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터인가 사회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유명 연예인의 이슈가 터질 때면 그 뒤에 숨겨져 있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그 의구심은 뒤에 가려진 진실은 무엇인지에 대해 찾아보게 하고 이러한 이야기들은 음모론이라는 이름으로 떠오르게 되는데, 이것이 진실이다, 라고 말하는 것보다 속닥속닥 전해지는 이야기에 더 심증이 움직여지는 요즘, 과연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과 진실과의 관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이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라는 책은 이 모든 것을 속속들이 전해주고 있다.
<넛지>의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이 그가 그 동안 주장했던 논문의 이야기들을 이 책 안에 담아 놓았는데 논문의 음모론에 대한 의식에서부터, 동물의 권리, 결혼에 대한 권리, 종교 집단이 말하는 성차별과 중간주의 등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을 담고 있는데 이전에는 이토록 구체적으로, 심도 있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주제들을 마주하는 것이라 읽는 내내, 그 동안 세상에 대해 너무 무심하게, 그리고 마치 그것이 당연하게만 생각해 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음모론은 정보 관료가 직접적인 반박이나 언어적 반경을 통해 신념을 교정하려는 시도에 극도로 저항하는 측면이 있다. 음모론자들은 음모를 꾸미는 주체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음모론은 부정하는 명백한 근거들도 모두 음모의 일환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자기 폐쇄적인 음모론의 특징은 음모론을 척결하려는 정부와 관료들에게 심각한 현실적 문제를 떠안긴다. -본문
특히나 음모론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보노라면 과연 이것이 진정한 사실인가, 에 대한 생각으로 기함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존 F. 케네디의 암살이 미국 정보부에 의해서 자행되었다는 것과 에이즈 바이러스가 의사들의 손에 의해서 탄생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세상이 말하는 진실이 두렵게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9.11 테러에 대한 끊이지 않는 의구심들에 대해서 저자는 그 안의 이야기들을 나열하며 실제의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주장하고 있는데 수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이 사실을 음모로 쌓여진 것들의 결과물이라니. 인간이 저지르는 만행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바라보며 두려움을 넘어 공포까지 느끼게 한다.
동성 결혼을 인정한다고 해서 어떤 종류의 사회적 해악이 뒤따를까? 일각에서는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결혼 제도자체를 보호하는 한 방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순전히 의미론적인 논점 외에도, 이 주장은 매우 당황스럽다. 어떻게 동성 결혼이 결혼 제도를 위협한다는 말인가. 결혼 제도를 진입할 권리를 확대한다고 해서 전통적인 결혼이 위협받을 리 거의 없다. –본문
뒤에 이어지는 동물의 권리나 결혼에 대한 이야기, 종교에서 바라보는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름대로 관대한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들이 투성이라는 것을 전해주고 있다. 동성간의 사랑을 보면서 어릴 적에는 잘못된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들이 과연 옳은 생각이었던 것인가에 대해서 그의 주장들을 따라가다 보면은 무언가 한 쪽 방향으로만 흐르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는 것이 때론 불편함을 느끼게 할지도 모른다. 실제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것들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이 안의 이야기는 내가 알고 있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것들을 알려주게 되는데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알약을 먹고 난 직후의 느낌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무언가 목에 걸리듯 옥죄어 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이것이 실제의 진실이라면, 그 동안 알고 있던 것들과 대조를 위해서도 한번쯤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