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 - 강제윤 시인의 풍경과 마음
강제윤 지음 / 호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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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년에 한 번 직장인들의 축제라 할 수 있는 여름 휴가 기간이 돌아온다. 대학생 때만 해도 길고 긴 방학이 심심해서 다시 학교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생각했었는데, 왜 그 길고 길었던 방학을 그리 헛되이 보냈었나, 에 대한 푸념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이 단 몇 일 동안의 휴가 동안 정말 부지런히 움직이며 돌아다니는 스케줄로 움직이곤 한다.

 심지어 친구에게 자랑스레 스케줄을 보여줬을 때, 그 친구는 내게 여행이 아니라 극기훈련 같다, 라는 농을 던지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6시부터 시작되는 내 스케줄 표의 일정들을 보면, 평소보다 덜 자고 더 많이 움직이는 그런 일정이니 내게 여행이란 심신의 위안이 아닌 고난의 발걸음이었다.

 그런 연유에서 저자와 같이 여행길을 진정으로 즐기는 이들을 보면 부러우면서도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정해진 일정 없이 움직이는 초행길. 위험하지 않나? 라는 생각에 대해 그는 되려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라며 쉬어 갈 것을 권하고 있다.

 집을 떠나 자연의 품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바쁘게 걷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은 다시 속도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중략)

 길에서 도달해야 할 목적지 따위는 잊어야 하리라. 목적지에 가지 못한들 어떠랴. 길을 벗어나 낯선 길로 들어선들 또 어떠랴.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 그 자체가 아닌가. –본문

 학생 때는 그렇게 직장인이 되고 싶더니만 간절히 바라던 직장인이 되어서는 다시 학생 때의 시절이 그리워진다. 일하는 만큼의 대가로 받는 다는 월급을 보면서도 내 것이 아닌 그저 스쳐가는 것들이기에, 주중 속 5일은 내가 죽어 있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가까스로 나를 되찾는 시간이 금요일 밤부터 주말이다 보니, 하루는 어디든 쏘다니고 하루는 쥐 죽은 듯 잠만 자며 보내고 있다.

 그렇게 또 다시 주중 5일을 마주하며 주말만 기다리고 달력 속 공휴일만 뒤척이는 3년차 직장인의 내 모습을 보면 서글퍼진다. 왜 우리는 파라다이스에서 무위도식하며 살 수 없는 것일까. 그곳에만 있으면 모든 것이 행복해 질 텐데 말이다.

 인간에게 천국이란 연인과 여행자에게만 허락된 공간이다. (중략)

 하지만 명심하라 여행자여!

 어떠한 천국도 정착지가 되는 순간 지옥으로 돌변한다. –본문

 저자는 여행 속의 겉으로 들어나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길을 걸으며 인간의 내면에 대해서도 고뇌하는 장면들이 속속 등장한다. 누군가의 불행을 통해 나의 행복을 가늠해 보기도 하고 다른 생명을 취하여 내가 사는 모습들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에서, 여행을 떠나며 홀로 걸을 때 만이 눈에 들어오는, 익숙한 것들 중 생소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분명 그 이전에도 자리하고 있었을 테지만 그저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들이라 생각했던 것들에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다.

 나 잔인함에 길들어

 마음은 잔인한 악어와 같아

 남의 고통에서 위안 받고 눈물 흘리네

 내 삶의 온갖 상처

 남의 불행으로

 치유 받네 본문

글보다도 사진이 많이 자리하고 있기에 한 권의 책을 읽는데 한 시간 가량이면 일독할 수 있다. 빨리 읽으려 하지 않아도 스르륵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을 보면 무상무념으로 책을 본 듯 하다. 그림을 보다 보면 어느 새 금새 끝나버리는 여행기.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그가 했던 것처럼 편안하게 풍경에 취해서 발걸음마다 생각을 담아봐야겠다.

바다에서 보면 대륙 또한 물위에 떠 있는 섬에 지나지 않는다. 대륙이 하나의 섬인 것처럼 아무리 작은 섬도 그 자체로 하나의 대륙이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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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 강제윤저

   

 

독서 기간 : 2013.06.2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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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토트 아포리즘 Thoth Aphorism
강신주 엮음 / 토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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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는 순간 예쁘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깔끔하면서도 진 분홍색의 활자가 철학에 관한 내용의 책이라 하기에는 너무 산뜻하기에 나도 모르게 눈이 먼저 따라간다.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진 않았다지만, 초반의 모습이었다면 표지만으로 동하여 구입했을 책이다. 물론 그렇게 이 책을 샀다 하더라도 후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는 내내 예쁘다, 와 아! 이런 거구나, 라며 감탄을 연발하며 봤으니 말이다.

 책은 우리 내면에 얼어 있는 바다를 내려치는 도끼 같은 것이어야만 한다.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카프카의 말입니다. 얼음을 도끼로 내려치면 손이 찡하고 울립니다. 전기에 감전된 것과 같은 통증, 뼛속까지 파고드는 불쾌한 진동.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겁니다. 얼음을 내려치는 것과 같은 책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그래야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자신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본문

저자는 자신이 마주했던 아포리즘들을 하나의 책으로 고스란히 모아 놓았다. 그 자신이 읽으면서 느꼈던 통렬한 것들을 이 한 권에 집약시켜 놓았으며, 그 모음집은 표지를 더불어 안쪽에도 깔끔하니 정리가 되어 있어 한 눈에 들어온다.

사실 내용들을 봐서는 몇 줄 되지 않는 것들이기에 눈으로만 읽어 내려 간다면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을 내용들이다. 하지만 읽다 보면 눈으로만 훑어 내려갈 수 없는 문장 속의 내용들이 책장을 쉬이 넘기지 못하게 붙잡고 있게 만든다.

반대, 탈선, 유쾌한 불신, 조롱하는 습관은 건강하다는 신호들이다.

무조건적인 모든 것은 병리학에 속하는 것이다. –니체 (1844~1900) –본문

 하나하나의 아포리즘을 소개하고 하단에 원문을 붙여 놓았다. 그리고 그것이 한 페이지에 할당된 모든 것이다. 간결하다면 간결하고 아쉽다면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책 안의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기에 간략하게라도 설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바람이 들기도 했다. 특히나 니체의 이야기를 볼 때면 이러한 바람이 더욱 간절해 졌는데, 분명 한글로 적힌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대체 이게 무슨 말이지? 하며 곰곰이 생각하지만 명쾌히 답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것 또한 저자의 배려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마 그 아래 주석으로 하나하나의 내용들을 설명하려 했다면 끝도 없었을 것이며, 그 활자 안에 갇혀서 더 이상의 생각을 못하고 있었을 테니. 이것이 정답이다가 아닌 하나의 문장으로 무한히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가도록 빈 공간 속에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던져보게 한다.

 단지 인간이기 때문에 성스럽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다, 라고 말하는 피터 싱어의 이 한 문장을 보면서 그 동안 느꼈던 것들이 한 번에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인간이기에 모든 것들을 군림하며 살아 가는 것이 마땅한 것이라 생각하는 인간들이 가진 오만의 폐해로 오늘날 하나 둘씩 드러나는 생태계의 파괴 현상을 보면 끔찍하기 그지 없다. 그 어느 동물보다도 지능이 뛰어나고 지혜로우므로 우리가 하는 것은 다 옳고 그러므로 이 지구를 우리의 뜻대로 통치하려는 인간의 그릇된 욕망은 이 지구상에 발을 들어 놓은 최단시간 내에 이 지구를 갉아 먹고 있다.

 과연 인간이기에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은 성스러운가? 신문 기사만 봐도 추악한 인간이 가득한 이 곳에 과연 우리는 이 세상의 주인이라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이 책 속의 장자의 말씀은 와 닿는 것들이 많았다. 완전히 깨어나야만 꿈을 꾸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기에 항상 깨어있어야만이 실제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중국어는 아직 잘 모르지만, 영어로 원문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새롭기도 하고 때론 해석을 하면서 읽어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다. 대체로 맞게 해석 했다기 보다는 보면서 아, 이렇게 해석이 되는 구나를 배우긴 했지만 말이다.

 아마도 호불호가 명확한 책이 아닐까 싶다. 텅 비어있는 공간에만 집착한다면 비싼 책이겠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과 진리를 보려 노력한다면 이 한 권으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으니 이보다 값진 책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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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포리즘 철학』 / 조중걸저

 

 

 

 

독서 기간 : 2013.07.0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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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알려준 것들 - 일상에서 건져올린 삶의 편린들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정선희 옮김 / M&K(엠앤케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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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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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젖과 알로 이미 유명한 가와카미 미에코를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사실 저자보다도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이 다름아닌 정선희라는 이유 때문에 읽기 시작했기에, 그런 의미에서 작가에게는 송구스럽기는 하지만 읽으면서 점차 그의 문장에 매료되었으니 어느 정도의 변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인생이 알려준 것들이라는 거창한 제목보다는 그 위에 있는 부제인 일상에서 건져 올린 삶의 편린들이 훨씬 이 책을 잘 설명해주는 듯 하다.

 사실 처음 읽다 보면, ‘? 이게 무슨 내용이람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첫 장을 들추자 마자 등장하는 일명 고상한 여인의 빤쭈이야기를 보면서 어색하다 못해 낯설다, 이것이 일본인과 한국인의 정서 차이인가, 라며 고상한 듯 생각하다가도 어느새 귀지를 대하는 동일한 태도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난다.

 다른 나라에 살고 있지만 그녀나 내가 느끼는 것들은 피차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응? 하며 시작된 반감 어린 불신이 사그라들며 오히려 세상 누구보다 고상한 듯 그녀의 글들을 깎아 내리려 했던 내 모습이 되려 부끄러워진다.

 멍하니,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왜 이러고 있지하면서도 시간을 좀 먹는 가욋사람 놀이는 작가든 일반 직장인이든 매한가지 인가 보다.

 더 우스운 건 정신줄 놓고 지내는 덕분에 놀랐던 것 자체를 잊어버리기도 한다는 것! 결국, 이렇게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으면 인생이 이런 식으로 흐지부지 끝나는 건 아닐까라고, 이 또한 멍~ 하니 생각하곤 하는 것이다. –본문

 매사에 꼼꼼하고 똑부러지게 일 처리를 할 것만 같은 작가라는 페르조나 대신에 나와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면서 급작스럽게 친해진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도 그저 넘어갈 수 있는 일들에 대해 하나하나 집어서 이야기 하는 그 소소한 것들에 대한 관찰력과 그 관찰한 이야기들을 풀어가는 필력이 편안하면서도 계속 매료되게 하여 휘리릭 책장을 넘기게 된다.

 엄마의 조건. 엄마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엄마가 가져야 하는 소양이라 생각했던 나에게 그 명쾌한 정답을 바비 인형이 알려주고 있었다. 실제 미국에서 임산부바비 인형 단기간에 판매 중지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바비 인형의 손가락에 반지가 없기 때문이란다. 반지의 부재가 나타나는 엄마의 조건은 바로 결혼이라는 것이다.

 발매 중지를 하지 말고 그냥 부속품으로 반지를 팔 것이지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 여유라고는 하나 없는 꽉 막힌 보수적인 사고방식, 그 답답함에 놀라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던 것이다. –본문

 그저 웃고 넘어갈 만한 헤프닝으로 넘길 수 있다. 저자의 말마따나 그저 반지를 그려서라도 판매를 하면 될 것을 전량 판매 중단이 된 것으로 보면, 바비 인형과 결혼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가보다.

어린아이들을 주로 가지고 노는 바비 인형에게 있어서 미혼모라는 딱지가 적절하지 않게 비춰질 수는 있다지만, 사회 속에서 그들 자체를 사라지길 원하는 모양새라 왠지 씁쓸하다.   

 , 후반에 접어들어서면 현재 일본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대 지진으로 인한 원자력 발전소 폭발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 및 현재 상황에 대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안전하다, 라는 이야기를 모든지 믿기에는 뭔가 찝찝하면서도 그럼에도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이기에 하나 둘씩 그 말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리고 어느 새 아주 오래된 이야기 인 듯 잊어버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참으로 안타까워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맞는 것일까? 정말 안전한 것일까? 매일 불안해 떨고 있는 이들이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일까? 얼마 전 안전하다고 발표했던 힐링크림도 알고 보니 유해성분이 검출 되었다는 보도를 보며, 그들의 말을 믿었던 소비자들에게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갔던 사태를 보며 일단 먼저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언론이 보여주는 세상이 옳았다면 상관없지만 만일 그것이 옳지 않은 것이라면? 희생되는 건 언제나 언론이 보여주는 세상을 믿고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인 것이다. –본문

 소소한 일상들의 편린들이 담겨 있기에 읽으면서 이게 무슨 인생에서 찾은 것들이야, 하며 너무도 거창한 제목에 걸려든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초반에 그런 생각으로 읽어 내려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진득하니 읽어보면 나와 별반 다르지 않는 일상 속에서 나는 지나쳤던 것들을 그녀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글로 담아놓고 있기에 금새 빠져들게 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지나쳐 가는 것들이 다반사 이겠지만, 잠깐 쉼표로 피식 웃음을 띄어보기도 하고 때론 심각한 고민에 빠져보게도 하고. 옆 집 아줌마의 이야기를 듣는 듯 하지만, 배경만 일본인 이 책은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보면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전환되는 순간을 맛볼 수 있는, 편안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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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무라카미 하루키저

   

 

독서 기간 : 2013.07.0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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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장의 일러스트로 만나는 그리스·로마 문명
도미닉 레스본 지음, 유재원.김운용 옮김 / 케이론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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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와 로마 문명에 대해 배우고 탐닉은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듯 하다. 언제나 책을 이것저것 뒤적거리면서도 여전히 문자 속에 갇혀서 맴돌고 있는 느낌이라, 매번 책을뒤적이고 나서도 무엇을 본것인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럼에도 항상 배우고 싶다는 열망으로 인해다시금 책을 펼쳐보지만, 이전에 했던 상황들 들과 별반 달라질 것 없이 같은 상황의 반복이다.

그러던 찰나 일러스트 500장으로 배울 수 있다는 이 책을 보면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활자속에 갇혀 있던 것들을 그림으로 함께 배운다면 훨씬 쉬우면서도 빠르게 이해되지 않을까. 어린 아이들이글을 배울 때 역시 사과, 하면 탐스러운 사과의 그림과 함께 글자를 배우듯, 그렇게 그리스와 로마를 입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책은 총2개의 큰 부분으로 나누어 그리스와 로마로 나누어 그 안에 각각 종교, 사회, 정치, 여가, 일 등여러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을 하고 있다. 각 챕터로 나누어 있다는 것이 이해하는데 효율적이기는하나, 조금 더 긴 내용의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 이어 내용이 이어지면 좋겠는데, 중간에 내용이 끊킨 느낌이랄까. 어찌되었건 페이지들은 금새 넘어가기는 한다. 그림책의 매력중 하나이긴 하다.

아테네, 하면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그 당시부터도 투표를 하여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는 것, 물론남자들에 한하여 가능한 것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민주주의의 태동이었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기원전 그들이 이미 이룩한 쾌거라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아테네 민주주의의 최종 형태는 기본적 인권에 대한 배려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 기원전 6~기원전 5세기 사이의 시기에 취해진 조치들과 이런 조치를 취한몇몇 주요 인문들에 의해 확립되었다. -본문

그리스 여인들은 보통 집안에서만 옷을 만들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지낸다고 한다. 결혼의 목적은 아이를 낳기 위한 것이었으며 그렇기에 아이를 못 낳을 경우에는 이혼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그런 여인들에게 탈출구가 될 수 있었던 헌주, 물을 긷기 위해 샘에가는 일이 잠시나마 바깥 생활을 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고 한다.

물을 긷기 위해 샘에 가는 일과는집안에 갇혀 지내야 하는 여인들과 노예들에게는 일종의 탈출구 구실을 했다. -본문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전사들의 영혼을 저울에 달고 있는 그림이었다. 그 당시 영웅들의 운명은 신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저울에 의해서 삶의 무게, 그러니까 생명의 길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트로이아 전쟁에서 영웅들의 운명은신들의 자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 그림에서 보듯 전사들의 영혼의 무게를 재는 황금 저울에달려 있었다. 제우스나 헤라까지도 이 일을 간섭할 수 없었다. (중략) 이 그림에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전사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의 영혼이 저울의 아래로 쳐지는 것을 보고 절망하며울부짖고 있다. -본문

그리스만큼이나 제국이었던 로마. 그들은 외국인들은모두 야만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나 자존심이 강하고 자존감이 강했던 그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문화에 대해서는 무한한 동경의 바람이 있었나 보다.

로마인들은 그리스인들이 섬기던 신들과 같은 신을 다른 이름으로 섬겼는데, 그리스인들과 많은 공통점을 지녔다. 로마인들은 그리스 문화를 존중했으며, 그리스어는 제국 동부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사용되는 공용어로 남아있다. -본문

그리스의 스파르타만이 유명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로마의 군대 역시도 엄청나게 강했다고 한다. 이 그림은 거북이 편대라는 것으로 이 한 장의 일러스트는 로마 군대의 모든 것을 가늠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적의 벽이나 성벽에 도착하면 레기온병사들은 테스투도 편대로 멈춰 서서 머리 위로 자신들의 방패를 올렸다. 그리고 박스 형태로 만들기위해방패들을 양옆으로 둘렀다. 로마의 역사가 카시우스 디오튼 테스투도가 얼마나 강했는지 말과 탈것이 그위로 지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본문

그림으로 함께 하기에 생각보다 빠른 시간내에 읽어내려 갈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대한 바람이 훨씬 더 깊었기에 일러스트아래 조금 더 긴 내용들이 이어지기를 바랐었다. 각각 500장의일러스트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풍성하기는 하나, 조금 더 풍성해 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기에조금의 아쉬움도 함께하는 책이었다.

독서 기간 : 2013.07.05~07.0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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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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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문자가 영상보다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제대로 배운 책이다. 그 어디에서도 느껴볼 수 없었던 공포감이란. 보는 동안 심장이 조여온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계속 주변을 돌아보면서 낑낑거리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250페이지 남짓 읽었을 때,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할까? 이러다가는 오늘 밤 가위 눌림은 물론이고 당분간 어느 공간아래 혼자 있는 것 조차 두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무서워를 연발하여 이불을 뒤집어쓰고 가족들이 곁에 있을 때에만 읽어 내려갔던 이 책의 마지막을 보면서 중도에 포기했다면 공포만이 계속해서 내 주변을 맴돌았겠구나, 라는 생각에 끝까지 읽기로 결심한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소개 글을 읽으면서 심은하 주연의 드라마 ‘M’이 생각났다. 초록색으로 눈빛이 변하고 중 저음의 기계음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 꽤나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낙태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몰랐던 때에 한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 얼마나 큰 죄라는 것을 공포로 배웠었는데, 시간이 한창 지났기에 그 때보다 수월하게 이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큰 자만이었는지 책을 읽는 내내 뼈저리게 감내해야 했다.

 문자로 전달되는 공포는 영상보다 위력이 엄청났다.

 내가 누군지 알아? -본문

 보이지 않는 실체의 등장, 이는 말미암아 서서히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슈헤이와 가나미. 그들은 어느 누구 부럽지 않은 아름다운 부부였다. 얼마 전 슈헤이가 출간한 책은 많은 판매부수를 올리게 되었고, 그 덕분에 그들은 자신들의 집을 가지게 되었다. 남부럽지 않게 다시 그들의 행복을 찾아가려는 순간, 그 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임신소식. 과연 이것은 그들에게 행복을 전조일까?

한 부부의 사랑의 결정체인 임신은 결과적으로는 한 여자의 몸을 우주로 하여 새로운 생명의 탄생으로 시작되게 된다. 남녀가 함께 이뤄내는 것이지만 한 생명의 존재를 10개월 동안 느끼는 것은 여자만이 가능한 일이다.

여자라면 한 번쯤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는 것 같다. 내 안에 한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그 신비로운 현상은 여자이기에 누릴 수 있는 축복이기에 나 역시도 언젠가 그 날이 도래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자면, 과연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할까? 그들도 여자들만큼이나 간절히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들을 할까?

어째서 이렇게까지 임신하기를 바라는 걸까? 여자는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구태의연한 강박 관념이 스며들어 있는 걸까? 아니면 이런 여성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어떤 문화의 영향과도 관계없이 그저 자신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감춰져 있는 걸까? –본문

누구보다도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슈헤이에게 임신소식은 난제로만 다가오게 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 즉 하우스 푸어로 전락해버릴 수 있는 그들의 현실 속에서 그들에게 남은 단 하나의 선택. 바로 낙태를 결정하면서 이 모든 사건은 시작되게 된다.

 “네. 임신부 네다섯 명 중에 한 명 꼴로 중절을 택하는 셈이죠. 배 속의 아기를 인간으로 인정한다면 일본인들의 사인 1위는 암이 아니라 인공 임신 중절이 되겠죠.

 슈헤이는 입을 꾹 다문 채 살처분을 당하는 반려동물을 생각했다. 주인이 내버려 안락사를 당하는 개와 고양이 수는 각 약 30만 마리였다. 이 나라에는 처분되는 개나 고양이보다 중절당하는 태아 수가 훨씬 많은 걸까? -본문

 

 이것이 사실인지는 모르겠다만, 어찌되었건 자의적이던 타의적이던 낙태 수술이 집행되고 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세더잘의 낙태에 대한 책을 읽었을 때도 낙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 오히려 더 낙태율을 낮추고 안전하게 시술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보면서 동의하곤 했는데, 이 책 속에서 보여주는 공포를 느끼는 동안에는 절대 반대를 외치면서 보았던 것 같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이성을 통째로 휘감아 버린 순간 이랄까. 이 책에 취해있는 동안, 공포는 그 어떤 것보다도 크게 다가왔다.

 이 책 속의 등장하는 세 여자는 모두 아이를 원하고 있었다. 아이를 지키고 싶었으나 낙태를 강요 받았던 구미는 홀로서라도 아이를 지키고 싶었다. 간절히 임신을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자신의 몸을 던져버린 마이코. 낙태를 결정하고 나서 빙의 현상을 겪게 되는 가나미.

그들은 그저 평범한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그 작은 소망이 일그러진 순간, 그들은 독기 어린 여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자신 안에서 느껴지는 생명이자 그토록 그녀들이 원하는 순간이었기에 그 무엇도 그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어머니라는 이름의 모성애는 세상 그 무엇도 부서트릴 수 없는 난공불락이다.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슈헤이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그 대답은 뭐였죠?”

 나는 엄마야.”라고 구미가 말했어요. 굉장히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배 속에 있는 아기의 엄마야.’ 라고요” –본문

원치 않는 임신이 낙태로 이어질 경우,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되는 그들은 두 명이 아니라 세 명이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인간의 본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어 나오게 되나보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여자들은 슈헤이의 이 독백을 보며 분노가 차 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남자란, 한 순간의 쾌락만은 좇는 인간인가, 라는 생각을 슈헤이를 통해 모든 남자에게 화살을 던지게 만드니 말이다.

 문득 가나미는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자신이 피임 기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만약 그렇다면 가나미도 같은 죄를 지은게 아닌가. 왜 가나미는 먼저 자신의 몸을 지켜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 나중에 눈물짓더라도 이미 늦어버린 일이 아닌가. –본문

 어찌되었건 이 K.N의 비극이 오버랩 되면서 두 부부는 물론 의사였던 이소가이까지. 아니, 연인이라면, 부부라면 아마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를 이 소설 속에 저자는 담아 묻고 있다. 공포를 넘어선 근본적인 문제를 던지며 과연 우리는 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해 소설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다시 이 저자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싶다. 정말 빠르게 읽어내려 가기는 한다지만, 글로서 이렇게 사람을 공포에 종종거리게 할 수 있다니. 물론 마지막 페이지에 가서는 그 모든 것들이 이해된다고 하긴 하지만, 그의 글이 무서운 것은 사실이다. 그만큼 글에 담아내는 실력이 대단한 것이겠지만, 이 공포를 다시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르's 추천목록

 

『아름다운 흉기』 / 히가시노 게이고저

 

 

 

독서 기간 : 2013.07.04~07.0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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