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들의 도시 -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
표창원.지승호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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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책을 읽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인덱스 테이프를 사용했는지 모르겠다. 한 페이지를 넘기면 그 안에 또 뜨악 할 만한 현실들이 쏟아져 내리니,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이 모든 현상을 이해하고 이것이 내가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에 서글픔마저 밀려온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너무나 불합리한 일들이 만연해 있다는 것에 대한 불쾌감과 이 현상들에 대해서 나는 너무도 모르고 있었구나, 라는 자괴감이 함께 더해져 페이지가 더해질수록 가슴 속 뜨거운 것이 밀려 올라오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가 없었다. 어찌되었건 이 모든 것들을 알아야만 하는, 더 이상은 침묵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종종 집안에 판검사 한 명은 있어야지, 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고서는 으레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씀이라고만 여겼다. 법대에 대한 관심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 만큼의 성적도 안됐으니 자연스레 포기하게 되었고 아직까지는 별 문제 없이 지내고는 있다만 만약에 법적인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그들에게 손을 내밀면 되겠지, 하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우리가 그동안 접한 사건들의 예를 보면 너무나 엉터리 같은 기소가 있었고, 누명 쓰고, 나중에 항소심에서 뒤집어진 사례를 많이 보거든요. 그런데 1심에서는 안 그렇단 말이예요. 1심 판결 자체가 엉터리로, 형식적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대부분의 경우 항소심에서 붙자.’ 이렇게 되는 거예요. 1심에서는 돈이 없고 가난해서 국선 변호인을 썼던 사람도 항소심에서는 국선 변호인에게 의뢰를 못해요. 땡빚을 얻어서라도 전관을 찾아가는 거죠. –본문

 전관예우금지법이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여 몇 억 원씩을 지불하고 그들을 데려 가려는 로펌의 이야기는 여전히 남아있는 앙금의 씁쓸함을 맴돌게 한다. 대체 몇 억 원씩 지불하고 그들을 데려가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은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그늘 속에서 울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그들을 위한 리그에 차마 끼어 들 수 조차 없는 나는 그저 허탈할 뿐이다.

로펌은 전관들 수억을 주면서 데려가는데요. 그들에게 왜 수억의 돈을 주겠어요? 재직 기간도 몇 달 안 되는 것 같은데요. 그게 아무런 해악이 없겠냐는 말이죠. 모든 소송 건에는 당사자가 있단 말이예요. 피고일 수도 있고, 원고일 수도 있어요. 전관들에게 수억을 주면서 어떤 것인가를 했다면, 전관을 살 수 없었던 상대방에게는 엄청난 불이익이 가해졌을 거란 거죠. 이게 우리 사회의 정의의 수준이라고 볼 수 있어요. –본문

 혹자는 그럴 수 있다. 그런 혜택을 누리고 싶다면 그들처럼 당신도 공부해서 그 자리에 오르라고. 그리하여 그 안에 모든 것들을 당당히 손에 넣으라고.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그리하겠다. 하지만 이 내용에서의 주는 그들이라는 리그 안에 있던 아니던, 예를 들어 축구 선수이든 아니든 누구든 경기장에 있는 한 동일한 규칙이 적용되듯이 법 역시도 그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다. 과연 이곳은 누구를 위한 방패를 세우고 있는 것일까?

특히나 이 책 속에서 그 동안 지나치거나 혹은 전혀 몰랐던 사실들을 접할 수가 있는데 법적인 지식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상식으로도 통하지 않는, 무언가 합리적이지 않다, 라는 느낌들이 많이 들었다.

 어느 가정집에서 살인사건이 발행했다. 현장 보존을 위해서 그 가족들은 경찰들이 오고 수사를 하는 동안에 그 장소를 보존해야 한다. 아무리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것들을 보았다고 한들 현실에서 이 끔찍한 사건을 목도한 이들에게는 그 현장은 그야말로 지옥과 같은 현장일 것이다. 어찌되었건 이러한 절차가 지난 후, 집안에 남아있는 그 흔적들. 그것은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 살인 사건이 났을 때 경찰들이 가고 나면 집 안의 피도 본인들이 닦아야 한다고 하던데, 맞나요?

: 현재는 그렇죠. 보도가 나니까 대신 닦아주겠다고 민간단체에서 자원봉사 신청했다가 너무 힘드니까 중단되고 없어졌어요. 외국에서는 그런 것들을 전문으로 하는 용역 회사가 있어요. 국가에서 범죄 현장 치우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비용을 주는 거죠.

: 까다로운 것을 둘째 치고, 범죄 피해자 가족이 그 피를 닦고 치운다는 것이 그냥 치우는 청소의 의미가 아닐 텐데요. –본문

살인의 추억이나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 등 여전히 미궁 속에 사건들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토록 과학이 발전한 나라가 왜 여전히 사건들을 해결하지 못할까, 라는 의문이 들곤 한다. 미국 드라마 CSI에 너무 심취해 있어 현실과 드라마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CSI와 같은 인재를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 또 하나 커다란 문제는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질 때면 살며시 고개를 들고 나오는 공소시효에 관한 문제이다. 현재 살인에 대한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났다고는 하나 과연 이것이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 그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아까 말씀 드렸던 반인륜적 범죄, 살인, 아동 대상 범죄라든지, 성폭행이라든지 이런 부분에까지 공소시료를 적용하는 것은 사실은 법적 안정성이라는 미명 하에 범인 찾기를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겁니다. (중략)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인권유린적 범죄나 살인, 아동 대상 범죄나 성폭행 등은 공소시효를 안 두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고민이 없었던 거죠.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개개의 국민, 특히 범죄 피해자가 겪었던 고통과 그에게 안겨진 피해들에 대해서 국가 단위에서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겁니다. 오직 행적 편의만 생각해 왔던 거죠. –본문

공소시효가 있기 때문에 증거를 계속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간이 지나면 폐기하는 시스템. 언젠가는 풀어야 하는 숙제가 아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문제로 남겨두는 이 제도는 과연 누구를 위한 체계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는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사회 전체를 위해서 한 사람의 희생쯤이야하고 치부해왔던 경향이 있는데,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사회 전체라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애매했을 뿐 아니라 대개 권력자를 위한 것인 경우가 많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가 아닐까? –본문

 영국에 있던 표창원 교수가 국내로 들어오고 나서 그의 DNA를 채취하러 오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이유인 즉, 그가 있었던 주변에 강간 사건으로 희생당한 여고생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함이었는데, 영국에서 한국까지, 단 한 명의 용의자를 끝까지 추적하기 위해서 이런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왜 부러우면서도 과연 역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조치를 취했을까, 란 의문이 들었다.

 이러한 케이스를 찾아보자면 아무래도 이태원 살인 사건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둘 중 한 명은 살인범인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사법부. 현재 피의자로 지목된 그들은 우리나라의 사법부의 공정성을 꼬집어 자국민을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국제적인 망신으로 개탄스러울 정도이다.

 이러한 사법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며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이다. 힘 있고 돈 있는 가해자들에게는 더 없이 약한 처벌을 내리면서 반대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매몰찬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은 과연 공정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한 사회의 수준은 그 사회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 혹은 가장 비난받을 위치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권리를 보호받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하는 거죠. 예를 들어 노르웨이 같은 나라는 얼마 전에 수십 명을 학살했던 테러범 블레이비크에게도 유기징역형을 내렸단 말이죠. –본문

 법치국가의 테두리 안에 모든 국민들이 있다기 보다는 그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변형되는 테두리의 모습이 과연 적법하고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그야말로 정도란 것일까.

 이 책 안에 있는 것이 진정 내가 있는 서 있는 곳이라니, 어디를 향할 지 모르는 분노가 차 오르면서도 그만큼 내 스스로도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반성을 해 본다.

 이 안에서 다루고 있는 것들은 상당히 위험한, 아니 아슬아슬한 내용들이 많다. 현재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대한 내용에서부터 과거의 신창원의 범죄에 대한 내용들까지 구태여 가리지 않고 모두 드러내고 있기에 읽는 동안 이렇게까지 이야기 해도 괜찮을까? 라는 걱정이 될 정도니 말이다. 어찌되었건 이 안의 이야기를 좌파니 우파니 하는 선 긋기가 아닌 그 안에서 주체적으로 나부터 생각을 제대로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 책을 통해서 더 이상은 외면하거나 방관하지 않는, 진정한 내가 바라는 사회에 대한 관심을 싹 틔울 수 있는, 좀 더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용감한 사람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아르's 추천목록

  

당신을 위한 법은 없다 / 박영규, 류여해저

 

 

 

독서 기간 : 2013.1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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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제3인류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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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광활한 우주 속에 포함되어 있는 지구라는 행성에만 유일한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은 너무도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드레이크 방정식을 보더라도 또 다른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산술적으로 계산한 것을 보면서 어디엔가 그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가 살고 있겠지, 라고 막연히 믿고 있었다.

 200만년 전, 지구상에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들은 도구를 사용하고 불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그들의 문명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게 되는 바, 현재 그들의 자손인 우리가 이룩한 세상은 가히 혁명적인 세상을 만들었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침팬지에서 분리 된 인간이라는 종족은 그 당시 이 지구상에 최초의 등장이었으며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도 우주 안에 우리와 같은 생명체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가끔 해외 토픽에서 들리는 뉴스 중 빅풋이나 설인 등과 같은 현 인류와는 다른 생명체에 대한 소식이 들릴 때 마저도 변종이겠거니, 라고 생각했지 그들이 인류의 조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전혀 해보지 못했다. 우리의 모습이 가장 이상적이고 합당한 것이라 믿었기 때문일까.

하여튼 이 확고한 믿음, 그러니까 지구 상의 호모 사피엔스들의 등장이 인류의 시초였다는 것을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신작 3인류에서 산산이 조각 내어 그만의 세상을 재창조 하고 있다.

어쨌거나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과거의 인간과 미래의 인간 사이에 있는 과도기의 종이다. 미래의 인류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우리가 만들어 내야 한다. –본문

2권이 끝인가, 싶었는데 마지막에 ‘1부 마침이라는 글귀가 조만간 2부의 이야기가 진행 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 베르나르의 이야기는 언제나 읽을 때마다 내가 상상하던 것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있기에 읽을 때마다 그의 무한한 상상력에 압도되곤 하는데, 이번 제 3인류는 이전 그의 작품이었던 개미’, ‘파피용’, ‘나무등의 작품이 총 집결한 듯한 느낌이었다.

 다비드 웰즈의 할아버지인 에드몽 웰즈는 개미 연구의 장인이었으며 그는 거인족의 문명을 믿고 있는 사람이었다. 에드몽 웰즈의 아들, 샤를 웰즈는 남극에서 그 거인족을 실제 마주하게 되고 그들의 문명이 우리 인간에게 되물림 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찌 보면 인류 역사상 가장 획기적이면서도 위험한 발견을 한 그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고로 이 모든 것이 그의 기록 속에 묻히게 되는데 이 소설 속의 주인공 중 한 명이자 샤를 웰즈의 아들인 다비드 웰즈는 소형화를 통한 진화의 모습을 연구하게 되면서 피그미들을 만나러 가게 되고 그 곳에서 누시아를 만나 엄청난 프로젝트의 일원이 된다.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오로르 카메러 박사는 아마존의 여성호르몬에 의한 면역체계가 어떻게 강화되는지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되는데 그녀 역시 그의 아버지인 토마 펠그랭의 영향을 받아 프로젝트에 진행하게 된다.

 우리가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가? 알이야! 난생을 하면 대리모가 없어도 돼. 알이 부화하도록 온기를 제공하는 장치만 있으면, 우리가 태아의 발달을 지켜보면서 모든 것에 쉽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야. 따지고 보면 임신한 여자는 배 속에 알을 품고 있는 셈이야. 양수로 가득 찬 주머니, 그게 인간의 알이야 본문

 프랑스 대통령 드루앵과 오비츠 나탈리아 대령의 조우로 인해서 위의 주인공들과 함께 이들은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게 되는데, 이들은 우리 이전의 인류였던 호모 기간티스들이 호모 사피엔스를 창조해 냈듯이 현 인류의 1/10 사이즈인 17cm 가량의 에마슈를 탄생시킨다.

 그들은 뛰어난 재능을 지닌 학생들이었다.

 나는 그 섬을 <나의 실험실>이라고 명명했다.

 그들은 저희 자신을 <사람>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은 특혜를 누리게 되었고 그들과 더불어 새로운 역사라 시작되었다. –본문

  1대 인류였던 호모 기간티스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소통하는 인류였다. 그들의 키는 우리의 10배 정도인 17m 정도였고 기간티스들은 우리의 문명보다도 훨씬 더 높고 진화된 그들만의 인류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그들보다는 조금 더 작은, 또 다른 인류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태어나게 된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인 것이다.

 저들은 마치 저희가 우주의 지배자들인 양 착각하고 있다. 그러다가 모래알보다 작은 적이 갑자기 나타나니 모두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저들은 천연자원의 소비를 줄였다. 숲을 파괴하거나 아무 데나 마구잡이로 구멍을 뚫어 대는 짓을 삼가고 있다. 핵폭탄을 터뜨리는 짓도 이제는 하지 않는다.

 저들은 속절없이 멸망해 가고 있다.

 , 저들을 구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가 저들을 구해주면, 저들은 또다시 나의 검은 피를 빨 것이고 내 기억을 소멸시킬 것이다. 그렇다고 저들을 구해주지 않으면, 나는 장님에다 귀머거리가 된다. 고약한 딜레마다. –본문

 현재 우리의 인간은 지구와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다. 모든 소통은 기간티스들을 통해서 이뤄졌으며 기간티스들은 지구와의 협력을 통해서 유일한 지구를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지구를 지키기 위해 호모 기간티스들이 만들어 낸 두 번째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들은, 호모 기간티스를 배신하고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게 된다.

 현세의 인간에게 있어서 지금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고 합리적인 세상을 이룩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산업화를 지나 급속도로 성장한 우리의 모습은 진보란 이런 것이다, 를 스스로 표명하는 듯한 자부심마저 느끼게 된다.

 하지만 난 그렇지 않다. 나는 영원히 늙어 가는 대신…. 생식 능력이 없다. 나만 그런 특성을 지녔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뜩하고 무섬증이 일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태양계, 아니 우주는 어떻게 될까?

 내가 죽으면 생명이 사라지리라.

 내가 죽으면 지능이 사라지리라.

 내가 죽으면 의식이 사라지리라.

 남는 건 공허뿐, 우주에는 침묵과 어둠만이 가득하리라. –본문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고통 속에서 바라보고 있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지구. 그저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으로만 알고 있는 지구는 스스로 생각하고 인지하고 지구 안에 일어나는 모든 것들 것 알고 있다. 하나의 광물로 가득한 행성이 아닌 오롯이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존재하는데 이것이 이 책 속의 주요한 흐름을 뒤집는 하나의 틀이 된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 지구는 인류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하여 아무런 죄책감 없이 지구의 것을 빼앗아 가는 동안 지구는 끊임 없이 그만해라고 외치고 있지만 제 2인류인 우리는 지구의 외침을 들을 수 없다. 그리하여 지구는 인류에게 나름의 복수를 위해 거대한 기상 이변을 만들어 내거나 인류가 그 동안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러스를 퍼트림으로서 자신을 위협하는 인류의 수를 어떻게든 줄이려 하고 있다.

  1대 인류인 호모기간티스가 창조해 낸 자신들의 1/10 크기인 호모 사피엔스. 그 제 2인류가 자신들의 1/10 크기로 만들어 낸 제 3인류인 에마슈들. 그리고 지구.

 신체의 크기를 줄여서 위험에 대처하는 것은 8천 년 전에 거인들이 사용한 방법인데, 저들이 그런 해결책을 다시 찾아 낸 것이다. 사실 인간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은 바람직한 일 일 수도 있다. 인간들은 나의 모든 표면을 침범해서 갖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그들의 크기가 줄어들면 내게는 그들이 훨씬 덜 성가실 것이다. 크기가 10분의 1로 줄어들면, 그만큼 천연자원과 식량의 소비도 감소할 것이고, 수명도 짧아질 것이다. 요컨대 나를 침해하는 일이 현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본문

 앞으로 이들이 어떠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게 될 것인지 사뭇 기대된다. 자신들의 신이라 여기고 있는 인간이 에마슈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단 하나의 에마슈는 또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 낸 제 3인류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인지. 우리는 우리가 그러해왔든 에마슈들에게 또 다른 배신을 당하지는 않을지 등등 무한한 가능성을 열고 마무리 된 이야기의 다음 편을 빨리 읽어볼 수 있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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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 베르나르 베르베르저

 

 

독서 기간 : 2013.11.0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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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들 - 역사 테마 소설집 바다로 간 달팽이 9
강기희 외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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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만 보고서는 이 안의 내용을 그 누구도 가늠하지 못할 것이다. 그저 벌레, 라는 곤충에 대한 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우리네 역사 속에서 아스라히 사라진 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카프카의 변신이라는 소설과 같이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내일이 되면 적이 되고 마치 벌레와 같은 존재로 전락해 버리는 상황을 빗대어 만든 제목이었는데 이것은 미선이와 효순이 사건을 둘러싼 우리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바야흐로 2002년 월드컵으로 뜨거웠던 붉은 악마의 물결을 뒤로 하고 조용히 하지만 강하게 그 존재를 드러내는 수많은 촛불들이 모여있다. 아직 그 꽃이 만개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아스라히 사라진 두 소녀의 죽음을 앞에 두고 정치적인 접근들은 사실상 미군과 우리나라가 아닌 우리 국민들 간의 대치 상태를 만들었고 그 대치 국면에 있는 이들은 서로를 벌레처럼 인식하고 있었다.

 세상을 옳고 그름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권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는 현실, 그런 완강함으로 상식에 기초한 판단까지도 인정하지 않는 현실을 그려 보인다. 자신과 다른 생각은 벌레 보듯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태도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열린 마음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본문

 이러한 사태는 비단 오늘날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도 마주할 수 있다. 바로 동학농민운동의 현장에서 인데 지금으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평등사상에 입각한 그들의 외침인,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모토는 그 당시의 기득권층에게 있어서는 뿌리 뽑아야 하는 위험한 사상이었으며 휘청거리는 나라는 외세의 손아귀에 쥐락펴락하는 동안 동학의 농민들은 반란의 주역이자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동학당에서 뭘 배웠는가?”

사람은 태어남에 있어 차별이 있을 수 없으며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배웠소.”

조선에서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척양척왜, 당신들이 조선을 떠나면 이루어질 것이오.” –본문

 이 모든 것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려야 했던 힘있는 자들, 혹은 이러한 기회 속에서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 하던 이들은 당시 힘없는 자들에게 모든 화살을 돌리고 있었다. 함께 힘을 모아도 부족할 시간들 속에서 그들은 자국민들을 향해 총칼을 겨누었으며 그들 중 민보단은 동학을 넘어서 제주 4.3 사건에도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동생한티 그런 말 듣자고 허는 게 아니라. 고향 버리고 나가 불면 소임이 다 끝나는 거라? 내가 동생네 심정을 모르는 게 아니라. 고향이서 그 미친 바람을 겪은 사름이 어디 한둘이라? 오라방도 그때 산에 들어강 쫓겨 다니다 겨우 살아난 사름이라. 나도 자이 어멍네를 생각하민 가슴이 아픈 사람이라. 경해도 어떵혀. 고향 버린다고 잊어질 일이 아니면 서로 보듬고 곹이 살아야주.” –본문

지슬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된 4.3 사건은 제주라는 들 푸르고 아름답던 섬 안에 녹아있는 너무도 안타까운 사건을 알게 해주었는데, 정치적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발생된 민간인 학살 사건이다. 그저 누군가의 어머니요, 아버지이자 자식들이었던 평범한 이들은 무차별적인 사태로 인해 희생당하게 되었으며 그렇게 사라진 이들은 소리소문 없이 암매장 되는 것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국제법상 전쟁 중일지라도 금지하고 있다는 제노사이드(집단 학살)의 대표적인 사례가 제주 4.3에서도 자행되었다. 북촌리 주민 300명이 집단 학살된 사례가 그것을 말해 준다. 제주 땅을 밝아 보면 안다. 뼈아픈 학살의 흔적들이 그 아름다운 섬 곳곳에 남아 있음을. 4.3으로 인해 제주도민 3만여 명이 희생되었고, 전통 가옥의 90퍼센트가 소실되었다. –본문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속에 스며들어 있는 과거의 역사에 대해서 모른다고 한들 사는데 별 문제가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꽃이 만발해 있는 그 들녘에는 아무 이유 없이 목숨을 잃어야만 했단 이름 모를 누군가의 한이 담겨 있고 누군가는 그 꽃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모른다. 내가 겪은 것이 아니기에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이전의 그들이 지나왔던 길을 통해서 현재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기에,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담기에는 너무도 아담해 보이는 책은 그 안의 사건들을 되살아 내는 생명력을 띄고 있다. 죽은 역사를 통해서는 그 누구도 오늘을 살고 미래를 꿈꿀 수 없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책을 통해 우리를 되찾고 싶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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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소설 속 역사여행 / 신병주, 노대환저

 

 

 

독서 기간 : 201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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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가게
이지민 지음 / 생각과사람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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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그 안에 있는 우리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그 뜻을 구하는 철학이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작아지는 게 사실이다. 어렵다, 딱딱하다, 난해하다 등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철학과의 조우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쉬이 친해지기 힘들게만 느껴진다.

이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나뉘어있으며 각 장에는 부제가 붙어있다.

1.     형이상학, 무엇

2.     인식론, 무언가에 대해 알 수 있는 것

3.     가치, 무언가에서 중요한 것

4.     언어와 의미, 무언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 본문

철학가게라는 제목에 매료되어 이런 가게가 있다면 대체 무엇이 있을까? 라는 호기심에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볼 것만 같은 호기심이 이 책을 선택하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었는데, 사실 위의 4가지 부제를 보는 순간 또 다시 얼어붙어 버렸다.

 형이상학이라는 단어만 보아도 느껴지는 철학이라는 빠져나갈 수 없는 그 묵직한 느낌은 중, 고등학교 때 마주했던 것과 다름없이 여전히 버겁게만 느껴진다. 과연 이 책 읽어나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계속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처음의 그 얼어붙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 내려 어느 새 이 책 속에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여느 철학을 다루고 있는 책과는 다르다. 철학자들을 논거하고 그들이 주장하는 것들이 어떤 것이었으며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빼곡히 적혀 있는 책들과는 달리 이 책 속에서는 상황에 따라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철학 속에 등장한 도넛 하나. 도넛을 보면서 안에 어떤 크림이 들어있다거나 혹은 크기가 어느 것이 더 크다든가, 때론 가격이 얼마인가 만을 고민했던 나에게 이 책 속에서는 도넛 자체가 아닌 도넛이 품고 있는 구멍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단 한번도 고민해 보지 않았던 도넛의 구멍. 그것은 철학이란 어려운 말들과 복잡한 문장으로 구조화되지 않아도 우리 주변 곳곳에 충분히 잠식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

 구멍이라는 이 하나를 가지고 꽤나 오랜 동안 씨름을 해 본다. 구멍은 도넛의 일부인가, 라는 질문에서부터 일부이다, 아니다, 라는 찬반을 가지고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구멍이 실재 하는 것인 것, 라는 질문과 그 다음페이지에 묻고 있는 우리가 도넛을 먹으면 구멍도 먹는 것일까요?’ 라는 우스꽝스럽지만 또 생각하는 질문들이 계속 되고 있다 

 조금 더 페이지를 지나다 보면 아이스크림에 대한 물음 역시 나오게 되는데,

1.     파란색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무슨 맛일까?

2.     아이스크림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은 무슨 말일까?

3.     아무 맛이 안나는 아이스크림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아무 맛이 안 나는 음식이나 음료가 존재하는가?) –본문

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파란색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민트초코 맛일 것 같고, 아이스크림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은 어린 왕자에게 그려줬던 검은 상자 속 양과 같이, 자신이 가장 원하는 아이스크림 맛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참 단순하게만 세상을 바라보는 구나, 라며 피식 웃음이 난다.

가장 재미있던 질문들은 진의 관점이라는 내용이었는데 교통사고의 80%는 청바지를 입은 사람 때문에 발생했고 60%는 음주 운전자 때문에 발행했다는 통계를 시작으로 질문이 시작된다. 음주 운전자보다도 높은 수치인 청바지를 입은 사람들 때문에 발생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청바지를 입지 말라는 진의 충고는 어불성설처럼 느껴진다. 청바지가 그만큼 대중화 되어 있기에 청바지 입은 사람들이 많은 것이지 청바지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질문은 다시 더 확장되어 성공하는 사람들의 집에는 책이 많다는 통계가 있는데 성공하기 위해 집에 책이 많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 있다. 진의 관점과 더불어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가 아닐까? 라는 생각과 함께 점점 더 깊은 생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혼자 읽기에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 책은 혼자 읽기 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그렇게 하면 훨씬 더 즐거우면서도 더 많은 생각들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철학이라는 딱딱하면서도 진부할 것만 같은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다면 이 철학가게로 누구든 초대하고 싶다. 이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어느 새 철학은 당신의 머리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는 재미있는 놀이가 되어있을 테니 말이다.

  

아르's 추천목록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 / 김용규저

 

 

독서 기간 : 2013.10.31~11.0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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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미술관 - 명화와 심리학으로 성경 인물을 만나다
최승이 지음 / 포이에마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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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이 책을 검색해 보면 종교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실상 책을 읽으면서는 이 책이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기 보다는 심리학 쪽이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되었건 이 책이 분류되어 있는 것은 종교파트이다.

성경 인물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원형상이다. 그들은 기독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역사 속에서, 개인 안에서 다양한 얼굴로 살아간다. 책에서 소개한 화가들의 삶과 그림은 성경 인물이 우리 안에서 영원히 살아간다는 진실을 보여준다. 화가의 이야기는 거울이 되어 현재를 사는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 성경 인물을 만난다는 것은 내 안에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본다는 뜻이다. –본문

 현재 교리공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경에 대한 내용을 잘 모른다. 일반적으로, 딱히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알 수 있는 내용들, 흔히 알려진 것들에 대해서만 알고 있기에 이 책을 통해서 성경에 대해 배워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 바람과는 달리 성경 속에 비춰진 우리네 모습들에 대한 접근이 더 두드러져 있고, 미술관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명화들의 등장보다는 심리 상담의 현장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원하고자 하는 방향에서 틀어졌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럼에도 꽤나 즐겁게 책을 읽은 듯 하다.

 성경 속에는 아름다운 이야기만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 그 안에는 우리의 삶과 동일하게 수 많은 역경과 배신, 음모 등도 함께 담겨 있었고 그리스 신화처럼 이들의 이야기도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기에 우리는 이 안에 담겨 있는 것들을 보며 우리를 바라보게 된다.

다른 인간관계와 그 안에 연결된 다양한 경험들이 함께 맞물린다. 그래서 모녀관계는 자녀의 성장과 발맞추어 변화해야 한다. 이때 어머니가 딸과의 동일시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모성은 딸의 발목을 붙잡는 늪으로 변질한다. 딸은 주체적 시선을 잃은 채 어머니라는 렌즈를 통해서만 세상을 보게 된다. 어머니와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두렵기 때문에 늘 어머니와 같은 생각, 같은 느낌, 같은 판단을 한다. –본문

 살로메는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었지만, 그녀의 육체를 비롯한 정신은 그녀의 어머니에게 속박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그녀의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춤을 추고 움직이며 그녀의 어머니가 바라는 것을 자신이 바라는 것인 듯 투영시키고 있는 것이다. 요즘이었다면, 마마보이 또는 마마걸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이들은 어머니와 자신과의 탯줄이 끊어지고 각각의 독립된 개체가 되어 독립성을 가지고 자신들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끊어진 탯줄을 다시 이어 붙여야만 그들이 살 수 있다는 듯이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의존하고 있었고, 이러한 모습을 어머니는 자식에 대한 애정으로 포장하여 합당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또한 동정녀이자 세상의 지극하신 어머니의 표본으로 보이는 마리아에 대한, 그녀의 지극이 일반인들과 같은 모습들을 보며 여성에 대한 테마를 마치고 그 이후 남성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아담은 하와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선악과를 따 먹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뱀의 유혹에 넘어가 인간이 저지르게 되는 최초의 죄이자, 원죄에 해당하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 선악과를 먹은 아담은 화와의 이야기로 이 모든 사건의 개요가 되기는 했지만 그 뒤에는 아담의 또 다른 뜻이 있었던 것이라 밝히고 있다.

흔히 하와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하지만, 한편으로 아담은 하와의 결정에 휘둘리는 부실한 존재라는 것 역시 사실이다. 표면적으로 하와는 아담을 유혹한 것이 맞지만, 내 생각에 아담을 유혹한 결정적 요소는 하와가 아니다. 하와의 말을 듣고 선악과를 먹기로 결심하게 한 아담 내면의 그 무엇이다. 그것은 뱀을 통해 건드려진 자신의 숨겨진 욕망이다. ‘눈이 밝아 선악을 알게 되어 하나님과 같아진다는 권력과 힘에 대한 욕망이다. –본문

살로메와 같은 비극적인 운명은 한 아버지에 의해서 동일한 남편을 공유해야만 했던 자매의 불운한 운명으로 클라이막스에 다다르게 된다. 그녀들의 아버지 라반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물이다. 아니, 이기적을 뛰어넘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비정한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가 왜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 성경에서 자세히 기술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의 딸들인 레아와 라헬은 평생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살아야만 했다. 이는 현세에 존재했던 프리다 칼로의 생애에서도 비슷하게 마주할 수 있는데 그녀의 남편이었던 디에고는 칼로의 자매와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나와 동일하면서도 나와 다른 자매를 품은 자신의 남편을 보며 자신을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그린 <두 명의 프리다>를 보면서 이 처절한 삶의 굴레가 누군가의 현실이었다는 사실이,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야만 했던 그들의 삶에 대한 자맥질이 한스럽게만 느껴진다.

그토록 경멸하는 그/그녀가 가진 특성들이 실은 내가 외면해버린 내 그림자임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레아와 라헬은 서로에게 투사하는 두 사람이면서 동시에 의식과 그림자로서의 한 사람이다. –본문

 개인적으로 심리학에 대한 내용들을 좋아하는 터라, 성경을 통해 인간의 내면의 상을 밝혀보는 것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인간의 군상이 이렇다는 것에 대한 실체를 마주해야 하기에 씁쓸한 것도 없진 않지만, 이마저도 우리의 모습이라니. 어쩌겠나, 우리가 이렇다는데. 우리 안에 있는 상처들을 바로 보지 못한다면 외향을 아무리 아름답게 가꾼다고 한 듯 그것은 빛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봐야 할 것이다

  

아르's 추천목록

 

 

최고의 멋진 인생을 사는 법 / 나이토 요시히토저

 

 

 

독서 기간 : 2013.10.28~10.3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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