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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읽는다 ㅣ 지식의 비타민 5
지식활동가그룹21 엮음 / 문화발전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기존의 위인전과는 다르게 테마별로 각색되어 있다는 이 책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책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집안 한 켠에 가득했던 위인전 전편은 장식품마냥 책장을 자리잡고 있었음에도 그 어느 한 권의 책도 제대로 읽기 보다는 재빠르게 일독하고 지나가는 것들이 다였기에 이 책을 통해서 어릴 때 다 채우지 못했던 위인들의 이야기에 대해서 고스란히 다 얻어가고 싶었다.
표지를 지나 서문을 읽는 동안, 링컨의 일대기를 간략히 요약해 놓은 무수한 실패의 기록들을 읽으면서 현재 우리가 링컨의 업적에 대해 칭송하며 그를 위인이라고 불리우기까지 특별할 것만 같던 그의 삶의 이면에 드리워진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통해 링컨 또한 평범한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남았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기억하는 링컨은 실패를 무수히 했던 링컨이 아니듯이 현재의 결과에 굴복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도 또 일어나서 앞으로 달렸던 한 인간으로서의 링컨을 만날 수 있었기에 그래, 이러한 내용이라면 내가 찾던 바로 그 책이겠구나, 라며 안도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 위대한 위인들 중에 틀림없이 인생의 스승이 될 만한 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이야기 대로, 그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지 10여분만에 앞에서의 그 안도감은 산산이 부서지고 대체 이 책을 왜 읽고 있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 쓰여진 것인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만이 점차 쌓이기 시작했다.
드뷔시의 너무도 당당한 불륜을 자행하는 모습, 야구가 끝나면 변함없이 여자에게 달려갔단 베이브 루스, 로리타 콤플렉스에 빠져 매번 어린 여자들을 탐하였던 찰리 채플린, 아내가 빨리 죽어 수 많은 여자들을 취하고자 했던 하이든,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아이를 집에 들여서는 평생을 그 아이의 말썽 때문에 힘들어 했음에도 동성애에 때문에 그를 평생 안고 있었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함에 따라 그와 비슷한 남자들과 사랑에 빠졌다는 코코까지.
대체 나는 어느 대목에서 웃어야 하고 가슴이 따듯해지는 뜨거운 열정을 배울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다음에 넘어가면 괜찮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하며 끊임없는 자기 최면으로 넘기면서 계속되는 실소 터지는 이야기들에서 읽는 동안 탄식만 하게 되었다.
이 두꺼운 책 안에서 읽으며 그럼에도 몇 명의 위인들에 대해 그 진실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불의에 대해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피카소와 자신의 무지에 대해 인식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 언중유골을 유머로 승화시킨 테레사 수녀 등 손으로 꼽아도 채 10가지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소크라테스는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 일인지. 무엇이 진리인지에 대해서는 나도 그들을 알 수가 없다. 모르는 건 똑 같은 거지. 그런데도 그들은 아는 체를 하고 있어. 그런데 나는 내가 답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그렇다면 나는 나의 ‘무지’를 알고 있는 셈이다. 이 점세어는 내가 그들보다 지혜롭다고 할 수 있겠군.” –p174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위인들의 뒷이야기, 그러니까 문란했던 그들의 사생활을 알고 싶었다면 읽어보라 하겠다. 수 많은 페이지를 넘기고서야 겨우 만날 수 있는 한 두 가지의 이야기들을 마주하고자 스트레스 받으며 읽었던 나 같은 사람은 한 명이면 족하니 말이다.
나치가 파리를 점령하던 시대의 일화다. 파리에 있던 피카소의 아틀리에에 검열을 위해 방문한 독일 대사가 “게르니카”를 발견하고 화가에게 물었다.
“이걸 당신이 그렸소?”
이 질문에 피카소는 이렇게 딱 잘라 말했다.
“아니, 너희들이 그린 작품이다.”
1937년, 독일군은 스페인 내전에 개입하여 무차별 폭격을 개시했다. 게르니카 거리에서는 주민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3,000명이 폭격으로 죽었다. 이런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게르니카”가 탄생한 이유는 그 분노와 슬픔을 참을 수 없었던 피카소에게 붓을 잡게 했기 때문이다. –p189~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