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철학 수업
존 셀라스 지음, 송민경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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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여러 환경에 노출된다. 사람, 가정환경, 주변 사람들, 동네, 국가, 그리고 지구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 더 자라면 이제 보이지 않는 것들도 합세한다. 추상적 개념들, 그것들을 안고 있는 사람들의 천차만별 생각들... 어릴 때부터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사람은 일찌감치 외부적 재료들로 조립된 듯 살아간다. 특히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달한 세상에서는 외부 환경, 대상, 타인의 이미지가 절대적으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한다 할 수 있다.

 

이런 인간의 성장 및 생존 환경은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처럼 인생을 필연적으로 흔들리게 한다. 그런데 흔들리지 않는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물질적 가치기준들이다. 돈, 명예, 인간관계, 지위, 권력, 약물 등 중독될 수 있는 모든 것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사람을 병들게 한다. 적당히 취하면 약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절제가 불가능한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한 인간으로서, 온전히 자기로 존재할 수 있는 기회는 상실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부품처럼 취급받다가 세상을 떠난다. 문제는 자기가 그렇게 취급받는지도 모르고 간다는 것이다. 혹은 그게 당연한 줄 알고, 받아들인다는 의식도 없이 받아들이고 살다 간다.

 

 

 

 

 

 

이 책은 인간이 태어나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존재로 살아갈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무기로 철학을 제시한다. 철학은 운명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최대한의 능동적인 대처를 가능하게 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어디로 가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와 같은, 즉 삶의 근원과 과정과 목적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물음을 가능하게 하며 그 답을 찾기 위한 탐구 행위를 가능하게 한다.

 

이 책은 그런 철학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로서 세 사람의 스토아 학자를 소개한다.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다. 세네카와 아우렐리우스는 많이 들어봐서 익숙하지만 에픽테토스는 다소 낯설다. 에픽테토스는 노예 출신으로 자유를 획득한 후 학교를 세우고 철학을 가르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철학은 소크라테스에 이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네카는 유명한 정치인이자 철학자, 웅변가로, 아우렐리우스는 잘 알려져 있듯 로마 황제였다. 그가 통치한 시기는 꽤 안정적인 시기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이 내세우는 불안한 인생들을 위한 철학적 해법은 스토아 철학을 기초하고 있다. 모든 철학이 그렇겠지만 특히 스토아 철학은 이성으로 실현 가능한 마음의 평정, 욕망의 억제, 자연의 법칙 순응, 무엇이 선하고 악한지, 무엇이 유익하며 행복한 삶을 누리는 데 필요한지를 고민한다. 그를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신념이 무엇인지 고찰하도록 돕는다. 스토아학파의 기본적인 이론은 선하고 행복한 삶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이다. 여기서 자연은 우리를 둘러싼 외부 환경은 자연과 우리 내면의 자연인 본성 두 가지로 구분된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본성적으로 인간은 사회적이고 이성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자연의 이치 안에서 이성과 의지를 성실히 사용하며 덕을 갖춘 성인으로 자라날 것을 제안한다.

 

삶의 외연을 바꾸기 위한 첫 번째 처방은 내면의 세심한 관찰이다. 외부 환경은 우리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가득하다. 우리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내면에 있는 것들이다. 자신의 생각, 마음, 판단 같은 것이다. 내면의 모든 요소를 통제할 수 없지만 적어도 판단이라는 측면에서는 인간 스스로 통제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판단이 중요한 이유는 그 다음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에픽테토스는 통제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을 강조한다.

 

다음은 감정의 문제다. 감정의 파도는 인간이 어찌해볼 수 없다. 이것은 관점의 변화로 다루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분노를 일으키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분노는 대개 상처 입었다는 의식의 산물이라고 한다. 피해를 입었다는 느낌이 들면 우리는 이미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 것이며 이것은 분노로 이어진다. 그러나 스스로 이것을 피해라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분노할 일이 없어진다. 누군가 나에게 모욕을 주거나 모함할 때, 내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분노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모욕한 사람의 것으로만 남게 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오히려 나의 단점을 돌아보고 고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요지는 이것이다. 타인의 판단과 비방 때문에 스스로 고통에 빠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차단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유도할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것은 불행한 현실에 대한 태도를 정립하는 데도 적용된다. 흔히 종교에서 고난과 역경은 신이 귀하게 여기는 인간에게 주는 선물과 같은 것이기에, 선물과도 같다고 표현한다. 실제로 고난과 역경은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에게 성숙과 성장, 역량 향상이라는 결과로 돌아오곤 한다. 같은 상황이라도 불행이냐 기회냐 받아들이기에 따라 성질은 달라진다. 이미 상황은 벌어졌고 돌이킬 수 있는 힘이 없는 인간에게, 바꿀 수 있는 조건은 그 상황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밖에 없다. 그러나 결과의 차이는 매우 크다.

 

 

 

 

 

 

스토아학파의 공식적인 견해는 자연 그 자체에 질서와 생명력을 책임지는 이성적인 원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 자체의 리듬과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이며 우리는 모두 자연의 일부라는 관점도 이 스토아학파의 견해로 해석한다. 이것은 ‘운명’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운명은 무조건 결정론적이지는 않다. 전체 그림으로 봐서는 결정되어 있는 것 같으나, 그 하나하나를 구성하는 인간 개개인의 운명은 앞서 말해왔던 철학적 입장과 태도로서 변화의 여지가 있다.

 

현실적으로 가장 실용적은 적용 방법은 타인의 의견에 휘둘리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과 동일한 가치관, 존경할 만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자기가 옳다고 믿는 신념을 바탕으로 공유할 만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과 어울리며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 개인이 스스로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공동체로 유익을 끼치는 확장의 삶이 이 책에서 권하는 불안한 삶에 대한 철학적 해법의 포괄적인 해법이다.

 

특히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며, 시간이 한정적으로 주어져 있다는 사실은 모든 인간이 결국은 죽는다는 사실로 알 수 있는데, 이것을 간과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과오라고 한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의 삶을 살면서도 항상 이것을 견지하고 있었던 것이 놀라웠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 오늘을 삶의 마지막 날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자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것, 가장 하고 싶은 것, 의미 있는 것을 고민하고 시도해보는 삶. 스토아철학의 실천적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귀여운 일러스트와 함께 책의 내용은 아주 간결한 편이지만, 그 무게감은 가볍지 않다. 스토아철학 입문서로도 매우 유용하며, 철학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플한 답을 품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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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9 16: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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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9 18: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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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9 18: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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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넌 도일 - 셜록 홈스를 창조한 추리소설의 선구자 ㅣ 클래식 클라우드 20
이다혜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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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는 19세기 말에 창조된 캐릭터지만 그 인기와 흔적, 영향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탐정 하면 당장 떠오르는 건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처럼 만화 캐릭터들이 있고, 최근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영국 드라마 ‘셜록’일 것이다. 그리고 여타 수많은 추리물들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끝에 바로 셜록 홈즈가 있고, 그 캐릭터를 만들어낸 작가, 코넌 도일이 있다.

 

캐릭터의 영역을 넘어 살아 있는 사람처럼 여겨지며 창조자인 작가보다도 더 큰 존재감을 과시했던 셜록 홈스는 실제로 영국 뿐만 아니라 셜록 홈스 시리즈의 배경으로 등장한 적이 있는 다른 나라에서까지 그 기념의 흔적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영국 곳곳에는 영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위인들이 지냈거나 다녀가기만 했어도 그것을 기념하는 표지석인 블루 플래크라는 것이 있는데, 셜록 홈스는 작품 속 등장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살아 있는 사람 대하듯, 그 캐릭터가 다녀갔던 장소의 주소지마다 이 블루 플래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것은 코넌 도일이 셜록 홈스의 배경을 실제 장소를 바탕으로 묘사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실감, 생활감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20번째로 선보이는 「코넌 도일」은 에세이스트이자 씨네21 기자인 이다혜 씨가 홈스 매니아로서 셜록 홈스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코넌 도일의 발자취를 따라 더욱 깊이 있게 셜록 홈스의 세계를 살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이 책의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운명적으로 만난 셜록 홈즈에 흠뻑 빠지게 된 이야기가 간략하게 소개된다. 이어서 흥미로웠던 것은 만화, 영화, 드라마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되어 온 홈스 중에 미국 드라마 ‘하우스’도 포함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닥터 그레고리 하우스와 그의 동료 제임스 윌슨이라는 등장인물의 관계나 그들이 각 캐릭터의 성격 등을 고스란히 이어받았기 때문에 역시 홈스의 계열로 분류되는 것이다. 수많은 작품들의 기본적인 원형으로서 셜록 홈스는 알게 모르게 대중 문화의 영역 곳곳에 포진해 있었던 것이다.

 

셜록 홈스 시리즈가 코넌 도일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나 큰 성공을 거두자, 이것이 오히려 그에게는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어느 시점에서 그는 의도적으로 셜록 홈스를 죽일 계획을 세웠다. 세상에 어느 작가가 자기가 만든 성공적인 캐릭터를 없애버리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만큼 셜록 홈스는 대단한 창작물이었고, 시대의 전환기를 상징할 정도로 탁월한 이야기이며 캐릭터였다. 실제로 당시에 벌어진 살인 사건이나 실종 사건을 작가인 도일에게 의뢰하거나 홈스에게 전해달라고 도일을 통해 의뢰하려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홈스의 죽음이 작품 속에서 실현되자, 당시 언론은 실제 인물의 부고 기사처럼 대대적으로 홈스의 죽음을 보도하기까지 했다. 이런 걸 보면 영국 사람들이 참 별나다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우리나라의 수사반장 같은 데서 이계인 씨가 항상 범죄자 역할을 맡는 바람에, 실제로 일반인들로부터 범죄자 취급을 당했던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꼭 이해 못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코넌 도일의 이야기꾼으로서의 탁월한 능력은 어머니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집안을 잘 돌볼 수 없었던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는 어려운 형편에도 아이들을 잘 입히고 먹이고 교육시키기 위해 온갖 고생을 다 했는데, 이때 한 이야기로, 항상 아이들을 위해 먹을 것을 준비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재능은 그대로 도일에게 물려졌던 모양인지, 아홉 살부터 시작된 스토니허스트라는 예수회 예비학교에서의 생활 가운데서, 그때부터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과자 등을 보상 받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하루라도 빨리 집안에 도움이 되고 싶었던 코넌 도일은 의학을 공부했는데, 결혼을 하고 병원을 개업한 후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서자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단행본 소설을 쓸 마음을 먹은 것 같다. 마침 병원도 한가한 시간이 많았는데, 이때 추리소설에 대한 공부를 철저히 하면서 느낀 것이, 범죄 해결의 우연성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건 해결사로서의 셜록 홈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셜록 홈스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는 동시대성이었다. 빅토리아 시대 후기였던 당시 사람들은 바로 옆에서 자신들의 영웅이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를 잡는 감각을 느꼈던 것이다. 물론 셜록 홈스가 죽고 나서 다시 부활해 돌아오는 시리즈가 나왔을 때는 영국도 근대적 모습으로 큰 변화가 일어났던 터라 그 시점에서는 역으로 향수를 일으키는 느낌이 되기도 했지만.

 

영국 최초의 상고법원이 만들어진 것에 코넌 도일의 영향이 있었다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작가이면서도 실제로 사건을 해결하거나 억울한 사람의 누명을 풀어주는 일을 한 기회도 있었던 도일은 인도계 혼혈인 에달지라는 사람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결국 무죄를 입증해주었는데,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영국 최초의 상고법원이라고 한다.

 

과학적이고 논리적 사고의 상징인 셜록 홈스를 만들어낸 코넌 도일이 말년에 심령술에 빠져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조롱거리가 되었다는 얘기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연이은 가족들의 죽음과 참전 경험이 사후 세계 및 망자와의 교류라는 것을 다루는 심령술에 빠지게 한 큰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이는데, 제3자가 보기에는 터무니없을지 몰라도 코넌 도일 본인은 죽을 때까지 대단히 진지하게 임했다.

 

문학적으로도 위대한 업적을 이룬 코넌 도일은, 셜록 홈스라는 인물을 통해 현대 법의학이나 과학 수사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용의자를 앉혀 놓고 주먹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보통이었던 영국 경찰을 바꿔놓은 것도 코넌 도일의 공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범죄 수사 현장에서 그의 흔적은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독서에 대한 열정은 그의 작품의 든든한 바탕이 되어주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 출간된 책 중에 「마법의 문을 지나」라는, 말하자면 코넌 도일의 서평집이라 할 수있는 책이 출간되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는데, 그의 독서 편력은 어떠했는지 호기심이 일었다.

 

이 책은 셜록 홈스와 그를 창조한 코넌 도일의 흔적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홈스 매니아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잘 기획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보는 즐거움, 읽는 즐거움 모두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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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타이베이 - 대만의 밀레니얼 세대가 이끄는 서점과 동아시아 출판의 미래 ㅣ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우치누마 신타로.아야메 요시노부 지음, 이현욱 옮김, 박주은 감수 / 컴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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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의 출판 관계자들이 주변 국가의 출판문화와 현황을 취재하면서 자국의 출판문화와 환경 등의 미래를 전망하고 대안을 찾아 나서는 기획물이다. 일본은 출판 대국이지만 이제 초고령화 사회를 지나 본격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자기네들보다 훨씬 규모가 적은 한국이나 대만의 출판 산업 동향을 통해 지금보다는 확실히 축소될 일본 출판 산업의 앞날을 짚어보는 데 도움을 얻고 싶은 눈치였다. 첫 주자가 우리나라 서울이었고, 이 책은 그 다음 타자인 대만의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독립출판사와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독립서점 붐이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독립서점을 열고 또 미디어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또 특정 연예인이나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이 업계에 뛰어들면서 방송에도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 또 일반인들 중에도 겸업을 하거나 다니던 회사를 나와 과감하게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소개되었다. 대체로 현실의 제약보다 자아성취와 인생의 질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어느 정도 사회 경험이 있는 젊은 세대가 주류를 이룬다.

 

대만도 독립서점이나 출판을 하는 사람들의 주요 연령대가 우리와 크게 차이는 없었다. 다만 그 배경에 우리와는 다른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는데 1987년에 계엄령이 해제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계엄령의 기간이 자그마치 40년 가까운 세월이다. 1949년에 내려져 87년에 해제되었다고 하니 그 사이는 표면적으로 완전한 문화적 암흑기였을 것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화적 고군분투가 없지는 않았겠으나 매우 취약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87년 계엄령이 해제되고 89년에 중요한 문화적 사건이 발생한다. 우칭유라는 주방설비회사를 경영하던 인물이 완전히 붕괴된 독서와 예술, 생활문화의 토대를 다시 일으키겠다는 마음으로 서점과 갤러리를 연 것이다. ‘청핀서점’, 이 서점을 시작으로 대만의 출판독서문화는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청핀서점의 비전은 창업 이후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데, 바로 ‘공간’, ‘이벤트’, ‘사람’이다. 여기서 이벤트라 함은 문화 콘텐츠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책으로 한정한다. 청핀서점은 책과 사람이 만나는 편안한 공간, 지금까지 소실되어왔던 문화적 자양분을 사람들에게 다시 심어줄 수 있는 공간으로서 기능하기 위해 지금까지 발전되어왔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청핀서점은 책 판매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물품을 취급하면서 독자들이 여러 루트를 통해 책을 읽는 행위, 책과 함께하는 생활로 이어질 수 있는 종합적 문화산업 공간으로 발전한다. 교보문고가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건물 내에서 액세서리나 식음료, 문화사업을 병행하는 것처럼 청핀서점은 대표적인 대만의 종합문화기업이 된 것이다.

 

덩치가 커진 청핀서점 같은 대형서점들이 더 이상 신선한 파급력을 주는 것에 한계를 보이자 등장한 것이 다수의 독립서점과 독립출판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기존의 유통시스템과 출판경로로는 출판산업과 책 문화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새로운 시장 질서와 문화적 혁신을 위해 전면에 나선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독립서점이나 독립출판사들은 각자가 자기들만의 개성과 특징을 가지고 사업을 꾸려가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 바로 더 이상 책을 판다는 행위만으로는 서점이나 출판업계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에 소개되는 대부분의 출판인, 서점인들은 책의 내용만큼이나 책 외양이 사람들의 손과 눈이 갈 수 있게끔 디자인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었으며, 결과물들은 거의 각각 하나의 예술 작품인 것처럼 퀄리티가 뛰어나다. 특히 잡지 출판물들의 디자인이 탁월해 보였다. 또 아까 청핀서점의 비전처럼, 사람들이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 즉 이벤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 청핀서점의 겨우 지점에 따라 한 달에 50회 가까운 행사들을 진행한다고 하니, 상당한 시간과 돈, 인력이 들어가는 사업이 되는 것이다.

 

독립서점이나 출판사의 경우, 자원에 제약이 있으니까 형편에 맞게 소규모 모임 수준으로 지속적인 행사를 개최하거나 독립서점과 출판사들이 서로 협업하거나 연대하는 방식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고, 또 대형출판사나 서점들과의 협업을 타진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레이아웃, 눈에 보이는 것, 시각적, 미학적 체험, 읽는다는 행위에서 가치와 의미를 느끼게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 즉 대만이나 우리나라 모두 독서 인구를 조금이라도 더 늘려가기 위한 시도들의 핵심에는 체험적인 미디어로서의 책의 변신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국이나 해외의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 활발한 것도 특징이다.

 

책에서 인상적인 곳을 꼽으라면 ‘꽁치’라는 독립출판사인데, 대만의 시점에서 본 일본문화라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오래도록 잡지를 만들어온 곳이다. 주제가 한정적이고 너무 익숙하고 새로울 것 없어 보이는 대상이나 사건, 상황일지라도 보는 시각과 다루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풍성한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보면 잡지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 광고도 많이 들어오고 판매도 늘어 유지는 가능하지만, 이들의 편집이나 잡지 만드는 실력 때문에 의뢰가 들어오는 공공기관이나 외부 기관의 출판물 제작 일까지 소화해야 어느 정도 흑자가 나는 구조인 것 같았다. 말 그대로 책을 좋아해서 책만 안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경영이나 마케팅 부분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독립출판과 독립서점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빛나고 있었다. 행복해 보였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책은 2018년에 나왔고 올해 우리나라에서 한국어판이 나온 셈인데, 코로나 시대의 한가운데서 또 이 책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독립서점 같은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가치와 이상이 교류되고 공유되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비대면 사회에서의 주요 교류 수단인 온라인으로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책을 보고, 만지고, 넘기고, 책장 넘어가는 소리를 듣고, 종이 냄새를 맡는 모든 책과 관련된 감각을 다시 일깨우기 위한 것이 독립출판독서인들의 소망일 텐데, 지금 시대는 그것을 유쾌하게 권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다른 많은 분야들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독립출판과 독립서점 분야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책의 미래라고 하면 독립서점만 떠올렸는데, 책과 사람이 만나기 위한 다양한 루트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그만큼 내 생각이 편협했다는 증거를 이 책을 통해 발견했다. 부끄러웠다.

 

책은 인류가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생활의 혁신을 가능하게 한 가장 중요한 매체다. 이 책의 미래가 과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출판-서점인들의 바람대로 희망적일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보고 싶다. 특히 요즘같이 많은 것들이 달라진 시대에서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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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 삶과 죽음을 넘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설영환 옮김 / 작가와비평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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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시기는 1939년부터 1945년까지다. 제국주의, 전체주의, 식민지주의의 환상에 사로잡힌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의 추축국과 이를 막아내려는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등의 연합군 사이에 일어난 전쟁이다. 이 책에서 다룬 생텍쥐페리의 글들은 바로 이 시기에 쓰인(1939~1944) 것들이다. 사진으로 본 생텍쥐페리는 그렇게 젊은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그의 생몰연도를 보니 아주 젊은 나이에 실종 혹은 사망했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어린 왕자, 야간 비행 등으로 주로 알려진 그의 작품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의 흔적들, 사상과 행적의 기록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조국 프랑스가 독일 나치 히틀러에 의해 고통받고 있던 시기였던 만큼, 그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과 혼란한 시기를 돌파하기 위한 그만의 해법을 읽을 수 있는데, 주목할 것은 그가 당대의 참혹한 현실이라는 영역에서 제한되어 고뇌했던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로 시야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유럽은 산업 혁명 이후로 눈부신 기술의 진보가 있었고, 사람들은 그 찬란한 열매를 눈으로 목격하고 직접 누리던 때였다. 지금 봐도 미래적인 감각이 엿보이는 시설이나 장비들을 통해 인류의 기술이 얼마나 진보했는지, 그리고 그런 진보에 대한 자부심으로 얼마나 들떠 있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과학 만능의 열광은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연약함으로 인해, 가장 아름답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이상을 비웃듯, 가장 비참하고 참혹한 인간의 가축화 혹은 부품화와 전쟁이라는 형태로 이어져버렸다.

  

독일은 1차 세계 대전의 패배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독재자를 내세웠고, 세계 2차 대전을 일으키며, 동조 세력을 모아 세상을 혼돈에 빠트렸다. 그때 인근 피해국들 중 하나가 프랑스였다. 나치의 공세에 함락당한 프랑스의 현실 가운데 생텍쥐페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의 나치 비판은 더 큰 차원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진단한다. 바로 인간성의 상실이다. 돈도 기술도 인간을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줄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런 것들이 인간이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멈추게 했고, 깊은 차원의 영성을 도외시하게 하면서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퇴색시켰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 본능적인 욕구에만 치중하게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다.

 

생텍쥐페리는 독일이 점령한 프랑스의 현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있다가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참전한 미국 등의 상황을 보면서, 전쟁 이후에 오히려 인류가 직면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큰 산임을 직감하고 있었다.('전쟁보다 저를 더 두렵게 하는 것은 내일의 세계입니다. 파괴된 마음과 흩어진 가족입니다‘ p.71) 겉으로 드러나는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확신할 수 있는 본질적인 것들, 바로 ‘어린 왕자’에서 작은 여우가 말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마음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키워드, 혹은 주요 개념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영적인 것, 정신적인 것의 가치가 상실되면서 비인간적인 참극이 벌어질 수밖에 없음을 간파한 생텍쥐페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인류의 비극을 해결할 제안을 하였고, 세상은 이것을 쉬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답답한 현실에 더 이상의 희망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그의 마지막 비행에서의 실종은 자유를 찾아 나선 해방된 영혼과, 결국 본인에게 주어진 사명 혹은 역할을 완수해내지 못했다는 슬픈 영혼의 절망과 비애가 뒤섞인 절절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는 인류가 어딘가에서 길을 잘못 들었으며, 어느 때보다도 번성했지만, 본질적인 것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다움에 대한 것이며, 인간만의 신비로운 특권을 잃어버린 것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전쟁보다 미래에 야기될 영적공동체로서의 인류의 붕괴를 걱정하고 있었다. 요즘으로 치자면 이것은 ‘연대’의 상실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생텍쥐페리가 내다본 인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얼마나 선지자적 예견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정신과 물질의 조건은 인간이 모두 균형 있게 갖추어야 할 삶의 조건들이다. 어느 하나 모자라면 인간성은 무너진다. 불균형에서 오는 갈등은 곳곳에서 국지적인 분열을 초래하며, 결국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도모하듯, 자기의 이익을 위해 특정 그룹들을 전략적으로 서로 대적하게 만드는 재앙을 초래하는 것이다.

 

그는 당시의 세상을 이상한 혹성으로 생각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이상한 혹성, 이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엄청난 짜증과 피로에 고통스러워했다. 지성만으로 구원될 수 없음을 감지하지 못하는 인간들 때문에 힘들어했다. 너무나 빠르게 변해버린 세대의 끝자락에서 범해진 인류의 중대한 어리석음은 그의 마음을 짓눌렀다.

 

그는 스스로를 실수가 많은 나무라 여기기도 했다. 나무는 풍성한 잎과 열매, 깊은 뿌리로 든든한 느낌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속박된 본체를 가진 존재를 의미하기도 한다. 아마 그의 답답한 심정이 가장 잘 나타난 표현인 것 같다.

 

그는 인간성의 회복만이 유일한 길임을 믿었으며, 그러기 위해서 인간과 인간이 서로 존중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함을 주장했다. 인간적인 존중의 가치의 소중함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인간이 자유롭기 위해서 그들은 우선 인간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모든 문제의 기본은 인간의 문제라는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p.111) 그는 시대의 발전이 선사한 자유를 끔찍한 자유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 자유가 인간성을 말살했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성숙과 완성을 향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됨과 헌신이 존중받는 사회, 그리고 각 사람의 삶이 바쳐져 이루어진 사회의 풍요로움이 다시 그 구성원들의 본질을 풍부하게 하는 사회 혹은 세상. 의미 있는 ‘부분’으로서 제 몫을 해내고 싶었던 생텍쥐페리는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신의 간절한 진심들을 아름다운 작품들 속에 담아 남겨두고서, 그가 더 사랑했던 지구라는 행성에서 벗어나 태어난 별로 떠나버리고 말았다.

​

   

* 이 책의 아쉬운 점 - 단어의 표기와 띄어쓰기에서 오류가 너무 많이 눈에 띈다.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책을 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책을 추가로 인쇄하게 된다면 꼭 고쳐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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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맹자 - 마음을 바르게 하면 맹자가 들린다 ㅣ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시리즈
맹자 지음, 박훈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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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는 진나라로 통일되기 전인 기원전 8세기에서 기원전 3세기에 이르는 변혁의 시기와 그 역사를 말한다. 지금은 분열과 혼란의 시대를 가리키는 용어로 흔히 쓰인다. 혹은 여러 갈래로 분열된 대륙을 두고 큰 뜻을 품은 여러 영웅들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투쟁을 벌였던 것을 바탕으로 어떤 분야에서 뚜렷한 일인자가 없이 여러 강자가 1위 자리를 경쟁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쓰기도 한다.

 

이 시기에 특히 많은 사상과 기술 등이 중국 대륙에서 발전했는데, 흔히 공자, 맹자, 순자 등이 이때 등장했으며, 문화적으로도 풍성해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즉 사회정치적으로는 혼란스러운 시기였지만 기본적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진 중국 문화의 틀이 완성된 시기로 평가된다. 이때는 마치 유럽의 종교개혁 시대에 성경의 사상과 진리가 소수의 왕족이나 사제들만 독점할 수 있었던 특권이었다가 일반 민중에게 전파되고 확산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혼란한 시기에 보통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강한 정치력과, 무엇보다 막강한 군사력으로 해결책을 삼으려 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인데, 이를 인의예지에 바탕을 두고 덕치를 하는 것으로 해결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 유교였다. 대표적인 인물로 공자가 있고, 그 사상을 이어받아 확장시켰다고 할 수 있는 맹자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맹자 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성선설’이다. 인간의 본성이 착하다는 것이다. 다만 현실적인 이유로 이것이 가려져 있으니, 이것을 다시 깨닫게 하고 바른 길로 인도하여 걸어가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책에는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로 위나라, 제나라, 등나라의 왕이나 기타 인물들과 맹자가 주고 받은 대화나 일화가 소개되어 있는데, 이것은 딱딱한 이론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들 가운데서 이야깃거리를 끌어내어, 맹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사상의 핵심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는 기능을 한다. 이것을 받아들여 적용하면 좋았겠지만, 실제 역사는 이상적으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그 정신은 남아, 현재까지 후대 중국인들에게, 나아가 전 인류에게 주요한 문화적 자산이자 힘으로 그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

 

맹자에게 질문하는 사람들은 이미 자기들 마음속에 듣고 싶은 대답이 있어 보였다. 자신들의 생각에 정당성과 권위를 부여받고 싶어서 맹자를 끌어들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맹자는 그들의 기대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듯, 긍휼을 말하고 순리를 말하고 어른 공경과 애민정신을 말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임금은 모든 즐거움과 이익을 백성들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백성으로 하여금 때를 따라 농사를 짓고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할 수 있도록 그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왕도덕치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임금이 먼저 인과 의를 바탕으로 한 모범의 통치를 행할 때, 백성들은 자연스럽게 그런 임금을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며, 어디를 가든지 따라가는 충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범을 따르는 백성들이 바로 안정되고 굳건한 나라의 기초라는 것이다. 백성과 공유되지 않은 즐거움, 이익, 풍요는 함정과 같다는 것이다. 임금은 백성의 부모와 같은 존재이지만 백성의 공론을 무시해서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현명한 임금이 현명한 신하를, 건강한 백성을 만든다. 심지어 인의를 바탕으로 하는 지도자의 전쟁에서의 승리는 패전국 백성들에게까지 적용될 경우 오히려 환영할 일이라고까지 그 의미를 둔다.

 

왕도덕치의 기본이 되는 인의예지란 무엇인가?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할 줄 알고 미워하는 마음, 겸손(사양)할 줄 아는 마음, 옳고 그름(시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을 말한다. 맹자는 이 사단은 선천적인 것이며, 임금으로부터, 임금의 통치로부터 올곧게 적용되는 것이 춘추전국시대의 분열을 해결하는 가장 바른 해결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공평과 공정을 말한다. 능력에 맞게, 처지에 맞게 사람을 쓰고,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이렇게 책의 내용은, 독자로 하여금 너무나 당연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그런데도 이것이 호소력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 마음속에 있는 선을 향한 의지 때문일 것이다. 맹자는 이것을 통찰하고 있는 것 같다.

 

특별히 재미있다고 여긴 부분은, 맹자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인 진상이라는 자가, 농가학설, 즉 실용적인 농학에 영향을 받아 배워왔던 유학을 뒷전으로 미루고 열중하는 가운데 맹자와 논쟁하는 부분이다. 유학의 대가인 맹자와 당당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는 모습이 흔하다고 볼 수는 없어서 흥미로웠다. 이야기가 좀 더 이어져야만 할 것 같은데,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적 발상에 대한 비판으로도 볼 수 있는 맹자의 비판으로 급하게 맺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처음에는 문체가 익숙하지 않고 어려워하기만 했는데, 동양사상은 반복해서 접하면 접할수록 그 매력을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큰 장벽은 역시 한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된 번역문을 읽는 것도 좋지만 원문으로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 동양사상인 것 같다. 지금이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의 중간쯤인지 확신할 수 없는 게 인생의 난제이자 묘미이지만, 허락된다면 꼭 더 깊이 있는 배경지식을 가지고 꾸준히 동양사상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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