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화양연화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지음, 권아라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를 보고서, 20대 초반이라는 나이도 있었겠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아슬아슬하면서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남아있는 기억만으로는 이 모든 이야기를 이해했다기 보다는, 이럴 수도 있구나, 라며 안타깝게 보게 되었는데 그 이후 '화양연화'라는 이 단어는 왠지 모르게 아련하고 씁쓸하게만 남아있었다.

화양연화

花樣年華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 또는 여자의 가작 아름다운 때 -본문

 

그리고 10여 년 후 다시 만난 이 책을 통해서 마주한 '화양연화', 어느 새 그 안의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10년을 주기로 긴 터널을 지나오는 것이 인생이라면 나는 이제 막 두 번째 터널을 지나 세 번째 터널의 문턱을 넘어섰다.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이라는 말처럼, 10대와 20대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아니 눈 앞에 있다 한 들 그것들의 가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다른 것들에 한 눈 팔려 지나왔던 시간들을 지나온 지금에서야 지난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세월의 경계를 거쳐 온 사람은 말합니다. 20대보다 30대의 세상이 더 넓어졌고, 30대보다 40대의 인생이 더 즐거웠고, 40대보다 50대의 사랑이 더 행복했다고......-본문

 

이미 3번째 터널을 지나 4번째 터널 앞에 와있는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뭐랄까, 읽는 내내 참 편안하면서도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물론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우리의 일상이 마냥 행복하고 아름답지만은 않다. 인생이라는 것이 동화 속의 유려함만이 있는 것이 아닌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인생의 맛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면 진정한 사색이란 내 삶이 얼마나 감사한 일로 넘쳐 나는지를 헤아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꽃향기를 맡을 수 있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도, 날 걱정해 주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참 고마운 일입니다. 그래서 thank, '감사'의 어원이 think, '생각'에서 온 것일까요? -본문

 

그녀가 살아오는 동안에 마주했던 책이며, 음악, 풍경 등을 마주하면서 느꼈던 이야기들을 담아 내고 있었다. 읽는 내내 아무도 없는 초원 위에서 편안하게 이 책을 읽으며 유영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랑도 그렇고 이별도 그렇고, 순간순간 마주하는 난제들도 그렇고. 때론 나를 제외한 모두에게는 평화로운 일상들만 가득할 것 같아 이 세상에 오롯이 혼자 떨어진 것 같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타인의 삶에 대해 보면 그들의 삶에도 그늘이 지기도 하고 때론 막막하게도 낯선 일들이 펼쳐지기도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 모든 것이 비슷하게, 서로 아등바등 하며 사는 일상.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피우는 화양연화가 아닐까?

 

"왜 사냐고 묻는다면 아름다운 눈물 한 방울 흘리려고 산다."

자꾸 슬퍼지는 것, 자꾸 눈물이 나는 것, 그것은 곧 우리가 생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아주 작은 일에도 울컥 치미는 눈물, 그것이야 말로 우리 생의 기쁨을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울고 계신가요? 지금 흘리는 그 눈물은, 당신 삶의 상처에 붙이는 아름다운 반창고 입니다. -본문

 

그 때에는 그 찬란함을 보지 못하고 타인의 것만을 쫓아 오던 시간을 지나, 이제 나를 바라볼 여유를 갖게 된 듯 하다. 남들이 보기에는 평범하게만 보이는, 거울 속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현재의 나를 사랑하고 만족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 지나버린 시간 속에 나를 가두어 가혹하게 만들지 않고, 지금의 나를 즉시하면서 나를 사랑하고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지금의 모습에서 나는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여자가 되고 싶다.

 

그러나 스무 살 시절은 바닷속을 달리는 등 푸른 고등어처럼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통과하던 시절이었음을 아주 나중에서야 알게 됩니다. 산책의 기쁨도 알지 못하고, 밤하늘의 별을 헤아릴 줄도 몰랐고,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넬 줄도 몰랐던 그 시절,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 스무 살..... 다시 스무살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를 베빈다는 노래합니다.

(중략)

내가 다시 스무 살이 된다면,

오직 다시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본문

 

읽어 내려가는 문장문장이 더해질수록 가슴이 따뜻해지고 생의 가장 젊은 오늘을 사랑하며 지금이야말로 화양연화, 구나를 깨닫게 해주는. 이 따스한 책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

당신의 화양연화는 언제입니까, 라는 질문 대신, 당신은 지금 화양연화에 살고 있군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 모두 그 아름다운 시간 속에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르's 추천목록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 송정림저

 

 

독서 기간 : 2013.10.30~11.01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는 척 -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20
최서경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책을 다 읽고 나니 표지 속의 네 명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그들의 특성을 잘 그려놓은 이 표지를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난다. 이미 그들과 한껏 친해진 느낌이다.

 

그런 걸 포기하고 얻은 결과가 이토록 허무하다니.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게 나의 결혼이었다. 내 인생 최초로 얻은 쓸모 있는 교훈이었다.-본문

 

이미 10여 년이 훌쩍 지나가 버린 고등학생 시절은 이제 아련하게 기억만 남아있는 듯 하다. 일년에 단 한 번 있는 수능이라는 시험을 통해서 나의 10대를 평가 받아야만 하는 그 제도며, 그 울타리 안에 갇혀 살아야 하는 내 자신이 싫어서, 어른이 되면 이 모든 것들이 뒤집으리라, 라는 원대한 포부는 대학에 입성하자마자 흐지부지 되었다. 아니면, 이미 내가 지나온 길이고 이전 세대들 역시 그러했으니, 그들에게도 이 길이 당연한 거라 생각한 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나름 힘들게 지내 왔으니 너희도 그렇게 해야지, 라는 그 대물림 되는 굴레를 나는 외면하고 있었다.

 

워낙 오래 지난 일들이라 요즘의 세태를 어떠한지 모르겠다만, 이 책 속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공부만 하던 그 때가 가장 좋을 때라는, 그 생각만 하고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들 역시 나름대로의 비극을 안고 사는 이들이었다.

나의 반항심과 자기 파괴에 대한 욕구와 남을 향한 과시욕 때문이라는 것이다. 피어싱을 한 건 난데. 나는 해명하고, 해명하고, 또 해명하며 조금이라도 나의 마음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으나 전혀 들어 주지 않자 짜증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본문

 

마음 속에서 끙끙 앓기는 했지만 별 다른 표출 없이 언제나 웃는 얼굴로 3년이란 시간을 보냈던 나와는 달리, 그들은 그래도 그들의 이야기들을 서로 공유하고 표현하고 있었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하며 지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아슬아슬한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워 보였다.

우리의 결말은 결말 없음이다. 별로 달라진 건 없었다. 이걸 계기로 엄마, 아빠, 선생님, 친구들 등등이 '그래, 우리가 너희를 잘못 보고 있었구나. 미안하다'라고 해 줄 걸 기대한 것은 아니다. 이런 사소한 해프닝 하나로 사람이 변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본문

 

세상을 탓하면서도 그 안에 순응하며 살아야 하는 게 우리네 삶인 듯 하다.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해도 나 혼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 곁에 있는 이들과 함께 한다면 이들처럼, 나 역시도 지금을 견디고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아르's 추천목록

 

 

『난 아프지 않아』 / 이경혜, 구경미, 김도연저

 

 

독서 기간 : 2013.11.03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띵굴마님은 캠핑이 좋아 - 1천만 블로거가 묻다! 마님 왜 그렇게 행복해요? 띵굴마님 살림 시리즈
이혜선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표지의 큰 제목을 보고서도 띵굴마님이 아닌 땅굴마님인 줄만 알았다. 누구이든 간에 캠핑에 대한 내용만 배우고 지나가겠다는 또 그러한 이기적인 마인드와 급한 성격이 바로 나타나는 대목이었는데, 표지를 넘겨 저자의 양력을 읽으면서 개중에는 땅굴마님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이웃들고 있습니다만….’ 을 읽고서야 그제서야 땅굴이 아닌 띵굴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찌되었건 어떠한 이름으로 불리는지에 대해서는 상관없이 그녀는 너무나 시원스럽고 호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캠핑도 살림이라 주장하는 그녀를 따라서 캠핑의 캠, 자도 모르는 나는 두둥실 여행하는 기분에 젖어 든다.

 요즘 들어 캠핑이라는 것이 대세가 된 듯 하다. 그저 일에 치여 주말에는 하루 종일 수면하며 지내는 것이 휴일을 보내는 정석이라고 믿고 있는 내 주변에서도 캠핑을 즐기는 이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똑같은 도시락이라고 해도 소풍 가서 먹던 도시락은 꿀맛이었던 것처럼, 야외에서 자연을 벗삼아 캠핑을 즐기는 이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설렌다.

 저는 캠핑이 정말 좋거든요. 차암 재미나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저에게 속았다 치고, 캠핑 한번 시작해 보시는 건 어때요? 나무늘보와 친구 먹고 사는 게으른 성미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은까요. 애쓰며 사는 나와 내 가족이 안쓰럽게 느껴지거나, 한없이 지루한 일상을 탈피하기에는 캠핑보다 더 좋은 약이 없답니다. –본문

캠핑장을 보여주는 영상물에서 몇 번인가 보았던 비어 치킨을 이 책에서도 마주한 순간, 정말이지 다른 거 필요 없이 저걸 먹으러 만이라고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일었다. 이 책 속에서는 캠핑 용품들을 어디서 구입을 하고, 어떠한 것들이 필요하며, 캠핑을 갈 때 무엇을 준비하면 좋은지, 그녀의 노하우가 한 권에 다 담아 있는데 특히나 모든 재료들을 손질해서 담아놓은 사진을 보면서, ! 이렇기 때문에 캠핑도 살림이라 말했던 거구나, 라는 것을 절로 깨닫게 된다.

 든든한 레시피들도 있겠다, 캠핑 가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 목록에 대한 세부사항들도 배웠겠다, 무작정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11월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야외에서 비어치킨과 고르곤졸라 또띠야 피자를 먹어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곁에 있는 사람에게 캠핑가자! 라고 마구 조르게 되는. 바야흐로 책을 집어 든 이에게는 캠핑을 가게 만드는 즐거운 책이다.

  

아르's 추천목록

 

진짜 캠핑요리 / 스토리블라썸저 

 

 

 

 

독서 기간 : 2013.10.27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회계약론
장 자크 루소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얼마나 오랫동안 이 책을 붙잡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오랜 시간 붙잡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 얼마만큼이나 이해했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반도 제대로 이해 못한 것 같다 이야기 해야 할 것 같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이나 대학교 강의 때 장자크 루소라는 이름과 사회계약론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보기는 했으나 언제나 습자지와 같이 얕은 지식만을 안고 있는 나는, 제목을 보고서는 사회주의에 대한 책인가? 라고 넘겨 왔던 것 같다. 더 이상 들어는 봤어로만 끝나서는 안 되는 나이가 된 듯 하여 이번만큼은 제대로 배워보자, 라는 다짐으로 시작된 이 책과의 혈투는 철저히 내가 부서지고야 끝나고 말았다.

현실의 정치 체제에 대해서는 쉬이 접할 수 있기에, 정치학은 현재의 정치에 대한 담론이라고 한다. 정치 사상은 과거나 현실의 것일 수도 있고 때론 현존하지는 않으나 미래의 것을 다룰 수 있는 것으로 정치 체제의 근간이 되는 것을 배우는 것으로 18세기에 기술되었다는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현제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근간이 되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정치 사상이었다.

 당대의 왕정시대의 중심에서 황제와 왕을 그 판도의 중심에서가 아닌 시민들을 등장시키고 이들이 주인이 된다는 민주주의의 사상은, 그 무엇보다도 위험한 촌철살인이었으며 그만큼이나 달콤한 유혹이었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노예가 되어 있으면서도 자기가 그들의 주인이라고 믿는 자들이 있다. 어떻게 해서 이처럼 뒤바뀐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본문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점차 늘어나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서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그 자유의 존속을 위하여 우리는 사회적 계약을 통해서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의 신체와 재산 등 보호하게 되는데 이른바 사회인으로서 인간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계약을 통해서 이뤄지는데, 루소는 가정이 정치 사회의 첫 번째 모델이라고 보고 있었으며 이러한 관점을 읽으면서 국가의 우두머리가 아버지인 것과 국가의 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개인으로서의 자유가 인정되지만 그 개인들이 자신들의 자유를 지키기에는 부족한 면들이 있기에 이들은 집단의 구성원과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계약을 통해 자연법상 개인의 권리를 공동체에 전이시키는 바, 이러한 일반 의지를 공동의 힘으로 표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 일반적인 계약은 개인의 자유를 강제하는 부분이 있기에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게 적용 될 수 있는 일반적인 법률에 의거하여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다.

 18세기 당시에 쓰여진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현재의 정치 체제를 그대로 담아 놓은 듯한 부분이 많았는데 입법부, 집행부, 행정권의 차이를 그는 명확하게 구분해 설명하고 있었다.

시민 종교의 교리는 단순해야 하고, 그 수가 적어야 하며, 설명이나 해설 없이 명확히 서술되어야 한다. 힘있고 지혜로우며 은혜롭고 앞을 내다보며 미래에 대비하는 신읜 존재, 미래의 삶, 의로운 자들의 행복, 악인의 징벌, 사회계약과 법의 신성함. 바로 이것들이 긍정적 교리다. –본문

 특히나 루소는 도시 국가로서의 로마를 중점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주 모여 자신들의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하는 모습에서 그는 이것이야 말로 일반의지를 결정하는 방법이라 주지시키고 있다. 이곳에서 그는 계약만으로 이뤄진 이 집단 속의 개개인은 그들간의 유대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았기에 이 커다란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 개개인의 결속을 위해 시민 종교를 제시하고 있다.

 모든 것을 명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고 하지만, 이 모든 생각의 기반을 그 당시로서는 그려볼 수도 없는 그 때에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놀라울 따름이다. 그의 깊은 고뇌가 담긴 이 책을 100% 흡수하지 못했다는 것이 송구할 따름이지만, 이것이 마지막이 아닌 주춧돌이 될 것이라 바라보며 일단 여기서 이 책을 놓아보려 한다.

 

 

 

독서 기간 : 2013.10.20~10.28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리버 - 강과 아버지의 이야기
마이클 닐 지음, 박종윤 옮김 / 열림원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어디선가 읽을 글귀에서 서커스 단에서 코끼리를 묶어 두는 방식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어마어마한 덩치의 코끼리에 묶인 가느다란 철사는 너무도 미약하게 보이지만, 코끼리는 그것이 엄청난 족쇄라도 되는 듯 벗어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유인 즉, 새끼일 때부터 자신의 발목에 감긴 철사는 당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것임을 인식한 뒤 자신의 몸이 커간다는 것은 인지하지 못하고 그 철사는 평생 끊어 낼 수 없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 짧은 글 속에서 코끼리 뿐만 아니라 사람들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그저 나의 운명이라는 듯이 체념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책 속의 가브리엘을 보면서 그 때 읽었던 코끼리가 떠올랐다. 물론 그의 경우 이 코끼리보다 더 가혹했지만 말이다.

아빠! 사람이 나왔어! 이제 나와도 돼!”

아이는 남자가 친구를 돌보고 있는 하류 쪽을 눈으로 훓었다. 이제 아빠가 헤엄쳐서 저기 어디쯤에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빠는 가버렸다. 가브리엘의 영웅은 사라졌다.

구슬치기도 하지 않고, 작별 인사도, 포옹도 없이.

그냥 가버렸다. –본문

자신을 언제나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아버지는 한 순간의 사고로 자신의 눈 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의 가브리엘은 아버지의 죽음이 무엇인지 당시 제대로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 당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점, 사건 당시 아버지가 구하려 했던 그 누군가는 살아 남았지만 그 대신 강 속으로 아버지는 사라졌기에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계속해서 슬픔과 자책 속에서 살게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강과는 전혀 상관 없는 곳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게 된다. 모험이라는 것은 전혀 없는 평범하고 안정된 일상 속에서도 아이는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명 좋지 않은 날들의 연속 속에서 줄타기를 하듯 위태위태하게 하루를 견뎌내고 있을 뿐이다.

 회색 빛의 날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의 인생에도 조금씩 밝은 햇살이 드리우게 된다. 이웃의 얼 할아버지를 시작으로 콜링스위스 선생님과 그의 친구 지미까지. 그들은 천천히 가브리엘이 다시금 강과의 만남을 할 수 있도록 그를 이끌고 있었다. 아버지를 삼켜 버렸던 강을 마주하기까지, 그는 꽤나 10여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었다.

 나보다 큰 무엇과 대면할 때는 항상 그런 느낌이 들 거야. 한편으론 그래서 삶이 아름다운 게 아닐까 해. 우리가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작은 것들만 품고 산다면 아무것도 누릴 수 없어. 모험도 없고. 운명도 없고. 목적도 없지. –본문

 강을 따라 여정이 시작되면서 그에게 새로운 사랑이 마주하게 되고 강에서 가브리엘에게만 보이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되면서 그는 점차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서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의 회귀를 준비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마주하는 장면은 이 소설 속의 백미라 할 수 있는데 문득내가 가브리엘이었더라도 아버지 대신 살아남은 그 대상을 평생 원망하며 지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가 그 자리에 없었더라면 나의 아버지 역시 현재 지금 나의 곁에 있을 텐데, 라는 분노에 휩싸여 있을 무렵, 에즈라는 나와 가브리엘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생도 마찬가지 인 것 같아. 바위가 떨어져. 우리는 그것을 막을 수도 없고 떨어지는 걸 보지도 못하지. 다만 계속해서 흐를 뿐이야. 움직이는 거지살아가는 거야…. 그리고 그런 경험은 인생의 풍경에 아름다움을 더하게 되네. 모든 건 어떻게 보느냐에 달렸어. –본문

 제이컵을 보고 과거에 일어난 일을 떠올리는 대신 자네 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한 분이었는지 상기할 수도 있지 않겠나. 제이컵 필딩은 자네 아버지의 이타적인 희생의 살아있는 증거일세. 게다가 이보게. 제이컵이 목숨을 건지지 못했다면 태비사도 이 강가에 우리와 함께 있지 못할 게 아닌가. 강이 우리는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해주었다는 것을. 그래서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걸세. –본문

 누군가를 탓하며 이미 벌어진 일들에 대한 과거에서 허우적거리거나 혹은 왜 나에게만 이토록 가혹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인지에 관해서만 빠져 지금의 나의 시간들을 놓쳐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가브리엘에게는 시기 적절할 때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가 바른 길로 갈 수 인도해 준 것도 있었지만, 우리네 삶을 보아도 오롯이 혼자 살아가지는 않기에, 이야기를 읽어내려 가면서 이렇게 살아야 나의 삶을 쟁취하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브리엘은 해냈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늘 더 나은 곳이라고 생각했던 곳….. 처음부터 자신의 목적지라고 생각했던 곳의 안락함을 과감하게 버리고 떠난 사람들의 대열에 그도 합류했다. 더 이상 두려움과 슬픔과 원망의 사슬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의 자신이 아닌 미래의 자신을 부여잡았다. –본문

 내가 만들어 놓은 세상의 틀을 깨고 나오는 것. 비정형화된 타인이나 신에게 삐뚤어진 자신의 삶의 비관하며 낙담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며 그 안의 진심을 마주하는 것. 그것만이 우리 모두의 강을 뛰어 넘고 진정 강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하는 힘이 아닐까.

  

아르's 추천목록

 

나일 강의 딸 / E.J 맥그루저

 

 

 

독서 기간 : 2013.10.29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