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토트 아포리즘 Thoth Aphorism
강신주 엮음 / 토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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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책을 보는 순간 예쁘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깔끔하면서도 진 분홍색의 활자가 철학에 관한 내용의 책이라 하기에는 너무 산뜻하기에 나도 모르게 눈이 먼저 따라간다.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진 않았다지만, 초반의 모습이었다면 표지만으로 동하여 구입했을 책이다. 물론 그렇게 이 책을 샀다 하더라도 후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는 내내 예쁘다, 와 아! 이런 거구나, 라며 감탄을 연발하며 봤으니 말이다.

 책은 우리 내면에 얼어 있는 바다를 내려치는 도끼 같은 것이어야만 한다.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카프카의 말입니다. 얼음을 도끼로 내려치면 손이 찡하고 울립니다. 전기에 감전된 것과 같은 통증, 뼛속까지 파고드는 불쾌한 진동.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겁니다. 얼음을 내려치는 것과 같은 책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그래야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자신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본문

저자는 자신이 마주했던 아포리즘들을 하나의 책으로 고스란히 모아 놓았다. 그 자신이 읽으면서 느꼈던 통렬한 것들을 이 한 권에 집약시켜 놓았으며, 그 모음집은 표지를 더불어 안쪽에도 깔끔하니 정리가 되어 있어 한 눈에 들어온다.

사실 내용들을 봐서는 몇 줄 되지 않는 것들이기에 눈으로만 읽어 내려 간다면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을 내용들이다. 하지만 읽다 보면 눈으로만 훑어 내려갈 수 없는 문장 속의 내용들이 책장을 쉬이 넘기지 못하게 붙잡고 있게 만든다.

반대, 탈선, 유쾌한 불신, 조롱하는 습관은 건강하다는 신호들이다.

무조건적인 모든 것은 병리학에 속하는 것이다. –니체 (1844~1900) –본문

 하나하나의 아포리즘을 소개하고 하단에 원문을 붙여 놓았다. 그리고 그것이 한 페이지에 할당된 모든 것이다. 간결하다면 간결하고 아쉽다면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책 안의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기에 간략하게라도 설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바람이 들기도 했다. 특히나 니체의 이야기를 볼 때면 이러한 바람이 더욱 간절해 졌는데, 분명 한글로 적힌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대체 이게 무슨 말이지? 하며 곰곰이 생각하지만 명쾌히 답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것 또한 저자의 배려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마 그 아래 주석으로 하나하나의 내용들을 설명하려 했다면 끝도 없었을 것이며, 그 활자 안에 갇혀서 더 이상의 생각을 못하고 있었을 테니. 이것이 정답이다가 아닌 하나의 문장으로 무한히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가도록 빈 공간 속에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던져보게 한다.

 단지 인간이기 때문에 성스럽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다, 라고 말하는 피터 싱어의 이 한 문장을 보면서 그 동안 느꼈던 것들이 한 번에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인간이기에 모든 것들을 군림하며 살아 가는 것이 마땅한 것이라 생각하는 인간들이 가진 오만의 폐해로 오늘날 하나 둘씩 드러나는 생태계의 파괴 현상을 보면 끔찍하기 그지 없다. 그 어느 동물보다도 지능이 뛰어나고 지혜로우므로 우리가 하는 것은 다 옳고 그러므로 이 지구를 우리의 뜻대로 통치하려는 인간의 그릇된 욕망은 이 지구상에 발을 들어 놓은 최단시간 내에 이 지구를 갉아 먹고 있다.

 과연 인간이기에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은 성스러운가? 신문 기사만 봐도 추악한 인간이 가득한 이 곳에 과연 우리는 이 세상의 주인이라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이 책 속의 장자의 말씀은 와 닿는 것들이 많았다. 완전히 깨어나야만 꿈을 꾸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기에 항상 깨어있어야만이 실제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중국어는 아직 잘 모르지만, 영어로 원문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새롭기도 하고 때론 해석을 하면서 읽어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다. 대체로 맞게 해석 했다기 보다는 보면서 아, 이렇게 해석이 되는 구나를 배우긴 했지만 말이다.

 아마도 호불호가 명확한 책이 아닐까 싶다. 텅 비어있는 공간에만 집착한다면 비싼 책이겠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과 진리를 보려 노력한다면 이 한 권으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으니 이보다 값진 책이 없지 않을까

  

아르's 추천목록

 

 『아포리즘 철학』 / 조중걸저

 

 

 

 

독서 기간 : 2013.07.05~07.0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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