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 - 강제윤 시인의 풍경과 마음
강제윤 지음 / 호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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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일년에 한 번 직장인들의 축제라 할 수 있는 여름 휴가 기간이 돌아온다. 대학생 때만 해도 길고 긴 방학이 심심해서 다시 학교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생각했었는데, 왜 그 길고 길었던 방학을 그리 헛되이 보냈었나, 에 대한 푸념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이 단 몇 일 동안의 휴가 동안 정말 부지런히 움직이며 돌아다니는 스케줄로 움직이곤 한다.

 심지어 친구에게 자랑스레 스케줄을 보여줬을 때, 그 친구는 내게 여행이 아니라 극기훈련 같다, 라는 농을 던지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6시부터 시작되는 내 스케줄 표의 일정들을 보면, 평소보다 덜 자고 더 많이 움직이는 그런 일정이니 내게 여행이란 심신의 위안이 아닌 고난의 발걸음이었다.

 그런 연유에서 저자와 같이 여행길을 진정으로 즐기는 이들을 보면 부러우면서도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정해진 일정 없이 움직이는 초행길. 위험하지 않나? 라는 생각에 대해 그는 되려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라며 쉬어 갈 것을 권하고 있다.

 집을 떠나 자연의 품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바쁘게 걷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은 다시 속도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중략)

 길에서 도달해야 할 목적지 따위는 잊어야 하리라. 목적지에 가지 못한들 어떠랴. 길을 벗어나 낯선 길로 들어선들 또 어떠랴.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 그 자체가 아닌가. –본문

 학생 때는 그렇게 직장인이 되고 싶더니만 간절히 바라던 직장인이 되어서는 다시 학생 때의 시절이 그리워진다. 일하는 만큼의 대가로 받는 다는 월급을 보면서도 내 것이 아닌 그저 스쳐가는 것들이기에, 주중 속 5일은 내가 죽어 있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가까스로 나를 되찾는 시간이 금요일 밤부터 주말이다 보니, 하루는 어디든 쏘다니고 하루는 쥐 죽은 듯 잠만 자며 보내고 있다.

 그렇게 또 다시 주중 5일을 마주하며 주말만 기다리고 달력 속 공휴일만 뒤척이는 3년차 직장인의 내 모습을 보면 서글퍼진다. 왜 우리는 파라다이스에서 무위도식하며 살 수 없는 것일까. 그곳에만 있으면 모든 것이 행복해 질 텐데 말이다.

 인간에게 천국이란 연인과 여행자에게만 허락된 공간이다. (중략)

 하지만 명심하라 여행자여!

 어떠한 천국도 정착지가 되는 순간 지옥으로 돌변한다. –본문

 저자는 여행 속의 겉으로 들어나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길을 걸으며 인간의 내면에 대해서도 고뇌하는 장면들이 속속 등장한다. 누군가의 불행을 통해 나의 행복을 가늠해 보기도 하고 다른 생명을 취하여 내가 사는 모습들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에서, 여행을 떠나며 홀로 걸을 때 만이 눈에 들어오는, 익숙한 것들 중 생소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분명 그 이전에도 자리하고 있었을 테지만 그저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들이라 생각했던 것들에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다.

 나 잔인함에 길들어

 마음은 잔인한 악어와 같아

 남의 고통에서 위안 받고 눈물 흘리네

 내 삶의 온갖 상처

 남의 불행으로

 치유 받네 본문

글보다도 사진이 많이 자리하고 있기에 한 권의 책을 읽는데 한 시간 가량이면 일독할 수 있다. 빨리 읽으려 하지 않아도 스르륵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을 보면 무상무념으로 책을 본 듯 하다. 그림을 보다 보면 어느 새 금새 끝나버리는 여행기.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그가 했던 것처럼 편안하게 풍경에 취해서 발걸음마다 생각을 담아봐야겠다.

바다에서 보면 대륙 또한 물위에 떠 있는 섬에 지나지 않는다. 대륙이 하나의 섬인 것처럼 아무리 작은 섬도 그 자체로 하나의 대륙이다. –본문

   

아르's 추천목록

 

『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 강제윤저

   

 

독서 기간 : 2013.06.28~06.2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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