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애사 대한민국 스토리DNA 1
이광수 지음, 이정서 편역 / 새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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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우리나라의 역사를 넘어 세계의 역사를 돌아본다고 해도 이토록 통탄할 역사가 없었을 것이라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계유정난의 일을 국사 책 속에서 배우긴 했다만 그 문제에 대해서 무언가 심도 있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 듯 하다권력 앞에 눈이 먼 수양대군의 폭군과 같은 모습에 두려움에만 떨었던 것이 잠시그 이후에 나는 조용히 교과서를 덮고서는 그 이후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역사 속의 한 사건으로만 그날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심지어 재작년 개봉했던 영화 <관상속의 수양대군의 역할을 했던 이정재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포악했던 모습이 스크린 속에서는 오히려 부각되는 것을 보면서 그저 환호성으로 그의 모습을 바라볼 것이 아닌 실제의 그 날을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조심스레 펼쳐보게 되었다.

왕이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두 학사는 무슨 말씀이 계실 것이라 여겨 자연스럽게 왕이 좌우로 한 걸음쯤 뒤쪽에 섰다왕은 몸을 돌려 두 학사를 그윽이 바라보다 말했다.
 “
경들에게 어린 손자를 부탁한다나를 섬기던 충성으로 이 어린 손자를 섬겨 다오.”
 
그 목소리는 심히 무겁고도 슬픈 빛을 띠었다왕의 두 눈에는 눈물까지 빛나는 듯하였다그에 젊은 두 학사는 전신이 찌르르하여 굽힌 허리를 오래 들지 못했고목이 메러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본문

 세상이 더 없이 축복이 가득한 원손의 탄생에도 불구하고 세종은 마냥 기뻐하는 모습이 아니었다그도 그럴 것이 현재의 세자가 효심 가득한 장손이기는 했으나 그의 몸이 병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세자의 아우들 중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의 존재의 위험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자신이 세상을 떠난 이후 세자와 원손의 세상이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그렇기에 세종은 이 축복 가득한 순간뒷날 드리울 암흑과 같은 그날을 염려하며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대신들에게 자신의 손주를 자신과 같이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나지막이 던지고 있을 것이다.

 찬란한 조선의 역사를 꽃피운 세종대왕의 그늘이 사라지고 아버지였던 문종마저 사라진 지금. 5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에 단종의 힘이 되어줄 사람들을 모두 떠나 보내고서는 왕상의 자리를 홀로 지켜야 했던 단종이 느끼는 압박감과 두려움은 감히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그의 목을 죄어오고 있었다.

 단종을 지키기 위한 김종서와 그의 측근들이 그의 주변에 있다고 한들권력을 가지고자 하는 탐욕으로 가득한 수양대군은 교묘히 자신의 세력을 점점 키워가고 있었고 왕좌에 앉아있는 것은 단종이지만 영의정을 넘어 병조이조판서를 동시에 위임하고 있는 수양대군은 조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점차 그의 야심을 키워나가는 것을 보노라면 권력 앞에 드러나는 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에 대해 마주할 수 있다.

“나더러 부왕께서 전하여 주신 왕위를 버리란 말이야그것이 대신이 할 말이야그것이 어느 성경현전에 있는 신하의 도리야정인지의 목에는 칼이 들어갈 줄을 몰라?
왕은 용안이 주홍빛이 되고 발을 굴렀다.
 “숙부가 이제 정인지를 시켜 이런 말을 하게 한단 말이냐? (중략요망한 늙은 것이 오늘따라 가장 충성이 있는 듯하기로 무슨 소리를 하는고 하였더니언감생심 그런 소리를 한단 말이냐이놈네가 선조의 녹을 먹고 고명하심을 받았거든 이제 이심을 품으니 천의가 없으리란 말이냐누구 없느냐이 역신을 끌어내는 놈이 없단 말이냐!” 하는 왕의 두 눈에서는 원통한 눈물이 흘렀다. –본문

수양대군의 야망을 이루는데 있어서 눈엣가시였던 이들은 한명회의 살생부 명단 위에 하나 둘 기록되면서 단종의 병풍으로서 자리하고 있던 이들마저도 점점 사라지게 된다뿐만 아니라 수양대군의 형제들은 수양과 같은 이단을 꿈꾸는 이를 척결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참혹하게 죽음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권력이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피비린내 나는 살육전이 계속되어야 하는 것인지먹먹함만이 밀려들게 된다.

 

 끝끝내 자신의 자리를 수양에게 넘겨 주어야 했던 단종은 결국은 영월로까지 유배 생활을 떠나게 된다한 나라의 왕이었던 그가 왕위를 빼앗긴 것으로 모자라 유배 생활에 올려져야 했고 그를 다시 왕의 자리로 복귀하려 노력했던 이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게 되었으며 결국 수양의 손에 죽음의 길을 걸어야 했던 조선의 비운의 왕이었던 그는 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한 채 차가운 강물에 던져져야만 했다.

 과연 그는 살아생전 큰 소리로 자신의 목소리를 지를 기회조차 있었을까그저 계유정난이라는 하나의 사건으로만 바라보기에는 단종의 삶이 너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권력이라는 정치 놀음 속에서 희생양이 되어야만 했던 그를다시금 깨울 수만 있다면그는 그의 삶을 뭐라 말할지책을 덮는 순간에도 먹먹함만이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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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님 여의옵고 / 이광진저 


 

 

독서 기간 : 2015.03.24~03.2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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