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넌 도일 - 셜록 홈스를 창조한 추리소설의 선구자 클래식 클라우드 20
이다혜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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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는 19세기 말에 창조된 캐릭터지만 그 인기와 흔적, 영향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탐정 하면 당장 떠오르는 건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처럼 만화 캐릭터들이 있고, 최근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영국 드라마 셜록일 것이다. 그리고 여타 수많은 추리물들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끝에 바로 셜록 홈즈가 있고, 그 캐릭터를 만들어낸 작가, 코넌 도일이 있다.

 

캐릭터의 영역을 넘어 살아 있는 사람처럼 여겨지며 창조자인 작가보다도 더 큰 존재감을 과시했던 셜록 홈스는 실제로 영국 뿐만 아니라 셜록 홈스 시리즈의 배경으로 등장한 적이 있는 다른 나라에서까지 그 기념의 흔적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영국 곳곳에는 영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위인들이 지냈거나 다녀가기만 했어도 그것을 기념하는 표지석인 블루 플래크라는 것이 있는데, 셜록 홈스는 작품 속 등장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살아 있는 사람 대하듯, 그 캐릭터가 다녀갔던 장소의 주소지마다 이 블루 플래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것은 코넌 도일이 셜록 홈스의 배경을 실제 장소를 바탕으로 묘사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실감, 생활감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20번째로 선보이는 코넌 도일은 에세이스트이자 씨네21 기자인 이다혜 씨가 홈스 매니아로서 셜록 홈스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코넌 도일의 발자취를 따라 더욱 깊이 있게 셜록 홈스의 세계를 살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이 책의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운명적으로 만난 셜록 홈즈에 흠뻑 빠지게 된 이야기가 간략하게 소개된다. 이어서 흥미로웠던 것은 만화, 영화, 드라마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되어 온 홈스 중에 미국 드라마 하우스도 포함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닥터 그레고리 하우스와 그의 동료 제임스 윌슨이라는 등장인물의 관계나 그들이 각 캐릭터의 성격 등을 고스란히 이어받았기 때문에 역시 홈스의 계열로 분류되는 것이다. 수많은 작품들의 기본적인 원형으로서 셜록 홈스는 알게 모르게 대중 문화의 영역 곳곳에 포진해 있었던 것이다.

 

셜록 홈스 시리즈가 코넌 도일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나 큰 성공을 거두자, 이것이 오히려 그에게는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어느 시점에서 그는 의도적으로 셜록 홈스를 죽일 계획을 세웠다. 세상에 어느 작가가 자기가 만든 성공적인 캐릭터를 없애버리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만큼 셜록 홈스는 대단한 창작물이었고, 시대의 전환기를 상징할 정도로 탁월한 이야기이며 캐릭터였다. 실제로 당시에 벌어진 살인 사건이나 실종 사건을 작가인 도일에게 의뢰하거나 홈스에게 전해달라고 도일을 통해 의뢰하려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홈스의 죽음이 작품 속에서 실현되자, 당시 언론은 실제 인물의 부고 기사처럼 대대적으로 홈스의 죽음을 보도하기까지 했다. 이런 걸 보면 영국 사람들이 참 별나다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우리나라의 수사반장 같은 데서 이계인 씨가 항상 범죄자 역할을 맡는 바람에, 실제로 일반인들로부터 범죄자 취급을 당했던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꼭 이해 못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코넌 도일의 이야기꾼으로서의 탁월한 능력은 어머니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집안을 잘 돌볼 수 없었던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는 어려운 형편에도 아이들을 잘 입히고 먹이고 교육시키기 위해 온갖 고생을 다 했는데, 이때 한 이야기로, 항상 아이들을 위해 먹을 것을 준비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재능은 그대로 도일에게 물려졌던 모양인지, 아홉 살부터 시작된 스토니허스트라는 예수회 예비학교에서의 생활 가운데서, 그때부터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과자 등을 보상 받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하루라도 빨리 집안에 도움이 되고 싶었던 코넌 도일은 의학을 공부했는데, 결혼을 하고 병원을 개업한 후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서자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단행본 소설을 쓸 마음을 먹은 것 같다. 마침 병원도 한가한 시간이 많았는데, 이때 추리소설에 대한 공부를 철저히 하면서 느낀 것이, 범죄 해결의 우연성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건 해결사로서의 셜록 홈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셜록 홈스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는 동시대성이었다. 빅토리아 시대 후기였던 당시 사람들은 바로 옆에서 자신들의 영웅이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를 잡는 감각을 느꼈던 것이다. 물론 셜록 홈스가 죽고 나서 다시 부활해 돌아오는 시리즈가 나왔을 때는 영국도 근대적 모습으로 큰 변화가 일어났던 터라 그 시점에서는 역으로 향수를 일으키는 느낌이 되기도 했지만.

 

영국 최초의 상고법원이 만들어진 것에 코넌 도일의 영향이 있었다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작가이면서도 실제로 사건을 해결하거나 억울한 사람의 누명을 풀어주는 일을 한 기회도 있었던 도일은 인도계 혼혈인 에달지라는 사람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결국 무죄를 입증해주었는데,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영국 최초의 상고법원이라고 한다.

 

과학적이고 논리적 사고의 상징인 셜록 홈스를 만들어낸 코넌 도일이 말년에 심령술에 빠져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조롱거리가 되었다는 얘기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연이은 가족들의 죽음과 참전 경험이 사후 세계 및 망자와의 교류라는 것을 다루는 심령술에 빠지게 한 큰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이는데, 3자가 보기에는 터무니없을지 몰라도 코넌 도일 본인은 죽을 때까지 대단히 진지하게 임했다.

 

문학적으로도 위대한 업적을 이룬 코넌 도일은, 셜록 홈스라는 인물을 통해 현대 법의학이나 과학 수사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용의자를 앉혀 놓고 주먹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보통이었던 영국 경찰을 바꿔놓은 것도 코넌 도일의 공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범죄 수사 현장에서 그의 흔적은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독서에 대한 열정은 그의 작품의 든든한 바탕이 되어주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 출간된 책 중에 마법의 문을 지나라는, 말하자면 코넌 도일의 서평집이라 할 수있는 책이 출간되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는데, 그의 독서 편력은 어떠했는지 호기심이 일었다.

 

이 책은 셜록 홈스와 그를 창조한 코넌 도일의 흔적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홈스 매니아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잘 기획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보는 즐거움, 읽는 즐거움 모두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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