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여행입니다 - 나를 일으켜 세워준 예술가들의 숨결과 하나 된 여정
유지안 지음 / 라온북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개인적 아픔을 털어내기 위한 여행길, 100여 곳의 예술가의 생가와 작업실 등을 찾아다니며 쌓인 3년 간의 치유의 경험을 담고 있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온다. “작가와 그 작품을 보다 생생하게 이해하는 데는 자서전 수천 페이지를 읽는 것보다 작가가 살던 집에서 1시간을 머무는 게 더 낫다” 이 말처럼 저자는 자신의 평소 문학과 예술에 대한 관심을 책이나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그곳에 직접 방문함으로써 자신의 몸과 영혼의 상처를 달래고 새로운 용기를 얻는 여정을 기록한 것이다.




 



초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저자가 아들과 함께 시작한 여행에서 아들과 헤어져 혼자만의 여행이 된 터키 이스탄불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장면이다. 함께하는 여행이지만 또한 저자 스스로 일어서는 과정임을 알고 있던 아들은 어머니가 여행중에 계속 자신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자 결단을 내려 어머니 혼자 여행하게 만든다. 처음엔 섭섭해했지만 이내 원래 여행의 목적을 자각하고 두렵지만 설레는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개인적 아픔이란 바로 사랑하는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것이다. 거기다 며칠 되지 않아 아버지까지 돌아가시게 되어 더 큰 충격과 아픔으로 슬픔이 더 깊어진 것이다. 시간이 흐른 후 본인의 몸까지 망가져 큰 수술을 받은 후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공부를 시작했고, 이후 남편이 생전에 유언처럼 남겼던 바람이 되고 싶다던 소원을 대신 이루기 위해 세계 여행을 계획한 것이다. 본인이 공부한 문학 창작을 결을 따라 보고 싶었던 예술가들의 집을 차례대로 방문하는 여행기는 이렇게 완성된 것이다.







책 속에 소개된 많은 예술가들의 흔적과 그에 따른 저자의 감상 혹은 깨달음은 일반적인 여행기의 차원과 비슷한 느낌이다. 다만 책 곳곳에서 남편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다시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이 책 뒤로 갈수록 선명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여행기는 시간순으로 배열되는 게 보통이겠지만 이 책은 각 장의 주제에 따라 에피소드들을 모은 것 같다. 그래서 대체로 시간순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이전 시간과 이후 시간이 연결되지 않는 부분에서 약간은 혼란이 왔다. 기본적으로 여행기는 시간이 앞뒤로 바뀌는 것보다 시간 그대로 배열하고 거기서 저자의 감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느낄 수 있는 구성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인 (양장) ㅣ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으로 SF 장르를 자주 접하는 편이 아니어서, 요즘 미디어 노출이 잦은 김초엽 작가 등의 활약을 봐도 큰 감흥이 없었는데, 천선란 작가의 『나인』 같은 작품이 꾸준히 나와준다면 머지 않아 한국SF문학에 푹 빠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작품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현실적인 설정과 비현실적인 설정의 적절한 조화와 균형, 그리고 그 안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 메시지는 비인간화되어가는 세상에 던지는 구원과 회복의 외침이다.

 

이 소설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속삭이는 잎”에서는 열일곱 살 소녀 유나인의 삶에 결정적인 삶의 변화가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변화란 바로 식물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두 개의 큰 사건이 교차한다. 하나는 주인공 유나인의 출생의 비밀(?)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해결되지 않은 채 2년이 지난 주인공 또래 남자 아이의 실종 사건이다. 1부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확인하면서 동시에 실종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단서를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장소에서 얻게 되는 것이다.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1부에서 묘사되는 배경의 이미지는 오염된 땅, 그곳 66제곱미터의 공간에 세워진 화원(이 화원은 어떤 식물도 되살아나는 마법 같은 공간이다), 실종된 선배, 손톱 틈 사이로 자라는 싹, 뭔가 들리거나 보이는 상황 등인데 이것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아직 작품의 방향이 어디로 갈지 불분명하지만 확실한 흥미 요소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2부 “심장을 삼킨 나무”에서는 주인공의 성격이 묘사되면서 유나인이라는 인물이 좀 더 입체적인 캐릭터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답답한 건 못 참는 성격인 나인은 아무도 모르는 진실을 혼자만 알고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모르는 척 하면 아무 문제도 없을 상황. 하지만 묶인 건 풀어버려야만 하는 이유가 소개된다. 한편 실종된 박원우는 이 시점에서 이미 죽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살아있을 때 외계인을 봤다고 말하고 다님으로써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던 인물이다. 2부의 하이라이트는 해결해야만 하는 기분이 들었던 실종사건, 그 근원적인 원인이 나인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까지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3부 “파도가 치는 숲”에서는 본격적으로 유나인의 존재의 비밀이 더 드러나고, 서로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두 개의 큰 줄거리가 절묘하게 연결되어 이야기를 결말지음으로써 한국SF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식물과 인간, 문명 그리고 외계인이라는 주제들을 연결, 조합하여 재미와 함께 보편적인 가치를 이끌어내고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이 작품에서 특별히 인상적인 것은 우리 사회의 온갖 비리와 위선, 탐욕적 세태를 목사라는 직업을 통해 담아내고 있는 것인데.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가 얼마나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거룩의 가면을 쓰고 온갖 이익을 탐하는 이중적인 존재로 많은 사람들을 위선적이고 모순적인 존재로 타락시키는 대명사로 묘사되는 종교인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다 사랑과 진리의 종교라는 기독교가 이렇게 천박한 이미지로 전락하였나 안타까웠다.

 

이 소설은 청소년들의 성장과 우정, SF, 사회비판, 환경문제, 미스터리 등 다양한 요소를 갖추고 있어 취향이 다른 많은 독자들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생각되었다. 특히 작가의 매끄러운 서술과 따뜻한 문체가 다른 작품들에서는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를 하게 만든다. 이 작품 덕분에 또 다른 한국SF소설들을 더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 것도 하나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오래된 유럽 - 당신들이 아는 유럽은 없다
김진경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몸살을 겪고 있는 상황도 어느덧 2년이 다 되었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며, 오미크론 변이의 발생으로 국면은 다시 부정적인 전망을 낳고 있다. 이 2년 동안의 과정에서 아시아의 대처는 다른 대륙들보다 돋보였다. 이에 대한 사회문화적 분석과 비평이 서구 세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기도 했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유럽의 실패한 방역 정책을 거꾸로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코로나 사태로 드러난 유럽의 허점을 저자가 거주하단 스위스 사회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드러내는 것이다. 유럽 사회의 오랜 가치로 거론되던 인권과 자유, 연대의 모순과 한계가 여실히 나타난 것이다. 그동안 한국이 우위를 보인 부분이 많았지만, 앞으로 반복도리 전염병 사태에 유럽 사회와 한국 사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어떤 차이가 날지 이 책을 통해 전망해볼 수 있다.




 



이 책은 먼저 유럽의 사고방식이 매우 세련되고 진보적인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 않음을 고발한다. 독일 동요를 통해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개선되다가 다시 퇴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그리고 아시아를 뭉뚱그려 하나의 집단으로 보는 일반화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는 있는 유럽인들을, 외국인에 대한 편견의 범위과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폭넓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기저에서 흐르는 의식은 크게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유럽 연합의 위기가 전망되는 부분도 눈에 띤다. 특히 경제적인 문제에서 많은 갈등이 일어나며 북유럽과 남부 유럽의 문화와 경제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은 유럽 연합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특히 코로나 이후 발생하는 경제적 위기는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고, 여기에 타 인종에 대한 혐오와 편견까지 맞물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저자가 거주하는 스위스는 연방 국가로서 대의민주주의 요소를 갖고 있지만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국민투표로 직접 결정하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이러한 예는 우리가 얼마전 스위스에서 열렸던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투표 소식으로 접한 바 있다. 이외에도 많은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스위스 국민들의 정치의 생활화, 생활의 정치화를 볼 수 있다.

 

스페인은 경제적, 정치적 양극화 갈등이 심한 유럽 국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스페인 내전 이후 분열된 국민 감정의 봉합과 과거 청산 작업을 온전히 해내지 못한 것에 기인하고 있었다. 이는 우리의 역사와 겹치는 부분으로, 역사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전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전반적으로 유럽 사회는 우리가 본받거나 최소한 참고해야 할 이상적인 모델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주로 미국과 유럽의 시스템에 숨은 약점을 목격하면서 우리가 그들보다 못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그런 단순한 인식을 넘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유럽이 한계가 있는지 알려주고 있으며, 반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살펴본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 사회를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책이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상으로서의 근대경제학 - 경제학의 슈퍼스타 11명과 만나다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모리시마 미치오 지음, 이승무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제학과 관련한 수많은 저서들이 출간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통해서 경제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실력자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들의 콘텐츠가 책으로 다시 독자들에게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이 현상이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우리 교육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경제 지식을 전달하는 데 소홀해지면서 나오는 손해가 매우 컸기 때문에, 다시 성인이 되어 경제에 대한 지식을 기초부터 다시 쌓으려는 시도들에 매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용어에서 심리적인 부분과 실질적인 재테크에 이르기까지 마음만 먹으면 더 적극적이고 원활한 경제 활동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감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제 현상이 단순히 돈이 오고가거나 살림살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문화라는 요인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나타난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다. 단순히 경제학 교과서에서 나오는 것처럼 이론적으로만 경제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론에 맞지 않는 현실을 억지로 끼워맞춰 설명하기 위해 또 다른 복잡한 이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하지만 대중들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경제학은 일종의 몽상처럼 폐쇄적인 영역이 되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럴 때 좋은 방법은 지금의 경제학이 형성되기까지 흘러온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이다.




 



이 책은 근대경제학의 형성 과정을 대표적인 열한 명의 인물을 통해 밝히고자 한다. 경제는 시장, 자본, 그리고 다양한 경제주체들로 설명된다. 하지만 경제 현상은 당대의 사회적 가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사회과학적 성격도 띠고 있다. 이 책은 ‘세이의 법칙’의 시대를 다룬다고 하는데, 세이의 법칙이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해낸다는 경제학 법칙이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달되면서, 다시 말해 생산력이 향상되고 생산 관계가 계급화되고 정치나 법률, 예술, 철학과 연동된 상하부 구조의 형성으로 복잡한 경향을 띠면서 반(反)-세이의 법칙적 설명도 불가피하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해내고 있는 것이다.

 

기억에 나는 부분은 역시 가장 익숙한 이름들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관념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역사분석에서 힌트를 얻어 경제학에 기초한 역사분석인 사적 유물론을 확립했다. 이들의 목적은 인간사회의 역사적 발전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데 있었다. 막스 베버른 다룬 장에서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 이 어떤 배경에서 쓰였는지 보여주는 부분이 흥미롭다. 이 책의 특징은 종교성이 속세의 정신과 부합할 수 있겠는가를 연구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학을 사회과학의 하나로 승격시키려는 시도이기도 했다고 한다.







자본주의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세이의 법칙 시대가 동일하게 반-세이의 법칙 시대로 전환된다는 부분, 즉 경제발전의 필연적 결과라고 하는 이 현상을 이해해가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경제학 이론대로 실물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 것은 바로 경제가 인간, 인간들의 연결 체계인 사회라는 요인이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완전한 합리도, 완벽한 윤리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이 책이 핵심적인 통찰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좌파와 우파의 개소리들 - 정치적 개인주의 선언
이관호 지음 / 포르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친 제목에서 느껴지는 인상과 달리 이 책은 무척 충실하고 논리적으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을 구시대의 산물, 구시대의 장벽으로 규정한다. 디지털을 축으로 새로운 가치와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지 살펴보고 근현대사에서 그 원인을 찾아본다.

 

이 책은 먼저 18~19세기에 이데올로기가 형성되는 과정을 통해 자유, 그리고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명확히 한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상황으로 인해 일반적인 의미의 자유 및 진보와 보수의 개념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그 개념들이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구체적으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나타난 자유와 보수에 대한 개념을 우리나라 현황에 적용하여 풀어본다. 밀의 자유론에서 국가가 어디까지 개인의 자유를 허용하고 개입할 수 있는지가 오늘날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쟁점이 된다.




 



먼저 보수의 의미를 바로 잡는다. 보수는 과거, 진보는 미래 지향적이라는 관념은 잘못된 것이며, 기본적으로 둘 다 과거를 대하는 태도에서 갈린다고 한다. 에드먼드 버크를 소개하면서 보수의 진정한 의미는 이념 지향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실현 가능성 및 유용성을 중요하겨 여기는 것, 원리보다 경험, 전통의 존중,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용납, 대화와 타협 시도, 규제보다 자율의 추구임을 알 수 있다.

 

진보에 대한 논의에서 프랑스 혁명을 두고 보인 버크와 토마스 페인의 상반된 의견과 논쟁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토론이란 어떤 형태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도 제공한다. 또한 이 책은 한국 보수가 가진 자유에 대한 좁고 편향된 이해를 지적하며 한국 보수가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자유의 길을 보여준다.

 

저자가 주장하는 정치적 개인주의가 건강하게 자리 잡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의 실천을 제안한다. 이는 진보, 보수, 제3지대 상관없이, 다시 말해 진영 논리를 뛰어넘어 무엇이 더 우리에게 이익이고 사회적 발전을 도모하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내용으로는 우리 역사에서 대체로 일방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김옥균과 윤치호를 다룬 부분인데, 한쪽 면만 보고서 단순하게 판단할 수 없는 역사의 본질을 깨닫게 한다. 더불어 우리의 역사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며, 일반 시민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이 책은 우리가 평소에 정치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들, 특히 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정치의 스펙트럼이 보수와 진보 혹은 좌와 우, 중간밖에 없는 것인지, 다른 가능성은 찾을 수 없는 것인지, 좀 더 실용적인 노선을 정치 사상으로 심화-확장시킬 수 없는지를 고민해본 사람들에게 사유와 논의의 폭과 깊이를 더해줄 수 있는 길잡이로 유용하게 읽힐 것이라 생각된다.

 



* 네이버 「문화충전 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