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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유럽 - 당신들이 아는 유럽은 없다
김진경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몸살을 겪고 있는 상황도 어느덧 2년이 다 되었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며, 오미크론 변이의 발생으로 국면은 다시 부정적인 전망을 낳고 있다. 이 2년 동안의 과정에서 아시아의 대처는 다른 대륙들보다 돋보였다. 이에 대한 사회문화적 분석과 비평이 서구 세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기도 했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유럽의 실패한 방역 정책을 거꾸로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코로나 사태로 드러난 유럽의 허점을 저자가 거주하단 스위스 사회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드러내는 것이다. 유럽 사회의 오랜 가치로 거론되던 인권과 자유, 연대의 모순과 한계가 여실히 나타난 것이다. 그동안 한국이 우위를 보인 부분이 많았지만, 앞으로 반복도리 전염병 사태에 유럽 사회와 한국 사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어떤 차이가 날지 이 책을 통해 전망해볼 수 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201/pimg_7776601043214601.jpg)
이 책은 먼저 유럽의 사고방식이 매우 세련되고 진보적인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 않음을 고발한다. 독일 동요를 통해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개선되다가 다시 퇴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그리고 아시아를 뭉뚱그려 하나의 집단으로 보는 일반화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는 있는 유럽인들을, 외국인에 대한 편견의 범위과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폭넓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기저에서 흐르는 의식은 크게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유럽 연합의 위기가 전망되는 부분도 눈에 띤다. 특히 경제적인 문제에서 많은 갈등이 일어나며 북유럽과 남부 유럽의 문화와 경제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은 유럽 연합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특히 코로나 이후 발생하는 경제적 위기는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고, 여기에 타 인종에 대한 혐오와 편견까지 맞물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201/pimg_7776601043214602.jpg)
저자가 거주하는 스위스는 연방 국가로서 대의민주주의 요소를 갖고 있지만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국민투표로 직접 결정하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이러한 예는 우리가 얼마전 스위스에서 열렸던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투표 소식으로 접한 바 있다. 이외에도 많은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스위스 국민들의 정치의 생활화, 생활의 정치화를 볼 수 있다.
스페인은 경제적, 정치적 양극화 갈등이 심한 유럽 국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스페인 내전 이후 분열된 국민 감정의 봉합과 과거 청산 작업을 온전히 해내지 못한 것에 기인하고 있었다. 이는 우리의 역사와 겹치는 부분으로, 역사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전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전반적으로 유럽 사회는 우리가 본받거나 최소한 참고해야 할 이상적인 모델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주로 미국과 유럽의 시스템에 숨은 약점을 목격하면서 우리가 그들보다 못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그런 단순한 인식을 넘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유럽이 한계가 있는지 알려주고 있으며, 반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살펴본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 사회를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책이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