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힌트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꽤나 두툼한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참 쉽게, 금방 읽어 내려간 듯 하다. 인생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단어들을, 예를 들어 기뻐하다, 사다, 손해보다, 맡기다, 싸우다, 따르다, 어둡다 등등. 각각의 부제를 엮어 놓은 책이었는데, 사실 이러한 부제만을 보면서 대체 저자가 어떻게 이야기를 엮어 나갈지에 대해 사뭇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그에게 던져진 질문이었던 “이츠가 씨가 제일 싫어하는 여성은 어떤 타입인가요?” 가 이 책의 가장 첫 번째 부제인 “기뻐하다”에 있다는 것이 궁금하기도 해서 읽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싫어하는과 기뻐하다과 공존하는 이 이야기. 이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궁금하던 독자로 하여금 그 답을 던져주고서는 피식 웃기도 하고 또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었구나, 때론 나도 그런데! 이런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그에게 싫어하는 여자의 타입은 기쁨을 표현하지 못하는 여자라고 했다. 비단 여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쁨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 모두를 가르키고 있는 듯 했는데, 나 역시도 고맙다, 기쁘다 라는 말을, 왜 그 짧은 한마디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지 모르겠다. 그저 내가 느꼈던 마음 그대로 고맙다, 혹은 기쁘다, 라는 표현을 하면 되는데 그저 피식 웃는 것으로 상대에게 모든 것이 전해지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독심술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삶이 지속되는 한, 언제고 되었건 죽음이라는 것이 도래하기는 하겠지만, 사는 동안에는 마음껏 즐기고 기뻐해야 한지만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기쁨을 누리는 것조차 사치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 하다. 기뻐하는 데 능숙한 것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는 그의 말마따나 작은 것부터 하나씩 표현하며 우리의 삶을 풍만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하나 즐거운 취미(?)라 할 수 있는 꽃씨 뿌리는 요코하마씨의 이야기는 가만히 읽는 것 만으로도 웃음이 베어 나온다.

가마쿠라 자택에서 역까지 걷는 그 시간이 너무 무료해서 뭔가 재미있는 게 없을까 생각했어. 그러다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지. 곧바로 여러 종류의 꽃씨를 사서 주머니에 넣고는 역을 오갈때마다 길가의 멋진 저택 정원에 씨를 꺼내서 뿌렸지.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때 담장 너머로 몰래 말이야. 그랬더니 정원애서 채송화랑 해바라기 싹이 돋아 숙쑥 자라기 시작하는 거야. 얼마 후에는 진짜 예쁜 꽃이 피었지. –본문

엉뚱하면서도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요코하마씨의 행동을 보면서, 남의 시선을 피해 쓰레기를 버려본 적은 있어도 꽃씨를 퍼트릴 생각조차는 해보지 않았던 나에게 이런 일상 속 작은 일탈이 그에게 그리고 그 꽃의 탄생을 의문스럽게 바라보다가도 또 어느새 활짝 웃게 될 정원의 주인이 되어 바라보게 된다.

언제나 매일 똑같은 일상일 것만 같은 일상 속에서 뽑아 내는 저자의 이야기와 그 주변 생활 속의 담소들은 읽는 동안에 참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매일 향수를 뿌리고 섬유 유연제를 통해서 나의 체취가 아닌 향기로 기억되고 싶어하는 나의 습관을 보며 그는 사람냄새는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며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고 있을지 모른다. 암세포 역시도 세포간의 접촉을 통해서 어느 순간 세포가 이미 만원이 되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증식해 버리는 것처럼, 사람 냄새를 잊어버리고 어느 새 자기만이 남아 있는 내가 세상의 모든 것 인 듯 왜곡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시대에는 사람끼리 딱 달라붙어 적촙학, 서로 부딪히고, 살과 살을 맞댈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생생한 현실감 속에서 서로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확인할 기회가 조금씩 줄어든 ㄴ것 같아서 간혹 견딜 수 없이 서글퍼집니다. -본문

내가 지금 있는 자리는 어디이고 내가 여기서 무엇 놓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 보며 쉬어 갈 수 있는 책이다. 무엇을 펼치는 나와 중첩되는 그의 단어장을 보면서 괜히 친근해지는 느낌이다.

독서 기간 : 2013.07.30~08.0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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