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라는 아이
라라 윌리엄슨 지음, 김안나 옮김 / 나무옆의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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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어릴 적, 어른들의 세계를 보면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종종 있었다. 서로 사랑하기에 결혼했다지만 싸우는 부모님을 보며 대체 왜 사랑한다며 싸우는 것인지, 왜 나는 첫째로 태어나서 동생보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을 수 없는 것인지, 왜 어른들은 아이들의 생각은 들어보지도 않고 그들의 생각이 맞다고만 하는 것인지, 신호등을 파란 불이라 하며 하늘도 왜 파란색이라 하는지 등등, 어렸을 때의 나는 어른들이 이해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었으며 지금은 그러한 순간들이 점점 줄어들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선 아마도 동심을 잊고서는 어른들의 세계로 진입한 것 때문일 것이다.

 <호프라는 아이>는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로서 호프가 원하는 소원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이지만 어느 순간 닌자 그레이스로 변해서 호프를 공격하기만 하는 그녀가 아주 멀리 떨어진 대학에 들어가 1년에 한 번만 볼 수 있기를 바라거나 호프의 개인 찰스 스캘리본즈가 매번 토하지 않길 바란다거나, 셜록 홈즈를 너무도 존경하던 그가 살았다던 베이커가 221b번지에 살거나 무엇보다도 4년만에 TV에서 본 아빠와의 재회를 너무도 기다리고 있다.

 아빠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 사실, 아빠는 영원히 가버린 것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왜냐하면 일곱 살 때 나는 영원히가 일주일이라 한 달 동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나 잘못 알았던 것이다.
 
영원히는 영원히라는 의미였다. –본문

 엄마와 싸운 후로 집을 나간 아빠는 아무 소식이 없다. 여덟 살 때 아빠로부터 생일 카드가 오기만을, 아홉 살이 되던 해 아홉 살이 되는 건 괜찮은 일이야라고 쓰인 카드가 오길. 그렇게 매년 호프는 아빠의 카드가 오길 바랐지만 실상 호프의 손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며 TV속의 아빠는 활기찬 모습을 하면서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하여 아빠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자신의 상황들을 알려주며 본격적으로 아빠를 찾기 위한 바스커빌 작전을 시행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호프는 누나와 함께 라시헨 바흐 작전도 감행하게 되는데 엄마의 새 남자친구인 빅 데이브에게 아내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다. 이렇게 2가지의 작전을 펼치는 동안 그는 아빠에게 또 다른 아들이 있다는 것과 누나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 조와의 관계 때문에 크리스토퍼와 점점 어긋나게 되는 등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호프의 앞을 가로막아 하나 둘 나타나게 된다.

 거기 있는 게 파파라치라면 큰일 날 거야. 이런 일은 불법이야. 미성년자를 염탐할 수는 없다고. 아무리 나의 아빠가 유명인이라고 해도 말이야.”
 
나의 아빠?
 
너의 아빠?
 
우리의 아빠? –본문

 전전긍긍하며 조금씩 비밀을 파헤쳐가는 호프의 행보도 행보이지만 그 안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들을 보노라면 한편으로는 호프가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에게는 이 하나하나가 세상을 마주하게 되는 하나의 방법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눈물 한 줄이 뺨으로 흘러내린다. 이것이 아빠에게 하는 마지막 작별 인사라는 것을 알기에. 그렇다, 아빠는 내가 일곱 살일 때 계단에서 나에게 작별 인사를 했지만 나는 이제야 작별 인사를 할 기회를 가졌다. 그렇다고 내가 아빠를 잊을 거라는 말은 아니다. 나는 잊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아빠는 언제나 내 인생의 작은 퍼즐 조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본문

 아빠와 함께하고 싶다는 아이의 소망은 결국 오래 이뤄지지는 못했지만 호프가 아빠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는데 데이브는 물론, 데이브의 아들이자 그의 친구인 크리스토퍼, 그리고 새로 생긴 가족들이 그의 주변에 함께하고 있다.

 호프의 눈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와 그가 이 시간 동안에 아빠를 찾기 위해 벌이는 여정을 보노라면 작은 발걸음의 천진난만함에 빠져 보다가, 안쓰러워 고개를 갸웃하다가 또 어느 새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아이의 이름처럼, 앞으로의 날들에는 그의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들만이 가득하기를, 호프와 함께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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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Maisie Knew / Henry James저


 

 

독서 기간 : 2014.11.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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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간 - 일러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호세 무뇨스 그림 / 미메시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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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이야기를 책으로 처음 접한 것은 <이방인>이었으나 <시지프스 신화>는 책으로 마주하기 이전부터 그 내용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어찌되었건 이방인으로 시작된 그와의 조우는 희한하게도 거듭하면 할 수록 과연 나는 카뮈를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구심으로 키워져갔고 그래서 매번 다시 그의 이야기를 마주하곤 하지만 늘 책을 덮을 때면 이전과는 또 다른 그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금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고자 하던 나로서는 이 <일러스트 최초의 인간>은 그를 향한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기회로 보였고 그리하여 냉큼 그의 손을 잡았으며 그를 향한 물음표들이 조금씩은 줄어들 수 있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마흔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인해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된 카뮈가 마지막 그 순간을 거슬러 6개월 전부터 모든 것을 담아 그리려고 했다는 이 <최초의 인간>은 카뮈 스스로 그의 모든 것들 담으려 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물론 그가 원하는 대로 그의 모든 것을 담아 놓기 전에 미완성으로 남아버린 안타까운 작품이기는 하나, 그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 그 자신에 대해서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는 것에서 이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들의 시초이자 마지막으로 자리한 것에서 카뮈를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어봐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노벨 문학상을 탄 그이지만 그의 원고를 읽을 수 없는 어머니를 보면서 그는 어떠한 상념들이 스쳐지나갔을까. 작가로서 더할 나위 할 수 없는 영광을 누리고는 있으나 그 순간을 오롯이 함께 누릴 수 없었던 그 순간 그에게 드리워진 현실은 오히려 모든 것을 얻었지만 허망하게 느껴졌을 지 모를 일이다. 어머니로부터 전장에서 전사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아마도 그는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이 현재의 자신을 찾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는 이 여정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의 이름과 그 연대에서 몸을 뗄 수가 없었다. 저 묘석 밑에 남은 것은 재와 먼지 뿐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기이하고 말 없는 생명으로 다시 살아난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또 다시 아버지를 버려 둔 채, 사람들이 그를 던져 넣고 나서 그래도 방치했던 저 끝도 없는 고독을 오늘밤에도 여전히 따르도록 남겨 둔 채 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본문

이미 자신의 나이를 훌쩍 넘어버린 아버지의 묘지 앞에서, 자신보다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그 젊은 청년이 바로 자신의 아버지였다는 것은 아마도 직접 그 상황에 있어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그저 가늠해볼 수 밖에 없는 순간일 것이다. 아버지이지만 아버지라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자신보다 어린 어느 청년을 잃어버린 기분. 그것은 형언할 수 없는 또 다른 슬픔으로 그에게 젖어들고 있다.

열여섯 살이 되어도 스무살이 되어도 아무도 그에게 말을 해주지 않았고 그는 혼자서 배우고 혼자서 있는 힘을 다하여 잠재적 능력만을 지닌 채 자라고 혼자서 자신의 윤리와 진실을 발견해 내고 마침내 인간으로 태어난 다음 이번에는 더욱 어려운 탄생이라고 할, 타인들과 여자들에게로 또 새로이 눈뜨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 고장에서 태어나 뿌리도 신앙도 없이 살아가는 법을 하나씩하나씩 배우려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이 결정적인 익명성으로 변한 나머지 자신들이 이 땅위에 왔다가 간 단 하나의 거룩한 흔적인 지금 공동묘지 안에서 어둠에 덮여 가는 저 명문을 읽을 수도 없는 묘석들마저 없어져 버릴 위험이있는 오늘, 모두 다함께 다른 사람들의 존재에 눈뜨며 새로이 태어나는 법을, 자신들보다 먼저 이 땅위를 거쳐갔고 이제는 종족과 운명의 동지임을 인정해야 마땅할, 지금은 제거되고 없는 정복자들의 저 엄청난 무리들에 눈뜨며 새로이 태어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되듯이. –본문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넘어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했떤 당시의 사회상을 보노라면 수 많은 개인들은 자신들의 홀로 내린 뿌리를 기반으로 인해 살아남아야만 했다. 그것은 카뮈가 당면했던 모습과도 너무나 비슷한 것들이었으며 그렇게 자크가 홀로서기를 위해서 바등거리며 살아왔듯이 카뮈는 그를 통해서 홀로서기를 하고 있던 모든 이들을 '최초의 인간'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완성 작품이기에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이전의 다른 작품들보다도 좀 더 진솔한 카뮈를 마주하게 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확언을 들을수는 없지만 그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그를 마주할 수 있는 이 시간이 그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또 다른 하나의 숙제가 주는 설렘이 주어진 것이라 생각되기에 앞으로 몇 번 더 읽어보며 또 다른 길을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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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 알베르 카뮈저

독서 기간 : 2014.11.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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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
페테르 우스펜스키 지음, 공경희 옮김 / 연금술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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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한번쯤은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 당시 자신의 선택들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나 역시도 이러한 망상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순간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미 지나온 그 터널 속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아쉬움만을 남기고 앞으로 내달리곤 했는데,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인 이반 오소킨에게는 그 자신의 삶을 뒤바꿀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가 돌아오게 된다.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내가 했을 선택들이 그리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도 하거니와 당시의 나로서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택들을 했다는 생각때문에 현재의 나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아니요'라는 대답을 하곤 하지만 만약 오소킨과 같이 현재까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한번쯤은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치기 어린 그때 했던 일들을 다시는 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 테니 말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지나이다의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그는 크림반도로 그녀와 함께 떠나지 못한다. 수중에 보유하고 있는 돈도 돈이지만 그 스스로 용기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를 그리던 그는 끊질기게 편지를 보내보지만 돌아오는 소식은 그녀가 다른 이와 결혼한다는 마지막 소식이다. 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 일 수 없어 고내하던 오소킨은 한 마법사를 만나게 되면서 이 모든 것을 뒤바꿀 수 있는 기회를 마주하게 되는데 바로 현재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서 12년 전, 그가 있었던 기숙사의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는 본질적으로 아무 차이가 없어. 우리가 그 둘을 과거와 미래라는 다른 말로 표현하는 것일 뿐이야. 사실은 이 둘은 과거이면서 미래인 거야.' -본문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기 전이었으며, 그가 성적미달로 유급을 받기 이전, 베개 투척사건이 일어나던 그날로 돌아간 그는 한동안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에 대해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12년 전에 그가 했던 모습 그래도의 삶을 다시 재현하고 있다. 과거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겠노라, 라고 큰소리 치던 그가 다시금 똑같은 모습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망상이기는 하나 잠시라도 가져봤던 달달한 꿈은 오소킨을 통해서 무참한 현실로 조명되어 눈 앞에 그려지고 있다. 무언가 달라질 법도 하지만 모든 결말을 알고 있는 그는 그럼에도 여전히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

친구여, 그 덫이 인생이라고 불리는 거야. 그대가 한 번 더 실험을 반복하고 싶다면 나는 그대가 원하는 대로 해 줄 수 있어. 하지만 경고하는데 그대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거야.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만 있어. -본문

답답하리만큼 변화되지 않는 그를 보면서 시간의 태엽을 감는 것보다는 그 스스로가 변화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아무리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그 하나의 본성은 변하지 않으니 그가 가는 길은 늘 같았으니 말이다.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로서도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과거와 미래의 연결 고리인 현재를 충실히 사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텐데, 이러한 교훈적인 이야기도 좋지만은 소설에서만큼은 변화된 오소킨이 자신의 삶을 쥐락펴락 하길 바랐던 나로서는 다소 아쉬움의 남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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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 다니 미즈에저

독서 기간 : 2014.11.2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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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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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기대어 하염없이 울고 있는 여자와 그녀를 뒤 돌아서 낙담한 채 서 있는 남자가 그려진 표지를 보면서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번 작품 안에서 무엇을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 라는 호기심을 안고서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무언가 감당할 수 없을 만한 사연을 지녔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30여년의 시간을 두고서 과거가 현재의 그들을 향해 시퍼런 칼날을 휘두르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으며 과연 내가 한나였더라면,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라는 말을 계속 되뇌며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한나, 라는 자신의 이름보다도 베트남전 반대운동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교수 아버지와 화가로서 이름을 널리 떨치고 있는 어머니의 그늘에 있는 그녀는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부러운 배경을 안고 있는 행운아겠지만 실제 그녀 스스로는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것은 물론 그들에게 인정받으려 하고 있었지만 실제 돌아오는 것은 날카로운 직설들이었다.

저는 절대 결혼 같은 건 안 할래요
대학생활을 시작하기 직전 내가 엄마에게 선언하듯 내뱉은 말이었다. 엄마가 특유의 독설을 아빠에게 퍼붓고 난 직후였다. 엄마의 독설은 아빠가 자리를 피하고 나서도 계속 이어졌다. 아빠가 위층 서재로 올라가 음악을 크게 틀었고, 엄마는 그 음악소리 때문에 아무리 독설을 퍼부어봐야 허사라는 걸 깨닫고 제풀에 입을 다물었다. –본문

이 관계 속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빠르게 그녀만의 삶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있는 자리 안에서는 도무지 결혼에 대한 따스함을 느낄 수 없었던 그녀였지만 이 곳을 벗어나야만 그녀는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에 의대생 댄을 만난 후 빠르게 결혼까지 서두르게 된다. 그렇게 댄과 함께 하며 펠헴으로 이동하게 되고 점점 바빠지는 댄과 펠헴에서 쳇바퀴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한나는 다시금 자신이 속한 이 세계가 또 다시 자신을 압박하는 것을 알게 되지만 제프리의 존재가 있기에 그녀는 그 곳에서의 삶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그렇게 특별한 일이라곤 없는 펠헴에서의 나날 속에 훗날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일이 발생하게 되는데 저슨의 등장은 그녀의 삶에 있어서 며칠 동안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것을 넘어 몇 십 년 후 그녀의 삶을 통째로 흔드는 계기가 된다. 물론 당시의 그녀는 현재의 자신 앞에 있는 이 문제만이 사라지길 바라며 매일매일을 숨죽여 지내왔으며 그 결과 2003년의 그녀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도 완벽한 것처럼 보인다.

의사로서 입지를 다져온 댄, 변호사로 성장한 제프리, 펀드회사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는 리지까지. 현재 한나가 속해 있는 가정은 그 누가 보아도 부러워할 만한 곳에 살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리는 일이 발생하게 되니 그것은 바로 리지의 실종사건이다. 어느 날 사라져 버린 딸의 흔적들을 찾아 가다 보면 가족이자 어머니이기에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막연한 믿음은 점차 흔들리게 되고 게다가 그녀의 삶에 다시는 등장하지 않길 바랐던 저슨과의 일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지금까지 그녀가 지켜왔던 모든 것들이 한 순간의 물거품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인생이란 일상의 사이사이로 섬광처럼 번쩍이다가 지나가는 순간에 불과했다. 불행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설레는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나 오늘 하루를 도 즐겁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하루하루를 그저 순탄하게 지낼 수 있기만 바랐다. 물론 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어느 정도 간직해 왔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려고 애써왔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다.’ –본문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그 순간까지 한나는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 남편과 아들 모두 돌아서 버린 그 순간, 그리고 세상 모든 이들이 그녀를 손가락질 하고 있는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날 자신의 잘못을 즉시하고 마주하려 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순간 서있는 것도 버겁게만 느껴질 그 때임에도 굳건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그녀를 보며 과연 나는 그럴 수 있을까, 하는 경외심을 가져본다.

앞으로 그녀가 어디로 나아갈지 모르겠지만 그녀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길을 향해 오르는 프랑스로의 여정은 지금보다는 빛이 나지 않을까. 더 이상 날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그 순간 도약을 하려 하는 그녀의 몸짓이 아련하면서도 응원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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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데이즈 / 더글라스 케네디저


독서 기간 : 2014.11.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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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
존 그린.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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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마주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 윌 그레이슨이 포르노 가게에서 만나게 된다. 이들이 이 장소에서 만나기 되기까지의 그 과정은 또 하나의 장대한 스토리가 있는데 2미터가 넘은 키에 120kg에 육박하는 거구의 친구를 둔 한 명의 윌 그레이슨은 게이-이성애자 연합(GSA)에서 만난 제인과 함께 콘서트를 보러 가지만 아직 나이가 어린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신분증을 변조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녹록치 않게 된 윌 그레이슨이 제인과 타이니 쿠퍼를 기다리며 타이니와의 재회 속에 들려줄 이야기 거리를 찾아 포르노 가게에 발을 들이게 된다.

 미우라도 아니고 사이먼도 아니고 데렉도 아니고 엄마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이 하늘 아래 아이작 말고는 아무도 없다. 그는 나의 행복의 원천이자 그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다.
 
이것이 하늘의 계시임을 나는 믿어야만 한다. –본문

  누구에게는 시간을 때우기 위한 장소였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소울메이트를 찾으러 온 이 여정에서 마주하게 된 두 윌 그레이슨은 아이작의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이 시작이 인연이 되어 윌 그레이슨의 친구인 타이니와 아이작을 찾아 떠났던 윌 그레이슨은 함께 만나게 된다 

 그렇게 두 윌 그레이슨을 통해서 타이니와 윌 그레이슨이 가까워지고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제인과 윌 그레이슨이 가까워지게 되면서 처음에는 귀찮게만 느껴졌던 타이니의 존재가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됨으로써 느끼게 되는 왠지 모를 소외감과 늘 의기소침하고 축 쳐져 있던 윌 그레이슨은 엄마에게 자신의 동성애적인 성향을 털어놓게 되는 계기가 되는데 이 사실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할 것만 같던 엄마는 오히려 덤덤하게 아들을 이해하고 있다.

어렸을 적 아버지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 친구는 네 맘대로 고를 수도 있다. 하지만 네 코는 맘대로 파도 네 친구 코는 네 맘대로 팔 수 없는 법이란다.” –본문

  이미 지나온 10대의 시간들이지만 그때의 나도 현재는 그 무어 중요하리, 싶은 것들에 안달을 하곤 했었으니, 이 두 윌의 이야기가 피식하며 웃음 나는 것이기는 할지언정 읽고 나면은 무언가 잔잔한 위안이 되는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지금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를 그려보게 하는 유쾌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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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밸런타인 / 강윤화저

 

 

독서 기간 : 2014.11.1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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