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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그건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본문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자 대표 작품이라 일컫는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나서, 그의 삶이
투영된 이야기라는 말에 왠지 모르게 그의 삶이 무겁고 버티면서 살아야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스의 삶이 어느 강에서 아스라히 사라져 버리듯이 그의 삶은 그렇게 사그러들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어둡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들곤 했었다. 그리하여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왠지 모를 묵직함을 안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
초반에 바로 '내 마음대로 아름답게 살았다'라는 이야기에
다행이다, 라는 생각과 조금 편안하게 보아도 되겠구나,
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가
평생을 정원일을 멈추지 않고 해 왔다는 사실을 이 책의 존재로 인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의 말대로
단순한 노동일지는 모르지만 그는 왜 그토록 사는 동안에 정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오랜 시간을 보냈던 것일까.
두 세 달 새에 작고 어렸던 식물들이 늙어 죽음을 맞이한다.
자신들의 할 바를 다 했으므로 뿌리는 뽑히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생명에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중략) 정원에서는 모든 생명의 짧은
순환이 다른 어디에서보다도 더욱 빠르게 명확하게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본문
정원에서 쓰는 작은 칼을 잊어버림으로써 허둥지둥 하는 그의 모습들은 그 역시도 나와 비슷한
인간이었구나, 라며 대문호의 모습이 아닌 평범함 한 사람으로서 자리하고 있었다. 앵무새와 함께 소통하기도 하고 그 안에서 피고 지는 것들을 보면서 그는 생과 삶의 연속에 대해 끊임없는
고찰을 하고 작은 것들 하나하나를 보며 자신의 삶을 투영해 바라보고 있었다.
올해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내 곁을 떠났는가! 그래도 나는 오늘 슬픔 대신 그들의 영원을 내 마음속에
간직한다. -본문
잊은
듯 꽁꽁 얼어버린 겨울이 지나고 나서 어느새 새초롬하게 얼굴을 내미는 새싹들을 보면서, 그리고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함께 그 아래에 깔려 있는 죽음에 대해서 그는 무겁게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시작에 대한 주춧돌로 바라보고 있다.
요즘에는
그 선인장이 있던 슬픈 공간에 작은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처음엔 이방인이던
선인장이 한때 뿌리를 내렸던 그 자리에 나는 시험 삼아 애발톱속 식물을 심었다. -본문
이미
지나간 그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이제 그가 남긴 이야기들을 통해서만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스를 통해서 본 그는,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듯이 수 많은 공감을 느끼면서도
안쓰러움을 느꼈다면, 이 책을 통해서 나는 한스를 버리고 오롯이 헤르만 헤세, 그러니까 대문호로서의 그가 아닌 한 인간이자, 정원을 다듬는 이웃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를 만난 듯 하다.
헤르만
헤세에 대한 개인적인 오해도 풀 수 있으면서도 편안한 휴식을 느낄 수 있는, 참 편안한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