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7대 사건을 보다 - 세상을 뒤바꾼 세계사 7대 코드, 그 비밀의 문을 열다
박찬영.정호일 지음 / 리베르스쿨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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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7대 사건이라는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과연 7대 사건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에 이런 저런 생각을 떠올려 보면 제 2차 세계대전, 십자군 전쟁, 백년 전쟁 등 '전쟁'이라는 타이틀만 가지고서 생각이 들곤 했다. 그리고 나서 그 '7'이라는 숫자에 맞춰서 가짓수를 맞춰 구색을 맞춰 보려 해도 여전히 그 숫자가 채워지지 않는다.

세계사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상식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내 스스로에 대한 조소를 띄우며 읽기 시작한 이 책은,어린이들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그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역사를 뛰어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기록되어 있는 것들에 대한 고찰이 역사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그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을 텐데 나는 '전쟁'이라는 관점에서 세계사를 바라보려 했다면 시기별, 인물별, 나라별 등으로 또 접근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역사란 무릇 인간에 의해서 쓰여지는 것이므로 인과관계로 이뤄져 있다고 주창하고 있다.

이처럼 인류사의 흐름과 각 집단의 다른 위치들이 시, 공간적으로 한데 어우러지면서 '인과'의 법칙을 형성합니다. 단순했던 처음의 선택은 인과 과정을 따르며 다른 선택과 '종합'되지요.이 과정은 계속 반복되며 이어집니다. -본문

그리하여 그는 세상사의 법칙인 7개의 법칙, 선택, 필연, 우연, 흐름, 위치, 인과, 종합으로 좁혀서 7대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콘스탄티누스 1세에 의해 교리를 통합함으로써 그리스도교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게 한 것이나, 1차 세계대전에 대한 접근 또한 흥미로웠으나 무엇보다도 나일팅 게일과 단군 조선 건국에 대한 내용이 무엇보다도 눈길을 끌었다.

나일팅게일이라는 한 개인이 세계사를 뒤 흔들만큼이나 위대한 존재였던가? 에 대한 질문이 무색하리 만큼이나 그녀의 위업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당시에는 간호사라는 직업 자체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세상이었기에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던 그녀가 간호사의 길을 가게 된 것도, 그리고 전쟁터에 스스로 아픈 이들을 돌보기 위해 움직이며 전쟁의 종식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에서 왜 그녀가 7대 세계사의 한 부분인 '필연'에 자리잡고 있는지에 대해 배우게 된다.

나이팅게일의 인도주의적인 간호 활동은 장기전으로 치닫던 크림 전쟁의 종결을 앞당기는 데 크게 이바지했엉. 또한 간호학과 위생학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지요. -본문

우리나라의 시조인 단군 건국신화는 학교에서도 국사 시간에 배우긴 했지만 그 의미에 대해서 그토록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듯 하다. '홍익인간'이라는 건국이념에 대해 알기는 했지만 그 이상, 이하의 의미를 모른 채로 시간을 보내왔다면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인류사의 '흐름'을 바꾼 역사로서 고조선을 바라보고 있다.

단군 조선의 건국은 인류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씁니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존재라는 것을 최초로 인식한 나라이기 때문이지요. 이를 잘 보여 주는 것이 바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사상이예요. -본문

보통 4대 문명을 메소포타미아, 황허, 이집트, 인더스 문명으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익히 4대 문명이라고 알고 있던 것 이전에 '랴오허 문명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랴오허 문명이 우리의 고조선의 역사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저자는 우리의 역사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깊이 하고 있다는 것을 주창하고 있다.

어디서 바라보느냐,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과거의 시간들은 또 다른 면모로 드리워지고 있다. 언제나 보는 관점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세계사를 바라보는 이 책은 꽤나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우리에게 과거의 모습들을 각각의 시각으로 나타내고 있다. 또한 그 동안 알고 있던 것에 대한 앎의 깊이를 확장해주며 그 세세한 근거와 근원을 사진과 풍부한 고찰로 인해 자연스레 읽어 내려가도록 이끌고 있다. 언제나 존재했던 세계의 역사를 어디서도 보지 못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이 책이 낯설지만 즐겁고 또 많은 지식과 지혜를 전달해 주기에 꽤 만족스럽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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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계 역사 1001 DAYS』/ 마이클 우드, 피터 퍼타도 저

독서 기간 : 201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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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굴위신 - 고전 인문학 수프 시리즈 3
양선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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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쯤 사서 모셔둔 동양 고전세트의 단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고스란히 책장에 보관 중에 있다. 할인해서 구매했던 터라 다행이다 싶다가도 차라리 통장에 그 돈을 보관했으면 마이너스 이자라도 붙었을 터인데 그저 책장에 보관만 하고 있다는 생각에 한숨부터 나오곤 한다. 그래서 일까? 10여 권이 넘는 동양 고전을 마주하기 이전에 왠지 모르게 풍겨져 오는 고전이라는 글자 아래 턱턱 막히기만 하는 실체를 앞에 두고 단 한 권으로 고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는 이 책은 고전을 다가가기 위한 나 자신과의 설득이자 싸움과 같은 마음으로 대하게 되었다.

이굴위신, 굽히지 않고는 펼 수 없다는 사자성어의 뜻도 모르고 그저 고전에 대한 열망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쉬이 읽힌다, 라고 이야기할 순 없었지만 곳곳에 내가 들어봤던, 들어 봄직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구절구절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사는 동안 고전이라는 딱 정형화된 틀이 아니라 옛날 이야기처럼 들어왔던 것이 고전의 일부였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되고 때론 별 거 아닌 문장인 듯 한데 여러 가지의 해석을 두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는 이야기를 마주할 때면, 과히 고전이란 쉬이 곁을 내주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도 절로 들게 된다.

공자와 관련된다는 책에 늘 등장한다는 안회와 자로의 이야기. 사실 공자의 말씀이 이렇더라, 라고만 들어왔던 터라 안회와 자로의 이름 역시 내겐 낯설기만 했다. 한 스승에 두 제자라는 삼각구도 안에서 공자는 제자들의 성격과 특성에 맞게 공자는 맞춤식 교육을 하고 있었는데, 무조건 일방적인 동일한 가르침이 아니라 상황에 꼭 맞게 가르쳐 주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가르침이란 무릇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교과서에 적힌 대로, 무조건 그게 답이다! 라는 주입식이 아닌 상황에 맞게, 각자의 틀에 맞게 하는 맞춤식 교육.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

성격이 급하고 늘 의로움에 굶주려 있는 제자에게는 부형이 있으니 그들의 말을 듣고 행하라고 가르치고 실행력이 떨어지는 제자에게는 듣는 즉시 행하라라고 가르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제자들의 부족함을 메꾸어줍니다. 인문학의 요람이었던 공자 학단의 힐링 캠프적 속성을 보는 듯 합니다. –본문

또한 틈틈이 책을 읽으면서 그 안에 틀을 조금씩 깨어 가고 있다고 나름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저자는 소소한 질문들을 던지면서 과연 당신은 우물을 벗어났는가? 에 대해 묻고 있다.

천일야화의 탄생 스토리만 해도 그렇다. 포악한 왕은 하루 밤을 함께할 여인을 찾아내고 그 다음날이 되면 가차없이 그녀들을 처단해 버린다. 그러던 그 왕 앞에 세헤라자드게 나타났고, 그녀는 왕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할 경우 이전의 여인들과 같이 자신의 생명이 아스라히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왕이 포악하다, 악랄하다, 라는 생각에 밖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다른 맥락에서 이 왕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왕이 세헤라자드에게 하루라도 재미진 이야기를 거른다면 너를 죽이겠다라고 말한 것은 목숨을 걸고 나를 살려내라는 요구입니다. 상대에게 자기가 가진 절실함을 공유할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그만큼 분열된 자기에 대한 재통합을 왕은 강렬하게 원했던 것입니다. 세헤라자드는 그런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해석의 욕망을 가진, 행복한 독자를 만난 행복한 작가였습니다. -본문

또 다른 맥락으로는 요새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내려놓음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욕망으로 가득 찬 자신의 내면의 것들은 내려 놓음으로써 마음이 편안해 질 수 있고 공수레공수거이니 만큼 굳이 작은 것들에 아등바등하며 살 필요 없다는 것이 요이다. 그래, 몇 권의 책을 읽어 오면서, 또 그 별 것 아닌 것들에 구태여 힘을 빼는 것보다는 이렇게 내려 놓는 것이 나를 위해서 좋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 순간에는 머리로 이해하지만, 책을 놓고 나서부터 LTE 속도처럼 빠르게 그 가르침들을 잊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고 또 다시 내려놓기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내려놔야지, 내려놔야지를 다짐하게 된다.

내려놓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런 세간으로부터의 일탈이 왜 필요하고, 왜 강조되는가를 생각해 보면 달리 생각해 볼 거리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굳이 그렇게 하려는 의도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결국은 잘 살자’, ‘편하게 살자는 것일 겁니다. 그런 내려놓기에도 결국은 편하게 살고 싶다는 세간적 욕심이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공을 버리기는 싫은데, 그 편하게 살고 싶은 욕심 때문에 애써 버린다는 것이니 그 또한 뽐내고 싶은 마음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본문

같은 듯 하지만 다르고 쉬운 듯 하지만 쉽지 않은 고전의 이야기 속에서 그리고 그의 조언들과 글로써 나타난 지혜의 샘 속에서 여전히 허우적 거리고는 있다지만 그럼에도 읽으면서 찬찬히 하나씩 넘을 수 있는 산일 수 있겠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아른거린다. 올해도 그저 책장 속에 먼지만 흡수하고 있는 고전을 이번에야 말로 한 번 읽어볼 수 있겠다는 자그마한 용기를 심어주고 간 이 책을 기반으로 하여 원문을 읽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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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의 / 강신주, 고미숙저

독서 기간 : 2013.08.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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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 영혼이 쉴 수 있는 곳을 가꾸다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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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그건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본문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자 대표 작품이라 일컫는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나서, 그의 삶이 투영된 이야기라는 말에 왠지 모르게 그의 삶이 무겁고 버티면서 살아야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스의 삶이 어느 강에서 아스라히 사라져 버리듯이 그의 삶은 그렇게 사그러들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어둡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들곤 했었다. 그리하여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왠지 모를 묵직함을 안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 초반에 바로 '내 마음대로 아름답게 살았다'라는 이야기에 다행이다, 라는 생각과 조금 편안하게 보아도 되겠구나, 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가 평생을 정원일을 멈추지 않고 해 왔다는 사실을 이 책의 존재로 인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의 말대로 단순한 노동일지는 모르지만 그는 왜 그토록 사는 동안에 정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오랜 시간을 보냈던 것일까.

 

두 세 달 새에 작고 어렸던 식물들이 늙어 죽음을 맞이한다. 자신들의 할 바를 다 했으므로 뿌리는 뽑히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생명에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중략) 정원에서는 모든 생명의 짧은 순환이 다른 어디에서보다도 더욱 빠르게 명확하게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본문

 

정원에서 쓰는 작은 칼을 잊어버림으로써 허둥지둥 하는 그의 모습들은 그 역시도 나와 비슷한 인간이었구나, 라며 대문호의 모습이 아닌 평범함 한 사람으로서 자리하고 있었다. 앵무새와 함께 소통하기도 하고 그 안에서 피고 지는 것들을 보면서 그는 생과 삶의 연속에 대해 끊임없는 고찰을 하고 작은 것들 하나하나를 보며 자신의 삶을 투영해 바라보고 있었다.

 

올해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내 곁을 떠났는가! 그래도 나는 오늘 슬픔 대신 그들의 영원을 내 마음속에 간직한다. -본문

 

잊은 듯 꽁꽁 얼어버린 겨울이 지나고 나서 어느새 새초롬하게 얼굴을 내미는 새싹들을 보면서, 그리고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함께 그 아래에 깔려 있는 죽음에 대해서 그는 무겁게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시작에 대한 주춧돌로 바라보고 있다.

 

요즘에는 그 선인장이 있던 슬픈 공간에 작은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처음엔 이방인이던 선인장이 한때 뿌리를 내렸던 그 자리에 나는 시험 삼아 애발톱속 식물을 심었다. -본문

 

이미 지나간 그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이제 그가 남긴 이야기들을 통해서만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스를 통해서 본 그는,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듯이 수 많은 공감을 느끼면서도 안쓰러움을 느꼈다면, 이 책을 통해서 나는 한스를 버리고 오롯이 헤르만 헤세, 그러니까 대문호로서의 그가 아닌 한 인간이자, 정원을 다듬는 이웃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를 만난 듯 하다.

 

헤르만 헤세에 대한 개인적인 오해도 풀 수 있으면서도 편안한 휴식을 느낄 수 있는, 참 편안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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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가든》 / 김주덕저

 

 

 

독서 기간 : 2013.08.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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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착한 아이야
나카와키 하쓰에 지음, 홍성민 옮김 / 작은씨앗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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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착한 아이야는, 상처받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었다.

 

 사실 책의 내용이 아동 학대에 관련되어 있다는 소개글을 보고서는 이 책을 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처음 이 책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구태여 아픈 이야기를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그 아픈 아이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만 있어야 하는 내가 싫었기 때문이었는데, 초반에는 울다가 후반에 가서는 다행히도 미소를 머금고 볼 수 있었다는 후기와 판매하고 싶은 책 1위라는 말에 흔들려 마음을 다잡고 읽게 되었다.


나는 나쁜 애라서 우리 집에는 산타가 안 와요.”

간다는 거듭 말했다.

아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건 아냐!”

그 말만 되풀이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간다의 마음에 전해질 말, 나는 항상 정당한 말을 갖고 있지 않다.

간다는 나쁜 애가 아냐.” –본문

 

가정사, 라는 이름으로 드리워진 어둠의 장막 속에서 가냘픈 아이는 굶주린 배를 안고 오늘도 토끼장 안을 바라보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토끼장 앞 쪽에 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시계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후 5시가 되어야만 집에 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간다는 어제도, 오늘도 계속해서 그 장소를 떠나지 못하고 맴돌고 있었다.

 

 어느 한 광고에서 아동 폭력의 경우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고, 그 가해자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해서 아동 폭력은 순환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무릇 인간이란, 자신이 겪을 때 만큼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러한 악습을 답습하기 때문일까. 현관문을 여는 순간 웃음 가면과 좋은 엄마로 돌변하는 아야네의 엄마 역시 어린 시절 엄마로부터 학대를 받았던 아이였는데 그녀는 아야네의 엄마가 되고 나서 그녀의 엄마가 그러하듯 똑같이 자신의 아이에게 자신이 받았던 고통을 되물림 하고 있었다.

 

 나는 엄마가 되고 나서 거짓말에 능숙해졌다. 아야네였다면 두 번도 용서하지 않았다. 한 번과 두 번이 얼마나 다른지 나는 엄마가 돼서 알았다. 집에 가면 당신도 하나 짱에게 손찌검을 하겠지. 공원을 나와 역 앞 슈퍼에서 간단히 장을 보고 자동장금장치가 설치된 맨션의 4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가 문을 닫으면. –본문

  

 5편의 단편은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지만 보고만 있어도 가슴 아픈 아이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서 아름아름 엮어져 있다. 별개의 이야기가 아니라 읽다 보면 자연스레 엮어지는 형태를 띄고 있는데, 위의 간략한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책이 전반적으로 읽다 보면 아련하면서도 때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라는 생각에 분노에 휩싸이기도 한다.

 동화처럼 결국, 모두 행복해 졌습니다, 처럼 !’ 하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짱짱하게만 묶여 더 이상 풀릴지 모르던 고리들에 서서히 이음새의 틈이 보이고 있다.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더 이상 주저 하지 않고 문을 당기는 선생님이 있고, 그네 너머에 엄마의 모습을 되새기며 다시 걷고 있는 그녀가 있고, 신발 신을 때마다 발을 바꿔 내미는 아이에게 조용히 그에 맞는 발을 이끄는 엄마의 등장만으로 이 이야기들은 다시금 따스하게 변할 수 있는 기회를 안고 있다. 그래, 너는 착한 아이야, 이 한 마디로 세상은 또 다른 빛깔로 변신하게 된다. 나는 그 누군가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 인색하지는 않았었는지, 주변을 한 번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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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 김혜자저

 

 

 

 

 

독서 기간 : 201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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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산책 - 매혹적인 밤, 홀로 책의 정원을 거닐다
리듬 지음 / 라이온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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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고 그 책들을 소개하는 책들을 요 근래 계속해서 읽고 있다. 이 책은 책 분야 파워블로거인 리듬님의 책인데, 사실 책에 대한 궁금증보다도 저자의 소개 란에 적혀 있던 내용에 더 동하여 읽게 된 책이었다. 대학 졸업 때까지 책에 손도 안되고 있었다는 그녀는 리듬이라는 책의 한 페이지를 접하고 난 이후부터 책에 빠지기 시작하여 그 이후부터는 어디서든 책을 읽고 있다고 했다.

 나 역시도 20대 초반, 아니 후반에 들어설 때 까지만 해도 무엇을 위하여 책을 보나, 라는 생각에 한 권의 책도 잘 읽지 않았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책에 빠지더니만 요새는 가방에 책 두 권씩은 넣어 다니고 있으니,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었다니! 라는 생각에 반가움에 먼저 반겼던 책이다. 너무 늦게 책을 읽기 시작한 터라 조바심이 난 나로서는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있다는 동지애와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는 나도 이렇게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부풀러 올라 한 장 한 장 읽기 시작했다.

“나는 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바람처럼 하늘처럼 달처럼…… 변하지 않고 있어주는 것이 좋다”는 책 속 구절처럼 변하지 않고 늘 그 자리를 지켜주는 책의 매력에 빠졌고, 그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제대로 읽지 않았지만, 흔들리던 20대 중반 책으로부터 큰 위로를 받아 출퇴근길 지하철을 독서실 삼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본문

 책 목록을 보면 눈에 익는 책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책들이 수두룩했다. 잠들기 전에, 야밤의 산책이라는 책 제목처럼 잠깐 읽다 말아야지 했는데 읽다 보면 2장 남짓으로 소개된 책마다 어서 빨리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과 뒤에는 또 어떠한 내용이 있을까? 하면서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장바구니에 가득 담아 놓고 한 두 권씩 결제해 놓고 지금은 책장에 꽂아 놓고 있다.

 고백이라는 소설이 그 중 하나인데,

 내 딸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습니다. 그 범인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한없는 사랑과 용서를 베풀어야 하는 교사, 그리고 교사이기 이전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스러운 아이의 엄마인 유코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 책 <고백>은 마나미의 죽음을 둘러싼 5명의 독백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본문

라는 몇 줄 안 되는 글귀를 보면서 아련함과 이 끓어오르는 분노, 그럼에도 그 아이들 앞에 교사라는 모습으로 자리해야 하는 그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내가 만약 유코였다면 어떻게 해야만 할까 등등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순수 박물관도 그렇고 상자인간등 이 책에 소개된 것들이 하나하나가 다 읽어보고 싶은 것들  뿐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대상을 사랑했던 한 남자가 그녀만의 흔적을 좇아 그녀와 관련된 것들을 모아 놓은 것들로 박물관을 열었다는 내용이나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를 잃어버리고서는 상자를 뒤집어 쓰고 산다는 인간들의 모습 등 왜 나는 아직도 이런 책들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나, 싶으면서도 여전히 읽어야 할 책들이 많다는 것에 기쁨의 환희를 만끽하고 있었던 순간이었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책을 어떻게 골라야 할 지, 서평은 어떻게 쓰면 좋을지에 대한 저자 나름의 고민을 털어놓는 부분이 있는데 이제 겨우 책 읽기를 시작한 나로써는 꽤나 고민되는 것들에 대한 대답을 이 책을 통해서 또 하나의 해답을 얻을 듯 하여 꽤나 반가운 깜짝 선물이었다. 무엇보다도 책을 볼 때면 표지, 제목, 출판사까지 보고 책장을 바로 넘기는 것이 예사였는데 저자의 말마따나 요새는 저자에 관한 자료들도 놓치지 않고 보려 한다.

 누구나 처음이란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네 눈에 보이는 것은 그 처음의 미숙함이 아니라 이미 완결해진 결정체만이 눈에 들어 처음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 조차 없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저자가 이제는 애서가의 궤도에 올라 그 나름의 혜박함으로 빛나고 있다면 나는 이제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시기이므로 둘 사이의 간극이 없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한 소망일 게다.

  책은 닳아도 이야기는 닳지 않는다. –본문

 책의 말미에 담긴 이야기는 닳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마따나 그 닳지 않는 이야기와 계속해서 함께하다 보면 혼자만의 독백이 아닌 책에 대해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러한 날들이 도래할 것이라 본다.

 나와 비슷했던 과거가 현재 지금 빛나고 있다는 사실에 마냥 흡족하기만 했던, 통장을 더 야위게 만드는 얄밉지만 즐거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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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클래식』 / 정민저

 

  

 

독서 기간 : 201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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