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주주 -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무기
데이비드 웨버 지음, 이춘구 옮김 / 맥스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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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진보주의자들과 노동자 집단의 노동운동은 자본주의와 대척점에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과 생산성에 있어 자본주의만큼 인간에게 딱 맞는 경제시스템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대안경제를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율배반적이고 자기배반, 자가당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만 봐도 자본주의를 버리고서 다른 경제시스템 대안을 완성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대안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혁신적인 대안을 발견해야만 한다는 결론인데,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노동자 주주」는 그 요구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주자본주의의 최대 병폐는 경영자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 회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들은 ‘합법적’으로 행한다. 법의 허점을 교묘하고 창의적으로 해석, 활용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아지고 노동 조건이 악화된다. 자연스럽게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파업이나 시위, 농성 같은 것으로 대응하는 것밖에 다른 대응책이 없었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회사가 노동자들을 저렇게 부품 취급하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하겠지만, 국가는 그런 상황을 버젓이 용인하고 있다. 그것도 법적으로 가능한 토대를 제공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파업하는 쪽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고울 수가 없다. 우리는 주로 ‘귀족 파업’ 같은 용어를 떠올리게 하는, 전체적으로는 성과도 없으면서 지도부만 배불리는 듯한 이미지를 계속 보아왔기 때문이다. 결국 자본가와 노동운동은 평행선을 달리고, 그 가운데서 배부를 놈만 배부르고 대다수의 노동자는 고단한 삶을 계속 이어간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본가-노동자 간 갈등의 해법은, 최대한 간단하게 이해하자면, 노동자가 주주의 권리를 갖고 그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경우이긴 하지만, 우리의 노동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비현실적인 사회주의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안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자 자본을 형성하여 자본가들과 대등하거나, 적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 개개인이 주식 몇 주 가진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개인들이 뭉쳐 봐야 결속력도, 전문성도 떨어진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인가? 이 책에서는 미국 주 노동자층이 가입하여 자금을 축적한 다양한 분야의 ‘연금기금’의 역할을 소개한다. 이들이 노동자들의 요구사항과 권리에 대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것을 가능하게 한 혁신적인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을 우리 현실에 어떻게 대입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노동운동 혹은 진보 운운하는 입장에서는 하나의 긍정적인 숙제가 될 수 있다. 다만 그들은 자기 스스로 그 고집스럽고 모순적인 정체성을 내려놓아야 한다.

 

책에 소개된, 회사에 손실을 입히면서도 자기 이익만 챙기는 데 혈안이 된 경영자의 힘을 빼고 결국 퇴진시키는 과정이나, 수익을 내지도 못하면서 수수료로 한 몫을 챙겨 배불리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의 불공정한 거래 행태를 척결하는 투자금 회수 전략 등은, 연금기금이 노후를 위해 돈을 맡긴 노동자의 이익은 물론, 단순 경제 논리에서 봐도 상식을 벗어나는 현상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아서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사례는 자본가와 노동자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건강한 자본주의의 실현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이 책을 보면 우리의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이 그런 약자들의 목소리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미국의 사례를 우리 현실에 맞게 적용해서 시험해줄 뛰어난 인물이 어디 없을까? 현재로서는 노동자들이 자본주의를 반대로 적극적이고 지혜롭게 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발상을 현실로 옮겨와줄 정치인이나 노동운동가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차피 주주들이 판치는 세상인데, 노동자들이 연대하여 대주주를 위협할 만한 주주로 올라서고, 믿을 만한 인물이나 단체에 위임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겠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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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뇌과학 -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ㅣ 쓸모 많은 뇌과학
알베르트 코스타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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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다른 장기들은 퇴화되어도, 뇌는 사용할수록 좋아진다? 요즘 ‘뇌의 가소성’에 대한 이야기가 공부나 자가학습을 테마로 한 자기계발서에서 많이 거론되고 있다.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는 뇌, 「언어의 뇌과학」은 바로 이 뇌의 작동 방식과, 가소성 이론대로 정말 노화에도 마지막까지 굴하지 않고 능력이 향상되는지 등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독자들에게 유익한 내용을 제공한다.

 

고도로 복잡하고 추상화된 언어활동은 인간 존재의 가장 큰 특징이다. 뇌과학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 경험적 지식과 통찰로 언어에 대한 정의나 이론들이 수립되어 왔는데,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뇌를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점점 뇌에 관한 신비한 지식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뇌를 구성하는 복잡한 네트워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정보를 관리하고 배열하는지, 그리고 적절할 때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지 아직 부분적으로만, 즉 구조적·기능적으로 밝혀내고 있기는 하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궁금증이 풀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아기부터 노년층까지, 또 다양한 사회적 계층을 폭넓게 아우르는 이중언어자와 단일언어자의 연구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뇌의 신비를 밝혀가는 과정이 어디까지 왔는지 그 현주소를 알려주는 책이다. 즉,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현상이 어떻게 가능하며, 이중언어 사용이 뇌의 기능과 구조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그리고 이중언어 사용자의 인지 능력과 사회적 사고방식, 도덕적 판단, 의사결정 등에서 단일언어자와 어떤 특징적인 차이가 있는지, 혹은 없는지 등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을 보면 아기들도 언어학적으로 그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님을 알 수 있으며, 그들 나름대로 생존을 위해 본능에 따라 적극적으로 외부세계와 상호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치밀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에서도 언어학적으로 아홉 달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뇌는 매우 복잡한 체계의 상호작용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오케스트라로 비유되고 있다. 하나의 특정 뇌 영역이 한 가지 특정한 능력을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능력에 여러 영역이 관여하고 있거나, 하나의 영역이 복수의 능력에 관여하고 있는 것처럼,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는 뇌의 특징이 책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인간의 인지 능력이 뇌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연구가 획기적으로 발전한 데는 신경 촬영법 기술의 발달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는 얼마 전 읽은 ‘슈퍼휴먼’이란 책에서 인간의 지능에 관해 다룬 부분과도 연결되는 내용인데, ‘언어의 뇌과학’에서 따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유전공학과 인체 내부를 미세한 영역까지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뇌 활동의 많은 비밀을 밝혀내고 있음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두 가지 언어가 뇌의 다른 두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관여하는 경우도 있었고, 두 언어 모두가 한 영역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경우도 있어, 언어학적으로도 개별 연구 사안에 따라 이론을 통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내부 요인뿐만 아니라 외부적 환경, 즉 가정환경이나 두 번째 언어를 접하는 시기, 사회적 가치관 등도 이중언어 사용자의 특징을 다양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인간의 언어 사용에 있어 단일한 뇌과학적 이론이 정립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경계하는 것은 이런 이중언어 사용자 연구를 비롯한 뇌의 인지 기능에 관한 연구들이 여론에 휘둘리거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연구 결과가 확정적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특정 집단의 이익에 따라 ‘우생학’적 관점의 근거로 활용될 위험성도 있고, 교육적인 차원에서도 자기들의 주장에 따라 해당 이론을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어 걱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안타까운 것은 저자가 50도 되지 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유능한 언어학자이자 이중언어 권위자로서, 또 매끄러운 글솜씨로 보아 대중적인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의 가능성이 너무 일찍 접힌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책을 덮으면서 많이 들었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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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본 철학 수업 - 세상을 바꾸기엔 벅차지만 자신을 바꾸기엔 충분한 나에게
전진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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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디자인과 책 소개, 프롤로그만 봐서는 한국사회에서 튀는 사고방식을 가진 한 괴짜 소녀가 한국을 벗어나 다소 이채로운 행선지라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 철학을 통해 자신의 꿈을 확인하고 이뤄가는 이야기 혹은 청춘 응원가 같은 분위기인데, 책을 읽어갈수록 삶의 무게감과 그 속에서 빚어지는 혼란, 고군분투, 몸부림 같은 것들이 느껴져 마음이 가볍지 않다. 그런 가운데서 한번씩 빵 터지는 유머러스한 문장에 반응하는 내 모습에 머쓱해지기도 했다.

 

이 책에서 지금 프랑스의 모순적 상황을 다룬 내용을 읽다가, 예전 홍세화 선생님의 책을 통해 프랑스의 똘레랑스 문화에 대한 동경을 가졌던 때가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21세기적 변주라고 평가하고 싶다. 두 저자의 살아온 이력이나 세대, 생각이 많이 다르지만, 프랑스라는 무대를 두고 펼쳐지는 사색의 향연이라는 차원에서 한 맥락으로 엮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는 오늘 우리의 모습과 프랑스의 민낯, 그 사이를 신기루처럼 이어주고 있던 동경과 환상이 실존적인 깨달음으로 발전되어 한 권의 책으로 우리 앞에 오게 된 의미 있는 한 개인의 행보가 녹아 있다.

 

내용은 크게 1장 배움의 시간 : 나에게 가장 좋은 삶, 2장 배움의 재구성 : 모두가 덜 불행한 세상, 이렇게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으로는 철학에 대한 깔끔한 정의다. ‘당대의 중요한 가치나 당연한 생각에 의문을 품도록 간질이는 태도’. 철학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나올 수 있는 일반적인 대답이 나와 세계에 대한 기원과 의미, 과정 등을 밝히는 진리 탐구 정도인데,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전혀 새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철학의 정의를 내놓았다. 그리고 언어 공부를 하면서 언어 학습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데, 쌓아 올린 것을 부서서 토대를 다지고 넓히는 과정, 다시 말해 또 다른 확장된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표현한 부분이었다. 특히 모국어와 외국어가 같은 몸에서 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2장에서는 저자가 철학 공부를 하면서 배운 내용들이 자기의 삶의 필터를 통해 성찰한 내용들이 나오는데, 그 과정에서 좀 더 내밀한 개인사가 공개되어 있어 처음엔 조금 당황했다. 이런 이야기까지 내보여도 괜찮을 걸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지난 삶의 여정을 부정하거나 감추는 것으로는 추와 미라는 이분법을 극복하고, 진정으로 삶을 긍정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읽어가게 되었다. 또 청춘의 속성이 ‘썩지 않는 가치를 만들 가능성’이라고 재정의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저자의 생각과 함께 프랑스의 현 상황이 묘사되는 내용들이 또 흥미로운데, 그들의 관용 문화 이면에 숨겨진 문화적 우월주의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이중적 잣대가 지금의 프랑스의 혼란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타인의 다름보다 먼저 나의 다름을 고려해봐야 해야 한다는 저자의 깨달음이 자유와 평등, 박애정신을 주창했던 프랑스의 현실적인 모순으로부터 피부에 와닿는 교훈으로 도출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이 책에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뇌가 담겨 있다. 질문과 답이라는 도식을 뒤집어 질문 자체에 대안 모순 발견과 대안 제시라는 형태로 발전시키고, 기존의 가치관을 의심하고, 스스로 묻고 또 물어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프랑스식 철학 수업으로부터의 배움이, 저자를 통해 어떤 식으로 열매 맺어 대중들에게 계속해서 선보이게 될지 앞으로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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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 1 - 하, 상, 서주편 ㅣ 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 1
페이즈 지음, 하은지 옮김, 송은진 감수 / 버니온더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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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감정은 복잡하다.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호감보다 비호감적인 면이 더 부각되어 있고, 실제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중국이 가진 저력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가려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중국 내 소수 민족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었는데, 오히려 중국의 중앙 핵심 권력이 더 막강해지면서, 세계를 향한 야욕이 일대일로라는 정책을 통해 오히려 더 굳건한 제국주의의 방향으로 노선을 잡은 것 같아 우려스럽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는 중국에 대해 더 잘 알고 그들과 어떻게 하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발전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할 지 고민해야 될 형편이다. 외교와 정치의 최전선이 아닌 입장에 있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기본 지식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중국의 영향력이 더 강해질 미래를 대비하는 데 나라에나 개인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럴 때 출간된 버니온더문 출판사의 「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은 시의적절한 기획이라 할 수 있다. 방대한 중국의 역사를 핵심적인 내용 위주로 맥을 짚어가면서 학습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역사책과 캐릭터북을 조합해놓은 듯한 편집으로, 특히 고양이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어렵고 거리감 느껴지는 중국 역사를 친근한 분위기로 접근시킨다는 점에서 이 책은 주목할 만하다.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편집자의 말’ 코너를 통해 보완하고 있고, ‘부록’에서 인물이나 개념에 대한 정보를 보충하고 있다.

 

 

 

 

 

 

 

 

우리나라 단군신화처럼 중국에도 토템 기반(황제)의 부족과 농경 부족(염제), 또 사냥이나 전투를 통해 생존을 이어간 부족(치우) 등이 주요 세력을 이루면서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상고시대의 3대 우두머리(황제,염제,치우)라 표현할 수 있다. 결국 황제가 모두 평정하고 3대 부족이 화합하면서 이 셋이 중화 민족의 선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낯익은 표현인 삼황오제가 등장한다. 국가 형성의 기본 조건은 이 삼황오제의 시대에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후의 역사는 세계사의 일반적인 흐름과 비슷하다.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형편이 나아지자 평등했던 부족들의 관계는 깨지고 왕조가 세워졌다, 그리고 반복되는 권력다툼이 기본 틀이다.

 

같은 동아시아권에 속한 나라로서 협력적 동반자로 나아가야 하는 대상인 중국, 또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는 미국. 우리는 이 두 나라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 없는 어려운 외교적 과제를 여전히, 어쩌면 반영구적으로 안고 가야할 운명이다. 이럴 때일수록 과거를 통해 교훈을 얻고 미래를 위한 전략을 현명하게 수립해야 한다. 우리나라 외의 세계 역사를 가까이 하고 지식을 습득해나간다는 것은 바로 이런 국력을 증진시키는데 알게 모르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모두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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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잠재력의 최고점에 오른 사람들 슈퍼휴먼
로완 후퍼 지음, 이현정 옮김 / 동아엠앤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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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과 로봇 등이 인간이 그동안 감당해 왔던 많은 역할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아직은 컴퓨터가 넘볼 수 없는, 그래도 오직 인간만이 감당하고 누릴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을 인간의 창의성과 사회성이라는 특성에서 개척하고 확장시키려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진화생물학자이자 과학칼럼니스트인 로완 후퍼의 「슈퍼휴먼」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치와 잠재력에 대해 새로운 성찰을 하도록 유도하는 의미 있는 책이다.

 

한국어판 표지만 봐서는 소수의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조명하고 그 능력이 어떻게 가능했으며, 보통 사람들도 그렇게 될 수 있는지 과학적인 검증과 전망을 담은 단순한 구조의 취재기일 거란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이 책에는 예상 못한 휴머니즘적 감동이 있었다.

 

 

 

 

 

 

 

학문과 예술, 스포츠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사람들이 1부 ‘사고’와 2부 ‘행동’ 편에서 소개되고 있다. 지능과 기억력, 언어, 집중력, 가창력, 달리기 등의 분야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인간의 잠재력을 한껏 끌어내는 데 있어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 중 어느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 계속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한다. 슈퍼휴먼들은 대체로 스스로 느끼기에 노력, 즉 후천적인 면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듯하지만, 이들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은 유전적인 요인을 더 크게 보고 있었다. 물론 재능이나 훈련 어느 한 쪽만으로 해당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타고난 능력의 힘이 적절한 환경적 요인과 결합되었을 때 이른바 슈퍼휴먼이 만들어질 확률을 높게 보고 있었다. 학자들은 대체로 슈퍼휴먼들이 목표를 설정하거나, 그들의 부모가 적합한 양육 환경을 조성하는 것, 또 개인의 의지와 노력, 열정의 여부까지 유전적인 요인의 영향 아래 있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거나 꿈을 이뤄가는 슈퍼휴먼들이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자각하게 되었는지, 또 성장 환경이나 열정, 목표의식, 인생관, 가치관 등을 읽으면서 많은 자극이 되었고 부럽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책의 진가는 3부에서부터 확실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앞 부분이 별로라는 얘기는 아니다.)

 

 

 

 

 

 

3부에서 다루는 인간 능력의 범주는 ‘존재’로 묶고 있는데, 그 내용은 장수와 회복력, 수면, 행복에 관한 것이다. 슈퍼휴먼을 논할 때 탁월한 지적 능력이나 신체 능력 정도가 일반적인 주제가 될 텐데, 인간의 수명과 회복 능력, 또 잠자는 것과 행복이 왜 인간이 지닌 잠재력의 대상이 되는 걸까?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인간에 대한 통찰이 바로 이 부분에서 다뤄지고 있었다.


인간의 수명이 점점 길어지면서 마주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 비극적인 사고를 겪은 가운데서도 절망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고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존재로 거듭나는 놀라운 과정, 적절한 쉼이 없는 현대인들의 비효율적 생존 양식에 대한 예리한 충고, 현대인들이 놓치고 있는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기 위한 교훈 등을 다루고 있는데, 저자는 여기서 그래도 아직은 인간이 지닌 용기와 인내, 포용성, 긍정적 태도, 삶의 의미를 재정의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 같은 것들이 문명 발전의 역기능으로 맞닥뜨린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며, 바로 이것이 인간의 가치를 다시 높일 수 있는 인간만의 특별한 능력임을 말하고 있다. 아직은 인간적인 것이 품고 있는 가능성에 대해 포기하거나 절망할 때가 아니란 것을 흥미로운 주제를 통하여 전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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