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는 순간 예쁘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깔끔하면서도 진 분홍색의 활자가 철학에 관한 내용의 책이라 하기에는 너무 산뜻하기에 나도 모르게 눈이 먼저 따라간다.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진 않았다지만, 초반의 모습이었다면 표지만으로 동하여 구입했을 책이다. 물론 그렇게 이 책을 샀다 하더라도 후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는 내내 예쁘다, 와 아! 이런 거구나, 라며 감탄을 연발하며 봤으니 말이다.
“책은 우리 내면에 얼어 있는 바다를 내려치는 도끼 같은 것이어야만 한다.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카프카의 말입니다. 얼음을 도끼로 내려치면 손이 찡하고 울립니다. 전기에 감전된 것과 같은 통증, 뼛속까지 파고드는 불쾌한 진동.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겁니다. 얼음을 내려치는 것과 같은 책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그래야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자신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본문
저자는 자신이 마주했던 아포리즘들을 하나의 책으로 고스란히 모아 놓았다. 그 자신이 읽으면서 느꼈던 통렬한 것들을 이 한 권에 집약시켜 놓았으며, 그 모음집은 표지를 더불어 안쪽에도 깔끔하니 정리가 되어 있어 한 눈에 들어온다.
사실 내용들을 봐서는 몇 줄 되지 않는 것들이기에 눈으로만 읽어 내려 간다면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을 내용들이다. 하지만 읽다 보면 눈으로만 훑어 내려갈 수 없는 문장 속의 내용들이 책장을 쉬이 넘기지 못하게 붙잡고 있게 만든다.
반대, 탈선, 유쾌한 불신, 조롱하는 습관은 건강하다는 신호들이다.
무조건적인 모든 것은 병리학에 속하는 것이다. –니체 (1844~1900) –본문
하나하나의 아포리즘을 소개하고 하단에 원문을 붙여 놓았다. 그리고 그것이 한 페이지에 할당된 모든 것이다. 간결하다면 간결하고 아쉽다면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책 안의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기에 간략하게라도 설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바람이 들기도 했다. 특히나 니체의 이야기를 볼 때면 이러한 바람이 더욱 간절해 졌는데, 분명 한글로 적힌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대체 이게 무슨 말이지? 하며 곰곰이 생각하지만 명쾌히 답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것 또한 저자의 배려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마 그 아래 주석으로 하나하나의 내용들을 설명하려 했다면 끝도 없었을 것이며, 그 활자 안에 갇혀서 더 이상의 생각을 못하고 있었을 테니. 이것이 정답이다가 아닌 하나의 문장으로 무한히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가도록 빈 공간 속에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던져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