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사회 - 왜 일자리가 사라지고 실업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을까
피터 카펠리 지음, 김인수 옮김 / 레인메이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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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이 끝나고 나서 입시 원서를 넣을 때 눈치를 보는 심정으로 , 10 대의 파란만장했던 그 어려움이 이 터널을 지나고 끝이 날것이라 믿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대학을 들어서서 취업의 문턱에서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 동일한 스펙으로 경쟁을 했던 것이 입시의 관문이었다면 각자의 20 대를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 판가름 나게 되는 취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

대기업에서 올해 몇 천명의 신입사원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 그 몇 천명이라는 순번 속에 대체 나의 자리는 있는 것인지 . 내가 일을 찾듯 , 일도 나를 찾고 있다는 광고를 볼 때면 과연 그럴까 ? 라는 생각과 동시에 언젠가 헤드헌터들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가 없다 , 라는 말이 말이다 .

풍요 속의 빈곤마냥 수 많은 입사 지원자들 중에서 그들이 원하는 인재가 없다니 . 대체 이 수 많은 사람들 중에서 인재가 없다니 . 그들이 원하는 인재와 지원자들 사이의 간극이 무엇이기에 일을 원하는 사람들과 그 일자리에 적합한 사람은 누구란 말일까 .

" 문제는 일으키는 장본인인 고용주 자신이다 . 지원자가 차고 넘치는 현실에서 고용주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 그들은 실무 교육이나 교육 훈련 등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입사해서 곧바로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직원을 원한다 .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이미 그 일을 잘 숙지하고 있어야만 한다는 말이니 지원자들로서 진퇴양난의 궁지에 몰린 셈이다 . 이런 상황은 회사와 국가 경제에 피해를 줄 뿐이다 . "- 본문

기업체에서 원하는 인재라는 것은 , 말 그대로 채용 후 바로 직무를 이행할 수 있는 이를 말한다 . 대학교 때 전공을 살려 회사에 입사를 한 뒤 나름 대학에서 4 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전은 버겁기만 했다 . 3 개월이 지난 후에야 어슴푸레 직무를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었는데 전공자에게도 쉽지만은 않던 이 기로는 비전공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직무 수행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 사회란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 그저 ' 당신이 아니라면 , 다음 사람을 가져다 놓으면 되요 . 이 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많으니까요 .' 하는 느낌이랄까 . 사회는 너무 공공연히 인간의 부품화를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

문제는 수 많은 지원자들을 기업에서는 어떻게 자신들의 회사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것일까 ? 적게는 몇 십대 일 , 많게는 몇 백대 일 이상이 경쟁률이라는 것은 지원자들의 경쟁의 압박이란 의미도 있겠지만 회사의 입장에도 백옥을 골라내는 일일 것이다 . 과연 이 모든 과정이 제대로 , 합당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이 실시한 조사에 응한 직원 중 38 퍼센트는 현재 고용주가 업무를 배정할 때 해당 직원의 기술과 능력이 아닌 학력과 이전 경력만을 따진다고 대답했다 . - 본문

그들이 원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인재가 없다면 , 그들의 기준에 부응하는 이들을 데려다가 교육을 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 그렇게 한다면 회사에서 원하는 100% 의 인재를 창출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이것도 하나의 비책이 아닐까 , 라는 생각이 들 즈음에 등장한 현실은 그야말로 냉수를 들이붓는 이야기였다 .

회사들은 현재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전문 훈련을 제공할 여력도 , 새로 채용할 직원에게 훈련을 제공할 의사도 없는 듯 합니다 . 다른 회사에서 데려갈까봐 두려워하면서 말이죠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겁니다 . 더 이상 교육 훈련같은 건 없습니다 . 이미 훈련을 받은 사람은 교용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죠 !- 본문

명백히 풀 수 있는 모범 답안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우회해서만 돌아가는 이들의 심리는 대체 무엇일까 . 이미 성장이 완료된 성어만을 기다리고 있기에는 회사의 입장에서도 너무 오랜 기간 동안의 공백을 안고서 , 때로는 그들의 입맛에 맞는 완벽한 이들을 찾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것이 아닐까 . 성어가 아니라고 해도 , 치어와 성어의 중간 단계에 있는 수 많은 이들을 키워내는 것이 기업에게 , 그리고 구직자들에게 윈 - 윈 할 수 있는 것이 자명한 일인데 말이다 .

읽으면 읽을 수록 , 현재의 이 문제가 답답하면서도 어서 빨리 그들이 눈을 뜨기만을 바라면서 책을 덮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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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급은 없다 / 레그 테리오저

 

 

독서 기간 : 201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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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 지음, 서정은 옮김 / 뿔(웅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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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노벨문학상은 고은 시인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기대에 불과하고 다른 나라의 작가에게 수상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아쉽다, 하는 생각과 함께 그렇다면 올해의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작가는 누구일까? 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이제 겨우 책을 읽기 시작한 나에게 있어서는앨리스 먼로라는 이름은 낯설기만 했는데, '맨 부커상', '오 헨리 상'에 이어노벨 문학상의 영광까지 않은 그녀는 이미 유명했으며, 그녀의 작품은 늘 찬사를 받아왔다고 한다. 단편 작품에는 노벨 문학상의 영광이 빗겨가는 일이 대다수였다고 하는데, 당당히 그 상을 거머쥔, 그녀의 단편작인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행복한 그림자 춤을 함께 읽으며 이것이 노벨 문학상의 위엄이구나, 를 배워가고 있었다.

<곰이 산을 넘어오다>는 알츠하이머병에 접어든 아내를 요양소에 보낸 남편의 시선에서 바라본 내용을 담을 소설이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는 이 소설은 읽기 전부터 소개글만으로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이 아닌 실제로, 나의 외할머니와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보는 듯 했으니 말이다.

10여 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는 마지막 가시기 얼마 전, 세상과의 기억을 하나씩 놓고 계셨다. 언제나 정정하셨던 분이 하나씩 기억을 잃어가면서 삶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손녀로서 그 모습은 아련하면서도 삶 속에 이런 반전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 안타깝게만 보였다.

손녀로서의 할아버지를 잃어가는 모습과 그 곁을 평생 지켜오시던 반려자가 바라보는 느낌은 또 다를 것이다. 이 소설 속에서 나는, 한 인간으로서 사랑하는 이가 변해가는 모습을, 사랑하는 이를 보내야만 하는, 세월 속에 받아 들여야만 하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아마 이것이 나의 할머니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기억을 다 잃고 나면, 그들은 대체 무엇을 할까?

"어떤 사람들은 그냥 앉아 있죠. 어떤 사람들은 앉아서 울어요. 또 어떤 사람들은 집이 무너져라 소리를 지르죠. 모르는 게 차라리 나을 거예요." -본문

모든 것을 함께 했던 이가 자신의 눈 가득 나를 담고서도 나를 못 알아보다니. 짝사랑도 이런 끔찍한 짝사랑이 없을 것이다.

부인이 요양원에서 만난 이를 그리워하며 식음을 전폐하고 있을 때 그랜트는 부인을 위해서 그를 찾아 가게 된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부인을 보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괴로워하면서도 또 무엇이 그녀를 위한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하는 그 모습은 보는 내내 왠지 애잔하게 한다.

이 책의 제목인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은 어렸을 때 이름 획수를 가지고 하던 놀이 중 하나였다. 새비서와 이디스의 장난으로 시작된 잘못된 편지의 발송은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꿔 놓는다.

이 책을 통해서 앨리스 먼로의 이야기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뭐랄까. 불필요한 요소들은 과감히 제외하고 나서 정말 필요한 내용들만으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이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에서도 이 사건의 시작이었던 맥컬리씨는 마지막에 등장은 하는데 그는 2년 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나서 그의 장례식장에 함께 나타난 켄 부드로와 아내인 즈해너의 등장. 이것으로 이 소설의 결말은 암시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의 그녀의 서술은 짧은 이야기 속에 강한 울림은 남게 한다. 이와 함께 읽고 있는 행복한 그림자의 춤 또한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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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저

 

 

독서 기간 : 2013.11.2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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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키핑
메릴린 로빈슨 지음, 유향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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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을 읽으면서 또 다른 고전을 만났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특유의 느낌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2013년도에 출간되는 책들과는 뭔가 다른 문체라는 느낌이었다.

여동생 루실과 함께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있는 이들의 삶을 보면 평범하다, 라고는 쉬이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틀렸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상의 수 많은 빛들이 있고 그 아래 사람들이 있는 동안, 그 빛은 각기 다른 모습과 빛깔로 빛나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들의 할아버지와 엄마를 집어 삼킨 핑거본 호수를 두고서 루실과 루스 자매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고 있었다. 때론 외할머니와 함께, 그녀가 떠나고 나서는 그녀들의 자매와 함께, 마지막은 이모와 함께 말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이런 완벽한 평온이 집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사건이 그들의 생활을 통째로 뒤흔들어 놓았다. 모든 충격이 다 사라질 때까지 시간과 공기와 햇빛 속에 충격의 파문이 굽이치다가 시간과 공간과 햇빛이 도로 잔잔해지면서 아무것도 흔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기울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본문

덤덤하게 이어지는 루스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가히 이들이 있었던 이야기들이 별다른 일이 아닌, 그저 툭툭 던지듯 이야기를 하는 통에 별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그저 그들에게는 일상이고 매일 마주하는 것들이지만, 홍수가 나고 나서 이들이 살고 있는 집에만 큰 피해가 없었다며 수군거리는 이웃들의 모습을 보면, 모두 똑같이 자신들과 같이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들은 마치 이단인 듯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 하다.

만약 루실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모든 나무가 구부러지고 모든 돌이 풍화되었을 것이며, 모든 나무가지도 끊임없이 불어오는 역풍을 맞아 껍질이 죄다 벗겨졌을 것이다. 루실은 모든 것에 비위가 거슬리게 변화할 가능성을 보고 있었다. -본문

그래서 루실과 루스는 계속 숲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루스는 숲 자체가 좋아서 그래서 그곳으로 갔을테지만, 루실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편견 어린 시선에 이미 지쳐있다는 듯이. 그 모두의 눈을 피해 아무런 시선도 느껴지지 않는 숲으로의 도피를 선택했다. 결국 그녀에게 숲 마저도 위안이 되지 못하여 집을 떠났지만 말이다.

하우스 키핑이란 말이 무색하게 그들의 집은 잿더미로 남게 된다. 아마 루스와 이모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편견 속에 '이상한' 존재로 낙인 찍힌 그들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집 자체를 태워 버림으로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그들 가족을 태워 버리고자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바라는 평범한 삶은 무엇일까.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타인마저도 그 평범함이라는 잣대 속에 두려 하는 우리의 이기적인 마음은 무엇인가. 그들이 진정 지키고자 했던 가족이라는 의미를 태우게 만든, 우리의 이면을 즉시하게 한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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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 주노 디아스저

 

 

독서 기간 : 2013.11.26~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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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의 역사 - 역사 속 억압된 책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
베르너 풀트 지음, 송소민 옮김 / 시공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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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인가 보다. 무언가 억압받았을 때 오히려 더 하고 싶다는 반항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자유를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 그리하여 '금서의 역사'라는 제목만으로 이 책은 왠지 신비스러워 보였다.

프랑스에서는 감자를 퍼뜨리기 위해서 일부러 '손대지 마시오'라는 표지판과 철망을 치고서는 감시를 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하지 말라, 하면 더 하고 싶은 본능과 같은 욕망은 금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금서'라면 정치적인 목적이라든가 기득권 층이 감추고 싶은 것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방패막과 같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미 문서화 되어 있는 것을 막는 행위. 어찌되었건 흔적을 남기기 위해 만들어진 책의 유통을 금지화 시키는 이들의 진짜 목적은 무엇이란 말인가.

카톨릭교회는 수백 년 동안 비판적인 서적을 모두 금지하고 분서함으로써 오로지 자신들만의 성스러움을 주장하려 했다. 가톨릭 금서목록은 1966년에야 비로소 폐지되었다. 그와 동시에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 헝가리, 네덜란드와 같은 카톨릭계 군주 왕조들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며 권력 유지를 위해 교회의 지지를 잃지 않으려 했다. -본문

책이 완성 된 이후 그 파장 때문에 금서로 지정된 것이 대다수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책으로 탄생하기 이전에 저자의 개인적인 바람이나 혹은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식에 젖어 영원히 세상에 잠들 뻔한 책들도 꽤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도 그런 책 중 하나였고 로리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뻔한 소설이었다. 물론 발간 된 이후도 파란을 일으키긴 했지만.

도스토옙스키는 시베리아 서부 옴스크 감옥에서 살인자, 패륜아, 강도들의 집단 속에서 복역했다. <죽음의 집의 기록>이 바로 그 세월에 나은 가장 끔찍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중략) 차르의 구금은 전적으로 도스토옙스키에게 '순화'로 작용했다. 그전에도 도스토옙스키는 근본적인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위해 앞장섰다. -본문

지금 되돌아 보면 잘 이해되지 않던 통금이 있던 시대가 여성들의 미니스커트 길이를 단속하고, 장발을 잡아들였던 예전의 우리 과거와 마찬가지고 당시의 관점으로 모든 것을 관장하면서 이것이 옳다, 그르다, 라는 잣대로 판단하기 마련인 듯하다.

금서라는 금기를 마주하면서 보게 된 새로운 사실들은, 내가 상상했던 그 이상의 이유들을 마주하면서 책 속에 숨겨진 비밀들과 그 이면의 진실을 마주하는 재미가 쏠쏠한 듯 하다. 아마 이 책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나에게는 미봉책으로 남겨졌을 진실들이었을 것이다. 숨기려 하면 할 수록 그것들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그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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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금서의 문화사 / 주명철저

 

 

독서 기간 : 2013.11.26~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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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마음으로 - 생각하지 말고 느끼기, 알려하지 말고 깨닫기
이외수 지음, 하창수 엮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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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라는 타이틀보다 더 많은 수식어를 안고 있는 이가 이외수 작가가 아닐까 싶다. 16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트위터 대통령에서부터 연일 기사며 검색어에 오르는 그를 보면서 그저 기인과 같은 모습에 처음에는 호기심이 일었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사람들의 이야기 주제로 그가 등장하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 들기도 한다.

 트위터를 잠깐 하던 시절에는 나 역시도 그의 팔로워였기에, 그가 남기는 통쾌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직접 해주는 그 짧은 멘션들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했다. 그 이후 하악하악이나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을 잠깐 들춰보기는 했는데 그것마저도 단편적인 접근으로 나는 이외수 작가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없는 정도였는데, 그렇게 그저 그를 알고만 있는 사이, 그는 어느 새 모두의 멘토이면서도 또 모두의 강적이 되고 있었다.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외수 선생에 대해서 그의 언행이 옳고 그르다, 라는 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하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대중의 사랑을, 그것이 오롯한 사랑인지 왜곡된 사랑인지는 몰라도, 어찌되었건 수 많은 이들의 입게 오르내리는 이라면 무엇이 이토록 그를 도마 위에 계속 오르게 하는지에 대해 알고 싶은 욕망이 일던 찰나, 이 책은 그러한 관심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종식시켜 주는 책이 되어 주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라는 책은 이외수작가와 하창수작가의 대담을 엮은 것으로 이외수선생의 생각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이었다. 한 문장 안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녹아 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있어 그의 문학을 접하기 이전 일단 인간 이외수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그는 이 책을 이성보다는 감성으로 읽기를 권하고 있었다.

 작가가 창조자로서 세상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은 일종의 오만이다. 세상이, 세상의 만물이 작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 게 더 올바르다. –본문

 한 줄의 문장은 생성해놓기 위해서 그는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그 안에 진심을 읽고 담으려 하고 있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에 내가 쓰는 것이 곧 모두에게 소통될 수 있는 글이라며 자만을 안고 있을 법도 한대 그는 여전히 매 순간 견습생과 같은 마음을 안고 자신의 마음을 읽고 독자들이 원하는 것과의 합치를 내어 놓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서양의 예술사를 보면 늘 기존의 예술을 거부하거나 파괴하는 운동들이 일어났고 그것을 곧 창조로 보았다. 문화나 예술, 철학이 일정부분 동일한 진행방식을 갖는 게 서양의 특징이다.

나는 동양적인 것을 고집하고 싶다. 반동이나 파괴가 아니라 조화를 통해 창조에 이르는 방식이었으면 한다. 나는 온고이지신이 헤겔의 정반합보다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옛것 속에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이 많은데, 그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 진정한 예술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본문

그는 무엇보다도 사랑의 중요성에 대해 주장하고 있었는데 인간이 만물을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을 가진, 이성을 넘는 감성을 가진 존재이기에 세상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으며 이것이 곧 인간의 본성임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그들 스스로 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의식에 젖어 발전을 한다는 미명하에 얼마나 많은 파괴를 불러일으켰는지, 특히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틀림으로 보기에 전쟁마저도 불사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며 가만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인간들의 지혜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수 십 억 권의 책을 소유하고는 있으나 나뭇잎 한 장에 관한 신비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그는 급조된 영장으로 분류하며 진정한 만물의 영장이 되기 위해서는 사랑으로 가득 차있는 인간을 주문하고 있다.

 만물이 아름답다는 것은 사랑의 눈으로 보았을 때만 가능하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변화와 작용의 근원이 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을 동력으로 사랑이 지속적으로 복제된다. 이것이 우주가 존재하는 비밀이다. 사랑이 사라지면 인류도, 지구도, 우주도 사라진다. 가령 핵전쟁으로 인류가 절멸한다면, 인류를 절멸시킨 방법은 핵전쟁이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사랑의 부재다. –본문

 대담을 읽어 내려가며 이 대화 속에 합류하게 될수록,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즉 나를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언제나 편협한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4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 부분 중 수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염려되는 우주파트에 있어서도 내가 아직 모르는 세계에 대해서 다른 누군가가 경험한 것들에 대해서 혹은 그 생각에 대해서 나열하는 것을 기를 쓰고 틀렸다, 아니다, 라며 억류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아직 내가 본 세상의 크기로는 그가 본 것들을 모두 담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러한 세상도 있구나, 하면서 또 다른 세상의 존재를 인정하는 자세. 그것이 이 책을 통해서, 이외수선생을 만나며 배운 것이다.

 진리를 탐구할 때는 관측자의 위치가 굉장히 중요하다. 흔한 예로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는 걸 영원불변의 진리처럼 얘기하지만,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가령 북극에서 보면, 사방이 다 남쪽이기 때문에 해는 남쪽에서 떠서 남쪽으로 진다고 해야 옳다. 이것이 우리의 맹점이다. 모든 현상의 주체는 관측자이고, 신비적 현상의 주체 역시 관측자다. –본문

 도마 위의 생선이 놓여 있다. 이 생선을 어떻게 요리할지에 관한 결정은 생선이 하는 것이 아니라 도마 위 칼을 쥔 나의 몫이다.

 뜨거운 감자로 오른 이외수 선생에 대해서, 어떠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있든 일단 그에 대해, 그의 생각에 대해 한 번쯤 마주하고 그 칼을 휘둘러도 충분치 않을까? 개인적으로 참 즐겁게, 그리고 많은 배움을 얻어간 이 책을 통해 나는 아주 맛있는 요리를 대접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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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 이외수저

   

 

독서 기간 : 2013.11.11~11.1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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