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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와 우파의 개소리들 - 정치적 개인주의 선언
이관호 지음 / 포르체 / 2021년 11월
평점 :
거친 제목에서 느껴지는 인상과 달리 이 책은 무척 충실하고 논리적으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을 구시대의 산물, 구시대의 장벽으로 규정한다. 디지털을 축으로 새로운 가치와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지 살펴보고 근현대사에서 그 원인을 찾아본다.
이 책은 먼저 18~19세기에 이데올로기가 형성되는 과정을 통해 자유, 그리고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명확히 한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상황으로 인해 일반적인 의미의 자유 및 진보와 보수의 개념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그 개념들이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구체적으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나타난 자유와 보수에 대한 개념을 우리나라 현황에 적용하여 풀어본다. 밀의 자유론에서 국가가 어디까지 개인의 자유를 허용하고 개입할 수 있는지가 오늘날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쟁점이 된다.
먼저 보수의 의미를 바로 잡는다. 보수는 과거, 진보는 미래 지향적이라는 관념은 잘못된 것이며, 기본적으로 둘 다 과거를 대하는 태도에서 갈린다고 한다. 에드먼드 버크를 소개하면서 보수의 진정한 의미는 이념 지향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실현 가능성 및 유용성을 중요하겨 여기는 것, 원리보다 경험, 전통의 존중,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용납, 대화와 타협 시도, 규제보다 자율의 추구임을 알 수 있다.
진보에 대한 논의에서 프랑스 혁명을 두고 보인 버크와 토마스 페인의 상반된 의견과 논쟁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토론이란 어떤 형태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도 제공한다. 또한 이 책은 한국 보수가 가진 자유에 대한 좁고 편향된 이해를 지적하며 한국 보수가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자유의 길을 보여준다.
저자가 주장하는 정치적 개인주의가 건강하게 자리 잡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의 실천을 제안한다. 이는 진보, 보수, 제3지대 상관없이, 다시 말해 진영 논리를 뛰어넘어 무엇이 더 우리에게 이익이고 사회적 발전을 도모하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내용으로는 우리 역사에서 대체로 일방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김옥균과 윤치호를 다룬 부분인데, 한쪽 면만 보고서 단순하게 판단할 수 없는 역사의 본질을 깨닫게 한다. 더불어 우리의 역사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며, 일반 시민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이 책은 우리가 평소에 정치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들, 특히 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정치의 스펙트럼이 보수와 진보 혹은 좌와 우, 중간밖에 없는 것인지, 다른 가능성은 찾을 수 없는 것인지, 좀 더 실용적인 노선을 정치 사상으로 심화-확장시킬 수 없는지를 고민해본 사람들에게 사유와 논의의 폭과 깊이를 더해줄 수 있는 길잡이로 유용하게 읽힐 것이라 생각된다.
* 네이버 「문화충전 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