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증명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7
최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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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친 지 채 5분의 시간도 흐르지 않은 상태지만 이 책은 무언가가 잘 와 닿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다.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책을 쳐다보기도 싫던 나에게 있어서 이 <구의 증명>은 다시 책의 마력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었고 문장 하나하나마다 마음을 동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런 점이 좋아요, 라고 콕 집어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이 안의 모든 것이 좋았기에 책을 다시 펼치게 하던 이 이야기를 꽤나 오랫동안 쥐고 있었다.

사람이란 뭘까.
 
구를 먹으며 생각했다. 나는 흉악범인가. 나는 사이코인가. 나는 변태성욕자인가. 마귀인가. 야만인인가. 식인종인가. 그 어떤 범주에도 나를 완전히 집어넣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사람인가. 아이는 물건에도 인력을 부여하지만 어른은 인간도 물건 취급한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무럭무럭 자라면서 우리는 이 세계를 유지시키고 있다. 사람은 돈으로 사고팔 수 있다. 사람은 뭐든 죽일 수 있고 먹을 수 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친다.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고 작살낼 수 있다. 그리고 구원할 수도 있다. –본문

 이 안의 이야기만을 바라보았다면, 그야말로 그로테스크한 것임에 틀림없다. 자신이 사랑했던 한 남자의 죽음을 바라보며 그를 먹고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 이것은 현대의 우리에게 도무지 용납될 수 없는 행태이자 비인간적인 행위이기에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역겨움이 밀려들지만 구와 담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마주한 이들이라면, 이것을 괴기한 한 장면으로 바라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남겨진 마지막 한 조각마저 잃어버린 한 여자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퍼할 사이도 없이 세상에 그의 죽음을 숨겨야만 한다. 그리고 그녀만이 그가 세상에 찬란히 빛난 던 한 사람임을 기억한 마지막 사람이기에 그녀는 그를 따라서 세상을 떠날 수 없다. 그러니까 적막 속에서 홀로 서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전쟁 중에 태어나서 전쟁만 겪다가 죽는 사람들이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다. 전염병이 유행하는 곳에서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조상들의 전쟁에 휘말려 평생 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전쟁이나 질병은 선택 문제가 아니다. 나는, 구의 생애 덕지덕지 달라붙어 구의 인간다움을 좀먹고 구의 삶을 말라비틀어지게 만드는 돈이 전쟁이나 전염병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를 게 없었다. 그건 구의 잘못이 아니었다. 부모가 물려준 세계였다. 물려받은 세계에서 구는 살아남는 방도를 찾아야 했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했을까? –본문

 구나 담을 실제 현실의 세계에서 만났다면 나는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세상에는 희망이 있다잖아. 조금만 더 힘내보자, 라든가 언젠가는 이 모든 것들도 흘러 가게 될 거야, 라는 시답잖은 이야기만 늘어놓았을지 모른다.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으면서 이 모든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만을 던져준 채 그들에게 위로를 건넸다며 혼자서 만족하며 돌아섰을 것이다. 여전히 그들을 삶의 바닥이라는 구렁텅이에 남겨 놓은 채 말이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를 단번에 알아보는 눈이 있는 듯 하다. 나와 비슷한 누군가의 존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었던 구와 담은 그렇게 유년시절부터 주변 이들의 따사로운 눈살과 핍박 안에서도 서로를 향한 마음을 굳건히 지키며 지금까지도 함께하고 있다. 아니, 그들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을 때마저도 각자를 마음 속에서 비워낸 적이 없었으니, 죽음의 그림자가 그들 사이에 드리웠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구의 죽음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어떤 애도도 표하지 않을 것이다. 단 일 초도 구의 삶을 상상하거나 구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는 차라리 잘 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게 사는 게 사는 거냐고, 답 없는 삶이라고 말할 것이다. 살면서 이미 그런 말을 수차례 들었다. 그런 구가 진짜 죽었다. 죽었는데도 그런 말을 듣게 할 수는 없다. 죽었는데, 잘 되었다니, 견딜 수 없다. 지금도 구를 찾고 있을 자들이 구의 죽음을 안다면, 분명 구의 몸을 팔려고 할 것이다. –본문

 지금의 고난을 벗어나기 위해서 아등바등 움직일수록 올가미는 더욱 그들을 죄어오고 있었다. 대체 이 시작을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했던 것일까. 구의 부모님의 세대에서 이미 틀어져버린 시간들은 그에게 전해지면서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그를 짓누르고 있다. 남들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럼에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그들이 평범하게 이 대지 위에 뿌리내릴 수는 없었던 것일까. 그저 함께 하기만을 바랐던 그들에게 용납되는 공간과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 먹먹함으로 밀려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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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 권여선저


 

 

독서 기간 : 2015.04.2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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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에게 인간관계를 묻다 - 왜 모두에게 인정받으려 하는가?
기시미 이치로 지음, 유미진 옮김 / 카시오페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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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을 통해서 아들러의 심리학을 처음 마주한 나로서는 심리학이란 쉬이 이해하기 힘든 분야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이토록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과 그 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돌이켜보면 전부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었다그렇기에 이 <아들러에게 인간관계를 묻다역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 아닐 수 없었는데,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은 아들러의 심리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아 놓은 것이라면 <아들러에게 인간관계를 묻다>라는 책은 그러한 심리학의 기반을 실제에 대비하여 접목시켜 놓은 것으로서 실생활에서 한번쯤 묻고 싶은 것들을 담아 놓은 책인 것이다.

 아이들의 과제나 학원 스케줄 때문에 부모가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노라면 아들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아이의 과제이니만큼 카운슬러와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는 것은 본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본문

 얼마 전 방문했던 미용실에 도착한 한 모자의 모습을 보면서 이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턱 밑까지 전해졌는데헤어 디자이너가 가위질을 하려고만 하면 "이 부분은 자르지 말고 이렇게 해주세요." 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자리에 앉아서부터 계속해서 이어지는 어머님의 주문은 정작 자신의 머리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남학생과는 달리 그를 대신해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어머님의 모습은 마치 마리오네트 한 편을 보는 듯 했다이 책에서는 형제간의 싸움마저도 그들 스스로의 몫이기에 부모는 그들의 모습에 끼어들지 않기를 주문하고 있으니현재의 우리의 모습을 아들러가 보았더라면 혀를 차고 있을 것이다.

 이 안에서는 연애에 대한 이야기들도 다루고 있었는데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 이미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경우이른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며 안타까움을 안고 있는 이들에게 저자는 누군가를 마음에 담을 때 이렇게 어려운 사람만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운명이 어렵게만 꼬여간다고 푸념하는 것이 아닌자신의 연애관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돌아봐야 한다고 따끔히 충고를 전하고 있다.

 그 사람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더라면혹은 좀 더 빨리 만났더라면 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상대만 있으면 연애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혹은 연애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전적으로 자신의 연에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연애가 성사되기 어려운 상대를 좋아한다. -본문

 이 책 역시도 즐겁게 읽기는 했으나 실전에 접목시키기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이점은 있찌만 상대적으로 깊이는 이전의 책이 더 느껴지는 듯 하다아들러에게 인간관계를 묻다라는 이 책은 편하게 한 번 읽어보는 것으로 충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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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 고가 후미타케 저


 

 

독서 기간 : 2015.03.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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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봤어? -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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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마다 들려오는 회자되고 있는 현재의 난국을 보노라면 성완종 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넘어서 이미 썩어버린 그 안의 모습을 보노라면 씁쓸함만이 전해지게 된다. 어릴 때는 나와는 상관 없는 문제들이라 외면했던 사회의 모습이 어른이 된 지금은 무엇을 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 사회에 대한 반감으로 외면하게 만들게 하는데 두 눈을 가린다고 해서 가려지지 않을 하늘이라는 것을 알기에 현재의 우리가 속해 있는 곳이 어디인지, 다시금 바라보기 위해서 <생각해봤어?>라는 책을 펼쳐 바라보았다.

그런데 꼭 비정치적으로 산다는 게 일상적으로 사는 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요. 사실 정치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할 때가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거든요. 여기저기 다른 곳에서 살던 가족 친지들이 오랜만에 모이는 자리에 왜 꼭 정치 이야기가 나올까. 그게 바로 사람 사는 문제라서 그래요. 우리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잖아요. 하루하루가 모여서 인생이 되죠. 그래서 할 수 있을 때 할 말도 하고, 하고 싶은 일도 해야죠. 언제 생이 마감될지 모르니 충분히 사랑하고 표현하고 나누는 것처럼, 세상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도 마찬가지죠. 오늘의 문제를 내일로 미루면 정작 내일이 없는 겁니다. –본문

모이기만 하면 정치 이야기를 하고 결국은 싸움으로 끝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체 왜 저렇게 싸우는 것일까, 라고 갸우뚱 하곤 했었는데 이 안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이 모든 것이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정치이야기를 빠트릴 수 없다는 그들이 이야기에 어느새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정부가 수정한 기초연금제도에 따르면 앞으로 가입자가 받는 금액이 가입자 평균 소득의 10% 수준보다 낮아져요. 2025년쯤 되면 기초연금은 현행보다 오히려 줄어들어요. 2028년엔 가입자 평균 소득의 10%에도 못 미칩니다. 현행 기초노

령연금보다 못한 연금으로 전락하죠. 그런데 그때 고령층으로 진입하는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별로 안 찍었잖아요. 정확하게 나에게 표를 준 사람에게 보은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제낀다는 거죠. –본문

가장 좋은 복지는 경제정책이고 그 경제정책의 핵심은 고용이라 말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그들이 분노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무엇이길래 그러한지에 대해 다시금 찾아보게 된다. 작년 송파구의 지하 주택에서 세 모녀가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을 때에도 그녀들을 도울 제도가 있었음에도 그 문을 두들기지 않아 그녀들이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실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으로 드러났을 때 전해지는 허망함은 어디서부터 이 모든 것들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인가, 라는 안타까움이 베가 될 뿐이다.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펼쳐지고 있는 이 나라의 복지란 이름이 과연 복지였던가, 라는 생각만이 씁쓸함만이 맴도는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대체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외면하고서는 무엇을 보고 오늘까지 내달려 온 것인 까, 라는 자조만이 밀려들게 된다. 모르고 있었다는 이유로 무심코 넘겼던 것들이 실은 놓쳐서는 안될 것들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은 나는 이 책을 시작으로 들려오는 소식에 귀를 기울려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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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저 


 

 

독서 기간 : 2015.04.1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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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해석 - 위대한 작가들이 발견한 삶의 역설과 희망 삶을 위한 노래
이창복 지음 / 김영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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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동안에 어떠한 고통이든 피해갈 수 있다면 피해가고 싶은 것이 모든 사람들의 바람 일 테지만 이러한 고통은 예고 없이 다가와 불가항력적임 힘으로 우리네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는 홀연히 사라지게 된다. 몸과 마음을 넘어 한 인간을 무력하게 만들어 버리는 이 무시무시한 고통 앞에서 어떻게든 피해가려고만 하는 나에게 또 다른 이들은 인생에 고통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전해주고 있었으며 인생의 풍요로움을 배우기 위해서 왜 꼭 고통을 지나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 7명의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전해지고 있다.

평범한 지물포 상인이었던 한 남자는 그날 아침 히틀러의 자살 소식에 대해서 전해 듣게 된다. 1차 세계대전 참전 시 장교였던 그는 여전히 권총과 실탄을 가지고 있었으며 오롯이 히틀러의 세상이 전부라 믿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히틀러의 자살은 현재를 살아갈 이유가 사라져 버린, 나락으로 던져진 것이었고 그렇기에 그는 아내와 딸에게 총통과 같이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 명예롭게 죽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그날 밤, 숲을 지나 딸과 아내를 앞세워 죽음을 향해 내딛는 순간 그는 그들이 차라리 두 눈앞에서 달아나버리기를 바라면서도 결국 자신의 계획대로 그들을 권총으로 사살하게 되고, 그 역시 딸과 아내를 따라 세상을 떠나리라 결심했던 것은 결국 지켜지지 못한 채 홀연히 사라지게 된다.

군중을 집단적 열광에 젖어 들게 하는 정치적 선동, 독일의 안녕과 부강을 위해 전쟁이라는 기만적 선전, 유색인종에 대한 대량학살, 갈색의 유니폼을 입은 나치스 돌격대원들에 의해서 자행된 억압, 처벌, 정적 가족들의 살인 등, 시대적 모든 폭력의 다양성은 주인공의 가족 살인을 통해서 집약적으로 나타나고, 동시에 그는 역사적 폭력의 주체가 된다. 그래서 그는 살인한 장소를 찾아 앞서 가면서 뒤돌아보고 자신의 희생물들에게 서둘러 가자고 재촉할 수 있다. –본문

그들에 대한 이름도 없이 그저 한 가족의 허망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 가족 주위에 잔재하고 있던 전체주의가 결국은 개인을 넘어 가족 모두를 피폐화시키는 것을 바라볼 수 있다. 독일의 부강을 위해서 개개인의 아픔 따위는 고려되지 않고 전체를 위한 희생이 당연시 받아들여지는 이 상황을 바라보며 뮐러는 가장의 손 아래에서 피할 수 없는 가족 살해의 씁쓸함과 사회에 퍼져있는 폭력의 당위성에 대한 보고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과연 어느 것이 진실인지에 대한 혼란 속에서 이 이야기에 대한 해설이 전해지게 되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허상은 진실로 비춰지고 진실은 허상 속에 묻혀져 드러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이 안의 이야기는 고통 속에 그려졌던 여곡마사의 모습이 진실임에도 우리는 그녀가 행복하다며 그녀는 물론 우리 스스로를 망각 속에 빠트린다는 것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좋은 것들만 바라보고 기분 좋은 소식만을 듣고 싶은 우리에게 있어서 이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는 물론이거니와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기가 다른 책들보다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나에게 있어서도 이 책은 완독을 했다기 보다는 적독을 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표현일 텐데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서 이 세상에 존재했던 고통의 단편들을 통해 그들이 당시 있었던 세상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장밋빛 힐링이 가득한 요즘의 우리에게 있어서 달콤한 이야기를 넘어 그 안에 담긴 실체를 바라보게 하는 이 책을 한번 읽어볼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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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 수전 손택저


 

 

독서 기간 : 2015.04.0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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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감각 -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팀 버케드 지음, 노승영 옮김, 커트리나 밴 그라우 그림 / 에이도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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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의 날개를 가져본 적이 없는 우리는 우리보다 뛰어난 그들의 재능을 일반화 시키기 위해서 그들이 가지지 못한, 그러니까 그들의 작은 뇌를 보며 일명 새대가리라 부르며 그들에겐 날개가 있지만 뇌는 없다, 식으로 새를 바라본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 갈수록 새에 대해 너무도 무지했던 나는 그들을 너무 하찮은 존재로만 바라보고 있었구나, 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최근까지도 사람은 새에게 후각, 미각, 촉각이 없는 줄 알았다(키위는 별난 예외였다). 차차 살펴보겠지만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새가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 새의 감각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자신의 감각과 비교하는 것인데 새는 우리에게 없는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와 달리 자외선을 보지 못하고 반향정위 능력이 없고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이런 감각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하기 힘들다. –본문

새를 바라보며 그들의 생태에 대해서, 그들이 알에서 부화해서 자라나고, 그런 그들이 또 하나의 가정을 꾸리는 모습에 매료되어 그들의 한 해의 삶이 어떻게 펼쳐지게 되는지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은 새의 그러한 그 삶의 주기를 넘어서 새의 특성들, 시각, 청각, 촉각, 자각 등 다양한 분야를 세세히 나눠서 바라보고 있다. 그러니까 이것은 마치 어떠한 한 조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자세히 관찰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전에는 그저 라는 하나의 생물체로만 바라보았던 것을 그 안에서 나누어 바라보게 되면서 이러한 특성이 있었구나, 하는 새로운 것들 것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조류와 포유류의 피부는 둘 다 촉각과 온도에 민감하다. 이 민감성은 새가 알을 품거나 새끼를 키울 때 특히 중요하다. 알과 새끼에게 알맞은 온도를 유지해야 할 뿐 아니라 실수로 밟거나 깨뜨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어미새의 난로는 육반이라는 피부 부위다. 이곳은 알을 품기 며칠이나 몇 주 전에 깃털이 빠지고 혈액 공금이 증가한다. –본문

새에 대해서 그 동안 알고 있었던 것이 전부인 줄 알고 있던 나에게 너무도 신선한 충격을 전해준 책이었다. 새로 살아간다는 것을 모두 알았다고 말하기엔 어불성설이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새에 대한 삶을 다양한 각도로 조금 더 가까이 바라보며 그들을 한결 가까이서 함께 지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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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 캐스파 헨더슨저


 

 

독서 기간 : 2015.04.10~04.1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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