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서른 살, 까칠하게 용감하게
차희연 지음 / 홍익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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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갓 대학에 입학한 그 때나는 세상의 모든 것이 내 것이 될 것만 같았다지긋지긋한 야간 자율학습에 벗어났고 어찌되었던 대학에는 들어왔으니 앞으로 모든 것을 내가 선택하고 내가 바라는 대로만 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당시에 갓 20대에 들어선 나는 20대 중반의 나이는 아득하게만 느껴졌고 30대라는 나이는 대체 나에게 오기나 한 것이냐며 말도 안 되는 듯 서른이라는 나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마치 세월이 나에게만 빗겨 가기라도 할 것인 냥 말이다.

 30대가 오기나 할까라며 그 존재마저 부정하고 있던 그 시기를 이미 지나온 나로서는 20대의 나의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던 것인지에 대해 깨달으며 당시 만약 내가 서른이 된다면 사회적으로의 성공은 물론 한 가정의 주인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현재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자 미혼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는 그저 꿈 같은 바람이었다는 것으로 폐부를 찌르듯 현실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그런데 30대가 되면서 어떤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연봉이나 직급에서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게다가 자기계발을 하겠다며 해외 연수라도 갔다 오면 모아놓은 돈 한 푼 없이 새 출발을 해야 합니다그러다 보니 직장에서 더럽고 아니꼬운 일을 당해도 쉽게 옮기지 못합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직장에서 미친 듯이 노력해도 남자 동기들이 먼저 승진을 합니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에 가로막히는 것이죠일 못하는 직원을 혼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노처녀 히스테리 부린다는 말 들을까 봐서요. –본문

 

 그저 서문을 읽었을 뿐인데 무언가 울컥하는 마음이 들게 된다. 29+1=30이라는 숫자 놀음에 불구하지만 30대라는 숫자는 실제 그 이상의 무게감을 전해주게 되는데 과연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 것인지 막막하면서도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해오고 있는 나에게 저자는 30대의 길목을 어떻게 지나가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을 전해주고 있다고작 3회 정도 밖에 안온 현재의 삶에 있어서 마치 이것이 마지막인 냥야구로 치면 이제 3이닝에 들어선 우리는 여전히 많은 기회가 있으며 아직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평탄하게 남들처럼 가기만을 바라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이겠지만 언덕을 넘어야 그 이후에 또 다른 언덕을 넘길 수 있듯이 어려운 난관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또 다시 일어나서 걸어나갈 수 있을 것이며 이 안에서 우리는 회복 탄력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또한 20대에는 나 홀로 내가 원하는 것들에 대해서 선택하고 철저히 혼자 부서질 수 있지만 30대에 접어선 대부분의 여자들은 아내이자 엄마라는 이름의 페르조나를 얻게 되면서 자신의 이름을 잊은 채 살아가게 된다과연 나에게 나만의 미래가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덧없는 질문을 허공에 날리고 있을 즈음 저자는 물리적인 나이를 떠나서 자신의 자아 안에 담긴 모습을 들여다보며 진실로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쟁취하기 위해서충분히 그러한 내실을 안고 있는 자신을 믿고 움직이라 말하고 있다.

 다 큰 성인이지만 감정을 억압하고 무시해 왔다면 갓난아기처럼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그렇게 시작해서 조금씩 자신에 대한 탐험을 시작하다 보면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됩니다.
 
속내를 제대로 표현한다는 것은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그에 맞는 대처를 능수능란하게 해낸다는 것입니다단순히 ‘불편하다’라는 어중간한 감정이 아닌 확고하고 확실한 감정의 종류를 구분해서 느끼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죠해소를 할 수 있을 때 해소하고버릴 수 있을 때 버리는 것은 짜증과 신경질이 아니라 제대로 속내를 내비치는 일입니다. -본문

 특히나 그녀가 알려주는 것들 중 ‘제대로 화를 내는 여자가 아름답다’라는 이야기는 개인적으로도 꽤나 필요한 것임을 알려주는 것들이었는데 늘 그저 흘러 가는 대로군소리 하지 않고 대세에 따르며 혼자 삭히는 것이 편하다 생각해서 그렇게 지내왔던 나의 모습들이 사실은 내 스스로를 잠식시키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며 건강한 나와 그로 인해 주변 역시 더 탄탄하게 변모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이제 겨우 시작이건만 왜 그 동안 나는 늘 늦었다라고만 생각했던 것일까어느 순간 지금의 다짐들이 또 무너지고 혼자 끝없이 내려 앉으려 할 때쯤이면 오늘의 이 기억을 찾아 더듬거리며 이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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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 신현림저

 

 

 

독서 기간 : 2014.11.1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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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행복 플러스 - 행복 지수를 높이는 시크릿
댄 해리스 지음, 정경호 옮김 / 이지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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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라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눈을 감는다고해서 머리 속이 하얗게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 잠시 동안의 명상에 들어가는 순간, 눈을 감고 있는 그 순간에도 혹시 회사 일 중에 빠트린 것은 없는지 집에가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잊고 있는 것은 없는지 그 짧은 순간에도 머리 속은 수 만가지의 생각들이 휘집고 다니고 있다.

누가 보아도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던 ABC News이 아나운서인 댄 해리스 역시도 나와 같이 수많은 생각들이 그를 잠식하고 있었다. 늘 앞으로 나아가기만을 고대하던 그는 조금씩 그가 잠식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늘의 자리를 지키고 어제와 같이 내달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계속해서 오늘 안에 자신을 구겨 넣고 있었다.

빨리 병명을 찾지 못하면 정신병원에 가는 길뿐이라고 레지나에게 말했다. 농담만은 아니었다. 결국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갔으니 말이다. 의사는 5분 만에 진단을 내렸다. 우울증.
나는 전혀 우울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자각증세가 없을 수도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의식이 감정과 단절된 상태에서 병증이 몸으로 나타난 경우라고 했다. -본문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고서도 그는 이 순간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스스로는 자신을 잘 컨트롤 하고 있었다 믿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그 나름대로 우울증 치료를 하고 있었다. 그것이 합법적이 아닌 불법의 선 속에서 행해진 것이긴 했지만 그는 그것이 자신안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는 것이라 굳건히 믿고 있었기에 자신에게는 별 다른 문제가 없는 것이라 믿었다. 다들 그러하듯이 사회 생활을 하면서 받는 일종의 스트레스라 믿었을 뿐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그는 이 모든 사건을 여기고 있었다. 물론 그에게 점점 증세가 나타나고는 있었지만 그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겨우겨우 방송을 해내고 있었지만은 그것은 항 우울제와 마약을 함께 복용하고 있던 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말 그대로 시한폭탄을 알고 살아가고 있던 셈이었으니 말이다.

모든 사건이 한 번에 펑하고 터지는 순간, 그는 자신의 문제를 즉시하고서 자신 안에 있는 문제 그러니까 머릿속의 목소리가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던 것들을 멈춰야 한다는 생각에 즉면하게 된다.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 나선 그에게 나타난 명상 피정의 모습들을 바라보게 된면서 그에게 있어서 이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시점이었는지에 대해서 그가 남겨 놓은 일지의 기록들을 통해서 하나하나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이제 갓 명상 수련에 입문한 사람으로서 건방진 말씀 같습니다만 사람들로부터 명상을 통해 삶이 나아졌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10% 더 행복해진것 같습니다'고 대답하곤 합니다."

"명상 수편 초보 단계에서 10%라면 상당한 성과입니다. 금전적인 이자로 볼 때 10%라는 건 정말 상당한......" (중략)

'이자에 이자가 불어나면' 그것은 곧 100% 행복해지는 상태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본문

행복해지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의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우리는 오늘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만 보고 있다. 언젠가는 도래한 그날을 위해서 왜 우리는 늘 오늘을 포기해야 하는지. 머리 속에 가득차 있는 수 많은 질문들로부터 한시도 평온하게 나를 풀어줄수는 없는지. 잠자리에 누워서도 이런 저런 생각 때문에 1시간 내에는 쉬이 잠을 들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그는 자신이 겪여 왔던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들려주고 있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신을 휘어잡는 것은 자신의 머리 속에 나는 개망나니의 목소리이지만 이제 더이상 그는 그 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확실히 알게 된 것이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곱씹으며 나 역시도 나의 행복을 위해서 머리 속의 목소리를 통제해 봐야겠다.

독서 기간 : 2015.01.0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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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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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마다 업데이트 되는 빨간책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출근길을 나서는 일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오프닝의 멘트를 듣는 것만으로도 따스함이 전해지는 이 팟캐스트의 이동진씨과 적임자 김중혁 작가를 실제 본 적은 없지만 이미 수십회를 함께 해왔다는 것만으로 이미 그들을 익히 알고 있는 느낌이 든다.

만담을 나누듯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조금씩 귀를 귀울이다 보면 어느 새 한 편의 책이 내 안으로 들어와 있는 이 팟캐스트를 그래서 매주 기다리고 또 듣고 있는 것일게다. 편안하게 듣고 웃고 하다보면 금새 한 편의 이야기가 전해지니 말이다. 늘 어떠한 책을 이야기 나눌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 순간을 즐기듯 이야기 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듣는 이들에게도 편안하면서도 그들의 말하는 책으로의 유혹을 끊임없지 던지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게 된다. 분명 활자로 읽어내려가고 있지만 목소리가 들려지기에 읽는 동안에 계속 팟캐스트를 듣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이 안에서 전해지는 책들은 늘 맹신하고는 있지만 유독 그들의 목소리를 들뜨게 하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노라면 벌써부터 책에 대한 설렘이 고스란히 전해지게 된다. 그렇게 그들을 설레게 했던 책이 이 안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이미 팟케스트로 다루었던 이야기들이지만 그안에 다 담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함께 담아 놓았기에 팟캐스트 애청자들에게는 더욱 기다려지는 책이 아닐 수 없었는데 이언 매큐언의 <속죄>를 이제서야 읽고서는 주변 지인들이 원망스러웠다 말했던 김중혁작가의 목소리에서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서 무한한 애정을 가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까지 정신없이 이야기는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드라마에서 악역을 연기한 배우를 실제로 보고 저 나쁜 놈하고 손사갉질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 왜 드라마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냐고 하겠죠. 그런데 소설가들한테 그거 실제로 겪은 일이냐고 묻는 일이 맣아요. 그렇게 허구와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고 혼동한다는 것, 그것이 사실 이야기의 핵심이라는 거예요. 독자들은 어떤 소설을 읽으면서 이것이 완전히 허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마찬가지로 정말 일어났던 일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닫는 거죠. 바로 그 성격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힘이 아닐까, 거기에 윤리적인 문제도 포함되구요. -본문

단지 소설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소설가에게 던져지는 질문들, 소설가의 윤리에 대한 이야기도 진지하게 들려주고 있는데 그들이 창조해낸 새로운 인물들에 대해서 소설가들은 윤리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에 대한 끊이지 않을 문제는 수 많은 소설가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고뇌하게 만드는 문제였다.

이언 매큐언의 <속죄>를 넘어 홀든 콜필드의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한 이야기는 그 동안 풀리지 않던 미스터리가 파헤쳐지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고서 대체 무엇을 느껴야 하는 것인지, 그 안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인지, 그리하여 수 많은 이들의 입을 통해서 회자되는 것인지에 대한 것인지, 그야말로 고전이라 일컫는 이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그들은 허심탄회하게 전해주고 있다.

그런데 그 아이가 굉장히 위태롭게 차도 쪽에서 걸어가고 있었죠. 같이 있는 부모는 그 아이에게 신경쓰지 않고 있구요. 그때 그 여섯 살짜리 아이가 부르는 "호밀밭 사이를 가다가 눅누가를 만나면" 하는 노래를 듣게 된 건데 그 경험이 굉장히 강했던 거예요. 그러다가 피비를 만나 "오빠는 도대체 되고 싶은 것이 뭐야?"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낮의 그 경험이 다시 떠오른 거죠. -본문

단 하루만에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했지만 그 여운은 계속되고 있는 이 안의 이야기들을 올 한해 동안에 모두 마주해보려한다. 늘 듣기만 하고 주문만 해 놓고서 덮어두었던 이 이야기들을 올해는 기필코 그들의 이야기와 실제 공감하며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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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등에 베이다 / 이로저

 

독서 기간 : 201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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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의 편견 - 열 개의 오해, 열 개의 진심, 김태훈 인터뷰집
김태훈 지음 / 예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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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마주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 동안에는 알 수 없었던 한 인간에 대한 모습과 그 안에 매력들을 찾아보게 된다. 그러니까 이전에 그는 나와는 별로 상관없었던 이였으며, 잘 알지는 못하지만 찰나의 모습으로 그에 대해 알고 있다고 느꼈던 편견은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 실제 누군가를 마주하게 되면서 그에 대한 선입견이 무너지게 되고 그 순간 그는 이내 또 다른 사람으로 내게 다가오게 된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과연 이 사람이 내가 생각했던 그러한 사람일까, 라는 생각의 설렘과 호기심, 약간의 두려움이 동반하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요 근래에 읽었던 인터뷰 집은 내가 만나지 못하는 그들을 활자로나마 마주하고 그들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는 것에서 다른 책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전해주는 듯 하다.

예전에 한번 승범(류승범)이가 양조위랑 뮤직비디오를 찍고 나서 양조위 같이 멋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하니까 박 감독님이 너는 세상에서 가장 침을 잘 뱉는 배우야라고 하셨거든요.(웃음). 그러니까 영역을 다르게 생각하면 편한 것 같아요. 지금 우리 사무실이 외진 데 있지만 월세 비싼 강남에서 우아 떨면서 살려고 하면 답이 안 나와요. 1년에 하나씩 터지는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가 계속 나와야 우아를 떨고 살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걸 다 포기하고 그냥 천호 암사지역에서 전주식당 형님들하고 편하게 놀면서 나 하고 싶은 거 할래 이렇게 생각하니까 조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본문

영화감독인 류승완을 브라운관이 아니고서야 마주할 수 없을 내게 그의 진솔한 면이 활자로 전해지고 있다. 그의 유년시절이 어떠했고, 그가 어떠한 길을 걸어왔으며 그가 만드는 영화들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안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 따윈 없이 그저 그를 영화를 통해서만 바라봤던 나는 무언가 온화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강인한 느낌의 영화들을 보면서 그의 영화는 선이 굵은 것들이라고만 읊조리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다분히 내 안에 그려진 그의 모습이었으며 그의 고민들을 따라가면 갈수록 그가 현재의 모습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상념들을 안고서 온 것인지에 대해 마주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매 영화마다 강한 인상으로 인식되어 있는 배우 곽도원은 타인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일단 나의 내면을 바라보고서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인식을 한 후에야 그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노라 주장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를 바라보면 볼수록 세상에 대한 관심도 깊어지며 그 깊어지는 관심이 현재의 자신을 카메라 안에 녹여내는 것이라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노라면 한 순간에 지나가는 그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 그 스스로 사투를 벌였을지, 과연 나는 그런 시간이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을 해보게 된다.

나를 가장 핍박하는 요소가 무엇일까에 대해서 장시간 명상을 해 봤어요. 그때 깨달은 것은 현재 나를 괴롭히는 것은 나의 코털이다.’ 였어요. 제가 코털을 안 깎아서 되게 간지럽더라고요. 그런데 제 주변에 벌어진 여러 가지 정황,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병이나 일들, 개인적인 심적 고통들 중에서도 지금 이 순간에 나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건 코털인 거예요(웃음) 그러니까 사람 인생이란 게 얼마나 웃기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해지는 길은 하늘에서 5조 원이 떨어지거나 우리 집 뒤편에서 황금 불상이 발견되거나, 아니면 우리 집에 길 잃은 미녀 100명이 찾아오거나, 이런 일이 아니고 지금 빨리 코털을 깎는 거더라고요.(웃음)- 본문

개인적으로 빨간책방의 팟캐스트를 통해 먼저 만났었던 정유정 작가를 다시금 만난 것은 물론 이제는 고인이 되어 버린 신해철을 이 안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곤 했는데 유쾌하면서도 그 나름의 신념으로 지내고 있던 그에 대해서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더 많이 알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나에게는 마왕이라는 이름만 남기고 떠나버린 그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씁쓸할 따름이다.

성석제 소설가의 최근 신작인 투명인간을 이미 읽은 터라 그가 말하는 작품 속의 이야기는 물론 그의 신념들에 대해서는 읽으며 아, 이런 의미들이 담겨 있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천명관 작가의 책을 아직 마주하지 못한 나로서는 그의 이야기들을 조금 더 깊게 공감할 수 없는 현실이 아쉽게만 다가왔다.

이 안에 담긴 이들에 대해서 이름만 익히 알고 있던 나에게 그들은 그 자신의 모습으로, 이 활자 속에서만큼은 그들 자신의 날것의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물론 아직 내가 그들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기에 그들이 나에게 오롯이 전해지기에는 장막들이 있었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그들에 대해서 조금씩 더 알아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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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남자 / 백영옥저

독서 기간 : 2015.01.0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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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 나는 우주정거장에서 인생을 배웠다
크리스 해드필드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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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나서 한동안 우주에 대한 갈망을 다시금 떠올려보았다. 이미 고등학생때 이과에서 문과로 전향을 한 상태이고 과학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줄도 가지고 있지 않은 채 10여년의 세월을 흘러왔기에 이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서 특수 상대성 이론과 상대성 이론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서 꽤나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했고 그 이후 영화를 마주한 순간 우주의 공간을 최대한 구현했다는 영상들을 보며 과연 우주에 있다는 것은 어떠한 느낌일까, 에 대한 궁금증이 실로 커져만 가고 있었다.

마주할 수 있는 것이기에 실제 우주비행사의 삶을 오롯이 살았던 크리스를 통해서 우주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몹시 설레면서도 그야말로 전혀 마주할 수 없었던 세계로의 진입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나는 자체추진장치와 조종간이 달린 튼실한 제트팩을 착용하고서 조심조심 머리를 내밀고 극소수의 인간마니 경험한 세계로 나아갔다. (만약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 사태라도 벌어진다면, 가압질소탱크로 동력을 얻는 이 추진기를 점화시켜 안전하게 우주선으로 돌아가면 된다. 우주 유영은 예기치 않은 길에서 만난, 내 삶의 정점이었다.
네모난 우주비행사에 둥근 구멍. 이것이 내 인생의 이야기다. 요약하자면, 빠져나가기 불가능해 보이는 문을 통과해 생의 목표에 도달하려고 궁리해 왔던 이야기다. –본문 P12

달에 최초로 발을 들인 닐 암스트롱을 보면서 그는 자신도 그와 같이 달을 거니게 되는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미국이 아닌 캐나다에서 태어났으며 당시 캐나다는 우주 탐사에 대해서 일정 금액 이상을 지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NASA에 입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은 모든 것이 미지수였다. 아니, 솔직히 말해 그것은 불가능을 원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내는 계속해서 그가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원하던 길이 어긋나는 경우마저도 결국은 그가 원하는 길로 가게하는 일이 되어 돌아왔는데 그는 그야말로 행운의 여신을 안고서 세상에 뛰어든 모습이었다.

가족 에스코트를 뽑을 때에는 그저 상냥하고 친절한지만 보아서는 안된다. 가족 에스코트는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이가 우주에서 죽었을 때 지상에 남은 가족 곁은 묵묵히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특히 로켓이 공중에서 폭발한 경우라면 가족 에스코트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동안 가족 곁을 지켜줘야 한다. -본문 P185

그저 우주라는 광할한 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마냥 부러우면서도 신기하게 느껴졌던 그의 모습들이 실은 그들이 안고 있는 하나둘의 문제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내게는 그저 보기에 신비롭던 그들의 모습 속에서도 실은 내가 알지 못했던 아픔들이 더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특히나 가족 에스코트 제도는 한 사람의 우주 비행사가 지구를 떠나고 나서 남게 되는 가족들을 돌보는 시스템이었는데 그저 일시적인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혹시다 돌아오지 못할 그들을 위해 남아있는 가족들을 돌보는 것까지도 준비를 한다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우주비행사라는 그 파란한 모습에만 도취되어 그들을 바라본 나의 모습이 그저 그들의 겉모습에만 매료되었었다는 것을 전해주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그들의 실체를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고서는 그저 그들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함에만 초점을 맞춰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은퇴를 하고 지구에서는 삶의 살고 있는 그가 말하는 우주비행사였던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찬란하게만 빛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닌 화려함 속에 보이는 그들의 노고를 마주할 수 있기에 읽는 내내 그들에게는 이러한 또 고난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네모난 세계를 안고서 둥그런 삶 안으로 구겨넣어야 하는 것처럼 그 역시도 언제나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 순간들을 최선을 다해서 지나왔다. 나와는 전혀 마주할 기회조차 없을 그들의 삶을 마주한 것만으도로 이 책을 마주한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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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정거장 미르에서 온 편지 / 제리 리넨저저

독서 기간 : 2014.12.18~12.2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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