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로 그림 그리기 - 나만의 러브 레터에서 전문 일러스트까지
후루야마 고이치 지음, 이은정 옮김 / 시공아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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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막연한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다. 동일한 하얀 도화지를 받아 들고서 그들이 그린 그림은 내가 그린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세상이 투영되어 있다.

 미술 학원을 몇 개월 다닌 것이 전부인 나에게 있어서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만년필을 한 번도 사용해 본적이 없기에 이 책이 나에게는 그저 천장에 매달아 놓은 굴비같이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는 동경의 대상으로만 남을 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만년필이 없으면 일단 펜으로라도 먼저 연습해 봐야겠다, 라는 심정으로 하나씩 염탐해 가기 시작했다.

 만년필, 하면 왠지 성공의 아이콘이자 어른이 되었다는 증표인 것만 같다. 친구들 중에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만년필을 선물 받았다는 이들이 있었는데 직장이 들어오면서 만년필로 결제하시는 상사를 보면 자못 또 그 그립감은 어떠할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보통 만년필을 보면 글을 쓰다, 라는 것이 어울린 것만 같은데 저자는 만년필을 글을 쓰는 것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닌 그림을 그리는 도구로 이용해 보자는 취지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되는데 내 스스로의 잣대로 인해 못 그린다는 한계에 부딪쳐 움츠러들지 말고 무조건 그려보자! 라고 독려하고 있다.

 옛날에는 낙서라는 것을 자주 했다. 지금도 회의 때 노트 한 구석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이런저런 것을 긁적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그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본문

 컴퓨터의 보급으로 말미암아 손으로 글을 쓰거나 끄적거리는 것도 거의 없어진 듯 하다. 학생 때는 필기도 곧잘 하고 틈틈이 낙서도 하고 했었는데 요새는 써야 할 것이 생기면 카메라로 찍고 스캔을 하고 복사를 하는 방법을 택하기에 손에 무언가를 쥐는 것 자체가 어색하기만 하다.

 그런 나에게 그는 만년필이라는 신세계를 열어주고 있는데 이렇게나 많은 종류의 만년필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특히나 저자는 철저히 초보자의 관점에서부터 만년필을 소개하고 있기에 같은 펜이라고 해도 필기 각도에 따라서 달라지는 점, 만년필 사용 시 유의해야 하는 점들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만년필이 어떻게 개발이 된 것인지, 만년필을 쓰기에 좋은 종이가 어떠한 것인지, 그러니까 만약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면 채색을 할 경우 요철이 있을 경우 더욱 다양한 느낌을 연출 할 수 있다는 정말 만년필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내용들을 가득 담아 놓고 있다.

 미술학원을 다닐 때 몇 번 그려봤던 를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다. 빛이 들어오는 곳에 하이라이트가 생기며 반대편에는 그림자가 드리우는 이 평범한 현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가 데생하면서 어렵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만년필에서 역시 해칭이라는 기법으로 해서 하나의 구를 표현하게 된다.

 잉크는 색 조절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선으로만 표현이 가능하다. 굵기에 변화를 주거나 두 개 이상의 선을 겹치거나 선의 간격을 좁히거나 넓혀서 그러데이션을 표현한다.

 선을 평행하게 연이어 긋는 것을 해칭이라고 한다. 해칭을 엇갈리게 겹쳐서 표현하는 것은 크로스 해칭이라고 한다 본문

밑 그림을 만년필로 그렸다면, 그리고 해칭 위에 채색을 하는 과정까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나 어떠한 물감을 쓰면 좋을지, 가격적인 면에서부터 추천해주고 있는데 사실 그림에 문외한이라 물감의 가격에 따른 질의 차이를 잘 모르지만, 그가 말하기를 좋은 물감으로 작업을 하면 한 번에 끝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너무 값싼 물감보다는 괜찮은 것을 구입하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붓 역시도 몇 천 원짜리가 아닌 6호짜리 제대로 된 붓 하나를 구매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미 숙련된 저자에게는 별 것 아닌 것들이지만 초보인 사람들에게는 언감생심이야, 라고 포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의 말마따나 누구에게나 처음이고 초보인 시절이 있기에 일단 시작을 하고 꾸준히 해볼 것은 권고하고 있다. 마냥 바라만 보며 잘 그리는 자들만 부러워할 것이 아닌 당장이라고 만년필 한 자루 구매해서 연습을 해봐야겠다. 구석에 놓여있던 팔레트와 붓도 오랜만에 써 봐야겠다는 유혹이 넘실거린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지금 그림을 잘 그리든 못 그리든 나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나의 일은 당신의 능력을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그림의 80퍼센트는 방정식입니다. 현재 당신이 빠져 있는 미궁의 위치를 확인하고 어떻게 하면 빠져나올 수 있는지를 당신에게 가르쳐 드릴 것입니다. 향상심과 근면함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반드시 실력이 늘 것입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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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일러스트 / 장성은, 박지연저

 

 

 

독서 기간 : 201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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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여신 백파선
이경희 지음 / 문이당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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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까지 그녀의 삶이 조명될 것이라는 말을 듣기도 전에 그저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를 잘 챙겨보지 않기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는 했으나, 불의 여신이라는 수식이, 여자로서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뛰어넘어 여자로서 그녀의 삶이 재조명 된다는 것에 궁금증이 생겼다.

우리나라의 자기들이 세계 속에서 인정받는 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있었다. 그렇기에 토굴은 물론 약탈까지도 서슴지 않았다는 기록들이 심심치 않게 드러났으니 말이다. 그래, 왜인들이 토기를 가져갔다는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토기를 만드는 장인들까지 모조리 일본으로 데려갔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하기야, 그들에게 있어서 자기보다도 그 자기를 만드는 장인들의 손이더욱 탐이 났을 것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이라면 그 무엇도 가지려 했던 이들에게 있어 욕망의 끝은없었을 테니 말이다.

왜구의 침입이 끊이지 않던 진주 속 자기장들의 이야기는 고스란히 일본으로 무대가 바뀐다. 우리나라의 장인들의 이야기가 일본이 배경으로 해서 시작된다는 것은 안타까우면서도 그 안타까운 일들을 이제서야찾아본다는 것이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

.

가마를 정리하면서 상근은 팔리지 않은제기와 막사발은 모두 깨부수었다. 한밤중에 파선은 상근이 자신이 만든 그릇들을 망치로 내려치는 것은보았다. 신성한 제기를 왜국에까지 가져갈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파선은엉엉 울며 가며 가마의 흙을 쓸어 담는 상근을 보고 진주를 떠나는 일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감했다. -본문

더 나은 삶을 보장해주겠다는 왜인들의 말에 따라, 외압에 의해서 그들은 일본으로 향하는 배로 떠나게 된다. 그 어떠한음식도 물도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또 다시 무거운 걸음을 옮기고 있다. 파선의 남편인상근은 그 와중에도 진주에서 가져온 흙더미를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진주에서 떠나오면서 가져왔던 단하나의 체취이자 그들이 지내왔던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면서도 다시 돌아가야 하는 곳이었으니, 목숨보다더 귀하게 여길 수 밖에 없는 것들이었을 게다.

그렇게 새로운 곳에서 시작한 그들의 삶은 바람처럼 녹록하지 않다. 모든 것을 주겠다는 영주는 배에 이들을 태우자마자 돌변하기 시작하더니만 마을에 들어서서부터 이들에게는 무조건적으로토기만을 요구 하고 있었다. 인간으로서 도기장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도기를 만들어내는 로봇처럼, 오로지 그들에게 토기를 얻어내고 거기에 세까지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맨손으로 끌고와놓고 영주는 결국 가마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셈이었다. 영주의 주문대로 그릇을 만들었지만 이런저런세를 붙여 가마 식구들이 받는 곡식은 쌀 서너가마에 잡곡 몇 말 정도밖에 안되었다. 가마를 벗어날 수없어 다른 식량을 구할 수도 없었다 본문

남편을 잃고 주변인들도 하나 둘 세상을 떠난이 가마장에서 백파선은 가마장의 대장으로서 삶을 살게 된다. 가마장으로서의 삶과 여인으로서의 삶을 앞에두고 있는 그녀를 보노라면 여인의 몸이 아닌 도기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삶에 있어 그 누구도 자신이 원하는 하나의 모습으로만 살 수는 없나 보다.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서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삶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만을 위해 살아갈 수 없는 백파선이나다다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우면서도 그들이 처해져 있는 시대상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토기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행복을 포기해야 했던 백파선, 그리고 자신이 모시는 영주를 모셔야 했던 다다오는 결국 칼과 도기로서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의 삶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없이한 자루의 칼과 도기만 남겨져 있다. 서로 만날 수 없는, 사랑해서는안될 이들이 토기라는 이름으로 만나게 되었던 그 역경의 세월을 책 속에서나마 행복으로 남아져 있기를 바라본다. 더이상 전쟁이며 살상이 없는 조용한 곳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이어나가길 바라본다.

그는 그녀가그리워하는 다다오기도 하고, 시게사마 영주의 명예로운 무사이기도 했다.그녀는 그가 누구든 이제 상관없었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그녀의 연인이었다. 그에게는 그녀 역시 가맛골의 사기장이기도 하고 백파선이기도 했다. 그러나지금 곁에 있는 그녀는 그 누구도 아닌 그의 연인일 뿐이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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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여신 정이」 / 권순규저

독서 기간 : 2013.0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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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과 유토피아 - 니체의 철학으로 비춰본 한국인, 한국 사회
장석주 지음 / 푸르메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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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 대한 칼럼을 읽으면서, 언젠가는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 책이 알레고리 라는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고 그저 읽어보고 싶다, 라는바람만 가지고 있었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처럼, 아주 천천히 돌아가려는 모양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 관한 책만 벌써 몇 권 째 사 두고서는 맴맴 돌고 있는데 이 책 덕분에 한걸음 가까워진 듯 하다. 무엇보다도 한국사회의 현실과 함께 니체가 말한 동물, 동물을 투영한인간의 모습을 한대 엮어 이야기 하고 있기에 꽤나 집중해서 읽어 내려갈 수 있다.

매일을 아등바등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왜동일한 시간 속에서 여유라는 한 줄기 빛이 없는 암흑과 같은 공간에 빡빡하게 살아야만 하는 것 일까. 한장 엽서 속의 풍경처럼 한 번 하늘이라고 바라보며 한 박자 쉬어갈 수도 있으련만, 하루 한 번 하늘을바라보며 몇 초의 시간도 보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 개인개인이 모인 한국이라는 사회는 대체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남보다 더 일찍, 남보다 더 멀리 날아야만 하는 계속된 레이스 속에서우리는 언제나 피해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덩어리를 이루는 한국은 때로 급격하게 뜨거워지고 때론 냉혈하게 식어버리는 냉혹함도 가지고있다.

내가보는 나와 내가 속한 우리가 동일하지 않은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 이질문이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문제이다.

'정체성'이 자신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인식하는 것, '자기 인식'이라면, '국민성'은 타자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는 한국인들의 정체성의상실과 혼란 상태에 있다고 진단한다. 그 이유를 파란과 격동으로 이어진 근대역사의 경험에서 찾는다. 식민 지배와 전쟁, 분단의 모진 세월을 겪으면서 심리적 분열과 정체성의혼란에 빠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본문

낙타에서부터 거머리까지. 그어느 하나 고개가 끄덕거리지 않는 것들이 없었다. 매일 아침 두 어깨 무겁게 일터로 향하는 아버지는언제나 YES를 말하는 낙타와 같은 모습이었다. 가족을 위해삶을 책임지고 있다는 그들은 어느새 냉장고의 존재보다도 무의미한 존재가 되어 버린 채 돈을 벌어오는 기계로만이 자리잡고 있다.

아버지들이살아 있어야 가정과 사회가 더 건강해 질 수 있다. 아버지는 단순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노동자가아니다. 아버지는 정신적인 중심축이고 형이상학적 최고의 원리였다. 그러나 가족의 중심에서 밀려난 아버지는 더 이상 기적의 중심축이 아니고 문명의 위대한 건설자도 아니다. 그들은 종들의 경쟁에서 패배자들이다. –본문

책을 읽다 보면 매번 마주했기에 이제는 별 다른 느낌이 없이 생각했던것들에 대한 논쟁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얼마 전 대선에 있어서 한창 이슈가 되었던 반값 등록금에대한 내용도 있는데, 저자는 반값등록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닌 대학생들을 위한 등록금에 대한 혜택을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혈세로서 그 몫을 감당해야하며, 우리나라 20대들의 대학 졸업이 80%이상을 기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학을 다니지 않는 나머지이들인 20% 이들에게 이러한 혜택은 그들만의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 보다는 학벌만을 우선시 하는 시대상을 뒤바꿔야 한다고 하는데, 그래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만연해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지금의 모습을 보면 한숨만 짙어질 뿐이다. 생각없이 세태를 따라가고 있는 그 모습들을 저자는 원숭이에 비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날지 못하는 무늬만 있는 날개를가지고 있는 낙타와 비슷한 동물로 비유되고 있는 낙타는 그 어느 때보다 이기적인 가족상을 담고 있다.

타조의비극은 무엇보다도 조류의 일종이면서도 공중을 활공하는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타조가 날 수없는 것은 크고 무거운 몸통에 견줘 지나치게 작은 날개 탓이다. 무거움이야말고 타조의 수치가 아닐 수없다. 무거운 몸은 중력의 악령들에게 가장 좋은 먹잇감이다. “무거움은개인적인 방식으로 생각할 줄을 몰라 몸의 표정 속에서 굳어버린 영혼이다. –본문

자신들만 잘 살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현재의 모습은 이웃사촌이라는 단어의 존재조차 무색하게 만든다. 콩 한쪽이라도 나눠먹는 다는 것보다는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만이 유일무이한 우리네 삶을 보면 얼마 전 대기업 가문의 외국인 학교 부정입학 사례만 보더라도 가족 이기주의가팽배해져 있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일 것이다.

이렇듯한국 사회를 고위험사회, 혹은 불안증폭사회로 내몬 것은 내 가족만은 잘 살아야 한다는 가족 이기주의이다. 가족 이기주의에는 타자에 대한 배려나 정의, 사회적 기회의 균등따위가 들어설 틈이 없다. 가족이란 한 사회를 떠받치는 최소단위의 집단이다. 가족이 건강한 공동체로 바로 서야 공멸을 향해 달려가는 한국 사회라는 이 폭주기차를 정지시킬 수 있다. –본문

동물을 투영한 알레고리를 통해서 이 나라의 현재가 얼마나 꿉꿉한지에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니체가 말하는 동물들의 문제는 동물들의 것이 아닌 우리의 모습이었다. 원숭이를 비난하고 거머리를 힐난하고 있는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을 꾸짖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그저 니체의힐난을 그저 힐난으로만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동물원 속 동물의 모습으로 전락하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해야 할지,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면서도 뜨끔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대체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추악한 면모를 보인 한국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던 것일까. 이쯤에서 우리도 멈춰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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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고병권저

독서 기간 : 2013.07.0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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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셔츠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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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홀로코스트에 대해 들어본적은 있다 한들 우리는 그 끔찍했던 현실에 대해 그저 가늠해 보는 게 다일 것이다. 이것은 마치 버질이베아트리스에게 배를 설명하는 것과 다름 없는 것이다. 수 많은 단어들을 조합한다 한들 그 단어의 실체에대해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배라는 과일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 꽤나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야했든 홀로코스트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이 책 한 권을 전부 할애했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 모든문명에서 셔츠는 닳아 해졌다. 홀로코스트의 피해자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졌다. 셔츠가 어디에나 있듯이 홀로코스트도 어디에나 있다. 유럽의 유대인들은집단으로 학살당한 최초의 민족이 아니었다. 그들이 마지막 희생자가 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한 집단의 인격과 인간성을 말살하려는 집단학살 뒤에 감추어진 생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팽배하다. -본문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 했던 헨리는 출판업계나 주변 동료들에게있어서 그가 쓰려는 이야기의 핵심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무언가 그럴싸한 모양새는 갖추어졌으나중요한 포인트가 사라진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해 버린 자신의 글을 보면서 헨리는 모든 것을 단념하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그렇게 이주한 곳에서 그는 제 2의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름 모른 팬에게서 도착한 한 꾸러미의 원고를 읽으며 대체 그는누가 이것을 보낸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 없는동물들을 학살하는 쥘리앙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은 그가 전쟁에서 승리를 하였고 결국은 신에 의해 구원받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파우스트의 한 장면을 재연한 듯한 그 곳에서 헨리는 하나의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러나 동물들이 살상당하는 이유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야기의 어디에서도 동물들을 살상하는 이유는 설명되지 않고, 그에따른 응보도 없다. -본문

그리고 이어지는 베아트리스와 버질의 희곡이야기를 보면서 헨리는 이 의문스러운소설과 희곡을 보내는 자가 누구인지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마주치게 되는 박제사헨리. 이 두 명의 헨리는 앞으로 계속해서 희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쉬이 쓰는 단어들이 아닌 것들로서 명명하며 그 틀을 근본적으로벗어나려 하고 있다. 국가가 아닌 셔츠로 죽음을 유럽 옷감 연합, 아프리카구두 연방 등 우리 스스로 명명한 것들에 대한 도전이자 새로운 시각으로의 조명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멋대로 지구를 나눠서 풍경에 이름을 붙이고, 지도를 그리지 않습니까. 그러고는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본문

어찌되었건 평범한 당나귀와 원숭이었던 베아트리스와 버질은 어느 날 갑자기세상이 그어 놓은 선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평범했던 그들이 사라져야 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함께 살고 있던 그들이 한 순간 존재의 이유조차 사라진 것이다.

정부가 새로운 부류의 시민에 관련된 포고령을 내렸다는 기사였습니다. 기사의 표현을 빌리면, 시민에 속한 부류와 비시민에 속한 새로운부류에 관련된 로고령이었습니다. 버질은 기사를 읽어감 더더욱 놀랐습니다. 모든 세부적인 조건을 고려할 때, 지극히 평범한 존재지만, 카페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원숭이, 즉 그 자신이 바로 포고령에서말하는 정확한 표적이라는 걸 깨달았던 겁니다. -본문.

그저 한 편의 희곡이라 생각했던 버질과 베아트리스의 이야기는 홀로코스트들이겪었던 이야기들의 일부를 담은 것이었다. 당나귀와 원숭이라는 등장인물로 이루어진 대화들을 계속 쫓아읽어내려 가다 보면 그들이 겪었던 이야기들에 눈물이 핑 돌게 된다.

읽는 내내 그저 하나의 동화로만 생각했던 나는 몇 페이지 남지 않는 순간을읽어 내려가며 그 어느 이야기보다 섬뜩하면서도 잔인한 인간의 자화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어디에나 존재하고있지만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그늘 속에 가려진 그들의 이야기를 이제서야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 셈이다.

베아트리스 : '모든 것이 끝나는어느 날, 우리가 겪은 일들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하고물었다.

버질 : 그건 우리가 살아남을때 말이지. -본문

말하지 못하고 사라진 이들은 그 때 당시의 일들이 어떻게 남아 있을까. 그저 가늠할 수 밖에 없는 박물관 속 셔츠로 남아있지 않도록, 남아있는자들의 기억을 찾아 그들의 삶을 복원하고 그들의 시간을 되찾아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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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덧셈』 / 제인 욜런

독서 기간 : 2013.07.02~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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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도시락 - 남자 마음 사로잡는 불굴의 마녀 레시피
김수연.정민경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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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르's Review

 

 

바깥으로 돌기만 하던 남편이 말년이 되면 집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집이 그리운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아내의 손맛에 길들여져 있기에 슬금슬금 들어오게 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는데, 여자에게 있어 음식은 그 만큼이나 강력한 무기(?)가 되는 셈이다. 손맛으로 남자를 길들이는 그 간단하지만 쉬이 넘을 수 없는 그 산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기분이다.

 

 

그 동안 누군가를 만나면서 나는 단 한 번도 도시락을 싸 봐야지,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럴 만한 여유도 없었을 뿐 더러, 시간 대비 결과를 대강 가늠이 되기에 굳이 도시락과 씨름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도시락이란, 엄마가 싸주시는 도시락을 들고 등교하던 중학교 시절 이후로 나와는 관련 없을 거란 그 녀석이 얼마 전 내 앞에 두둥하고 나타났다. 별거 있겠어? 라며 김밥천국 어머님들이 1분 만에 후다닥 김밥 한 줄을 만들어 내는 모습만을 상상하며, 나 역시도 그렇게 만들 수 있을 거란 허황된 꿈에 그리며 시작한 첫 도시락 만들기. 결과는 참패였다.

 유부초밥과 김치베이컨 말이, 토스트를 준비하는데 아무리 걸려도 2시간이면 되겠지, 라며 시작한 요리는 3시간 만에야, 그것도 너무 짭짤해서 먹기 힘든 김치베이컨 말이는 도시락 통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아수라장이 되고 끝나버렸다.

별거 아냐, 라고 생각했던 간단한 요리들은 실상 간단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도시락을 싼다는 것에 대한 왠지 모를 두려움이 생겨버렸다. 블로그를 보면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도시락들이 수도 없이 넘치는데 반해 대체 나는 왜 그것이 안 되는 것인지. 대체 그 비법이 뭐지? 라는 찰나, 불굴의 마녀 레시피가 눈에 들어왔다.

 엄마와 딸이 함께 만든 이 비법의 레시피는 단순히 도시락만이 아닌 사랑을 담고 얻는 방법에 대해서도 하나씩 소스를 알려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엄마의 손맛이 입증한 레시피라고 하니 더욱 믿음이 간다. 엄마의 레시피는 언제나 옳으니 말이다.

 

 

 

차에 타서 종알종알 이야기 하는 것만이 운전하는 남자친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던 나에게 차에서 먹을 수 있는 한입 도시락들은 꽤나 충격이었다. 끽해야 음료수를 준비하는 것이 다였는데, 건강한 먹거리를 준비하는 여자친구를 보면 그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라면도 제대로 못 끓이는 이들이라도 이 레시피를 따라서 하면 문제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처음에는 따라 하기 쉬운 것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점차 가면 갈수록 난이도가 어려워지기는 하나, 그림 속 도시락을 보면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요리를 하며 마음도 즐겁고 그 요리를 먹고 기뻐할 상대방을 생각하면 준비가 고단하기 보다는 행복하다는 기분이 드니 말이다.

   

마지막 즈음에는 특별한 날을 위한 케이크 만들기 레시피까지 함께 들어있다. 오븐이 있으면서도 컵 케이크만 만들어보고 케이크를 따로 구워 본적은 없는데, 달콤한 초코 케이크를 좋아하는 달바를 위해서 이 레시피를 한 번 응용해 봐야겠다.

 단순히 도시락을 만들다, 라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도시락을 꾸밀지, 상황이나 때에 따라 소소한 팁들도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옛말처럼, 소담스럽게 담겨 있는 도시락들을 보면 눈이 먼저 즐거워 진다.

 도시락 한 번 준비할 라 치면 여러 블로그를 찾아 레시피 정리하고, 그에 맞는 재료는 어떤걸 준비해야 할지, 케이스는 어떤 걸로 준비해야 할지 꽤나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했는데 이 책 따라서 그녀들이 준비했던 모습 그대로 만들어내면 수고는 덜고 결과는 최대화 될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보지는 않겠지만, 때에 따라 유용하게 쓰일 마녀 레시피, 이것만 있으면 도시락으로 내 남자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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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옹양의 두근두근 연애요리 / 김민희저

   

 

독서 기간 : 2013.07.0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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