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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있으면 성공하는 줄 알았다 - 회사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29가지 여자의 생존법칙
마리온 크나츠 지음, 정윤미 옮김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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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사회진출이 남자들보다 늦게 시작됨에 따라서 이미 남자들에 의해 구축해 놓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여자로서, 엄마로서 사회생활을 하기가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하나씩 하나씩 느끼고 있다. 산전휴가나 육아휴가 등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혜택들을 당당히 요구하기에는 뭔가 꺼림직하기에 왠지 모르게 저 자세로 대응하기 마련이다.
비슷한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보다 먼저 승진하고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속으로만 이를 갈며 아등바등해야 하는 현실을 저자 역시도 느꼈던 모양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현실을 앞에 두고서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것들을 뒤집어 여자도 성공가도 위에 진입하게 만들 것인가가 관건인데, 이 책에선 그다지 그 핵심적인 방법들을 얻지는 못했다는 것이 내 진심이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 거지? 이것 말고도 있지 않을까? 혹은 왜 여자를 드러내는 방법은 이것뿐일까? 하는 반감마저 들었다. 내 스스로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 속 이데올로기에 철저히 빠져 있기에도 그런 점이 있겠지만, 뭐랄까. 이런 부수적인 것들이 아닌 진정 핵심적인 것들을 배우고 싶었는데 알고 보니 잡동사니처럼 엮어진 묶음이기에 실망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스커트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청중을 잠재운다. ‘신세대’직원이 많은 직장에서는 최신 유행에 맞는 옷차림을 해야 한다. 옷차림의 영향을 무시하면 안 된다. 자신이 없으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보자. –본문
이 무슨 70, 80년대의 어줍지 않은 논리인가. 단 몇 초 만에 좌중 앞에서의 내 모습이 판가름 되기에 중요한 자리에 있어서는 옷 매무새를 다듬고 신경 쓰는 것이 기본적이기는 하나, 최신 유행에 맞는 옷차림을 해야 하는 것이 좋으니 그것에 따르라니.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입고 광대가 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들을 입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지 않을까? 영업으로 인해 참석하는 자리라면 또 다르겠지만. 여하튼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뿐이었다. 또 하나 드는 생각은, 여자 스티브 잡스는 탄생할 수 없을까? 라는 것이다. 검은 티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당당히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그런 여자는 나는 평생 볼 수 없는 것일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체스 게임의 퀸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남자들의 거친 말이나 농담에 흔들리지 말고 도도한 말투나 몸짓으로 그들의 유머를 흉내 내거나 그에 대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면 대부분의 경우 농담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입을 다물게 된다. 말을 아끼고 침착하면 당당한 모습을 보이면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중요한 회의에서도 발표력을 기를 수 있다. –본문
술 자리에 동석해서도 이야기는 계속 된다. 저자가 주창하는 바로는 술 자리에서 중요한 것들이 대부분 정해지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라는 것이다. 아직 말단 사원이기에 내가 제대로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저자는 나보다 훨씬 오랜 사회생활을 해 봤던 터이니 3년차인 내가 그 깊은 내공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 내가 체험하고 체감한 바로는 술 자리에 특히나 주로 남자들이 주를 이루는 자리에서 여자들은 오래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다고 한 들, 눈치 없는 여자로 낙인 찍히고 계속해서 그 자리를 꿰차고 있다고 한들 그들만의 리그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 대다수였다.
보는 내내 스트레스를 유발하던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바대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었기에, 또 그만큼이나 고지식하게 굳어버린 내가 문제인 것도 있겠지만. 그녀가 말하는 대로 나는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성공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 해도 아직까지는 나는 공감을 못하겠으며 그래서 그렇게 행동 할 수가 없다. 그래, 이런 관점도 있구나, 혹은 이렇게 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것을 배운 것이라고 생각해야지 하면서 봤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찝찝하니 걸린다. |
『여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린다 뱁콕, 사라래시버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