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굿맨
A. J. 카진스키 지음, 허지은 옮김 / 모노클(Monocle)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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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이 계속되기 위해서 필히 존재해야만 하는 굿맨 36. 아직 탈무드를 읽어보지 않아 그들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이 소설은 탈무드에 기록된 굿맨의 내용을 기반으로 해서 내용을 시작하고 있다.

당신은 지금 누군가에게 좋은사람입니까, 라는 표지 속의 질문과는 별개로 책을 읽고 나서 과연 굿맨, 좋은 사람이란 어떤 의미일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자기 자신들도 굿맨이라는 사실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미 사라진 34명의 굿맨들. 그리고 남아있는 2명의 굿맨. 이들마저 사라지면 이 지구가 사라진다는 전제는 36명라는 개개인에게 이 세상의 존폐여부가 달려있다는 것에 순간 아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이기에 그들에게 이 거대한 지구의 생존 여부가 달려 있는 것일까. 선택 받은 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며 굿맨들에게 부여된 그들 각기의 임무는 무엇이었을까, 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토마소와 한나에 의해서 밝혀지는 굿맨에 대한 전설이 실제로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나머지 두 명의 굿맨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걸게 된다.

 어릴 적 보았던 세일러문이나 파워레인지 혹은 요새 그토록 열망하던 아이언맨까지, 세상을 구하기 위해 무언가 특별한 능력을 겸비하고 드러내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 빛이 나던 영웅들과는 달리 이 책 속의 굿맨들은 우리와 비슷한, 때로는 우유부단해서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고 있다는 정도. 그 이외에는 굿맨으로 선택된 이들이 그 어느 하나 특출나게 뛰어난 능력 때문에 세상을 구하는 구세주들이 아니라 타인을 돕고 도덕적 규범으로 보았을 때 선행을 베푼 이들이며 아이러니하게 이러한 선행을 한 행태 때문에 그들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굿맨들을 살리기 위한 최후의 방책은 그들 스스로 나쁜 일을 자행하게 하는 것이다. 선행을 저지르는 경우 필히 동반하게 되는 굿맨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 그들은 선하지 않은, 바로 그 일들을 행해야만 한다. 지구 상의 모두를 위하여 그들이 저질러야만 하는 악행. 굿맨으로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행해야 하는 악행이라. 자못 영화 다크나이터속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수 많은 사람들을 폭탄 속에서 구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여자친구를 구할 것인가. 베트맨에게 1대 다수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묻는 장면이 이곳에서도 오버랩 되어 나타난다.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속시키기 위해서 그들이 행해야만, 그러니까 굿맨으로서 올바름을 포기해야만 하는 그 아이러니한 삶의 실체. 그것은 평이한 인간이나 굿맨이나 피할 수 없는 길인 듯 하다.

 굿맨으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이 굿맨으로서의 삶을 내려놓게 되었을 때 오히려 더 편해보인다. 아마도 그만큼 이 시대를 살면서 굿맨으로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 세상과 타협하며 쉬이 살 것인지, 아니면 힘들고 지치더라도 그럼에도 좋은 사람으로서 살아갈 것인지. 우리는 아마 이 갈림길 위에서 매번 우왕자왕하고 있는 듯 하다.

 당신은 굿맨 입니까? 이 세상이 더 삭막해지고 피폐해진다면 우리는 모두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굿맨이 되어야겠죠. 하지만 그 길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는 굿맨으로의 삶보다 더 달콤한 유혹들이 넘실거릴 테니까요, 라며 아마 저자는 말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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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 / 댄 브라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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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고전에게 인생을 묻다 - 삶에 대한 사색이 필요한 시간
이경주.우경임 지음 / 글담출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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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이 될 때까지 책과는 담을 쌓으며 살다가 느즈막히 책 읽는 재미에 빠져 급히 읽고 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빨리, 많이 읽고 싶다는 욕심에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한 권을 읽는 것도 부담스럽던 것이 이제는 한 권 정도는 어떻게든 읽어 내려가긴 한다. 다만 문제라면 읽는 동안에 진정 읽는 작업에만 몰두를 한다는 것이 최대의 문제이다.

책장 속에 쌓여가는 책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책의 존재만으로 얻게 되는 쾌감 때문인 듯 하다. 아직 내 것이 아니지만 내가 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집착과 같은 집념이 어느 새 책장 4칸을 채워가고 있다.

그래서 일까. 많은 이들이 꼭 읽어보라 추천하는 고전을 읽으면서도 한 권의 고전을 읽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 이외에 다른 것들을 느껴볼 틈도 없이 금새 다른 책을 읽으며 조금 전 읽었던 고전은 금새 또 지워버린다. 쌓여가는 책들만큼이나 빨리 해치워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지 않고 쫓기고 있는 형상. 이래가지고선 저자가 말하는 고전에게 인생 따위를 물어볼 시간조차 없다. 그저 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한 권의 책일 뿐이니 말이다.

제인 에어처럼 생각하기, 라는 CF 카피 문구를 보면서 왠지 있어 보이는 군, 이란 생각과 함께 어떤 내용일까? 라는 단순한 호기심에 구입해 놓은 지 3년 여가 지난 지금, 여전히 제인 에어는 책장 속에 자리를 잡고 있고 그 내용은 이 책을 통해서 말미암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생각보다 두터운 책의 두께 때문에 지레 겁먹고 고스란히 꽂아 둔 모양이다.

신데렐라와는 다른 제인 에어를 바라보며, 누군가는 그녀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보다 어렸던, 20대에 읽었다면 나는 그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피상적으로만 이해한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녀가 선택한 것들을 보면 용감하면서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랑과 결혼이라는 그 비슷하지만 다른 것들이 서로 공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 우리는 종종 세상과 타협을 하게 된다. 어떠한 결혼이 좋은 것인지, 무게 위에 물건을 올려 놓고 눈금을 읽기 바쁜 우리에게 결혼도 어느 샌가 그러한 판정을 해야 하는 일로 치부되곤 한다.

아직 인생의 중반이란 마흔이라는 나이에는 꽤나 많은 시간이 남았다지만 서른이 지나고 나서 결혼에 대해 드는 생각은 한 순간의 뜨거움만으로 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들이다. 20대에는 그저 아름다운 것들이라 생각하는 것만이 사랑이었다면 서른이 지나고 나서는 아름다움만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면서 그렇다면 과연 결혼은 언제, 누구와 하느냐에 대한 고민의 나날이라면, 그런 점에서 제인은 참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은 분명하다.

여전히 사랑이 뚜렷히 보이지 않는다는 저자는 또 다시 제인을 통해서 그 사랑의 형체를 알아가고 있다고 한다. 저자에게 10대때의 제인과 40대의 제인이 다른 것처럼, 이미 10대와 20대의 제인을 만나는 일은 놓쳐버렸지만 이제부터라도 꾸준히 제인을 읽고 그 안에서 매번 바뀌는 나의 모습을 찾아봐야겠다.

꼭 읽어야 하는 책을 안고만, 그저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그 이후 꼬리물기로 내 생각을 적립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이 책 속 소개된 책들을 하나씩 읽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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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힘』 / 강명관, 강호영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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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느끼는 시간 - 밤하늘의 파수꾼들 이야기
티모시 페리스 지음, 이충호 옮김, 이석영 감수 / 문학동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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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동안 따스한 기운이 조금씩 전해지는느낌이다. 하늘 위에 떠 있는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예쁘다, 라는생각과 둥근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저 곳엔 정말 토끼가 살고 있을까? 라는 생각들을 한 것이 전부였던나와는 달리 저자와 이 책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은 밤 하늘을 보며 나와는 다른 세상을 보고 있었다.

아름답다, 라는 우주의 신비로움에,때로는 우주의 웅장함 속에 내가 있다는 벅참으로, 또는 별에 대해 생각하면서 인생의 동반자로서밤 하늘에 매료된 이들을 보노라면 철저히 문명의 이기주이에 빠진 내 모습이 초라하게만 보였다. 잡을수도, 그렇다고 하늘을 통해 삶의 경제적인 혜택 따위를 얻을 수 없기에 그저 바라보는 것에 그치며 가끔밤하늘을 탐하는 나와는 달리 그들은 정말 철저히 그 하늘에 빠져있었다.

 

 

나에게는한 순간의 반짝임인 것이 그들에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찬란하고 행복한 순간인 것이다.

 

 

잡히지않는 먼 곳에 존재하는 지구 이외의 다른 행성이나 별들에 대한 인간의 알고자 하는 바람은 비단 지금 이 시대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인간은 하늘 위에 있는, 지구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알고 싶어 했으며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오늘날 이들에게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그 아름다운 세상에 대해 아마추어 천문학자라고 일컫는 그들의 모습들과 말미암아 과학의 발전과 혁명적인 기술 발전 덕에 탄생한 장비들 덕분에 더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현재의 모습을 통해 천문학도들의 세계를 이야기하며 그 곳으로의 동행을 이 책을 통해서 권하고 있었다.

 

 

방대한분량 속에서 그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 열정이 가득한 마음들이 느껴진다. 아름다운 별을 관측하고 나서사진이 아닌 연필로 자신이 본 것을 기록한다는 어느 아마추어의 이야기부터 끊임없이 그 자리에서 열정적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수 많은 천문학자들을보면서 그들이 아마추어건 프로이건, 무언가 하나에 그토록 열정적으로 미쳐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존경스러우면서도 천체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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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별과 우주를 사색해야 하는 이유』 /이광식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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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있으면 성공하는 줄 알았다 - 회사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29가지 여자의 생존법칙
마리온 크나츠 지음, 정윤미 옮김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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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들의 사회진출이 남자들보다 늦게 시작됨에 따라서 이미 남자들에 의해 구축해 놓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여자로서, 엄마로서 사회생활을 하기가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하나씩 하나씩 느끼고 있다. 산전휴가나 육아휴가 등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혜택들을 당당히 요구하기에는 뭔가 꺼림직하기에 왠지 모르게 저 자세로 대응하기 마련이다.

비슷한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보다 먼저 승진하고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속으로만 이를 갈며 아등바등해야 하는 현실을 저자 역시도 느꼈던 모양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현실을 앞에 두고서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것들을 뒤집어 여자도 성공가도 위에 진입하게 만들 것인가가 관건인데, 이 책에선 그다지 그 핵심적인 방법들을 얻지는 못했다는 것이 내 진심이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 거지? 이것 말고도 있지 않을까? 혹은 왜 여자를 드러내는 방법은 이것뿐일까? 하는 반감마저 들었다. 내 스스로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 속 이데올로기에 철저히 빠져 있기에도 그런 점이 있겠지만, 뭐랄까. 이런 부수적인 것들이 아닌 진정 핵심적인 것들을 배우고 싶었는데 알고 보니 잡동사니처럼 엮어진 묶음이기에 실망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스커트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청중을 잠재운다. ‘신세대직원이 많은 직장에서는 최신 유행에 맞는 옷차림을 해야 한다. 옷차림의 영향을 무시하면 안 된다. 자신이 없으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보자. –본문

 이 무슨 70, 80년대의 어줍지 않은 논리인가. 단 몇 초 만에 좌중 앞에서의 내 모습이 판가름 되기에 중요한 자리에 있어서는 옷 매무새를 다듬고 신경 쓰는 것이 기본적이기는 하나, 최신 유행에 맞는 옷차림을 해야 하는 것이 좋으니 그것에 따르라니.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입고 광대가 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들을 입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지 않을까? 영업으로 인해 참석하는 자리라면 또 다르겠지만. 여하튼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뿐이었다. 또 하나 드는 생각은, 여자 스티브 잡스는 탄생할 수 없을까? 라는 것이다. 검은 티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당당히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그런 여자는 나는 평생 볼 수 없는 것일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체스 게임의 퀸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남자들의 거친 말이나 농담에 흔들리지 말고 도도한 말투나 몸짓으로 그들의 유머를 흉내 내거나 그에 대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면 대부분의 경우 농담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입을 다물게 된다. 말을 아끼고 침착하면 당당한 모습을 보이면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중요한 회의에서도 발표력을 기를 수 있다. –본문

 술 자리에 동석해서도 이야기는 계속 된다. 저자가 주창하는 바로는 술 자리에서 중요한 것들이 대부분 정해지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라는 것이다. 아직 말단 사원이기에 내가 제대로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저자는 나보다 훨씬 오랜 사회생활을 해 봤던 터이니 3년차인 내가 그 깊은 내공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 내가 체험하고 체감한 바로는 술 자리에 특히나 주로 남자들이 주를 이루는 자리에서 여자들은 오래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다고 한 들, 눈치 없는 여자로 낙인 찍히고 계속해서 그 자리를 꿰차고 있다고 한들 그들만의 리그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 대다수였다.

 보는 내내 스트레스를 유발하던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바대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었기에, 또 그만큼이나 고지식하게 굳어버린 내가 문제인 것도 있겠지만. 그녀가 말하는 대로 나는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성공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 해도 아직까지는 나는 공감을 못하겠으며 그래서 그렇게 행동 할 수가 없다. 그래, 이런 관점도 있구나, 혹은 이렇게 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것을 배운 것이라고 생각해야지 하면서 봤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찝찝하니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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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린다 뱁콕, 사라래시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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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 신화가 된 영웅들의 모험과 변신, 그리고 사랑
구본형 지음 / 생각정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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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말마따나 이미 그리스 신화에 대해 출판되어 있는 책들은 널려있다. 구전으로든 활자로든 이미 넘쳐나고 있는 이야기가 있음에도 그는 다시 그리스 신화를 선택했다. 이미 레드시장으로 가득한 곳에서 왜 또 그리스 신화인가, 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성공과 실패가 하나의 물결처럼 서로를 교환하는 것,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모멸이 온몸을 휩싸는 일에 뛰어드는 것, 모든 신화를 바로 무수한 모험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신화 읽기를 위해 쓰인 것이 아니다. 그런 류의 책들은 너무도 많다. 이 책은 모험의 선동을 위해 쓰였다. 모험에의 초대,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다. –본문

 무엇보다도 서문에 그가 발췌해 놓은 이야기들이 마음에 들었다. 똑같은 이야기들이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또 다른 새로움을 전달하려는 그의 부단한 노력은 컨설턴트라는 그의 직업에도 잘 부합할 만큼, 이 책 전반적인 성격이 그를 닮아 있었다.

 가장 가치 있고 정의로운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다른 사람을 비난할 때 그 비난당한 삶을 스스로 살지 않는 것.” 이라 말했다는 탈레스의 이야기로 입맛을 돋구며 신 안에서 태어난 인간의 이야기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제우스가 아닌 인간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그의 목적대로 이 책을 읽을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프로메테우스에 의해서 탄생한 인간의 남자는, 인간에게 너무나 편애한다는 이유로 제우스가 내린 형벌인 매일 독수리에게 제 자신의 간을 파먹히는 고통을 안으면서까지도 그는 인간을 지키려 애쓰고 있었다. 이 형벌로도 제우스는 스스로의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인간에게 주는 형벌로 여인 판도라를 파생시킨다. 너무도 아름다운 그녀가 가지고 있던 판도라의 상자는 이 세상을 참혹히 만드는 무수한 고통의 근원이자 불행의 기원이었으며 이것이 제우스가 인간에게 주는 형벌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판도라 상자 마지막에 있던 희망을 안고 다시 시작하게 된다.

 그들이 대지의 뼈인 돌멩이를 등 뒤로 던지자 땅에 떨어진 돌들이 인간의 모습을 갖추어 수많은 새로운 인간이 만들어졌다. 드디어 돌의 종족의 시대가 열렸다. 그들은 굳건하고 참을성이 많은 종족이었다. 이렇게 인류는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본문

 더 이상 떨어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다시금 일어나서 어떻게는 시간을 버텨내는 인간의 근성이 바로 이 판도라의 상자 안에 담겨 있는 희망을 닮은 듯 하다. 제우스의 심술 맞은 형벌과 같이 알 수 없는 인생 속의 파란만장한 일들이 닥쳐오더라도 일어나게 하는 힘. 그 힘이 제우스도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힘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괴물로만 알고 있었던 메두사에 관한 고찰이 인상적이다. 머리에 뱀을 달고서 무시무시한 형상을 하고 범접할 수 없었던 모습일 것만 같은 그녀가, 이 책 안에 소개된 혀를 베문 얼굴상을 보면서 장난스러우면서도 익살스러운 표정에 그 전에 알고 있던 그녀의 모습 보다는 귀엽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화 속의 메두사는 두 개의 대극적 가치를 모두 붙들어 품은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메두사는 괴물이면서 동시에 매혹적인 여인이다. 죽음이면서 또한 부활이다. 희생된 자이면서 죽인 자와 결코 다르지 않는 동질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본문

 어느 때는 사람을 살리는 약으로, 때론 사람을 죽이는 독으로 사용 되었다는 메두사의 피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서 동맥과 정맥이라는 일차원적인 생각에서 그 누구도 이러한 이중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된다. 나 역시도 메두사처럼 이면의 모습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잘 포장하고 드러나지 않게 묶고 있기에 평이한 인간처럼 보이는 것이겠지만, 그 누구보다도 나는 내가 안고 있는 메두사의 모습을 알고 있기에 어쩐지 그녀의 흔적들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가장 그리스적인 그리스인인 오디세우스를 만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시대상의 변화에 그 당시의 당대 가장 이상적이라는 인물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트로이전쟁의 영웅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에게서 내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고서는 시대를 풍미한다는 것은 그 시대의 모습까지도 제대로 알아야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영악하고 치밀한 사기꾼이며, 거짓말쟁이인 오디세우스는 당시 가장 모범적 인간이었다. 시인들은 그를 영웅으로 노래했고 아테네 여신조차 그를 좋아했다. 여신은 손으로 툭툭 그를 치고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신이라도 그대를 이기려면 교활한 망나니가 되어야 할 거야. 영악하고 치밀한 사기꾼인 그대는 고향에서도 마음속 깊이 품은 계략과 속임수를 멈추지 않겠지.” –본문

 예전에는 그리스 신화를 읽으면 그 안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름을 외우고 그 관계도가 어떻게 되고 그 이야기의 처음과 끝이 어디인지에 대해, 그러니까 나를 위한 책 읽기 보다는 타인에게 나의 유식함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리스 신화를 읽어왔다. 길지 않은 기억의 수명 때문에 다시금 이런 책들을 보면서 아, 그래 이 이야기 읽었어, 라며 넘어가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그런 부담 없이 철저히 내가 생각하는 대로 보고 생각하며 읽어서 인지 그 어느 때보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무언가 좀 더 인간적인 느낌의 그리스신화랄까. 그들만의 이야기를 탐닉하던 한 인간이 아니라 내가 중심에 서서 그리스 신화를 바라볼 수 있기에 했다면 생각이고 잡념이라면 잡념일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은 듯 하다.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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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 / 박경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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