린 작품이다.”

 1937, 독일군은 스페인 내전에 개입하여 무차별 폭격을 개시했다. 게르니카 거리에서는 주민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3,000명이 폭격으로 죽었다. 이런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게르니카가 탄생한 이유는 그 분노와 슬픔을 참을 수 없었던 피카소에게 붓을 잡게 했기 때문이다. –p18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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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있어, 곁이니까 - 아이를 갖기 시작한 한 사내의 소심한 시심
김경주 지음 / 난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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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날 처음 나를 안아 들고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도 좋아서 싱글벙글하던 아빠의 모습을 회상할 때면 엄마는 늘 네 아빠가 너를 처음 안았을 때 그 작은 아이를 안고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꼭 도둑이 아이를 훔쳐 안은 것마냥 어색하면서도 그 표정만큼은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였단다.” 라고 늘 말씀하시곤 한다. 자신들의 분신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아마 그 기분은 지금 내가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이나 벅차 올랐을 것이다. 부모님조차도 그 순간에 비로소 엄마, 아빠라는 이름을 실감했을 테니 그 기분이 어떠한 것일까? 라고 상상해 보려 해도 어느 정도의 벅참일지는 도무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나는 잠시 동안 멍했습니다. 들고 있던 풍선을 놓쳐버린 소년처럼 말이지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몇몇 내 눈 속의 등장인물들이 아련했지만 나는 말없이 당신을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어느 영화 대사처럼 이제부터 우리가 서로 안으면 셋이 안고 있는 거네라고 말했지요.- 본문

 홀홀 단신의 몸으로 두 분이 만나 지금을 어엿한 가정을 꾸리기까지 나의 부모님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짧기만 했을 것이다. 고단했던 그 시간들 속에서 태교 일기를 남긴다는 것은 당시에는 사치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내 어릴 때의 모습들을 기억하시는 엄마, 아빠를 보면 그들의 기억 속에 나라는 모든 기록들을 안고 계시기에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나는 참 행복하구나, 라는 생각들을 한다.

 태교일기, 나의 태교일기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부모님의 태교 일기라고 해야 할까? 하여튼 내가 속해있는 태교 일기는 현존하지 않지만, 으레 태교 일기라 함은 엄마의 손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임신이라는 축복의 현상이 비단 한 여자 혼자로서는 불가능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태교 일기, 하면 엄마가 쓰는 장면이 떠오르는 것이 모성애 하면 엄마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 인가보다.

 왠지 아빠가 쓴 태교 일기는 무언가 딱딱하기만 할 것 같고 그 내용도 짧으면서도 투박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아빠, 하면 묵묵하면서도 잔 감정들을 드러내기 보다는 그윽하게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인지 아빠에 의해 쓰는 태교 일기는 왠지 짧으면서도 묵직할 것만 같았는데 저자가 쓴 태교 일기를 보면서 그 어느 아빠라도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그 모두의 아버지를 대변하여 써 놓은 것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그제서야 모든 아버지들 역시 이 생경한 태교라는 시기를 함께 해온 주인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당신, 정말이지 나는 인간은 모두 태내에 있는 동안 두 개의 심장으로 지내는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에 경이를 품고 있습니다. 자신이 머물고 있는 몸이 엄마의 몸이기도 하므로 우리가 자궁에 있는 동안 한 몸 속에서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은 숭고에 가깝습니다.- 본문 

 딱딱할 것이라는 생각을 단숨에 쓸어버리듯 그의 문체는 다정하면서도 살가웠다. 그 숭고한 순간들을 즉시하는 관찰자이면서도 이 모든 과정의 참여자인 그는 그의 아내에게, 그의 아이에게 참으로 따스한 이야기와 자신이 느낀 모든 것들을 고운 언어로 전해주고 있었다.   

네 눈동자에 대해서 상상하는 밤이다. 너는 어떤 눈동자를 가졌을까? (중략) 네가 태어나면 나는 제일 먼저 너의 조그맣고 까만 눈동자에 가만히 손을 대어보고 만져보고 싶구나. 삶이 허약해질 때 마다 우리의 의지가 너의 눈동자를 따라가기만 해도 흐릿한 미래가 맑아졌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본문

 열 달이라는 시간 속에 엄마는 아이를 품고 있다. 한 몸에 두 개의 심장이 공존하고 있는 그 순간을 엄마는 실제 자신의 몸으로 체감하고 있을 때 아빠는 그 시간 속에서 아이와 엄마의 세계를 공전하고 있다. 바라보는, 라고만 하기에는 아빠들을 설명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그 위치에서의 역할에 대해 소소한 일상으로 풀어 이야기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빠도 이러셨겠구나, 라는 생각에 몇 번이나 울컥하는 눈물이 차오르곤 했다.

있지,

있잖니,

 네가 만일 사내아리라면 내 발등에 네 발을 올려놓고 길고 긴 아름다운 여행에 대해 평생 애기해줄 참이야.

 네가 만일 딸아이라면 처음 네 몸을 씻겨줄 때 가장 부드럽게 거품을 내던 비누처럼 평생 너에게만은 언제나 미끄러질 참이야. –본문

 

언제나 좋은 것들만, 예쁜 것들만 보여주고 싶기에 매일을 아등바등 지내오신 부모님의 노고는 내가 엄마의 뱃속에 있었을 때부터 시작 되었을 것이다. 아침의 구역질이라는 입덧 때문에 새벽에 한 달음에 딸기를 사러 가셨다던 아빠나, 이 현상을 어떻게 하면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공부하는 저자나 이 책을 통해 세상의 모든 아빠들의 마음을 알게 된 느낌이다.

 동물들이 갓 태어난 자기 새끼를 핥듯이, 엄마도 네 울음소리를 알아듣고 서로의 체온을 확인하게 되겠지. 무사히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하게, 엄마의 품에 안길 때까지 네 눈은 엄마의 눈을 따라 움직이기를. 지켜보렴. 나는 그 곁에 머물 것이다. –본문

묵묵하지만 언제나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아빠가 내뱉는 고백과도 같은 책이기에 읽는 내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기가 참 아쉬우면서도 동시에 가슴 가득 뜨거워지곤 했다. 그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을지, 자신의 곁에 있는 아내와 아이를 보살폈을지, 그 묵직한 따스함을 느끼는 내내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예쁘고 또 아름다운 아빠의 동행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주변 지인들에게도 전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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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피임, 인구 조절의 대안일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20
재키 베일리 지음, 장선하 옮김, 김호연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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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자마자, 피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싶었다. 임신이라는 현상 자체가 실제 드러나는 것은 여성에게 나타나기 때문에 2차 성징이 지난 여자들이라면 몸 조심 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들을 한 번쯤을 들어봤을 것이다. 아마도 이 의미 속에는 함부로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 혹은 피임을 잘 해야 한다 라는 의미 등 여러 개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겠지만 이전의 나의 기억들을 되돌아 보면 어떻게, 라는 과정이 아니라 조심해야 한다, 라는 결과만을 던져주며 그래야만 한다라고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던 것 같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낙태나 출산보다는 피임을 제대로 하는 것이 모두에게, 그러니까 남녀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다큐멘터리에 종종 등장하는 제 3국가 안의 가정을 들여다보면 가난한 살림살이에 더불어 7~8명은 정도의 식구들이 하루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삶을 조명하고 있기에 식구 수라도 조금 덜 했더라면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마도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그들에게는 피임이라는 것에 대한 지식이 보급되지 않거나 혹은 안다고 한다 하더라고 피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기에는 당장 오늘을 살기에 더욱 급박했기 때문에 쉬이 실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니, 안타깝기도 하고 아직까지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인식이 한정되어 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피임하면, 임신을 피하다라는 의미로 그 당사자들의 자의에 의해 선택하는 권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첫 페이지를 넘기자 마자 피임에 대한 끔찍했던 한 역사가 조명되고 있으니 바로 미국의 벅 대 벨소송이다.

 1927 10월 미국 여성 캐리 벅은 강제로 나팔관을 절제 당했습니다. 그녀가 살던 버지니아 주에서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강제로 불임 시술을 하는 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지요. 캐리와 버지니아 주가 맞붙은 재판은 주 법원을 거쳐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1927년 캐리는 패소했습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버지니아 주의 단종법이 다수의 안전과 복지를 추구하는 연방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어요. 이렇게 벅은 버지니아 주 단종법의 첫 희생자가 되었답니다. –본문

자의에 의해 후세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벅 대 벨 소송의 판결을 읽으며 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라는 생각에 공포감마저 들게 했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한 개인의 의견이나 권리를 넘어 이러한 결정을 할 수 있다니. 그것도 불과 한 세기도 안된 일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 당시의 최첨단 과학이라 신봉되던 우생학을 기반으로 한 판결이라곤 하지만, 그래, 그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겠지만서도 이러한 판결문을 근거하여 우리가 제대로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알려주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다.

 이전의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피임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피임에 관한 역사는 어떻게 되었는지, 현재 시행되고 있는 피임의 방법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시대가 변하면서 피임에 대한 인식들의 변화는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종교에서 보는 피임의 의미는 어떠한지 등 단 피임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기반으로 하여 총체적인 문제와 현상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러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태어나지 않은 아기도 여러분고 나처럼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인간이라 생각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일부러 한 생명을 파괴할 수 있는가?

-1994 10월 유엔 카이로 국제회의에서 마더 테레사

원치 않는 임신과 불법 낙태, 원치 않는 자녀로 인해 엄마가 겪는 고통이나 죽음은 감수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한다면, 그런 도덕성은 한낱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

-1994 10월 유엔 카이로 국제회의에서 그로 할렘 브룬툴람 노르웨이수상본문

 가장 흔히 알고 있는 콘돔이나 경구피임약 이외에 가임기를 진단하여 자가로 피임을 하거나, 여성의 질 안에 피임용 기구를 삽입하거나, 자궁 내에 장치를 설치하거나 불임시술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낙태를 선택하는 것까지, 생각보다 많은 방법들에 대해 설명하고 그것들 하나하나의 문제점 또한 시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에는 자연스레 피임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는 체내 호르몬 조절로 인해서 배란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피임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피임을 둘러싼 찬반의 입장을 모두 들어보며 이러한 생각들도 해 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들에 대해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세더잘 만의 매력인 듯 하다.

특히나 재생산의 권리라는 것은 개인적인 생각으로 피임이란 하나의 권리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것이 실제 존재하는 것이었다는 것과 유엔에서 지지하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벅 대 벨소송이 벌어지지 않겠구나, 라는 안도감이랄까? 여하튼 인간이 가지는 권리로서 인식을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임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녀를 낳을 것이지, 낳는다면 언제 얼마나 낳을 것인지 결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피임법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주장합니다. 이를 재생산의 권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본문

 하나의 생명을 탄생을 두고서 논해야 하는 문제이기에 피임이라는 것은 쉬이 어느 것이 옳다, 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끝없는 논쟁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어떠한 논쟁을 위해서는 제대로 알고 그에 맞는 토론이 거쳐져야 하기에, 알고는 있지만 깊이 있게는 알지 못하는 문제이기에 세더잘의 피임에 대해서 한 번 읽어보면 좋다고 생각된다. 단순히 쾌락을 좇기 위한 수단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소중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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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생각
정법안 지음 / 부글북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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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엄마와 함께 제과점을 지키고 있을 때 가끔 빵을 사러 오시는 스님들께서 매번 달걀이 들어가지 않은 빵은 어느 것이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하시는 것이 마냥 신기하면서도 왜 달걀이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에 그러한 일들이 중첩되다 보니 자연스레 스님들은 달걀을 안 좋아하시나 보다 라고 어린 마음에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불자가 지켜야 할 계율 중의 하나가 생명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되다는 불살생때문이었다는 것을 한참 후에나 알게 되었다.

 어떠한 종교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없기에 어느 한 종교를 따른다기 보다는 각 종교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가르침들에 대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다만 항상 생각에서 멈췄다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근래 들어 불교에 대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왕왕 스쳐 지나간다. 지나치다 뵙게 되는 스님들을 보면 한 번 더 눈길이 가게 되기도 하고, 참선에 대해 수업을 듣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도 한 번 참관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무엇인지 명확하게는 모르지만 편안해 지는 느낌이랄까,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아서인지 불교에 대해서, 스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 지는 요즘이다.

 아마도 그래서 요 근래 읽는 책들이 그런 것들이 주류를 이루나 보다. 묵묵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래, 이것이면 되지 무엇이 더 필요하겠어 하며 현재를 만족하게 하는 그 가르침들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 보다. 

스님들의 옷 색깔이 회색인 까닭은 초기 불교 교단 시절부터 계율로 제정되어 있는 괴색법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것인데 괴색법이란 청, , , , 흑 이 다섯 가지 원색을 피해서 입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화려한 색들도 햇빛과 비바람을 맞아 바래게 되면 회색으로 변합니다. 우리나라 스님들의 승복 색깔이 회색인 까닭은 원색의 화려함을 피하면서 차분하고 겸손한 수행자의 품위와 세속의 희로애락을 초월한 스님들의 고요한 심경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문

 매 새로운 계절이 도래하면 그 때마다의 트렌드를 쫓겠다며 새로이 옷을 사려 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 지는 순간이었다. 내면의 모습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번 치장하려고만 하던 순간들. 옷방 가득히 쌓여 있는 옷들을 보노라면 대체 이 옷들은 왜 산 걸까? 라는 자기 비난과 더불어 어느 순간 그 값어치는 증발되어 그저 하나의 천으로 전락해버리는 넝마 같은 옷들을 보면서 부질 없는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아, 다시 사야해! 라는 생각으로 덮기를 반복했었는데 어차피 변하게 되는 그 물질적인 것들에 나는 푹 빠져 있었구나, 라며 얼굴이 붉어졌다.

 율법과 같은 어려운 내용들이 아니라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순간 순간에 숨겨져 있던 스님의 말씀은 뭐랄까, 공허하니 어지럽기만 했던 머리 속을 시원하게 정리되게 하면서 깨우치게 하는 느낌이었다.

 스님, 의자가 비어 있는데 무거운 걸망을 내려놓으시고 의자에 앉으시지요.”

허허, 괜찮습니다. 저는 보시다시피 두 다리가 멀쩡합니다.”

그래도 이왕 비어 있는 자리인데요.”

저 의자는 비어있지만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리가 불편한 사람을 위해 앉으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본문

 바쁘다는 핑계로 모든 것이 긴박하게만 돌아가야 이 세상에서 도태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매일 정신 없이 달리고 있다.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들에게조차 그간의 고마움을 나눌 시간 조차 없이 눈 뜨자마자 바삐 시작되는 하루 안에서 틈틈이 여유를 찾도록 해 주는 있는, 잠깐의 쉼표를 생각해보게끔 하는 책이다. 쉬이 넘어가면서도 그 만큼 쉬이 내려놓을 수 있게 하는 이야기들을 주변 지인들에게도 전해봐야겠다. 매일을 사투로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도 쉼표는 필요할 테니 말이다.

 당신은 아내나 남편을 너무 쉽게 대하고 있는 건은 아닌지요? 사랑과 존경은 어느 한쪽만 준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서로 주고 받아야만 얻어지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행복이고 기쁨입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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