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고전에게 인생을 묻다 - 삶에 대한 사색이 필요한 시간
이경주.우경임 지음 / 글담출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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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20대 후반이 될 때까지 책과는 담을 쌓으며 살다가 느즈막히 책 읽는 재미에 빠져 급히 읽고 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빨리, 많이 읽고 싶다는 욕심에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한 권을 읽는 것도 부담스럽던 것이 이제는 한 권 정도는 어떻게든 읽어 내려가긴 한다. 다만 문제라면 읽는 동안에 진정 읽는 작업에만 몰두를 한다는 것이 최대의 문제이다.

책장 속에 쌓여가는 책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책의 존재만으로 얻게 되는 쾌감 때문인 듯 하다. 아직 내 것이 아니지만 내가 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집착과 같은 집념이 어느 새 책장 4칸을 채워가고 있다.

그래서 일까. 많은 이들이 꼭 읽어보라 추천하는 고전을 읽으면서도 한 권의 고전을 읽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 이외에 다른 것들을 느껴볼 틈도 없이 금새 다른 책을 읽으며 조금 전 읽었던 고전은 금새 또 지워버린다. 쌓여가는 책들만큼이나 빨리 해치워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지 않고 쫓기고 있는 형상. 이래가지고선 저자가 말하는 고전에게 인생 따위를 물어볼 시간조차 없다. 그저 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한 권의 책일 뿐이니 말이다.

제인 에어처럼 생각하기, 라는 CF 카피 문구를 보면서 왠지 있어 보이는 군, 이란 생각과 함께 어떤 내용일까? 라는 단순한 호기심에 구입해 놓은 지 3년 여가 지난 지금, 여전히 제인 에어는 책장 속에 자리를 잡고 있고 그 내용은 이 책을 통해서 말미암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생각보다 두터운 책의 두께 때문에 지레 겁먹고 고스란히 꽂아 둔 모양이다.

신데렐라와는 다른 제인 에어를 바라보며, 누군가는 그녀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보다 어렸던, 20대에 읽었다면 나는 그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피상적으로만 이해한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녀가 선택한 것들을 보면 용감하면서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랑과 결혼이라는 그 비슷하지만 다른 것들이 서로 공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 우리는 종종 세상과 타협을 하게 된다. 어떠한 결혼이 좋은 것인지, 무게 위에 물건을 올려 놓고 눈금을 읽기 바쁜 우리에게 결혼도 어느 샌가 그러한 판정을 해야 하는 일로 치부되곤 한다.

아직 인생의 중반이란 마흔이라는 나이에는 꽤나 많은 시간이 남았다지만 서른이 지나고 나서 결혼에 대해 드는 생각은 한 순간의 뜨거움만으로 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들이다. 20대에는 그저 아름다운 것들이라 생각하는 것만이 사랑이었다면 서른이 지나고 나서는 아름다움만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면서 그렇다면 과연 결혼은 언제, 누구와 하느냐에 대한 고민의 나날이라면, 그런 점에서 제인은 참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은 분명하다.

여전히 사랑이 뚜렷히 보이지 않는다는 저자는 또 다시 제인을 통해서 그 사랑의 형체를 알아가고 있다고 한다. 저자에게 10대때의 제인과 40대의 제인이 다른 것처럼, 이미 10대와 20대의 제인을 만나는 일은 놓쳐버렸지만 이제부터라도 꾸준히 제인을 읽고 그 안에서 매번 바뀌는 나의 모습을 찾아봐야겠다.

꼭 읽어야 하는 책을 안고만, 그저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그 이후 꼬리물기로 내 생각을 적립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이 책 속 소개된 책들을 하나씩 읽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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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힘』 / 강명관, 강호영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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