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이라는 공간이 가족들에게는 생활의 터전이자 쉼터이면서도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기에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가족을 위한 공간이 아닐까, 싶다. 그리하여 누구에게나 없어서는 안될 이 공간은 인간의 삶을 위한 기반이 되는 요소라는 개념을 뛰어넘어 ‘집’이란 그 공간 자체만으로도 나를 대변 할 수 있는 하나의 상징과 같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언젠가 서재를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는 그저 서재를 갖는다는 욕심이 아닌 그 안에 어떠한 책들이 자리하고 있어야 할까, 라며 요즘 고민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서재는 물론이고 욕실에서부터 침실까지 가장 개인적인 공간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집이야 말로 ‘나’의 또 다른 자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일까, 집의 위생상태는 둘째치고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한 다는 것은 왠지 모르게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라서 그런지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망설여지기도 한다.
아마도 그렇기에 우리는 누군가의 친분이 있는가에 대해서 그 사람의 집에 가 보았느냐, 란 것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나는 그 누군가를 우리 집에 초대해 본적도 그렇다고 지인의 집에 방문해 본 적도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어른이 되어 갈 수록 그 장벽은 점점 두터워져 주로 밖에서 만나는 일들이 잦아질 뿐, 집들이가 아니고서는 지인의 집에 가볼 기회조차 점점 사라지고 있는 요즘 세태를 비추어보면 저자의 이 여행은 너무도 부러우면서도 어쩜 이런 아름다운 여행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부러움이 점점 커진다.
경험과 지식의 다름에서 오는 시각의 차이는 보다 다양한 해석과 상상을 가능하게 했고, 이런 다양성은 삶을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 근원이 되었다. 그것이 우리가 다른 누군가를 끊임없이 만나고 싶어하는 이유이고, 시간과 돈을 들여 기어이 길을 떠나는 이유일 것이다. 반짝이는 눈빛을 잃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이해하기 위해,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그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그리고 마침내는 서로를 껴안기 위해 –본문
새로운 이를 만나는 것에 대한 설렘. 그것은 비단 배경에서만 주는 설렘은 아니지 않을까. 하나의 공간 안에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이들과의 조우. 그것이야 말로 이 모든 설렘의 근원일 것이다.
저자는 가는 곳마다 참 따스한 사람들을 만나는 인복의 행운도 함께하는 듯 했는데 이런 이들과의 만남이 계속 될 수만 있다면 나 역시도 지금 당장 떠나보고 싶으련만, 아마도 그 역시 이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는 떨림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을 테다. 모든 여행의 시작이 그러하듯 말이다.
때로 우리가 스스로보다 더 아름다워지는 순간은 타인의 눈을 통해서이다. 보잘것없는 우리에게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발견해내고, 그것을 아끼고 사랑해준다. 그 순간 우리의 남루하고 연약한 삶은 천상의 아름다움으로 도약하곤 하는 것이다. -본문
그들에게는 일상일 하루 속에서 저자와 함께하며 만들어가는 그 소소한 즐거움들. 함께 음식을 나누고 그들의 추억을 나누고 한 공간 안에서 함께 하는 동안 그들은 서서히 닮아가는 듯 했다. 집은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처럼, 이 속에 등장하는 그들만의 집은 그 어디 하나 동일한 것이 없다. 모두 그들의 손길이 닿았으며 이제는 저자와 함께한 흔적마저 안고 있는 그들과 저자의 과거가 담긴 또 하나의 특별한 집으로 재 탄생하게 된다.
사람들의 다른 취향과 생활 방식을 살아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방식이다. 나는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의 채에 거르지 않고 그 다름을 그저 살아보았다. 그러다 보면 한두 가지쯤은 내 삶에 적용하고 싶은 것을 만나게 마련이었다. 그렇게 나는 삶의 지혜들을, 색채들을, 맛을 내 안에 담아나갔다. -본문
가는 곳곳마다 그들의 일상에 자연스레 젖어 들며 그들의 삶에 녹아 드는 것이 그의 여행 법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를 마주하는 모든 이들은 저자와 함께 하면서 내가 주인이고 그는 손님이라는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함께 해왔던 이들처럼, 참 편안한 느낌이었다.
지인도 아닌 낯선 이에게 이토록 자신의 개인적인 공간인 집, 이란 공간을 공유 할 수 있다는 것. 참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도 쉬이 해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일이다. 하지만 희한하리만치 그가 가는 곳마다 마주하는 이들은 쉬이 자신의 문을 열어주고 자신의 공간 안에 그를 맞이했다.
책을 읽으면서 그가 가는 공간에 대한 동경보다도 그를 맞이할 수 있는 사람들의 넉넉함에 더 눈길이 가게 된다. 낯선 이에 대한 열린 마음. 요새는 길을 가더라도 타인과의 눈길을 마주치는 것 조차 꺼려하는, 그야말로 타인과 나와의 뚜렷한 경계를 지는 것이 일반적이 것만, 이 책 속에 그가 만난 이들은 그 누구 하나 그런 껄끄러움을 마주할 수 조차 없다. 더 주지 못해 아쉬워 하고 더 함께 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것을 보면서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이들의 마음처럼 그들의 집도 따뜻하기에 누구에게라도 열려 있는 것이 아닐까, 란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타인의 집에 머무는 여행을 하며 나는 나 자신을 상대의 호흡에 맞추는 법을 배운다. 자고 깨는 시간을 맞추고, 같은 먹거리를 먹으며 그 사람의 방식을 고스란히 산다. 모두가 달랐지만, 배울 수 없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나는 앞으로 살아갈 내 삶에 대한 단서를 얻었다. -본문
누군가의 집에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에서 누군가 나의 공간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따뜻한 이들을 통해서 내 공간까지 훈훈하게 해주는 이들처럼 나 역시도 누군가와 이 훈훈함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