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검색해 보면 “종교”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실상 책을 읽으면서는 이 책이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기 보다는 심리학 쪽이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되었건 이 책이 분류되어 있는 것은 종교파트이다.
성경 인물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원형상이다. 그들은 기독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역사 속에서, 개인 안에서 다양한 얼굴로 살아간다. 책에서 소개한 화가들의 삶과 그림은 성경 인물이 우리 안에서 영원히 살아간다는 진실을 보여준다. 화가의 이야기는 거울이 되어 현재를 사는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 성경 인물을 만난다는 것은 내 안에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본다는 뜻이다. –본문
현재 교리공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경에 대한 내용을 잘 모른다. 일반적으로, 딱히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알 수 있는 내용들, 흔히 알려진 것들에 대해서만 알고 있기에 이 책을 통해서 성경에 대해 배워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 바람과는 달리 성경 속에 비춰진 우리네 모습들에 대한 접근이 더 두드러져 있고, 미술관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명화들의 등장보다는 심리 상담의 현장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원하고자 하는 방향에서 틀어졌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럼에도 꽤나 즐겁게 책을 읽은 듯 하다.
성경 속에는 아름다운 이야기만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 그 안에는 우리의 삶과 동일하게 수 많은 역경과 배신, 음모 등도 함께 담겨 있었고 그리스 신화처럼 이들의 이야기도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기에 우리는 이 안에 담겨 있는 것들을 보며 우리를 바라보게 된다.
다른 인간관계와 그 안에 연결된 다양한 경험들이 함께 맞물린다. 그래서 모녀관계는 자녀의 성장과 발맞추어 변화해야 한다. 이때 어머니가 딸과의 동일시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모성은 딸의 발목을 붙잡는 늪으로 변질한다. 딸은 주체적 시선을 잃은 채 어머니라는 렌즈를 통해서만 세상을 보게 된다. 어머니와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두렵기 때문에 늘 어머니와 같은 생각, 같은 느낌, 같은 판단을 한다. –본문
살로메는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었지만, 그녀의 육체를 비롯한 정신은 그녀의 어머니에게 속박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그녀의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춤을 추고 움직이며 그녀의 어머니가 바라는 것을 자신이 바라는 것인 듯 투영시키고 있는 것이다. 요즘이었다면, 마마보이 또는 마마걸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이들은 어머니와 자신과의 탯줄이 끊어지고 각각의 독립된 개체가 되어 독립성을 가지고 자신들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끊어진 탯줄을 다시 이어 붙여야만 그들이 살 수 있다는 듯이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의존하고 있었고, 이러한 모습을 어머니는 자식에 대한 애정으로 포장하여 합당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또한 동정녀이자 세상의 지극하신 어머니의 표본으로 보이는 마리아에 대한, 그녀의 지극이 일반인들과 같은 모습들을 보며 여성에 대한 테마를 마치고 그 이후 남성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아담은 하와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선악과를 따 먹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뱀의 유혹에 넘어가 인간이 저지르게 되는 최초의 죄이자, 원죄에 해당하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 선악과를 먹은 아담은 화와의 이야기로 이 모든 사건의 개요가 되기는 했지만 그 뒤에는 아담의 또 다른 뜻이 있었던 것이라 밝히고 있다.
흔히 하와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하지만, 한편으로 아담은 하와의 결정에 휘둘리는 부실한 존재라는 것 역시 사실이다. 표면적으로 하와는 아담을 유혹한 것이 맞지만, 내 생각에 아담을 유혹한 결정적 요소는 하와가 아니다. 하와의 말을 듣고 선악과를 먹기로 결심하게 한 아담 내면의 ‘그 무엇’이다. 그것은 뱀을 통해 건드려진 자신의 숨겨진 욕망이다. ‘눈이 밝아 선악을 알게 되어 하나님과 같아진다’는 권력과 힘에 대한 욕망이다. –본문
살로메와 같은 비극적인 운명은 한 아버지에 의해서 동일한 남편을 공유해야만 했던 자매의 불운한 운명으로 클라이막스에 다다르게 된다. 그녀들의 아버지 라반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물이다. 아니, 이기적을 뛰어넘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비정한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가 왜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 성경에서 자세히 기술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의 딸들인 레아와 라헬은 평생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살아야만 했다. 이는 현세에 존재했던 프리다 칼로의 생애에서도 비슷하게 마주할 수 있는데 그녀의 남편이었던 디에고는 칼로의 자매와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나와 동일하면서도 나와 다른 자매를 품은 자신의 남편을 보며 자신을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그린 <두 명의 프리다>를 보면서 이 처절한 삶의 굴레가 누군가의 현실이었다는 사실이,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야만 했던 그들의 삶에 대한 자맥질이 한스럽게만 느껴진다.
그토록 경멸하는 그/그녀가 가진 특성들이 실은 내가 외면해버린 내 그림자임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레아와 라헬은 서로에게 투사하는 두 사람이면서 동시에 의식과 그림자로서의 한 사람이다. –본문
개인적으로 심리학에 대한 내용들을 좋아하는 터라, 성경을 통해 인간의 내면의 상을 밝혀보는 것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인간의 군상이 이렇다는 것에 대한 실체를 마주해야 하기에 씁쓸한 것도 없진 않지만, 이마저도 우리의 모습이라니. 어쩌겠나, 우리가 이렇다는데. 우리 안에 있는 상처들을 바로 보지 못한다면 외향을 아무리 아름답게 가꾼다고 한 듯 그것은 빛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