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때 꼭 알아야 할 101가지 - 미혼.기혼자가 꼭 알아야 할 부부생활의 모든 것
피터 레이딕 지음, 신우림 옮김 / 북씽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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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아직 넘지 못한 미지의 세계라 그런지 결혼

하면 막연하게 동화 속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결혼만 하면 모든 것이 새로워질 것만 같고 더 큰 행복으로의 통로가 될 것만 같은. 그런 달달함만을 기대하기에 결혼하면, 새하얀 웨딩드레스가 떠오르고 결혼행진곡기 귓가에 맴돌곤 한다.

 인륜지대사라는 결혼을 앞에 두고 그 누구든지 고민하고 또 나름의 계획들을 세웠겠지만, 하나가 아닌 두 사람의 결합으로 인해 시작되는 것이기에 생각지 못했던 난관들이 하나씩 드리우게 된다.

 하물며 가족간에도 가끔 언쟁이 오가는 마당에 몇 십 년 동안 남이었던 사람과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모든 것이 붕어빵 틀처럼 맞아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 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수 많은 관문을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그 모든 것이 처음 마주하는 것들이기에 어렵고 어설프기만 한 우리에게 저자는 그가 이미 가보았던 결혼 생활 속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결혼만 하면 신비한 일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해요.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 가치 없다는 느낌, 외로움, 불안감, 우울함에서 한 순간에 벗어나게 될 거라고요. ‘사랑은 모든 상처를 치료한다는 생각, 이게 아직도 우리 문화 곳곳에 스며있어서 사람들을 헷갈리게 해요. 하지만 이건 영원이 묻어버려야 할 사회적 통념입니다. –본문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엄마한테 나는 이런 질문을 했었다.

 엄마, 왜 결혼을 하면 한 사람이랑 계속 살아야 해? 재미없을 거 같아. 10년에 한 번씩 돌아가며 살면 안돼?”

 어린아이치고 꽤나 당돌한 질문이 아닐 수 없기에 그 당시 엄마가 한바탕 웃으시던 장면만 남아있다. 뭐라 말씀해 주시기는 했지만, 대답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고 그 당시 내가 했던 질문은 명확히 남겨져 있다.

 영화 ‘500일의 썸머를 보면 남자 주인공이 여자친구인 썸머를 떠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동일한 장면이 초반과 후반 즈음에 나오게 되는데, 그에게 있어 모든 것이 설레게 했던 여자친구인 썸머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중에는 실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된다. 어릴 때 내가 했던 질문과 오버랩 되는 장면으로 처음에는 사랑의 실마리가 되었던 부분들이 결국에는 권태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전락해버리는 순간.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머리로는 서로간의 차이점 때문에 상대방에게 끌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요. 동시에 이러한 점 때문에 상대바잉 계속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요. 결국 상대방을 무지하게 화나게 만드는 점과 상대방이 나에게 끌렸던 점이 서로 같더군요. 그래서 더 이상 상대방을 바꾸려고 들거나 내가 바뀌려고 노력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우리 사이의 애정과 존중의 끈을 더욱 돈독히 하면서 서로의 독특함을 인정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본문

이미 결혼 생활의 중, 후반부를 달리고 있는 저자이기에 삶의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을 허심탄회 하게 드러내고 있다. 성에 관한 이야기나 육아, 무엇보다도 부부라는 아내와 남편에 중점을 두어 그가 느낀 점들을 이야기 해주고 있기에 기혼자라면 실제 그들의 결혼 생활에, 미혼자에게는 결혼에 대한 환상 보다는 현실을 배울 수 있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 세상 어딘가에 우리의 모든 소망을 들어주고, 행복과 평안을 안겨줄 누군가가 살고 있다고 절실하게 믿고 싶어한다. 요즘에도 할리는 여전히 동화를 좋아하지만 이전과는 그 종류가 다르다. 이제는 사악한 마녀와 멍청한 거인이 등장하는 이야기에 더 끌린다. 그녀는 젊은 여성들이 삶의 어두운 측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 역시 삶의 일부이니 말이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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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내 말에 상처받았어?』 / 상생화용연구소저

 

 

 

독서 기간 : 2013.07.01~07.0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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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엄마들의 일등 교육법 - 총명하고 강한 사람으로 만드는
김상숙 지음 / 아이넷북스(구 북스앤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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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르's Review

 

 

  

 주변에 지인들, 혹은 회사 동료들을 보면 아이가 한 살 한 살 커갈수록 교육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떼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요, 심지어 영어를 하지 못하는 경우 학급에서 왕따를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하니, 한 달에 백 만원이 훨씬 호가하는 영어 유치원이라는 곳에 아이들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혀를 차는 그녀들을 보면서 도대체 교육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독인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글자나 숫자는 전혀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놀이를 하면서 기초적인 개념만 가르칠 뿐이다. 그래서 독일 아이들 중에는 서너 살이 디어도 숫자를 세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들은 지적인 학습이나 기술교육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생 중 가장 성장이 왕성하고 환경에 대해 민감한 유아기에 지식교육만 하면, 오히려 장래 학습의 기초가 되는 직관력과 의지력과 같은 능력들을 골고루 발달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본문

 어느 새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도 경쟁 구도가 자리 잡혀 있다. 옆집 아이는 어디어디를 다닌 다더라, 반에서 1등 하는 아이는 어디서 무얼 한다더라 심지어 한글 조차도 제대로 못 깨우친 아이들에게 한글/영어/중국어 3가지 언어를 함께 배우는 유치원들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명품 초등학교라고 불리는 곳에 입학시키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넘어선 검은 돈이 오가는 것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그 어디에 뒤지지 않을 만큼 뜨겁게 활활 불타오르다 못해 전쟁처럼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것일까? 그 답변에 대해 자녀교육에 도움되는 세계엄마들의 일등교육법 / 김상숙 저자의 이야기를 읽어보자.

 

 

 옆집 혹은 옆 동네, 혹은 수도권은 이렇고 지방은 이렇다더라 라는 식의 우리나라 내의 방식이 아닌 가까운 일본, 중국에서부터 미국, 이스라엘 등 여러 나라들의 교육방식에 대해 만나 볼 수 있다.

신기한 것은 각 나라별 교육이 그 나라의 고유한 특성이 고스란히 묻어 난다는 점이었다. 이미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태인들의 교육법은 언제 어디서나 아이들로 하여금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었으며 꼼꼼하기로 소문난 독일은 어릴 때부터 실제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것들 것 대하면서 놀이와 실생활의 연계를 통해서 자신이 어느 곳에 흥미가 있는지를 자연스레 찾아갈 수 있게 하고 있다. 자유 분방할 것만 같은 미국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자유를 표방했으며 풍만한 예술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프랑스는 그 어느 곳보다 미술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기 시 되는 것들이 타국에서는 마땅히 해야 하는 것들이라 생각하는 것들을 보면서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이 어찌 보면 우리가 만들어 놓은 편견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어른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대답하는 경우, 어릴 때만해도 맹랑하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었는데 미국에서는 그것은 교감을 통한 당연한 행동이라 가르친다. 또한 자유에 대한 중요성을 어릴 때부터 몸소 체험한 그들은 어떠한 일이 생길 경우 변호사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법대로 해!’ 라며 큰소리가 아닌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미국의 교육 방식은 어릴 때부터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것인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아이들이 싸우면 교사는 재판관이 된다. 원고, 피고, 변호사, 검사 역할은 아이들 스스로 정한다. 교사는 아이들이 싸우면 자기 입장을 말할 기회를 준다. 이 또래의 아이들은 화가 나거나 좌절하면 첫 반응이 상대방을 때리는 것이지만, 교사는 아이들이 말로 자기 기분을 표현하도록 이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죄가 증명될 때까지는 무죄이며, 갈등을 해결하는데 말과 이성이 주먹보다 바람직하다는 것을 배운다. -본문

 가장 배우고 싶고 이렇게 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 것은 유태인들의 교육 방식이었다. 아이들이 많을수록 더 좋아한다는 그들이 대가족이 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도 언제 어디서나 질문을 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학창시절, 모르는 것들이 있거나 혹은 아는 것이 있어도 질문하거나 대답하기를 회피하고 꿀 먹은 벙어리마냥 조용히 앉아서 수업을 받던 우리네 방식과는 너무도 다른, 이것이야 말로 1:1 수업이자 다수:다수간의 수업이 되고 있었다. 이렇게 자유로우면서도 독창적인 시스템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바야흐로 가정교육의 몫이 톡톡히 했는데 그것은 바로 그들만의 헤브라이방식이다.

 유태인을 지칭하는 헤브라이라는 말의 뜻은, ‘혼자서 다른 편에 서다라고 한다. 그들은 아이에게 남보다 뛰어나라.”고 하지 않고, “남과 다르게 되라고 말한다. 또 아이가 남에게 폐만 끼치지 않는다면 독특하고 유별난 행동을 하는 것을 대견스럽게 여긴다. –본문

 강인한 정신력을 위해서 추운 겨울에도 반바지를 입혀 유치원에 보내는 일본과 급작스럽게 늘어나는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 외동아이 키우기 프로젝트로 인한 4-2-1 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병폐를 막기 위해 강인하게 교육시키는 중국도 그러하고 각 국가마다 그들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교육시스템을 선택하여 진행하고 있다.

 어느 것이 반드시 옳다, 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각 교육시스템의 다양화와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적당히 차입하면서 우리 스스로 너무 그 안에 속박되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좋은 것들을 주고 싶지 않을까 만은,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한꺼번에 몽땅 털어 넣는 것이 아닌 그 시기시기에 필요한 것들을 적당히, 아이가 흡수 할 수 있을 만큼, 그리고 모두 똑같은 방식대로가 아닌 가장의 최적의 것을 찾아주는 것이 현명한 엄마의 교육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안에서 국한하여 교육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이 아니라 자녀교육에 도움되는 세계엄마들의 일등교육법을 통해서 다른 나라의 시선도 볼 수 있는 꽤나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아르's 추천목록

 

『내 아이를 일등으로 만드는 법』 / 가지모토 야스마사저

 

 

 

독서 기간 : 2013.07.01~07.0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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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부터의 혁명 - 우리 시대의 청춘과 사랑, 죽음을 엮어가는 인문학 지도
정지우.이우정 지음 / 이경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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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르's Review

 

 

 청춘인문학을 읽고 나서 이 책을 바로 읽게 되었다. 청춘인문학에 대해 종종 들어오는 왔으나 왠지 모르게 구미가 당기지 않아 망설이고 있었지만, 몇 페이지를 읽어보고서는 바야흐로 신세계를 만났듯 유레카를 외치며 빠져드는 나를 보면서 이제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는 것이 한탄스러울 뿐이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청춘일 때 마음껏 즐겨라 혹은 청춘일 때 제대로 다 잡아야 인생이 평온해진다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들어보곤 했으나 청춘인문학은 그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가 아닌 완전히 다른 노선을 타고 있다. 대체 청춘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서 현대 속에서 그들의 모습이 어떻게 녹아져 있는지, 현재 우리의 모습이 실제 어떤 것인지에 대해 통렬하게 주창하고 있다면 삶으로부터의 혁명을 그 보다 더 깊이 들어가 청춘들을 구제하기 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청춘인문학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이라면 삶으로부터의 혁명은 어떻게가 아니라, 살아야 하기 위해 이야기 하는, 보다 근본적이면서도 보다 더 깊이 있는 담론을 끄집어 낸 것이다.

 이 책의 요점을 한 마디로 하자면, 그것은 자살하지 않는 방법, 우리 삶을 다르게 상상하고 살아가는 방법이다. 우리는 모두 획일화된 현실에 갇혀서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의 삶을 읽어버리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 문제는 사회구조나 노동 강도와도 관련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망상적이면서도 구체적인 현실, 그 어떤 세계, 이다. 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교육받고, 비교당하고, 대중매체에 의해 강제로 만들어져 뼛속 깊이 병든 이다. –본문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을 고민하기 위해서 일단 산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요 근래 사회 족 이야기들을 보노라면 안타까운 기사들이 가득하다. OECD 가입국 중에서 자살률이 1위라는 영예의 자리에 오른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저자는 청춘인문학보다 우선 이 책을 통해 삶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고 느낀 듯 하다. 살아있어야 그 이후에 대해 고민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전의 책에서도 그렇듯 저자의 책을 보면 여기저기 포스트 잇이 수두룩하게 붙어진다. 보는 내내 주옥거리게 되는 내용들 때문에, 나름대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읽었음에도 이 모든 것들이 단 하나로 정리되지가 않는다. 모르는 것도 모르는 것이겠지만 그 양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단 하나로 귀결시킬 수 없어 몇 번 계속 읽어봐야 할 듯 한데, 일단 이번에 처음에 느낀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역시나 저자는 이전 책에서와 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자기계발서와 그에 심취해 있는 이들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 타인과 다른 삶을 살기를 원한다고 주구장창 이야기는 하지만 언제나 타자들의 삶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서 남들과 다른, 자신에게만 집중해 볼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처럼 열심히 위로해서 다시 치열한 현실 경쟁에 뛰어들도록 하는 일은 일면 닭과 사육사를 떠올리게 한다. 일부 대규모 양계장에서는 밤에도 불을 환하게 밝혀 놓는데, 이는 밤을 낮으로 착각한 닭들이 계속해서 알을 낳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마찬가지로 청춘은 열정 멘토들에 의해 잠시 눈을 감으면 다가오는 공허함이나 방황, 정지의 시간을 당장 물리치도록 요구 받는다. –본문

 성공이라는 꿈을 향해 10대를 문제집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살다 대학이라는 간판을 걸자마자 휘청거리며 청춘을 즐기거나 혹은 그 청춘을 기반으로 멋들어진 인생을 살기 위한 주춧돌로 하는 이들은 다시금 20대 후반 취업이라는 문턱에 들어서고, 그렇게 시작된 사회 생활 속에 휩쓸려 결혼을 하고 지나다 보면 어느 새 휘영청 인생의 반이 상이 지나가 버리게 된다.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달려왔던 것인지에 대한 목적의식 없이 지나온 시간 속에 그리고 또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를 보며 의미 없는 길 위에서 방황을 하거나 때론 그 곳에서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단종시키는 것이다.

 그 어디에도 내가 정말 스스로 선택한, 상상한, 만들어나간 삶이 있었다고 말할 수 없게 된다. 나의 인생은 현실에 휩쓸려 산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의 것이 된다. –본문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 우리는 왜 독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청춘인문학에서와 같이 저자는 현대라는 틀 안에서 이러한 병폐의 원인을 꼬집어 내고 있다. 타인을 존중하기에 그 존중의 대가만큼 나 역시도 존중 받아야 한다는 보상심리는 점차 나의 모든 기준이 옳다라는 변종으로 탄생하게 되고 근대를 지나오면서 계몽주의를 철폐하고 오롯이 감정에 중심을 두다 보면서 나의 순수한 감정이 아닌 타자들의 감정에 휩싸여 그것이 나의 감정이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개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며 그러한 것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결론적으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그 안의 내 생각마저도 타인과 동일해야만 안심하게 되는 이 모순적인 행태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속의 우리네 모습인 것이다.

 종교에 의해 이러한 문제들을 덜어내보려 하는 노력도 잠시 되려 시간을 뫼비우스의 띠로 보는 것이 아닌 단절된 것으로 봄으로서 그 안에서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삶의 연장을 위해서 종교적인 힘을 빌리게 되는 역전 현상마저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앞에서 지목한 종교의 문제는 이러한 죽음의 문제로부터 나왔다고 말할 수 있다. 원래 우리에게는 오직 이 있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 죽음이 염려되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 ‘종교를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도피이다. –본문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현재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 구석구석을 분석하면서 살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쉬이 볼 수 있는 나의 인생을 응원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책과는 전혀 달리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이 곳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인문학을 통해서 세세히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 제대로 살기 위해서 우리 안의 염원이나 운 따위가 아닌 진정으로 내 안의 나를 제대로 적립하고 내가 있는 이 자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인문학이라는 망원경을 통해서 인생을 바라보게 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이 아니라 삶을 이야기 해야 한다는 그가 말하는 인문학은 그 동안 읽었던 베스트셀러들을통렬하게 꼬집으며 투쟁하고 있다. 이번 한 번 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마냥 부품 꿈을 꾸며 지냈던 이전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르's 추천목록

 

 

『청춘인문학』 / 정지우저

 

 

 

독서 기간 : 2013.06.28~07.0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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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도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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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르's Review

 

  

 책의 소개글을 보면서 불륜 남녀의 연애 이야기라는 말에 씁쓸함이 들었다. 불륜이라니. 그 어디에서도 환영 받을 수 없는 그들만의 사랑이 절절하면 절절할수록 세상이 주는 지탄은 더 깊어질 텐데, 라는 안타까움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S대 사학과를 졸업한 한 여자. 당시 시대상으로만 보아도 고학력자인 주인공 현희는 그저 평범하게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그 누구도 그러하듯이 작지만 아기자기한 소소한 행복들 속에서 그들의 가정을 꾸리고 싶었을 것이다.

 옛날에 내가 어렸을 적에 아버지라는 남성을 저주하고 어머니라는 여성을 못났다고 경멸했을 적에 내겐 혼자서 간직한 꿈의 나라가 있었다. 그 꿈의 나라에는 왕자가 있었다. 나는 이 세상에 그 한 사람의 왕자를 사랑하기 위하여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그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하여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본문

 바람대로 펼쳐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면 모두가 로또에 당첨되는 횡재를 누리겠지만, 삶은 흰 도화지에 크레파스를 들고 그리듯,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고학력자라는 명패는 오간대 없이, 어린 시절 운동권에서 함께 했던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사생아를 낳은 여자로만 존재했으며 다방 마담으로만 세상은 기억하고 있다.

 이 여인 앞에 펼쳐진 세상은 한 여인가 아닌 그저 여자의 몸뚱이를 가진 사람일 뿐이었다.

여자란 돈과 폭력이면 정복되는 동물이 아니오?”

저 여자도 돈과 폭력이면 그만인가?”

물론.” –본문

 이런 냉담한 현실에 홀로 떨어진 현희에게 있어서 그럼에도 세상을 따스하게 품어야 한다, 라고 나는 그녀를 종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윤리니 정의니 법이니 이런 시시콜콜한 것들이 과연 올바르게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만약 이 모든 것이 합당하게, 올바른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면 우리는 왜 현희를 그토록 깎아 내리기에만 바빴을까  

 꿈나라의 왕자, 나는 사생아를 낳은 파렴치한 여자, 살인범이라는 낙인이 찍힌 저주스런 죄수, 저 창은 너무나 높은 곳에 있고 햇빛은 나를 위하여 있지 않았다. 지금까지 휘어잡아 온 나의 생명과 이를 악 물고 살아온 하찮은 나의 지혜, 어설픈 자존심, 방황하던 진리에의 욕구. 그것이 나에게 무엇이었더란 말인가. –본문

 이미 민수는 약혼자가 있었음에도 현희에게 마음을 두었으며 그 사랑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판단하자 마돈나는 없다, 를 외치며 광희를 범하였으며 그 어긋난 사랑의 이정표에 어그러져 버린 광희의 허무한 죽음. 남편이었던 찬수가 살았더라면 이 모든 시작이 없었을지 모르지만 그의 죽음으로 시작된 엉켜버린 실타래는 이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어 버렸다. 그 누구도 가해자가 될 마음이 없었지만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어버린 모순 어린 상황. 이 속에서 과연 나는 누구를 질타하고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음악에 눈물 흘린다는 것은 아무짝에도 못 쓸 값싼 감상의 찌꺼기, 그리고 연애를 생각한다는 것은 굴종이다. 통틀어 슬프다는 것은 청승맞고 궁상스럽고ㅡ확실히 청승맞고 궁상스럽다. 거대한 차량 밑에 깔려 죽어야 할 생각들이다. -본문

 처음 소개 글을 읽는 동안 분륜임에도 되려 떳떳한, 죄책감이 없다는 현희에 대한 한 줄의 글을 보면서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람, 이라며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에 그녀를 비난하며 책을 마주했었다.

 아마도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고 그저 내용만 가늠해 보았다면 자신의 불륜을 꼬집어 이야기 하는 어머니에게 당신의 정절보다 내 배덕이 훨씬 위대하다.”라고 말하는 현희를 미쳤다, 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면서 반문하게 된다. 과연 그녀의 이 담대한 불륜에 대해 오롯이 상현과 현희만을 탓할 수 있을까? 사생아를 낳은 여자이면서 다방 마담이기에 당연히 그럴만한 행동을 했다, 라고 치부하며 그렇기에 그런 여자는 마음대로 주물러도 된다는 사회의 통념은 아무런 죄가 없는 것일까.

 현희는 그런 사회에 물병을 던져버리고 싶었을 게다. 한 인간을 향한 분노가 아닌 이 사회의 통속적인 것들에 대해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그들만의 룰 속에 재단하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려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먹먹하고 서글프지만 어느새 또 끄덕이고 있다. 두둥실 떠다니는 섬들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군도를 만들고 다시 해체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과 또 다른 박경리 선생의 소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보는 내내 주억거리게 만드는 그 묘한 매력이 이 책에도 있으니, 하나의 불륜 소설이 아닌 안타까운 군도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로서 마주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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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저

 

 

 

독서 기간 : 2013.06.30~07.0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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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나도 미치고 싶다 - 5만 시간의 연구 끝에 밝혀진 31가지 마음의 비밀
스티븐 그로스 지음, 전행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정신분석가가 쓰는 이야기라는 말에 덥썩 집어 들고서는 읽기 시작하면서정신분석가라는 어릴 적 나의 꿈처럼 쉽지 많은 않은 것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나의 마음도 도대체가 설명할 수 없을 적이 많아서 가끔은 타로나 점을 보러 가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하는데아무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치료해야 하는 것은보이지 않는 마음의 아픔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철학자 시몬 베유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감 생활을 하던 두 재소자가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벽을 톡톡 두드리는 방식으로 서로 대화 나누는 법을 터득해가는 과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벽은 그들을 갈라놓는 대상이면서도 대화의 수단이었다따라서 단절은 하나의 연결고리이기도 했다." -본문

 아프다는 통증을 드러낼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저자를 찾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방법은 대화와 그들의 몸짓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다내가 생각하는 것과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나의 상태가 어떠한 것이다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환자들을 보면서도 대체 이들의 문제를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든다그러면서 정말 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공유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직설적으로 나의 아픈 곳이 이곳입니다라고 말하는 반면 빙빙 돌려가며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무언가 문제는 있는 듯 하지만스무고개처럼 하나씩 하나씩 던지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보면서도 짜증이 아닌 인내심으로 그는 환자들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기다리고 있다.

 지루함은 정신분석가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환자가 특정한 주제를 자꾸만 회피하려 한다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또는 은밀하고 수치스러운 무언가에 대해 직접 털어놓기를 꺼리는 것일 수도 있다.-본문

 솔직하게 고백하자면그가 만난 환자들의 모든 기록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아무리 이해해보려 해도 계속 물음표만 맴도는 것이 대체 어떻게 그들을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나름 고민도 해보고 책을 덮었다 다시 펼쳤다 하기를 반복하면서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음이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음이 나에게는 그들이 겪었던 문제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다행이라는 안도를 느끼기도 했다.

 나는 우리 모두 가끔은 미래를 애도해야 한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었다또한 젊은 연인에게는 늘 현재보다 미래가 더 풍성하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싶었다헤어짐은 오직 현재의 포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꿈꿔왔던 미래도 함께 포기해야 함을 의미한다관계를 떠나 새로운 삶은 시작하고내게 맞는 사람을 만난 결혼해 아이를 갖는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본문

 무엇을 해도 화를 내지 않는 제니퍼를 보면서 내 감정을 드러내는 법을 모르던 학창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타인에 의해 나의 감정을 그대로 따라하려 했던 내 모습들을 보면서 현재는 타인의 거울이 아닌 나를 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도 해 본다.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닐 듯 하지만 그 안에서 나의 평이한 삶에 대해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에 그것 하나만을 만족하며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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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요한의 마음청진기』 / 문요한저


 

 

독서 기간 : 2013.06.26~06.2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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