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찾아 떠난 여행 - 세상에서 영혼이 가장 따뜻해지는 곳을 찾아서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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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르's Review

교리 공부를 하면서 천주교에 입문한 지 2주 정도 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나는 여전히 신의 존재에 대해 믿는가에 대해 물어본다면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대답할 것만 같다.

그럼에도 대체 왜 교리 공부를 하고 있나요? 라고 물어본다면 다행히 저와 생각이 비슷한 이들도 그 배움의 길을 선택했고 지금 함께 하고 있기에, 그리고 무언가를 배우고 알아가는 것이 나쁠 것은 없지 않겠느냐는 신념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있어서 종교 문제는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문제이다. 종교가 같은 이들은 쉬이 친해지고 함께하기도 하지만 다른 종교일 경우에는 무너뜨리기 힘든 장벽이 존재하는 듯 하다. 그래서 일까, 우리는 학창시절에도 종교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듯하다. 국사 시간에 말미암아 어느 시대에 어떤 종교를 믿었다더라, 그래서 그 당시의 시대 상이 어떠했다더라 정도일 뿐, 가히 종교는 개인의 자유로서 선택의 기로에 그리고 가정 안에서 스스로 이뤄지게 된다.

그러한 과정 때문인지 종교에 대해 알기 위한 시간들은 충분치 않다. 그 종류를 대략 헤아려 보다도 내가 들어본 종교는 5~6 가지에 불과하며 그렇다고 그것들에 대해 깊이 있게 알기 보다는 구분만 거의 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과연 내가 읽어도 될까, 라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신의 존재자체도 제대로 모르겠으며 대체 그 신들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나와 같은 무신론자에게는 어렵겠다, 라는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읽어 내려간 책이었는데 다행이도 저자 역시도 신에 대해 배워보겠다는 일념으로 신을 찾아서 각국을 돌아다니고 다양한 종교를 마주하고 있다.물론 그 시작은 이렇게 심도 있기 보다는 허무맹랑한 에피소드에서 시작하지만 말이다.

우리가 가진 것을 모두 제거해버리면, 우리는 과연 무엇인가? 데르비시 피에터가 말했듯이, 이것은 모든 종교가 해답을 내놓으려고 애쓰는 기본적인 의문이다. 만약 우리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모든 것,그러니까 직장, , , 평판, 사랑하는 사람들을 몽땅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그대로 쓰러져 죽어버릴까 아니면 계속 살아갈까? 그럴 때 무엇이 우리를 지탱해줄까? 프란체스코회는 이 질문을 일종의 지적인 연습으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직접 체험한다. –본문

인도만 해도 믿고 있는 신의 숫자가 3 3천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인구이 6배가 넘는 신들이 존재하고 있다. 한 나라 안의 신만 이 정도라고 하니 이 한 권의 책으로 모든 것을 배운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이전보다는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종교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든다.

독서 기간 : 2013.07.29~08.0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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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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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르's Review

파과, 라는 단어가 낯설어서일까. 나는 처음에 제목을 보자마자 파괴, 인줄만 알았다. 무언가를 부시고 흐트러트리는 듯한 행위이자 결과에 대한 것이 이 책의 제목인가 했는데 그 이름도 낯선, ‘파과란다.

저자는 마지막까지 이 파과의 뜻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주기 보다는 오히려 독자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파과는 어떠한 것이느냐고 묻고 있다. 과일의 형체가 알아볼 수 없게 시들어버린 의미인지, 아니면 65세 이상의 노인을 말하는 것인지. 아마도 이 두 가지 모두가 이 소설 속 주인공을 의미하는 듯 하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그녀가 태어났을 때,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녀는 홀대를 받았을 것이다. 안 그래도 없는 살림에 늘어난 딸의 존재는 그 부모에게 부담이 되었고 그로 인해 그녀는 친척집에 맡겨 지지만 꿈 같은 그녀의 나날은 귀금속을 하나 걸어보려 했던 소녀의 욕망으로 인해 기회조차 사그러들고 만다.

그리고 만난 류와의 인연. 이 인연의 시작은 과연 좋은 것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녀가 살기 위한 마지막 동아줄이었지만 이 인연으로 시작된 방역이라는 그녀의 직업은 투우와의 뜻밖의 인연으로 엮이며 또 다시 어둠으로 치닫게 된다.

한 미군의 습격으로부터 살기 위해 시작된 그녀의 방역 작업은, 물론 첫 번째는 다분히 정당방위이기는 했지만, 그 때부터 방역에 소질을 보이기 시작한 그녀를 알아본 류를 만나면서부터 손톱이라는 이름으로 제 2의 인생을 살게 된다.

소질있네.” 라는 말로 시작된 그녀는 삶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 증오와 원한이 존재한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대신해서 죽여주는 킬러, 라는 단어 대신에 선택된 방역.

그 누구에게는 가족이자 소중한 친구이며 선후배일 수 있는 한 사람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될, 사라져야만 하는 해충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러한 방역 작업을 해주는 이들이 바로 류와 손톱이라 불리는 그녀였는데,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움직이는 이 자들이 세상에 사라져야 하는 존재들인가, 아니면 그러한 사주를 하는 이들이 사라져야 하는 자들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만 같은 방역자의 모습을 가진 그녀는 나이가 들면서 인지, 묻어 놓았던 감성들이 되살아 나는 것인지. 칼을 쥐고 있기 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조금 까칠하기도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그녀 나이로 보이곤 한다.

자기 입 근육이 삐었나 보다 싶으면서도 미소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누가 꼭 그래야 한다고 정한 게 아닌데도, 손주를 가져본 적 없는 노부인이라도 어린 소녀를 보면 자연히 이런 감정이 심장에 고이는 걸까. 바다를 동경하는 사람이 바닷가에 살지 않는 사람뿐인 것처럼, 손 닿지 않는 존재에 대한 경이감과 숭고한 대상화 -본문

그녀의 삶이 연장될수록 누군가의 삶은 계속 사라지고 있다. 그렇게 떠나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날수록 자연스레 늘어나는 원망 하나씩이 축적되면서 투우와의 결투가 시작된다.

감정이 아닌 이성만으로 움직여야 하는 그녀의 일상이 하나의 사건으로 뒤틀리면서, 그것도 모두 투우가 작정하고 덤빈 것이겠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과연 그녀와 투우가 마주해야만 했을까? 가 의문이 들었다.

직접 실행한 것은 그녀였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한 방역 작업을 한 터였으니, 일단 그 사주를 하게 한, 그 누군가를 먼저 찾아야 하지 않았을까. 이 분량에는 없었지만 투우라면 이미 그, 혹은 그녀를 처치하고 마지막에 손톱인 그녀를 찾아온 것이었을까.

과연 이 꼬여버린 운명을 끈을 어디서부터 찾아 시작해야 할지. 언젠가는 과일이라는 형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내 그 형체가 뭉개져 버린 파과와 같이. 그들의 삶도 인간의 것이 아닌 방역업자의 것으로만 남아 있었다.

미안합니다. 그건 나 때문입니다. 내 눈이 당신을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이 눈으로 심장을 흘리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본문

평이한 삶을 살기에는 시작부터, 과연 그 시작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잘못된 장소에서 만난 이들의 이야기는 보는 내내 왠지 모를 먹먹함이 밀려든다. 그들의 인생은 과연 파과였을까.

독서 기간 : 2013.08.02~08.0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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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힌트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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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르's Review

꽤나 두툼한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참 쉽게, 금방 읽어 내려간 듯 하다. 인생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단어들을, 예를 들어 기뻐하다, 사다, 손해보다, 맡기다, 싸우다, 따르다, 어둡다 등등. 각각의 부제를 엮어 놓은 책이었는데, 사실 이러한 부제만을 보면서 대체 저자가 어떻게 이야기를 엮어 나갈지에 대해 사뭇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그에게 던져진 질문이었던 이츠가 씨가 제일 싫어하는 여성은 어떤 타입인가요?” 가 이 책의 가장 첫 번째 부제인 기뻐하다에 있다는 것이 궁금하기도 해서 읽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싫어하는과 기뻐하다과 공존하는 이 이야기. 이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궁금하던 독자로 하여금 그 답을 던져주고서는 피식 웃기도 하고 또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었구나, 때론 나도 그런데! 이런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그에게 싫어하는 여자의 타입은 기쁨을 표현하지 못하는 여자라고 했다. 비단 여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쁨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 모두를 가르키고 있는 듯 했는데, 나 역시도 고맙다, 기쁘다 라는 말을, 왜 그 짧은 한마디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지 모르겠다. 그저 내가 느꼈던 마음 그대로 고맙다, 혹은 기쁘다, 라는 표현을 하면 되는데 그저 피식 웃는 것으로 상대에게 모든 것이 전해지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독심술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삶이 지속되는 한, 언제고 되었건 죽음이라는 것이 도래하기는 하겠지만, 사는 동안에는 마음껏 즐기고 기뻐해야 한지만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기쁨을 누리는 것조차 사치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 하다. 기뻐하는 데 능숙한 것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는 그의 말마따나 작은 것부터 하나씩 표현하며 우리의 삶을 풍만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하나 즐거운 취미(?)라 할 수 있는 꽃씨 뿌리는 요코하마씨의 이야기는 가만히 읽는 것 만으로도 웃음이 베어 나온다.

가마쿠라 자택에서 역까지 걷는 그 시간이 너무 무료해서 뭔가 재미있는 게 없을까 생각했어. 그러다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지. 곧바로 여러 종류의 꽃씨를 사서 주머니에 넣고는 역을 오갈때마다 길가의 멋진 저택 정원에 씨를 꺼내서 뿌렸지.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때 담장 너머로 몰래 말이야. 그랬더니 정원애서 채송화랑 해바라기 싹이 돋아 숙쑥 자라기 시작하는 거야. 얼마 후에는 진짜 예쁜 꽃이 피었지. –본문

엉뚱하면서도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요코하마씨의 행동을 보면서, 남의 시선을 피해 쓰레기를 버려본 적은 있어도 꽃씨를 퍼트릴 생각조차는 해보지 않았던 나에게 이런 일상 속 작은 일탈이 그에게 그리고 그 꽃의 탄생을 의문스럽게 바라보다가도 또 어느새 활짝 웃게 될 정원의 주인이 되어 바라보게 된다.

언제나 매일 똑같은 일상일 것만 같은 일상 속에서 뽑아 내는 저자의 이야기와 그 주변 생활 속의 담소들은 읽는 동안에 참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매일 향수를 뿌리고 섬유 유연제를 통해서 나의 체취가 아닌 향기로 기억되고 싶어하는 나의 습관을 보며 그는 사람냄새는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며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고 있을지 모른다. 암세포 역시도 세포간의 접촉을 통해서 어느 순간 세포가 이미 만원이 되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증식해 버리는 것처럼, 사람 냄새를 잊어버리고 어느 새 자기만이 남아 있는 내가 세상의 모든 것 인 듯 왜곡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시대에는 사람끼리 딱 달라붙어 적촙학, 서로 부딪히고, 살과 살을 맞댈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생생한 현실감 속에서 서로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확인할 기회가 조금씩 줄어든 ㄴ것 같아서 간혹 견딜 수 없이 서글퍼집니다. -본문

내가 지금 있는 자리는 어디이고 내가 여기서 무엇 놓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 보며 쉬어 갈 수 있는 책이다. 무엇을 펼치는 나와 중첩되는 그의 단어장을 보면서 괜히 친근해지는 느낌이다.

독서 기간 : 2013.07.30~08.0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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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사랑 여행 열림원 꾸뻬 씨의 치유 여행 시리즈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이재형 옮김 / 열림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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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학창시절이었을까, 나는 에로스의 능력이 부럽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큐피트 화살을 날리고 나서 그 앞에 짠, 하고 등장하면 사랑이 이뤄지는, 그리고 그 사랑은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어느 동화 속 이야기가 신화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망상에 종종 빠지곤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떠오르는 고민도 있었다. 만약 큐피트의 화살로 말미암아 나를 사랑하게 된 상대방은 아무것도 모르고 나를 사랑할 것인데 반해 나는 상대의 사랑을 받는 내내, 이것은 그의 마음이 나를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화학적이든 마법이든, 인위적인 것에 의해 나에게 향하는 것이기에 사랑을 받는 내내 괴로운 마음도 들 것이기에 큐피트의 화살 하나를 가지고 진퇴양난의 굴레 속에서 계속 맴돌고만 있었다.

어느 분야에서 10년간 꾸준히 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과는 달리, 이 놈의 사랑이라는 존재는 아무리 경험치를 쌓는다고 해도 매번 새롭게 리셋되는 참 희한한 존재인 듯 하다. 살아 있는 동안에 끊임없이 우리 주변에 맴돌고 있는 이 사랑이라는 존재는 왜 이토록 내 마음대로 움직여 지지 않는 것인지. 이제 더 이상 에로스의 능력을 탐하는 부질없는 욕망은 내려 놓았다고 하더라도 풀리지 않는 이 미스터리 한 사랑에 대한 속성이 무엇이건대 우리는 이렇게 사랑 앞에서 발발 동동 굴러야 하는 것인지. 그래서 나는 꾸뻬 씨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대체 사랑 그게 무엇이길래 우리는 이렇게 힘들고 아프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것인지 말이다.

사랑에 지친 사람들은 마지막 사랑을 간절히 원한다.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누군가를 만나면 그것이 평생 함께할 마지막 사랑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안정된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시작되는 사랑의 설렘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 없다는 데 있다. 설렘 후의 고통들을 뻔히 알면서. –본문

꾸뻬는 사랑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의 행복만을 찾기 위한 인간들의 욕망 어린 프로젝트에 함께 동참하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되고, 그리하여 둘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와 같이 해피 엔딩을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한. 어찌 보면 인류 최대의 고민 중 하나인 그 사랑을 쟁취하고 유지하는데 있어서 자꾸 움직이는 마음을 통제 할 수 있다는 미립자의 연구에 함께하게 되는데, 어찌 보면 그는 연구자, 라기보다는 이 실험의 연구 대상으로서 코르모랑 교수를 찾으러 가게 된다.

오늘 아침에 하신 말씀 기억나세요? 우리가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에게는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 말씀요! 어떤 사람을 계속해서 사랑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를 않는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답니다.”

꾸뻬는 아연실색했다.

사랑하기로 결심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약인가요? 아니면 자기가 원하는 동안 계속해서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약인가요?” –본문

변치 않는 사랑을 약속하는 이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변해가는 상대를 보며 가슴 아파 하곤 한다. 때로는 내가 사랑하는 이는 나에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고, 또 내가 마음이 없는 사람이 나에게 다가오는 사랑의 어긋난 짝 대기 긋기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일까.

왜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누군가를 여전히 사랑하는가? 그리고 왜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누군가는 여전히 사랑하지 않은가?” -본문

그것만 알면 우리가 하고 있는 고민의 반 정도는 휘리릭 날아가 버릴 텐데 말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나를 아프게 하는 이를 마음에 담고 있는 것보다 훌훌 털고 일어나는 것이 훨씬 가뿐하고 내 스스로에게도 좋을 텐데 우리 몸의 꽤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놀라운 일을 벌이고 있다는 뇌는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서 나의 바람과 이상대로 움직여 줄 마음 없이 방관하고 있는 듯하다.

그전에는 서로 사랑했는데 이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본문

내 마음이 변한 것이 아니라 호르몬 탓이야, 라고 그럴 듯한 변명을 주저리 주저리 읊는 다고 한 들, 한 때 사랑했던 이가 왜 이제는 타인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알 길이 없다.

자의든 타의든 누군가를 사랑했다가 헤어짐을 당하는 쪽은, 아니 연인 사이에서 이별이라는 문제는 둘 다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헤어짐이라는 시리도록 아픔 속에서 발생하는 사랑하는 이의 부재로 발생하게 되는 고통을 겪어 본 이라면, 또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이미 한 번 아파 본 경험이 있기에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지 않을 법도 하지만 그 동안 셀 수도 없는 이별이 있어왔음에도 인간의 역사가 계속 이어져 오는 것을 보면 이 고통의 순간을 망각하는 속도가 더 빠르거나, 아니면 그 고통을 덮어버릴 만큼 사랑이 거대한가 보다.

결핍은 또한 최고조의 고통에 도달, 그 강력한 힘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한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오늘 밤까지 어떻게 견디지? 내일까지는 어떻게?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는 어떻게 견디지? 등등. 결핍은 또한 다른 사람들과 유쾌한 시간을 가질 때조차 사회적 부재의 순간을 야기한다. –본문

한 때는 연인이었던 꾸뻬의 그녀는 이제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 있다. 물론 꾸뻬도 현재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 있다. 과거의 연인이었던 그들은 완전히 세상에 없는 듯 단절하고 지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가끔은 연락을 하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영원히 오랫동안 행복했습니다, 의 결말이 아닌 서로 각자의 사랑을 찾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이야기를 보면서, 인위적인 조작이 아닌 자연스런 만남과 헤어짐은 바뀌지 않을 우리의 모습이구나, 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동화 속 결말에 목매는 것이 아닌, 지금 나의 곁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 결과가 어떻게 될는지 아무도 모르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자 사랑에 임하는 자세일 테니. 과거나 미래의 슬픔일랑 던져두고 뜨겁게 지금의 사랑을 안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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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또르 씨의 사랑 여행』 / 프랑수아 를로르저

독서 기간 : 2013.07.29~07.3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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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웃긴 사진관 - 아잔 브람 인생 축복 에세이
아잔 브람 지음, 각산 엮음 / 김영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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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절친한 친구와 함께 오프라인 중고서점에 들렀던 날, 제목이 눈에 띄어서 집어 든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라는 책을 멍하니 보고 있는 내게 친구는 이 책 좋으니 한 번 읽어봐.’ 라고 이야기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책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지만 저렴한 가격도 한 몫을 했고 친구의 권유도 있었기에 별 망설임 없이 책을 사가지고 온 기억이 난다.

그리 오래 되진 않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나에게 그 책 속에 남아있는 잔상은 별로 많지 않은 와중에 벽돌을 쌓았다는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기술자가 아니기에 그는 벽돌을 쌓는 동안 약간의 실수를 하게 된다. 이미 시멘트도 다 굳어졌기에 더 이상의 보수는 불가능한 상태에서 여전히 그는 잘못 놓인 2장의 벽돌 때문에 그간 쌓았던 벽돌을 무너트리고 다시 쌓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게 2장의 벽돌 때문에 노심초사 하고 있는 와중에 어느 한 사람이 벽돌이 너무 아름답다며 칭찬을 하게 된다. 문제는 잘못 놓인 벽돌 2장이 아니라 그 벽돌 2장에만 집착하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그 때 읽었던 이 내용이 다시 이 책의 맨 뒷부분에 차지하고 있었다.

이미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로 만나본 지난 과거가 있기에 그의 슬프고 웃긴 사진관은 그 어디에도 사진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가 느꼈던 순간순간을 글로 남겨 놓고 있었다. 사진관이면 당연히 사진이 있어야지! 라는 나의 단순한 논리를 깨트리고 그에게 남아 있는 잔상들을 글로 담아 놓고 있는데, 글 역시 사진과 같이 순간의 기억이 영원히 남는 것일 테니 이것 역시 훌륭한 사진관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살다 보면 매일 코미디를 보듯이 까르르 웃는 날들만 있었으면 좋겠지만 우리네 삶은 언제나 달콤함 만이 아닌 짠맛, 신맛, 떫은 맛, 매운 맛 등 다양한 종류의 일들이 펼쳐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기도 하고 때론 그 누구보다도 미워하는 마음도 들곤 하는데, 머리 속으로는 이렇게 누군가를 미워해봤자 내 마음만 아프다, 그러니 이 미움을 버리고 평정심을 되찾아 보자, 라고 되뇌곤 하지만 아마 이게 이렇게 쉽게 되었다면 종교로 귀의를 했지 이 곳에서 이렇게 오늘도 울그락 불그락 하고 있지는 않을 터이다.

여러분이 그 사람에게 벌을 주는 중간 매개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할 일은 벌을 주는 게 아니고 놓아버리는 일입니다. 그러면 업이 알아서 해결합니다. 이렇게 하면 마음을 놓아버릴 수 있습니다. –본문

현명하게 내 마음을 다스리고 상처로부터, 아픔으로부터 나를 구하기 위해서는 위의 방법대로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것이 최선일 게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실전에서는 쉬이 할 수 없다는 것이 함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느 새 가 나를 잠식하여 내가 사라져버리는 순간이 자주 나타나는 요즘, 그래서 누군가 미워해야 할 대상이 있고 원망해야 할 어떤 존재가 필요한 지금, 다음의 글을 읽으며 나의 분노는 또 다른 분노를 몰고 올 뿐이라는 것을 다시 되새겨 본다.

우리가 공산주의자 한 명을 죽이면 그들의 형제, 자매들이 또 공산주의에 들어가서 공산주의자가 됩니다. 우리가 공산주의자 두 명을, 세 명을 죽이면 또 그들의 형제, 자매들이 공산주의에 들어가서 또 두 명, 세 명이 공산주의자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계속해서 적이 늘어날 뿐입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을 뿐입니다. –본문

어쩌면 우리는 아잔 브람이 말하는 사진관 속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을 이미 겪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고 나서 ,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것을;’ 라며 뒤늦게 깨닫는 경우도 종종 있었을 것이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 속의 울분을 벗어 던지지 못해서 또 다시 나를 아프게 하는 상처의 중앙으로 나를 내 몰아 힘들게 하는 것을 보면 끔찍한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이거나 내 스스로 생채기를 내며 끊임없이 고통을 주고자 하는 고문관이 따로 없다.

삶은 결코 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해야 한다는 말을 기억하십시오. 그것이 바로 여러분의 문제입니다. –본문

완벽해야만 해! 라며 자신을 더욱 채찍질 하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옳은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기에, 30만큼의 실수를 하는 우리의 삶은 다채로우며 매일 다른 빛깔을 내는 것이기에 실수를 하는 것보다는 실수를 바로 잡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가 작은 위안이 된다.

쓰다 보니 왠지 모르게 무겁기만 한 책이 되었지만, 실상 읽어보면 훈훈한 내용들도 꽤나 많이 있다. 마약에 빠졌던 이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장면에서는 한 때는 지우고 싶은 죄악이 경험이 되어 아이들에게는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예방책이 되기도 하고 한 아들은 아빠의 시급을 전해주면서 한 시간만 함께 해 달라는 아이의 바람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 대한 귀중함도 깨닫게 되는.

마냥 무겁지만은 않으면서도 읽다 보면 내 안에 쌓여 있는 것들을 좀 내려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언제나 텅 비어 있는 듯이, 고요한 그를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또 바꾸어 보면 무엇을 위해서 나는 이렇게 끙끙 앓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반문해보게 된다. 내려놓음, 이 주문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좀 편히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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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아잔 브라흐마저

독서 기간 : 2013.07.2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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