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그 책들을 소개하는 책들을 요 근래 계속해서 읽고 있다. 이 책은 책 분야 파워블로거인 리듬님의 책인데, 사실 책에 대한 궁금증보다도 저자의 소개 란에 적혀 있던 내용에 더 동하여 읽게 된 책이었다. 대학 졸업 때까지 책에 손도 안되고 있었다는 그녀는 ‘리듬’이라는 책의 한 페이지를 접하고 난 이후부터 책에 빠지기 시작하여 그 이후부터는 어디서든 책을 읽고 있다고 했다.
나 역시도 20대 초반, 아니 후반에 들어설 때 까지만 해도 무엇을 위하여 책을 보나, 라는 생각에 한 권의 책도 잘 읽지 않았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책에 빠지더니만 요새는 가방에 책 두 권씩은 넣어 다니고 있으니,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었다니! 라는 생각에 반가움에 먼저 반겼던 책이다. 너무 늦게 책을 읽기 시작한 터라 조바심이 난 나로서는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있다는 동지애와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는 나도 이렇게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부풀러 올라 한 장 한 장 읽기 시작했다.
“나는 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바람처럼 하늘처럼 달처럼…… 변하지 않고 있어주는 것이 좋다”는 책 속 구절처럼 변하지 않고 늘 그 자리를 지켜주는 책의 매력에 빠졌고, 그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제대로 읽지 않았지만, 흔들리던 20대 중반 책으로부터 큰 위로를 받아 출퇴근길 지하철을 독서실 삼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본문
책 목록을 보면 눈에 익는 책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책들이 수두룩했다. 잠들기 전에, 야밤의 산책이라는 책 제목처럼 잠깐 읽다 말아야지 했는데 읽다 보면 2장 남짓으로 소개된 책마다 어서 빨리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과 뒤에는 또 어떠한 내용이 있을까? 하면서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장바구니에 가득 담아 놓고 한 두 권씩 결제해 놓고 지금은 책장에 꽂아 놓고 있다.
‘고백’이라는 소설이 그 중 하나인데,
“내 딸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습니다. 그 범인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한없는 사랑과 용서를 베풀어야 하는 교사, 그리고 교사이기 이전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스러운 아이의 엄마인 유코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 책 <고백>은 마나미의 죽음을 둘러싼 5명의 독백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본문
라는 몇 줄 안 되는 글귀를 보면서 아련함과 이 끓어오르는 분노, 그럼에도 그 아이들 앞에 교사라는 모습으로 자리해야 하는 그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내가 만약 유코였다면 어떻게 해야만 할까 등등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순수 박물관’도 그렇고 ‘상자인간’ 등 이 책에 소개된 것들이 하나하나가 다 읽어보고 싶은 것들 뿐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대상을 사랑했던 한 남자가 그녀만의 흔적을 좇아 그녀와 관련된 것들을 모아 놓은 것들로 박물관을 열었다는 내용이나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를 잃어버리고서는 상자를 뒤집어 쓰고 산다는 인간들의 모습 등 왜 나는 아직도 이런 책들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나, 싶으면서도 여전히 읽어야 할 책들이 많다는 것에 기쁨의 환희를 만끽하고 있었던 순간이었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책을 어떻게 골라야 할 지, 서평은 어떻게 쓰면 좋을지에 대한 저자 나름의 고민을 털어놓는 부분이 있는데 이제 겨우 책 읽기를 시작한 나로써는 꽤나 고민되는 것들에 대한 대답을 이 책을 통해서 또 하나의 해답을 얻을 듯 하여 꽤나 반가운 깜짝 선물이었다. 무엇보다도 책을 볼 때면 표지, 제목, 출판사까지 보고 책장을 바로 넘기는 것이 예사였는데 저자의 말마따나 요새는 저자에 관한 자료들도 놓치지 않고 보려 한다.
누구나 처음이란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네 눈에 보이는 것은 그 처음의 미숙함이 아니라 이미 완결해진 결정체만이 눈에 들어 처음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 조차 없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저자가 이제는 애서가의 궤도에 올라 그 나름의 혜박함으로 빛나고 있다면 나는 이제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시기이므로 둘 사이의 간극이 없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한 소망일 게다.
책은 닳아도 이야기는 닳지 않는다. –본문
책의 말미에 담긴 이야기는 닳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마따나 그 닳지 않는 이야기와 계속해서 함께하다 보면 혼자만의 독백이 아닌 책에 대해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러한 날들이 도래할 것이라 본다.
나와 비슷했던 과거가 현재 지금 빛나고 있다는 사실에 마냥 흡족하기만 했던, 통장을 더 야위게 만드는 얄밉지만 즐거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