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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넘지 못한 미지의 세계라 그런지 ‘결혼’

하면 막연하게 동화 속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결혼만 하면 모든 것이 새로워질 것만 같고 더 큰 행복으로의 통로가 될 것만 같은. 그런 달달함만을 기대하기에 결혼하면, 새하얀 웨딩드레스가 떠오르고 결혼행진곡기 귓가에 맴돌곤 한다.
인륜지대사라는 결혼을 앞에 두고 그 누구든지 고민하고 또 나름의 계획들을 세웠겠지만, 하나가 아닌 두 사람의 결합으로 인해 시작되는 것이기에 생각지 못했던 난관들이 하나씩 드리우게 된다.
하물며 가족간에도 가끔 언쟁이 오가는 마당에 몇 십 년 동안 남이었던 사람과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모든 것이 붕어빵 틀처럼 맞아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 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수 많은 관문을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그 모든 것이 처음 마주하는 것들이기에 어렵고 어설프기만 한 우리에게 저자는 그가 이미 가보았던 결혼 생활 속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결혼만 하면 신비한 일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해요.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 가치 없다는 느낌, 외로움, 불안감, 우울함에서 한 순간에 벗어나게 될 거라고요. ‘사랑은 모든 상처를 치료한다’는 생각, 이게 아직도 우리 문화 곳곳에 스며있어서 사람들을 헷갈리게 해요. 하지만 이건 영원이 묻어버려야 할 사회적 통념입니다. –본문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엄마한테 나는 이런 질문을 했었다.
“엄마, 왜 결혼을 하면 한 사람이랑 계속 살아야 해? 재미없을 거 같아. 10년에 한 번씩 돌아가며 살면 안돼?”
어린아이치고 꽤나 당돌한 질문이 아닐 수 없기에 그 당시 엄마가 한바탕 웃으시던 장면만 남아있다. 뭐라 말씀해 주시기는 했지만, 대답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고 그 당시 내가 했던 질문은 명확히 남겨져 있다.
영화 ‘500일의 썸머’ 를 보면 남자 주인공이 여자친구인 썸머를 떠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동일한 장면이 초반과 후반 즈음에 나오게 되는데, 그에게 있어 모든 것이 설레게 했던 여자친구인 썸머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중에는 실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된다. 어릴 때 내가 했던 질문과 오버랩 되는 장면으로 처음에는 사랑의 실마리가 되었던 부분들이 결국에는 권태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전락해버리는 순간.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머리로는 서로간의 차이점 때문에 상대방에게 끌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요. 동시에 이러한 점 때문에 상대바잉 계속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요. 결국 상대방을 무지하게 화나게 만드는 점과 상대방이 나에게 끌렸던 점이 서로 같더군요. 그래서 더 이상 상대방을 바꾸려고 들거나 내가 바뀌려고 노력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우리 사이의 애정과 존중의 끈을 더욱 돈독히 하면서 서로의 독특함을 인정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본문
이미 결혼 생활의 중, 후반부를 달리고 있는 저자이기에 삶의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을 허심탄회 하게 드러내고 있다. 성에 관한 이야기나 육아, 무엇보다도 부부라는 아내와 남편에 중점을 두어 그가 느낀 점들을 이야기 해주고 있기에 기혼자라면 실제 그들의 결혼 생활에, 미혼자에게는 결혼에 대한 환상 보다는 현실을 배울 수 있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 세상 어딘가에 우리의 모든 소망을 들어주고, 행복과 평안을 안겨줄 누군가가 살고 있다고 절실하게 믿고 싶어한다. 요즘에도 할리는 여전히 동화를 좋아하지만 이전과는 그 종류가 다르다. 이제는 사악한 마녀와 멍청한 거인이 등장하는 이야기에 더 끌린다. 그녀는 젊은 여성들이 삶의 어두운 측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 역시 삶의 일부이니 말이다. –본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